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신의 손을 무심코 뺐다. “안 아파요.”그녀는 표정이 굳어버린 전동하를 바라보며 방금 전의 마음속의 망설임도 사라졌다.마이크는 그녀에게 전동하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달려들었는지는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상기시켰다.자신이 어떻게 그를 도화지처럼 여길 수 있겠는가?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왔고, 아무런 일도 엮이지 않으려 했다.전동하는 침착하게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았고, 소은정의 면전에서 아이를 때리기도 어려웠기에 애써 침착하게 웃음을 유지했다.다만 그 웃음에는 어떠한 온기가 깃들어 있지 않았다.그는 소은정에게 눈을 돌려 "말도 안 되는 일이야."이라며 "미국에 있을 때 주치의가 매우 게으른 사람이라 나 혼자 응급처치 배워 둘 수밖에 없다"라고 애써 설명했다.소은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적절한 선을 그었다."정말 괜찮아요. 이제 아프지 않아요. 이 연고가 아주 좋네요.”전동하는 허탈한 듯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양미간의 침착함을 유지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연고를 집어 들었다. “조금 뒤에 내가 새 연고 하나 더 줄게.”“보아하니, 전 대표님의 준비성이 아주 철저하시네요?”"어린아이가 있으니, 언제든 방심하면 안 되죠."동하는 이렇게 말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마이크를 바라보았다.마이크는 혀를 내두르며 소은정의 뒤로 움츠러들었다.그를 탓할 수 없다, 아버지가 예쁜 누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에게 곧 새엄마가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식사를 마친 소은정은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전동하는 직접 그녀를 수혁의 저택으로 돌려보냈고, 주차도 매너 있게 해주었다.밤은 물처럼 차가웠고, 등불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겼다.동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언론이나 주식시장은 걱정 마요, 제대로 조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고마워요.”"고맙다고 이미 여러 번 얘기했어요."소은정은 그를 바라보며 "전 대표님, 서울에 땅이
곧 이를 눈치챈 직원들은 묵묵히 에어컨 온도를 올렸고, 이내 회의실은 따듯해졌다.대형 스크린.실제 차량과 1 대 1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으며, 칩과 시스템은 사고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사용했다.하지만 스크린 속 차는 다양한 도로 속에서 산길, 평지, 울퉁불퉁한 물길 등 가리지 않고 아주 잘 달렸다.상대편에서 질주해 오는 차량을 보면 속도를 줄이면서 불을 밝혔고, 비가 오면 스스로 운전 속도를 늦추고 달렸다.차량의 앞에 물체를 감지하면 유연하게 우회해서 지나갔다.인도에 사람이 지나가면, 멈추어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돌발 상황이 오면 자동경보장치가 작동되었고, 차는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운전되었고 사람이 개입하는 극한 상황에서 급감속을 하더라도 관성을 극복하고 최대한 유연하게 주차까지 하며 명령에 완전히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시뮬레이션에서 차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였고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실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는 오작동이 되었다.모두가 차량의 변화를 꼼꼼히 체크하며 한 치의 오차도 놓치지 않았다.소은정은 턱을 괴고 스크린 위에 시선을 집중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내려고 했다.하지만 모든 데이터는 정상 범위 내에 있었다.맞은편 박수혁도 잠시 소은정을 보다가 다시 스크린으로 관심을 돌렸다.박수혁의 눈은 어두워졌고, 스크린의 모의 시연과 통제 불능 차량의 기록을 보면서 얼굴이 조금씩 어두워졌다.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펑' 사건 당시의 소리로 이 사건의 참혹함을 일깨웠다.유럽 쪽도 마찬가지였다.영상이 끝나자 맞은편에서 "뭔가 보이시나요?"라며 참지 못하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소은정은 책상을 두드렸다. "신나리씨, 당신의 분석을 말해보세요."그녀가 신나리에게 질문했다.이 분야에서 그녀는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칩은 모든 면에서 정상적이며 0-1 사이의 반응도 최적화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AI의 반응은 30초 전에 우회하라
