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남은 소은정과 박수혁은 5메터 남짓한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기를 잡아들기 시작했다.“퍽- 퍽-“ 두 번의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냥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고 있었다.아무도 총알에 맞지 않았다.소은정은 앞구르기를 한번 하더니 다시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박수혁도 빠르게 수풀 사이로 숨어버렸다.그의 속도는 소은정보다 빨랐다. 그는 소은정이 숨을 가다듬기도 전에 기세를 타 그녀의 등을 기습했다. 그의 총이 그녀의 등 뒤에 닿으려던 찰나, 그녀도 그의 배에 총구를 갖다 댔다.예상 못했는지 박수혁의 눈에는 당혹감이 가득 찼다.그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녀는 전문가인 자신보다 한 수 더 높았다.두 사람은 서로 봐줄 생각이 없었다.소은정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시 말해봐. 누가 이겼어?"그녀는 경계를 풀며 그에게 물었다. 그녀는 그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박수혁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그녀가 긴장을 늦춘 틈을 타 자신의 배를 향하고 있던 총구를 순식간에 치워버렸다. 그는 손목을 돌리더니 소은정의 총으로 그녀를 가둬버리고는 긴 다리로 그녀의 다리를 압박하며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순간 소은정은 깜짝 놀라버렸다. 지금 이걸 기습이라고 하는 건가?그녀는 강했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아직 모자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판이 뒤집혀 버렸다.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가까웠다. 그의 눈동자에는 아직 지워지지 못한 야성미와 예리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소은정을 조금 놀라게 만들었다.하지만 빠르게, 그의 눈에 웃음기와 거만함이 가득 찼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더니 그녀의 새하얀 피부를 바라보며 눈동자를 드리웠다."소은정, 이번이 세 번째야. 내가 이겼어."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허스키했다.소은정은 그에게 욕을 퍼붓고 싶었다. 그는 무척이나 비겁했다. 감히 기습으로 공격하다니!하지만 앞선 두 판
부소경은 중독성이 강한 모든 사물에 자제력이 강했다.하지만 유독 소은정에 대한 감정만은 달랐다. 그녀에 대한 감정은 하루하루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영원히 끊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아마도 5년 전, 소은정이 그의 마음 몰래 씨앗 하나를 숨겨놨나 보다. 그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그 씨앗은 이미 바닥을 뚫고 커다란 나무로 자라버렸나 보다.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막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한쪽에 있던 임원 몇 명이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빨리 와요. 누가 이겼어요?”“당연히 소대표가 이겼겠죠. 삼 판 이 선승이잖아요.”“박대표 성격으로 세 번째 판까지 이길리는 없잖아요? 좋아하는 여자한테 그렇게 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그러니까요! 소대표님, 세 판 다 이기신 거 축하드려요!”…말은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소은정과 박수혁은 앞 뒤로 갈라섰다.“소대표님, 세 판 다 이기신 거 축하드려요!”소은정은 그들을 흘겨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세 번째 판은 박대표가 이겼어요.”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쳐다보기 시작했다.박대표, 소은정 따라다니고 있었던 거 아닌가? 왜 정석대로 길을 걷지 않는 거지?박수혁은 그들의 시선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가 이긴 게 맞으니까.소은호은 수건으로 소은정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쳐다보았다.“박대표, 마지막 판 엄청 열심히 하던데요…”박수혁은 물을 몇 모금 삼키고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형, 은정이 이기려면 당연히 힘을 좀 써야죠."박수혁은 상황대처 능력이 좀 부족하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은정에게 완벽한 승리를 가져다줬으면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마지막 판을 이겨서는?다들 마지막에 같이 밥을 먹기로 한 자리에서 소은정은 일이 있다는 핑계로 미리 자리를 떠났다.다들 흥분한 부소경의 모습을 이해하지
박수혁의 눈빛에 냉정함과 귀찮음이 스쳐 지나갔다. 홍하얀은 그의 그런 감정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홍하얀의 심장은 마치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소대표네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가 뭔지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 태한 그룹은 인턴 기간도 못 넘긴 직원 뽑을 생각 없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자꾸 본인을 소은정이랑 비교하지 말아요. 같은 세상 사람 아니니까.”한 명은 하늘에 있고 한 명은 바닥에 있는데 뭐 비교할 게 있다고?그의 말은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그는 홍하얀의 자존심, 그녀가 받을 상처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이한석도 그녀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뜻밖에도 홍하얀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불쌍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하지만, 회장님이 그러셨거든요. 소대표님 성격이 너무 드세다고. 대표님이 소대표님을 위해 아가씨와 사모님을 집에서 쫓아내셨다고 그러셨어요. 소대표님이랑 계속 만나시면 박씨 집안 박살 난다고 하셨어요… 당신…. 진짜 결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이한석은 한쪽에 서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박수혁의 좋았던 기분은 홍하얀 때문에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서늘했다.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다.홍하얀은 자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분석 아닌 분석을 해댔다. 박수혁처럼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사꾼이 안 흔들린다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굳게 믿고 있었다.박대한은 그녀에게 자꾸 암시해주었다. 박수혁 앞에 자꾸 알짱거리라고, 그렇게 해서 감정을 좀 키우라고. 그 말인즉슨, 그녀가 소은정보다 박수혁의 아내 자리에 더 어울린다는 말 아닌가? 사무실 안의 분위가 한결 더 다운되었다. 차가운 공기가 조금씩 맴도는 것 같았다
