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저택.정원에 들어선 홍하얀은 홍경영의 차를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홍경영이 본가로 돌아올 때면 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게 관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에 홍하얀은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과연 홍하얀이 문을 열자마자 유리 재떨이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문에 부딪혀 산산조각 난 유리조각이 홍하얀의 흰 얼굴에 상처를 냈다.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든 홍하얀의 시야에 홍해일, 홍경영 두 부녀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 굳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본 순간 홍하얀은 눈을 질끈 감았다.결국 이렇게 된느구나.“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기어들어와! 박수혁을 꼬시라고 했더니 이런 사고를 쳐!”홍경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재벌 2세 한 명 꼬셔서 팔자 고치려는 게 네 꿈 아니었니? 너희 엄마가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보고 못 배웠나 봐?”홍경영은 대외적으로는 친절하고 너그러운 성격이었지만 이복동생인 그녀에게만큼은 잔인할만큼 차가웠다.홍경영의 말에 홍하얀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홍해일을 바라보았다.하지만 홍해일도 결코 그녀의 편은 아니었다.생물학적 아버지란 이유로 그녀를 들이긴 했지만 홍하얀의 존재는 홍해일 인생의 오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홍경영이 그녀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해 왔었다.이 집안에서 그녀의 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홍하얀은 한 마디 변명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불안과 공포가 발끝부터 온몸을 휘감았다. 태한그룹에서 쫓겨난 걸 벌써 알게 된 걸까? 설마 그녀가 한 짓들 모두 알게 된 걸까?묵묵부답인 홍하얀의 모습에 홍경영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챘다.“어디서 벙어리인 척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비천한 사생아 주제에! 너 같은 건 존재 자체가 죄악이야.”표독스러운 얼굴로 악담을 뱉은 홍경영이 홍하얀을 거세게 밀치고 홍하얀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넘어지고 만다.하늘이 무너
말을 하면 할 수록 화가 치미는지 홍경영은 다시 다가가 홍하얀의 뺨을 날렸다.“너 때문에 나까지 얼굴 다 팔렸다고! 너 같은 걸 동생이라고... 네가 이러고도 우리 집안 사람이야?”워낙 좁은 사교계 바닥에서 소은정이 홍경그룹의 홍하얀을 내쳤다는 소식은 이미 퍼질대로 퍼진 상태였다. 그 덕분에 이복동생인 그녀까지 덩달아 웃음거리가 된 걸 생각하니 홍경영은 화가 치밀었다.홍경영에게 맞은 뺨이 화끈거렸지만 그것보다 홍하얀을 더 아프게 하는 건 모욕감과 수치심이었다.소은정,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소은정의 복수는 처절하도록 차가웠다. 차라리 그녀를 때리고 욕했다면 이 정도로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소은정은 홍경그룹 전체를 타깃으로 잡았다.홍하얀 따위는 그녀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소은정의 말 한 마디면 그녀는 물론 홍하얀의 유일한 희망인 홍경그룹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듯 말이다.한편, 바닥에 쓰러진 채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홍하얀을 바라보는 홍경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네 엄마란 여자도 저 갸련한 얼굴로 화목했던 그녀의 가정을 파탄냈었지.짝!다시 한번 홍하얀의 뺨을 날린 홍경영이 물었다.“말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홍하얀은 모든 걸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SC그룹.소은정이 영업부 부장의 보고를 듣고 있던 그때, 우연준이 노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이 부장을 바라보자 부장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홍경그룹 홍해일 대표가 직접 연락을 주었습니다. 홍하얀 씨가 저지른 짓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군요.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도 다시 나누고 싶고요.”우연준의 말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저번에 만날 때까지만 해도 태한그룹을 등에 업은 채 소은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굴더니 웬만큼 급했나 보다.그깟 프로젝트 하나 빼앗았다고 대표가 직접 나선다라... 웃기네.“아니요. 앞으로 홍경그룹과의 협력은 없다고 전하세요.