소은정이 눈을 들었을 때 박수혁과 시선과 마주쳤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입꼬리를 찡그렸다.박수혁은 "시스템 데이터는 정상이고 칩 기록이 정상인 이상 가장 비정상적인 것은 하나겠군요."라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두들 침묵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저거 시뮬레이션 한 차량."한참 동안 모두들 입을 다물고 충격을 금치 못하며 박수혁의 말을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였다."차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박수혁은 입을 열었다. "차는 맞춤 제작이지만 각 방면에서 인공지능과 배합하는 부품은 다른 맞춤 제작 회사에서 나오죠.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본 사람 있나요?"라며 질문했다.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사건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이만 해산하죠.”박수혁이 입을 열자마자 화상 채팅 회의를 곧바로 종료되었다.소은정의 수혁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정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자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그런데 박수혁이 지금 소은정이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은정은 "브레이크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라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수혁은 "역시 똑똑하네."라고 말했다.은정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같이 식사하지?"라며 박수혁이 제안했다.은정은 “내가 여러 번 거절했는데, 당신이랑 같이 먹기 싫은 거 몰라?”라며 되물었다."모르겠어, 밥이 뭐가 잘못됐지?" 박수혁이 어리둥절해하며 웃었다.그의 이런 무례한 태도에 대해 은정은 어이가 없어 가볍게 콧방귀를 뀌고 바로 회의실을 떠났다.회의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임춘식 쪽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과연 그들의 예상이 맞았다, 그들의 인공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이었던 것이다.브레이크 시스템은 미국의 한 회사가 개발한 최신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사무실 안은 한순간 고요했다.박수혁은 고개를 살짝 들며 임춘식의 의아한 시선을 보았다."그 회사는 내가 사람을 보내 조사하도록 하지. 배후는 미국 쪽 사람들이고, 주주들은 다른 나라의 재계의 거물들이니, 억지로 부딪히지 않도록 하고, 굳이 은정까지 끌어들일 필요도 없고,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말을 들은 임춘식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몇 초 뒤 그는 참지 못하고 "저 회사는 힘이 막강하고 자본원이 복잡한데 대표님이 눈여겨 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라고 입을 열었다.박수혁과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수혁의 능력과 배경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의 투자 방향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박수혁이 거성 그룹을 눈여겨 본 것도 거성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연구개발팀이 충분히 믿을 만하면서도 혁신적이었기에 투자 초기, 거성 그룹의 잠재력을 지켜만 보았을 뿐이었다.하지만 뜻밖에도 박수혁은 당시 거성 그룹의 라이벌 회사에 투자했다.온갖 시련을 겪었지만 결국 살아남은 건 임춘식의 거성 그룹이었고, 임춘식은 덕분에 한 발한 발 여기까지 왔고, 눈앞의 박수혁을 점점 더 이해하게 된 것이다.그들은 사업판의 싸움꾼들이고, 박수혁은 그 판을 짜는 사람이다.과거의 편견을 버리고 항상 맨 앞으로 도약하는 박수혁의 능력은 늘 사람을 탄복하게 한다.그의 세력이 해외에까지 닿았는데, 발전이 비약적으로 빠른 미국의 과학기술을 무시할 이유가 더더욱 없었다.게다가 소은정이 모르게 하라는 건, 도저히 뭐가 두려운 거지?임춘식의 의심의 눈초리로 박수혁을 바라보았고 점점 차갑게 변하는 수혁의 시선에 임춘식은 온몸에 한기가 감돌았다.그는 입술을 찡그리며 냉소했다. "나는 돈은 얼마든지 있지만, 외국의 핵심 기술에 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거예요. 임 대표님,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도 오늘은 없었을거예요."라고 말했다.수혁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고 더 이상 부연 설명하기를 꺼렸다. 박수혁과 임춘식 사이에는
