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중독성이 강한 모든 사물에 자제력이 강했다.하지만 유독 소은정에 대한 감정만은 달랐다. 그녀에 대한 감정은 하루하루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영원히 끊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아마도 5년 전, 소은정이 그의 마음 몰래 씨앗 하나를 숨겨놨나 보다. 그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그 씨앗은 이미 바닥을 뚫고 커다란 나무로 자라버렸나 보다.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막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한쪽에 있던 임원 몇 명이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빨리 와요. 누가 이겼어요?”“당연히 소대표가 이겼겠죠. 삼 판 이 선승이잖아요.”“박대표 성격으로 세 번째 판까지 이길리는 없잖아요? 좋아하는 여자한테 그렇게 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그러니까요! 소대표님, 세 판 다 이기신 거 축하드려요!”…말은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소은정과 박수혁은 앞 뒤로 갈라섰다.“소대표님, 세 판 다 이기신 거 축하드려요!”소은정은 그들을 흘겨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세 번째 판은 박대표가 이겼어요.”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쳐다보기 시작했다.박대표, 소은정 따라다니고 있었던 거 아닌가? 왜 정석대로 길을 걷지 않는 거지?박수혁은 그들의 시선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가 이긴 게 맞으니까.소은호은 수건으로 소은정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쳐다보았다.“박대표, 마지막 판 엄청 열심히 하던데요…”박수혁은 물을 몇 모금 삼키고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형, 은정이 이기려면 당연히 힘을 좀 써야죠."박수혁은 상황대처 능력이 좀 부족하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은정에게 완벽한 승리를 가져다줬으면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마지막 판을 이겨서는?다들 마지막에 같이 밥을 먹기로 한 자리에서 소은정은 일이 있다는 핑계로 미리 자리를 떠났다.다들 흥분한 부소경의 모습을 이해하지
박수혁의 눈빛에 냉정함과 귀찮음이 스쳐 지나갔다. 홍하얀은 그의 그런 감정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홍하얀의 심장은 마치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소대표네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가 뭔지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 태한 그룹은 인턴 기간도 못 넘긴 직원 뽑을 생각 없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자꾸 본인을 소은정이랑 비교하지 말아요. 같은 세상 사람 아니니까.”한 명은 하늘에 있고 한 명은 바닥에 있는데 뭐 비교할 게 있다고?그의 말은 무척이나 직설적이었다. 그는 홍하얀의 자존심, 그녀가 받을 상처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이한석도 그녀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뜻밖에도 홍하얀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불쌍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하지만, 회장님이 그러셨거든요. 소대표님 성격이 너무 드세다고. 대표님이 소대표님을 위해 아가씨와 사모님을 집에서 쫓아내셨다고 그러셨어요. 소대표님이랑 계속 만나시면 박씨 집안 박살 난다고 하셨어요… 당신…. 진짜 결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이한석은 한쪽에 서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박수혁의 좋았던 기분은 홍하얀 때문에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서늘했다.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다.홍하얀은 자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분석 아닌 분석을 해댔다. 박수혁처럼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사꾼이 안 흔들린다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굳게 믿고 있었다.박대한은 그녀에게 자꾸 암시해주었다. 박수혁 앞에 자꾸 알짱거리라고, 그렇게 해서 감정을 좀 키우라고. 그 말인즉슨, 그녀가 소은정보다 박수혁의 아내 자리에 더 어울린다는 말 아닌가? 사무실 안의 분위가 한결 더 다운되었다. 차가운 공기가 조금씩 맴도는 것 같았다
침착한 얼굴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한 소은정의 모습에 홍하얀의 마음이 찡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치마를 만지작대며 이를 악물고 버티기 시작했다.그녀가 나타나자, 박수혁의 눈에 온기가 생기기 시작했다.홍하얀은 이렇게 처참하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대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적어도 소은정과 부소경이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에게 희망은 남아있었다.그녀가 사생아라고 해도, 짝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홍씨 집안에서 그녀를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그녀는 홍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인것이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가련한 눈빛으로 이한석을 쳐다보았다. "세수라도 하게 박대표님 방 좀 빌려쓰면 안 될까요?"여기서 조금만 더 있어야지. 소은정이 여기서 떠날 때까지 있어야지. 내가 박수혁의 사무실에 있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 마음이 흔들리게 될 거야.이한석은 난감하게 자리에 서 있었다. "저… 그건 안 됩니다. 박대표님 사적인 공간은 그 누구도 사용하실 수 없으세요. 아가씨, 밖에 있는 화장실 사용하시는 게 어떠신지요?"홍하얀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좋은 기분이 나지 않았던 그녀는 이한석에게 가식적으로 웃어 보였다. "알겠어요." 그녀는 말을 끝낸 후, 빠르게 자리를 떠나버렸다.회의실 안.임춘식은 참지 못하고 박수혁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박대표님 도화살이 엄청나시네요. 말을 너무 독하게 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누가 감당하겠어요?"박수혁은 소은정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음에 걸리시면 데리고 가시든지요."그는 임춘식에게 말대꾸를 했다.임춘식은 코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전 이미 집사람이 있어요…"그 모습에 소은정은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 얘기나 하죠. 저 약속이 있거든요."임춘식은 눈썹을 들썩였다. "저희가 제작한 스마트 자동차 칩이 유럽으로 배송됐어요. 근데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무서워하기도 좋아하기도 했다. 그것은 인생을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위험도 불러왔다.사람들의 두뇌처럼 감성적이지 못했고, 눈과 귀처럼 사물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그것은 이성, 분석, 데이터, 통계, 이익으로 만들어진 높은 지능을 가진 차갑고 예리한 칩이었다. 