SC그룹 근처 고급 자동차 안.마이크의 양옆에 앉은 아주머니와 보디가드가 간식을 기다리는 유치원 학생처럼 정자세로 앉아있다.그리고 조수석에는 전동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아주머니도, 보디가드도 평소라면 마이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적극적으로 해줬을 테지만 전동하가 앞에 있으니 조심스레 숨만 내쉴 뿐이었다.이때 마이크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내리라고요. 예쁜 누나랑 단둘이 데이트하기로 했거든요! 제3자는 빠지라고요!”마이크는 자신의 의견을 더 강력히 피력하려는 듯 어깨에 손까지 올린 채 씩씩거렸다.반면 아이패드로 메일을 확인하던 전동하가 고개를 들었다.“아빠도 좀 끼자. 은정 씨랑 일적으로 할 말도 있고. 어차피 식사만 하는 자리잖아.”“안 된다니까요!”마이크가 입을 삐죽 내밀고 소리쳤다.예쁜 누나랑 단둘이 데이트할 기회가 흔한 줄 알아! 그게 아빠라도 안 돼! 절대로!마이크가 고집을 꺾지 않자 전동하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아빠가 안 가면 박수혁 대표가 갑자기 끼어들 수도 있는데?”아빠의 말에 마이크가 미간을 찌푸렸다.“그것도 안 돼요!”아빠보다 능글맞은 아저씨가 100배는 더 싫었으니까.전동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너 혼자서 박수혁 대표를 상대할 수 있겠어?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잖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 아빠랑 예쁜 누나 사이가 좋아져야 마이크랑도 더 친해지지 않을까?”아빠의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마이크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아저씨보다는 아빠랑 먹는 게 나을지도. 하지만...“그런데 아빠. 예쁜 누나랑 내가 친하게 지내는 건 아빠랑 전혀 상관없는데요?”마이크의 반박에 전동하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마이크의 양옆에 앉은 아주머니와 보디가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도련님이 똘똘해서 다행이야. 저녁 내내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건 싫다고!“아빠는 열심히 일이나 해요. 그래요 나랑 미래의 와이프, 그러니까 예쁜 누나는 아빠 유산으로 살아야 한단 말이에요.”이런! 아들 자식
마이크가 끊임없이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아쉽게도 소은정의 머릿속에는 닿지 않은 모양이다.“괜찮죠, 당연히.”결국 전동하까지 자리에 끼게 되자 실망한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짓던 마이크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호랑아!”방금 전 불쾌함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 마이크는 소호랑을 와락 껴안았다.잠시 후, 레스토랑 앞에 차가 도착하고 마이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나, 아빠 먼저 들어가요. 난 조금 있다가 들어갈 거니까.”또 무슨 귀여운 짓을 꾸미나 싶어 피식 미소를 짓던 전동하와 소은정이 먼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전체를 빌린 듯 내부에는 두 사람 말고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았고 그들을 위한 테이블에는 분위기 있는 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전동하는 젠틀하게 소은정을 위해 의자를 빼주었고 자리에 앉은 소은정은 레스토랑 주위를 둘러보았다.잠시 후, 커다란 상자에 커다란 국화 꽃다발을 든 마이크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커다란 국화 꽃다발을 본 소은정과 전동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괜히 따라왔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던 전동하는 왠지 불안한 예감에 휩싸였다.촛불, 선물, 그리고 꽃다발...설마 프러포즈라도 하려는 건가?아들의 입에서 또 무슨 폭탄 같은 말이 튀어나올까 전동하가 전전긍긍하던 그때, 마이크가 짧은 다리로 뛰어오더니 하얀 꽃다발을 소은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예쁜 누나, 이 국화꽃처럼 영원히 예쁘길 바랄게요!” 두둥!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전동하는 아무것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윽, 저게 내 아들일 리가 없어!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색한 미소만 짓던 소은정은 잠깐 멈칫하다 결국 꽃다발을 받아들었다.아직 아이니까... 모를 수도 있지.“고마워, 마이크.”하지만 말과 달리 촛불 저편으로 꽃다발을 치워버렸다.하지만 두 어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이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이건 선물이에요! 예쁜 누나만을 위한 특별한 사진이죠!”상자를 연 소은정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저번에 프랑스