”은정 아가씨께서는 자율주행차량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고, SC 그룹 내부의 사업 거래도 있어 아가씨께서 후속 접촉을 하고 있지만, SC 그룹의 기밀과 관련해 깊어 조사할 사람을 따로 보내지 않고 있는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박수혁은 “응.” 하고 무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밤, 아가씨께서 그린 클럽에서 몇몇 파트너들과 식사를 하신다고."라고 이한석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그린클럽은 태한 그룹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고급 프라이빗 클럽으로 외부에는 개방하지 않고 회원 자격 또한 엄선한 곳이다.이 모든 소식은 이한석이 당연히 가장 먼저 손에 넣을 수 있었다.저녁 무렵 소은정은 약속대로 그린 클럽에 도착했다.이런 곳은 프라이버시가 보호가 우선적이라, 적지 않은 사업가들과 스타의 첫 번째 선택지이다.하지만 테이블을 잡는 가격대는 보통 사람이 소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었다.몇몇 협력업체의 낯이 익은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기자들에게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이곳을 택한다.소은정은 출장 간 소은호를 대신해서 이곳에 왔고, 그녀는 정작 여기가 어떤 곳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예약한 룸에 도착하고 보니 사람들이 거의 다 와있었다.룸으로 들어가기 전에 소은정은 친근한 미소로 바꾸었다.들어서자마자 다들 그녀에게 친근하게 인사했고, 은정도 내빼지 않고 바로 메인 자리로 가서 입을 열었다."1년 동안 고생하셨으니 앞으로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그녀는 와인 한 잔을 들고 단숨에 마셨고, 곧 비서에게 술잔에 술을 과일주스로 바꾸게 하였다. 모두가 그녀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도 않았다, 각종 인사말과 아부 또한 은정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만큼 선을 지켰다.보통의 여자라면 술자리의 조미료일 뿐, 장난을 치고 손발을 놀리는 것은 흔한 일이겠지만눈앞의 여인은, SC 그룹의 공주님이시고, 미래의 자신들의 사모님이 되실 분인데, 누가 감히 그녀를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모두들 웃고 떠드는 술자리가 한참 지나자, 소
소은정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 이 방의 악취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뒤에 있던 홍하얀은 눈치도 없이 그녀에게 다시 달려들었다."가지 마세요, 아가씨, 가지 마세요, 당신도 보셨죠, SC 그룹이 홍경 그룹의 협력을 빼앗았기 때문에 저는 곧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었어요. 만약 이번 협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 가족은 저를 가만두지 않을 거에요."소은정은 몸을 옆으로 돌렸고,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홍하얀은 잔뜩 취해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술에 취해서 담이 전보다 커졌지만, 소은정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았다.그녀는 차갑게 홍하얀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는 건데, 사람은 모두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SC 그룹은 한 사람이 불쌍하다고 해서 자신이 취할수 있는 더 큰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그녀는 논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고 더 이상 홍하얀에게 해줄 말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홍하얀은 장대표가 SC 그룹과의 계약을 깨게 할 방법으로 이곳까지 온 것이니.그들이 만약 계약을 깨게 된다면 그것이 곧 홍하얀의 능력이었고, 소은정은 여타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SC 그룹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홍하얀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점차 절망적인 눈빛을 띠었다."당신에겐 그저 손드는 것처럼 쉬운 일인데, 굳이 사람을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야 하는 건가요?"그녀는 참지 못하고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소은정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짜증이 났다, 스스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놓고, 왜 자신과 연관을 짓는 것인가?자신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남에게 베풀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소파 위의 장 대표는 잔뜩 취해서 술잔을 들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자, 한 잔 마셔요.”홍하얀은 마치 그 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술잔을 공포에 질려 바라보았다."아니, 장 대표님, 저는 정말
