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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핑계일 뿐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은 머리를 거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소은정이 혐오하는 건 서민영뿐만 아니라 고통받았던 3년간의 시간 그 자체였으니까.

입을 꾹 다문 채 소은정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떨려오는 손끝을 숨기려 다시 주먹을 쥔 소은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지난 일, 다시 끄집어내지 마. 그리고 서민영 그 여자 이름도 다시 언급하지 말고. 내가 서민영 그 여자 몸에 흐르는 피를 전부 뽑아낸다고 지난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리고... 난 내 이기심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억지로 뽑아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

고개를 든 소은정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휠체어의 후진 버튼을 꾹 눌렀다.

“나 이제 쉬고 싶어. 그리고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찾아오고 그러지 마. 진심으로 내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 바란다면 말이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은정은 병실로 들어가버리고 일그러진 표정의 박수혁만 복도에 덩그러니 남고 말았다.

하지만 소은정은 박수혁이 어떤 마음인지 신경 쓰고 싶지도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그냥... 박수혁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뿐이었다.

참나,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때려? 하여간 성질머리 하고는...

잠시 후, 의사가 병실로 들어와 전동하의 상태를 브리핑했다.

“수혈량 과다로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든 상태인데... 다행히 뇌 손상은 없었습니다. 아직 의식은 회복하지 못하셨고요.”

읽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은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동하 대표 깨어나면 저한테도 말씀해 주세요.”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박수혁은 아마 그녀 때문에 전동하를 때렸을 것이다. 배은망덕하게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의사는 소은정의 상태를 살핀 뒤에야 병실을 나섰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소은정이 잠시 눈을 붙이려던 그때 병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층에 환자는 소은정 한 명뿐, 안 봐도 그녀의 손님이 분명했다.

복작거리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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