하, 이 꼬마 자식, 몇 번 놀아줬더니 날 가짜 호랑이라고 말해?소호랑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꼬리를 탕탕 내리쳤다.소호랑의 반박에 마이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테이블에 놓인 쿠키를 소호랑에게 건넸다.“진짜라고? 그럼 이거 먹어봐!”소호랑은 마이크의 손길을 피하러 애썼지만 결국 다시 마이크에게 잡히고 입까지 반쯤 벌려지고 말았다.내가 힘이 조금만 더 셌어도...“안 먹어! 그래, 나 가짜 호랑이다. 됐냐!”밀림의 왕인 내가 어쩌다 저런 꼬마한테...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겨우 마이크의 품에서 벗어난 소호랑은 부르르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원망 섞인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엄마, 얼른 저 꼬마 자식을 혼내란 말이야!하지만 소은정은 그런 소호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사에 집중할 뿐이엇다.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동하와 함께 식사를 하려니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특히 마이크와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빛에 마음은 더 불편해졌지만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엇다.그렇게 묘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치고 소은정은 전동하의 차에 앉아 집으로 향했다.소은정 아파트 앞, 어느새 잠이 든 마이크의 볼을 살짝 어루만진 뒤 소은정은 소호랑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마이크가 준비한 선물 상자를 들고 차에서 내린 전동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죄송합니다. 마이크가 흰 국화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요.”“아니에요. 모르고 한 일인데요 뭐.”“다음에... 장미를 준비한다면 더 기쁘게 받아주실 건가요?”장미? 그건 연인들 사이에나 주는 꽃이잖아.전동하의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챈 소은정이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전 선인장이 더 좋아서요.”온몸에 가시를 두른 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선인장...소은정의 대답에 전동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네, 알겠습니다. 제가 취향 맞추는 거 하나는 잘하거든요.”한편, 박수혁의 저택박수혁이 집문을 들어서자 허스키가 헐레벌떡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목발을
한편,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한진의 전화를 받은 소은정은 부랴부랴 다시 집을 나섰다. 박수혁이 절뚝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드는 그녀였다. 그런데 그 다리 때문에 다른 사고가 생긴 거라면... 그래서 평생 장애라도 남는다면 평생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지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최성문이 운전대를 잡고 20분 남짓 되는 거리를 소은정은 10분만에 달려왔다.소은정이 저택으로 들어서자 오한진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달려나왔다.“은정 대표님, 큰일났습니다. 아까 계단에서 넘어지시더니 지금은 열이 펄펄 끓고 계세요. 어떡하죠?”오한진의 말에 소은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병원에 연락은 했어요?”소은정의 질문에 살짝 당황하던 오한진이 바로 대답했다.“연... 연락은 했는데 박 교수님이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좀 좀 지체될 것 같답니다.”오한진의 설명에 소은정은 바로 박수혁의 방으로 향했다. 창백한 안색에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힌 걸 보니 정말 아픈 게 분명해 보였다.박수혁의 곁을 지키는 허스키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목발을 물어뜯으며 놀고 있었다.그냥 넘어진 거라면서... 왜...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은정 대표님, 어떡해요! 은정 대표님, 저희 대표님이 은정 대표님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시죠. 제발 곁에 있어주세요.”오한진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소은정이 손을 뻗어 박수혁의 이마를 짚으려던 그때, 박수혁의 큰 손이 갸녀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눈을 뜬 박수혁의 깊은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막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은정아, 아직은 내가 걱정되는 거지? 맞지?”잔뜩 쉰 박수혁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묻어있었다.아픈 사람이 힘은 왜 이렇게 센지.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손목을 떨쳐낼 수 없자 소은정은 체념한 듯 대답했다.