조금이라도 통제를 잃는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초래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자율 주행이 세상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시장을 점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인간은 자기 자신을 더 믿는다.사람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통제를 잃는 그 확률의 만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커다란 반감을 사게 된다.임춘식의 말투는 무척 어두웠다. "이 분야, 우리가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 대신 우리가 제일 꼼꼼해요. 우린 계속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었어요. 남들보다 민감하고, 더욱 빠르게, 더욱 온기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는 없어요. 당장의 피해를 막아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이 사고는 십중팔구 칩의 문제로 일어난 것일 것이다.시민들의 반감은 그들의 주식을 하락하게 할 것이고, 요동치는 주식은 그룹의 다른 일들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소은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생각에는 결과를 기다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자율 주행은 미래 시대에 꼭 필요한 조건이에요.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미래 세계에 진입할 자격을 잃을 수는 없어요. 누군가는 분명히 성공하게 될 텐데 왜 그 누군가가 왜 우리가 아닌 거죠?”임춘식과 박수혁은 자기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게 되었다.방금, 그들의 머릿속에는 계속 이득을 계산하고 있었다. 당장의 피해를 막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소은정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와 마음은 무척이나 드넓었다. 그녀의 말은
박수혁은 역시 박수혁이다, 아무도 그를 함부로 논 할 자격은 없었다. 언론과 주식시장을 장악한 그의 입김은 막강했었고, 일단 유럽에서 언론을 이용해 국내의 연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세 회사의 손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국가의 위상과 이미지가 걸린 문제인 만큼 관련 업계의 개입이 시작되면 그들을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박수혁.”임춘식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고, 박수혁은 표정이 굳은 채 일어나 바로 회의실을 나갔다.이한석은 옆에서 물건을 챙기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과연 박 대표님다운 행동이었다. 대표님은 그 어떤 형식으로도, 그 누구의 타격도 받지 않으시는 분이었고 그의 자신감도 타고난 것이었다.소은정이 태한그룹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곳에 서 있는 홍하얀을 발견했다.홍하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곳에 있었다.홍하얀의 표정은 초조한 듯 보였고 너무 쉽게 사람들에게 간파될 정도였다.소은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지금 절 기다리는 건가요?”홍하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소은정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낸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왜죠?”회사에서든 밖에서든 홍하얀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줄곧 냉담했다.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다지 반갑지도 않은, 그리고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 깊이 사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은정이다.홍하얀은 심호흡을 하고 소은정의 몸에 걸친 오피스룩을 훑어보았다. 그녀 옷들은 그녀 특유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했고, 그녀에게 맞춤 제작된 스타일과 브랜드는 홍하얀조차도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다."대표님, 박 회장님께서 저더러 박수혁 대표님을 돌보라고 해서 저도 곤란해요."홍하얀은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은정의 담담한 표정을 한 번 바라보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수혁 씨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지만, 가문을 위해서라도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기분이 나쁘시거나 수혁씨와 화해하고 싶다면 저는
소은정은 어리둥절해 했고, 전동하는 눈을 반짝였다. "마이크는 오랫동안 당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당신이 직접 가서 그 아이에게 요리를 하는 것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어때요?"소은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이크는 이 좋은 소식을 듣게 되자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도련님, 호텔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가정부의 말은 들은 경호원은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서는 안 돼. 어른 둘이 함께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라며 대꾸했다.마이크 역시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래서 굳이 그들을 따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차에서 내리면서 소은정과 전동하가 서로 웃고 떠들었다. 동하는 아이스크림을 한 개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소은정은 기분 좋게 웃으며 받아 물고 맛있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이들의 모습을 본 가정부는 “선남선녀 시네요,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라며 감탄을 했다.경호원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가정부를 쳐다보았다. "당신 누구 편인가요, 저희 도련님이 더 잘 어울리세요!"마이크 역시 경호원의 말에 동의하며 “맞아요!”라고 말했다.그는 신이 나서 은정에게 달려가 머리를 젖히고 예쁜 누나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와, 좋은 냄새!"예쁜 누나,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소은정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보송보송한 곱슬머리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를 매만졌다."당연하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원하는 답을 얻자 마이크는 만족한 듯 고개를 들어 무심코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도발적인 시선은 마치 "봐, 아빠는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전동하은 입술을 깨물고 손을 뻗어 소은정의 몸에서 그를 빼냈다."예쁜 누나는 아이스크림 먹을 거니까 안고 방해하지 마."목소리는 부드럽게 그를 타이르지만, 마이크는 그렇고 싶지 않았다.자신의 이 늙은 아버지는 그가 예쁜 누나를 마음대로 안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질투하는 것이다. 그는 분명히 질투하는 것이다!