침착한 얼굴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홍하얀의 마음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치마를 만지작대며 이를 악물고 버티기 시작했다.그녀가 나타나자, 박수혁의 눈에 온기가 생기기 시작했다.홍하얀은 이렇게 처참하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대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소은정과 부소경이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에게 희망은 남아있었다.그녀가 사생아라고 해도, 짝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홍씨 집안에서 그녀를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그녀는 홍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인것이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가련한 눈빛으로 이한석을 쳐다보았다. "세수라도 하게 박대표님 방 좀 빌려쓰면 안 될까요?"여기서 조금만 더 있어야지. 소은정이 여기서 떠날 때까지 있어야지. 내가 박수혁의 사무실에 있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 마음이 흔들리게 될 거야.이한석은 난감하게 자리에 서 있었다. "저… 그건 안 됩니다. 박대표님 사적인 공간은 그 누구도 사용하실 수 없으세요. 아가씨, 밖에 있는 화장실 사용하시는 게 어떠신지요?"홍하얀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좋은 기분이 나지 않았던 그녀는 이한석에게 가식적으로 웃어 보였다. "알겠어요." 그녀는 말을 끝낸 후, 빠르게 자리를 떠나버렸다.회의실 안.임춘식은 참지 못하고 박수혁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박대표님 도화살이 엄청나시네요. 말을 너무 독하게 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누가 감당하겠어요?"박수혁은 소은정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음에 걸리시면 데리고 가시든지요."그는 임춘식에게 말대꾸를 했다.임춘식은 코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전 이미 집사람이 있어요…"그 모습에 소은정은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 얘기나 하죠. 저 약속이 있거든요."임춘식은 눈썹을 들썩였다. "저희가 제작한 스마트 자동차 칩이 유럽으로 배송됐어요. 근데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무서워하기도 좋아하기도 했다. 그것은 인생을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위험도 불러왔다.사람들의 두뇌처럼 감성적이지 못했고, 눈과 귀처럼 사물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그것은 이성, 분석, 데이터, 통계, 이익으로 만들어진 높은 지능을 가진 차갑고 예리한 칩이었다. 조금이라도 통제를 잃는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초래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자율 주행이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시장을 점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인간은 자기 자신을 더 믿는다.사람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통제를 잃는 그 확률의 만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커다란 반감을 사게 된다.임춘식의 말투는 무척 어두웠다. "이 분야, 우리가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 대신 우리가 제일 꼼꼼해요. 우린 계속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었어요. 남들보다 민감하고, 더욱 빠르게, 더욱 온기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는 없어요. 당장의 피해를 막아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이 사고는 십중팔구 칩의 문제로 일어난 것일 것이다.시민들의 반감은 그들의 주식을 하락하게 할 것이고, 요동치는 주식은 그룹의 다른 일들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소은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생각에는 결과를 기다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자율 주행은 미래 시대에 꼭 필요한 조건이에요.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미래 세계에 진입할 자격을 잃을 수는 없어요. 누군가는 분명히 성공하게 될 텐데 왜 그 누군가가 왜 우리가 아닌 거죠?”임춘식과 박수혁은 자기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게 되었다.방금, 그들의 머릿속에는 계속 이득을 계산하고 있었다. 당장의 피해를 막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소은정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와 마음은 무척이나 드넓었다. 그녀의 말은
박수혁은 역시 박수혁이다, 아무도 그를 함부로 논 할 자격은 없었다. 언론과 주식시장을 장악한 그의 입김은 막강했었고, 일단 유럽에서 언론을 이용해 국내의 연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세 회사의 손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국가의 위상과 이미지가 걸린 문제인 만큼 관련 업계의 개입이 시작되면 그들을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박수혁.”임춘식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고, 박수혁은 표정이 굳은 채 일어나 바로 회의실을 나갔다.이한석은 옆에서 물건을 챙기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과연 박 대표님다운 행동이었다. 대표님은 그 어떤 형식으로도, 그 누구의 타격도 받지 않으시는 분이었고 그의 자신감도 타고난 것이었다.소은정이 태한그룹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곳에 서 있는 홍하얀을 발견했다.홍하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곳에 있었다.홍하얀의 표정은 초조한 듯 보였고 너무 쉽게 사람들에게 간파될 정도였다.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지금 절 기다리는 건가요?”