소은정이 막 이 여자를 밀어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이 밖에서 심하게 열리면서 홍하얀이 바닥에 밀쳐지면서 비명을 질렀다.키가 크고 훤칠한 그림자가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차가운 얼굴은 빛에 더욱 차갑게 보였고,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그는 차가운 눈초리를 쓸어 내렸다. 소은정이 멀쩡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한순간 누그러졌다가 다시 단단히 비틀렸다.홍하얀이 술기운으로 바닥에 엎드려 소은정의 치마를 잡아당기고, 뒤에 있던 장대표가 아파서 뒹굴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박수혁의 도착으로 홍하얀은 완전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홍하얀은 아직 수혁의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어르신은 아직 홍하얀에게 희망을 놓지 않았을 뿐더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홍하얀이 홍해일과 홍경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장대표와 만남을 가져 계약서를 돌려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야 홍 씨 일가가 계속해서 태한 그룹에 압박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단지 자신에게 도망칠 구멍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었던 거였다.박수혁의 마음속에 있는 상대가 누군지 그녀는 잘 안다.홍하얀의 취기는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순간 그녀는 술기운에 정신을 잃으면서, "살려줘요,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라고 말했다.소은정은 온몸에 옅은 한기가 맴돌아 징그럽게 자신의 옷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옷을 잡아당겼다.박수혁은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 홍하얀에게 발길질을 하며 홍하얀의 어깨를 세게 걷어찼고, 그녀는 아파서 이를 악물다 이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기절하는 척 쓰러졌다.쓰러진 채로 수혁이 자신의 차가운 목소리를 억제하려고 애쓰며 소은정에게 하는 말을 엿들었다."저들이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수혁은 은정을 달래면서도 걱정되는 말투로 묻고 있었다. 소은정은 담담하게 고개를 숙여 한 번 보고 말했다."굳이 나더러 술을 마시게 하더군, 난 마시고 싶지 않았어, 곧 너희 집 사람이 될 홍하얀씨가 계약서 하나 때문에 술 마시러 나오는 것도 너
박수혁은 밖으로 나오자 소은정이 어두운 안색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다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신사답게 거리를 둔 채 그녀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 거리가 멀지는 않아 통화 내용이 들렸다. 소은정, “맞아요. 지금부터 홍경그룹의 주식을 다 매수하고 홍경그룹의 협업사들을 다 매수해요. 적자여도 상관없어요.”박수혁은 그녀를 보며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은정을 이 정도로 화나게 하는 거 보면 아까 단순하게 술을 권한 것은 아니다. 취하게 만들려고 했다. 어디 감히.전화를 끊자 소은정은 곁눈질로 박수혁을 발견했다. 그는 다가갔다. “많이 화났어?”“괜찮아!”박수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려 했지만 소은정이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는 웃었다. “괜찮아, 아무도 너를 괴롭힐 수 없어.”“박 대표님 또 김칫국 마시네.”소은정은 나긋하게 그를 바라보고 다시 룸으로 들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불쾌한 밤이었다. 박수혁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가 완벽한 우연의 만남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 일 때문에 그의 계획이 무산됐다.소은정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고 있다. 그녀의 차는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겨 다른 기사님을 연락해서 데리러 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 찬 바람이 불자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박수혁이 다가가자 그녀에게서 은은한 꽃 향이 맡아졌다.“데려다줄게.”소은정, “너의 착한 마음을 거절할게.”“나한테 빚진 것이 있을 텐데.”박수혁은 은근슬쩍 얘기를 꺼냈다. 소은정은 고개를 돌리고 그를 보며 웃었다. “이게 너의 조건이야?”만약에 이게 진짜 그의 조건이라면 힘들게 이긴 이유가 사라진다. 박수혁은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럼 잘 생각하고 말해.”박수혁은 길가에 롤스로이스를 가리켰다. 그의 몸값에 알맞은 차였다. “너 추울까 봐. 왜? 내가 너 팔기라도 하겠어?”소은정은 눈을 희미하게 뜨고 갸우뚱하며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탁할게!”박수혁은 긴 한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