방금 전 삐긋한 덕으로 그녀는 이 방 안의 정경이 사뭇 이상하리만큼 따뜻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적어도 그녀가 이혼하기 전에 동경했던 결혼생활은 지금 이 장면이 아닐까.하지만 바라던 남편의 모습이 전동하로 바뀌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 깊이 바라던 것이 무엇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손목에 통증이 전해올 때쯤, 전동하는 그녀를 반쯤 끌어안고 싱크대로 가 그녀의 손목을 찬물로 씻었다.이 자세는 심히 공격적이고 애매모호했다, 소은정은 팔을 벌리고, 전동하는 그녀의 손목이 아플 가봐 더욱 부드럽게 움직이며, 팔을 풀고 다친 곳을 끌어안으며 자신이 다친 것 마냥 가슴 아파하며 상처를 불어줬다.자신의 눈앞에 있는 전동하의 모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은정의 가슴팍은 무언가에 가볍게 두들겨 맞은 듯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얼른 눈을 내리깔고 팔을 빼며 엷게 웃었다. “괜찮아요, 이젠 안 아파요.”당황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손목에 기름 한 방울이 튀었을 뿐, 찬물에 씻겨 시뻘겋게만 남았지만 그녀의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에는 금세 시퍼렇게 되었다.전동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직접 요리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제가 사려 깊지 못한 것입니다.”손목을 잡고 나가는 동작이 강해서 은정은 더 이상 부엌에 머물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은정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런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겪었었고, 다만 매번 이를 악물고 참아냈을 뿐이니까, 그 순간은 아팠지만, 요리를 마치고 나면 그녀는 금세 행복해졌었다. 특히 수혁을 위해 매 끼니를 만들 때면 그런 기분은 더 했었다.하지만 그런 사실을 그 영원히 모를 것이다."예쁜 누나 무슨 일이에요?"마이크가 달려와 자신의 아버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소은정은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아니야, 기름에 튀었을 뿐인데 부엌에서."라며 속삭였다.스테이크 타겠다!전동하는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내가 가볼게요, 당신은 움직이지 마요.”라고 했
소은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신의 손을 무심코 뺐다. “안 아파요.”그녀는 표정이 굳어버린 전동하를 바라보며 방금 전의 마음속의 망설임도 사라졌다.마이크는 그녀에게 전동하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달려들었는지는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상기시켰다.자신이 어떻게 그를 도화지처럼 여길 수 있겠는가?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왔고, 아무런 일도 엮이지 않으려 했다.전동하는 침착하게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았고, 소은정의 면전에서 아이를 때리기도 어려웠기에 애써 침착하게 웃음을 유지했다.다만 그 웃음에는 어떠한 온기가 깃들어 있지 않았다.그는 소은정에게 눈을 돌려 "말도 안 되는 일이야."이라며 "미국에 있을 때 주치의가 매우 게으른 사람이라 나 혼자 응급처치 배워 둘 수밖에 없다"라고 애써 설명했다.소은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적절한 선을 그었다."정말 괜찮아요. 이제 아프지 않아요. 이 연고가 아주 좋네요.”전동하는 허탈한 듯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양미간의 침착함을 유지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연고를 집어 들었다. “조금 뒤에 내가 새 연고 하나 더 줄게.”“보아하니, 전 대표님의 준비성이 아주 철저하시네요?”"어린아이가 있으니, 언제든 방심하면 안 되죠."동하는 이렇게 말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마이크를 바라보았다.마이크는 혀를 내두르며 소은정의 뒤로 움츠러들었다.그를 탓할 수 없다, 아버지가 예쁜 누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에게 곧 새엄마가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식사를 마친 소은정은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전동하는 직접 그녀를 수혁의 저택으로 돌려보냈고, 주차도 매너 있게 해주었다.밤은 물처럼 차가웠고, 등불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겼다.동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언론이나 주식시장은 걱정 마요, 제대로 조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고마워요.”"고맙다고 이미 여러 번 얘기했어요."소은정은 그를 바라보며 "전 대표님, 서울에 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