홍하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소은정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낸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왜죠?”회사에서든 밖에서든 홍하얀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줄곧 냉담했다.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다지 반갑지도 않은, 그리고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 깊이 사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은정이다.홍하얀은 심호흡을 하고 소은정의 몸에 걸친 오피스룩을 훑어보았다. 그녀 옷들은 그녀 특유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했고, 그녀에게 맞춤 제작된 스타일과 브랜드는 홍하얀조차도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다."대표님, 박 회장님께서 저더러 박수혁 대표님을 돌보라고 해서 저도 곤란해요."홍하얀은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은정의 담담한 표정을 한 번 바라보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수혁 씨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지만, 가문을 위해서라도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기분이 나쁘시거나 수혁씨와 화해하고 싶다면 저는
소은정은 어리둥절해 했고, 전동하는 눈을 반짝였다. "마이크는 오랫동안 당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당신이 직접 가서 그 아이에게 요리를 하는 것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어때요?"소은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이크는 이 좋은 소식을 듣게 되자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도련님, 호텔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가정부의 말은 들은 경호원은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서는 안 돼. 어른 둘이 함께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라며 대꾸했다.마이크 역시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굳이 그들을 따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차에서 내리면서 소은정과 전동하가 서로 웃고 떠들었다. 동하는 아이스크림을 한 개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소은정은 기분 좋게 웃으며 받아 물고 맛있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이들의 모습을 본 가정부는 “선남선녀 시네요,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라며 감탄을 했다.경호원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가정부를 쳐다보았다. "당신 누구 편인가요, 저희 도련님이 더 잘 어울리세요!"마이크 역시 경호원의 말에 동의하며 “맞아요!”라고 말했다.그는 신이 나서 은정에게 달려가 머리를 젖히고 예쁜 누나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와, 좋은 냄새!"예쁜 누나,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소은정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보송보송한 곱슬머리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를 매만졌다."당연하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원하는 답을 얻자 마이크는 만족한 듯 고개를 들어 무심코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도발적인 시선은 마치 "봐, 아빠는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전동하은 입술을 깨물고 손을 뻗어 소은정의 몸에서 그를 빼냈다."예쁜 누나는 아이스크림 먹을 거니까 안고 방해하지 마."목소리는 부드럽게 그를 타이르지만, 마이크는 그렇고 싶지 않았다.자신의 이 늙은 아버지는 그가 예쁜 누나를 마음대로 안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질투하는 것이다. 그는 분명히 질투하는 것이다!
방금 전 삐긋한 덕으로 그녀는 이 방 안의 정경이 사뭇 이상하리만큼 따뜻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적어도 그녀가 이혼하기 전에 동경했던 결혼생활은 지금 이 장면이 아닐까.하지만 바라던 남편의 모습이 전동하로 바뀌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 깊이 바라던 것이 무엇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손목에 통증이 전해올 때쯤, 전동하는 그녀를 반쯤 끌어안고 싱크대로 가 그녀의 손목을 찬물로 씻었다.이 자세는 심히 공격적이고 애매모호했다, 소은정은 팔을 벌리고, 전동하는 그녀의 손목이 아플 가봐 더욱 부드럽게 움직이며, 팔을 풀고 다친 곳을 끌어안으며 자신이 다친 것 마냥 가슴 아파하며 상처를 불어줬다.자신의 눈앞에 있는 전동하의 모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은정의 가슴팍은 무언가에 가볍게 두들겨 맞은 듯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얼른 눈을 내리깔고 팔을 빼며 엷게 웃었다. “괜찮아요, 이젠 안 아파요.”당황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손목에 기름 한 방울이 튀었을 뿐, 찬물에 씻겨 시뻘겋게만 남았지만 그녀의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에는 금세 시퍼렇게 되었다.전동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직접 요리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제가 사려 깊지 못한 것입니다.”손목을 잡고 나가는 동작이 강해서 은정은 더 이상 부엌에 머물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은정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런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겪었었고, 다만 매번 이를 악물고 참아냈을 뿐이니까, 그 순간은 아팠지만, 요리를 마치고 나면 그녀는 금세 행복해졌었다. 특히 수혁을 위해 매 끼니를 만들 때면 그런 기분은 더 했었다.하지만 그런 사실을 그 영원히 모를 것이다."예쁜 누나 무슨 일이에요?"마이크가 달려와 자신의 아버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소은정은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아니야, 기름에 튀었을 뿐인데 부엌에서."라며 속삭였다.스테이크 타겠다!전동하는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내가 가볼게요, 당신은 움직이지 마요.”라고 했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