“다리,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그제야 박수혁의 창백한 안색에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그래. 그래도 좋으니까 내 옆에 있어줘.”다시 눈을 감은 박수혁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박수혁의 눈가에 한순간 희열이 가득했다. 그러곤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어떻게 너보고 처리하라하겠어?”오한진은 2보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말했다. 박수혁은 오한진의 조언을 정말 잘 써먹고 있었다.소은정은 눈쌀을 찌푸리곤 얼음을 그의 이마에 놓았다.“쉬운 일이야. 의사가 오면 괜찮을테니까 좀 참아.”박수혁의 얼굴이 짐짓 굳어졌다.“이러면 끝이야?”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난 네 몸에 손대지 않았어.”방금 박수혁이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손대는거 싫다고 말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할말을 잃었다.마침 소은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박수혁은 핸드폰에 보여진 이름을 슬쩍 훓어봤다. 전화 건 사람은 전동하였다.박수혁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밤도 늦었는데 왜 전화했대?”이 말을 하는 박수혁은 질투 대폭발이였다. 질투나고, 화나고, 심지어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소은정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입술을 오므렸다. “공적인 일이야.”그녀는 설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말을 마치고 일어서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박수혁은 그녀가 멀어져가는걸 보고만 있었다. 눈에서는 스파크가 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는 질투에 눈이 멀 지경이었다. 숨 죽이고 문앞에 귀를 댄후 그들의 통화를 엿듣고있다.마이크가 건 전화였다.“이쁜 누나, 못본지 몇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보고싶어요. 누나도 저 보고싶었어요?”“당연하지, 나도 너 보고싶어......”소은정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덕분에 박수혁의 얼굴은 더 차갑게 변했했다.......소은정은 전화를 끊고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우두커니 서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 실크로 된 셔츠는 구겨져있고 검은색셔츠는 그의 피부를 더 하얗게 돋보이게 하였다. 비정상적인 창백한 피부였다.엄청난 슬픔과 차가운 분위기가 박수혁의 주위를 감싸고있다. 두가지 감정이 교차되면서 그의 눈가는 분노와 아픔이 서려있었다.소은정은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 “너.....
박수혁은 무서웠다. 영원히 소은정을 잃을까 두려웠다!박수혁은 자신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고 말하고 소은정이 전동하를 선택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소은정을 자신의 곁에 가둘 만가지 방법이 있기때문이다.소은정은 어이없다는듯 그를 밀어낸다. 꾀병을 부리는 박수혁보다 더 힘이 세다. 냉소를 짓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계속 아프고 있어. 의사 곧 올거니까.”말을 마친뒤 뒤돌아 자리를 떴다. 계단을 내려갈때 마침 오한진과 의사를 마주쳤다. 다들 급해보이지 않고 걱정되지도 않아보였다.최성문은 엄숙한 얼굴로 뒤에서 재촉하고 있다. 소은정이 계단을 내려오는걸 보고 오한진은 다급히 마중나갔다.“아가씨, 혹시 필요한게 있으세요? 있으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굳이 내려오실 필요없는데.”소은정은 온기가 없는 차가운 시선으로 오한진을 흘깃 쳐다봤다. 그녀는 대답대신 최성문을 바라봤다.“가자.”“네.”오한진은 얼이 나갔다. 박수혁이 급하게 계단을 내려와 뒤쫓아나가는것을 보고는 단번에 알아차렸다.대표님 정말 깊이도 감추셨네요!오한진 본인도 대표님 다리가 언제 회복되었는지 몰랐다.하지만 박수혁은 아직 자신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소은정네가 한발 먼저 박수혁 집을 나갔다. 그는 실망한듯 제자리에서 오한진과 의사를 평온하게 봐라봤다.“소은정 화났어.”오한진은 생각했다. 소은정이 화가 나지 않을리가 있나! 의사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대표님, 아무래도 저......”박수혁은 의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필요없어요.”의사는 박수혁말대로 돌아갔다.오한진은 차가운 분위기를 느끼며 그자리에 남겨져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수없는 일이다. 두사람 모두 너무 기가 쎄다.“대표님, 올라가서 쉬실래요?”오한진은 소은정을 거짓말로 데려왔지만 박수혁이 망쳤으니 오한진을 탓할수 없다. 소은정이 화 났다고 자기를 죽여 소은정 기분 좋게 하려는건 아니겠지.하지만 오한진이 아는 박수혁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윗층의 허스키가 자신의 우리에 지팡이를 놓으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