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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새로운 감정의 시작

소은정은 박수혁의 말에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홍하얀이 강서진의 슈트 재킷을 입고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황급하게 떠나는 모습이 불쌍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본 이는 없었다.

소은정이 다시 시선을 돌려 어두워진 얼굴을 한 박수혁을 담담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심장 부근에서 둔통이 느껴졌다.

심호흡을 한 번 한 소은정은 그제야 조금 나아진 모습으로 입을 뗐다.

“박수혁, 너 괴롭힐 생각 없었어. 그냥 네가 빨리 벗어났으면 한 거지.”

소은정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진지했다.

“그동안 우리 사이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 박 대표님, 나 신경 써줘서 고마워, 하지만… 미안, 너랑 다시 만나는 건 못 할 것 같아.”

말을 하는 소은정은 지나치게 담담했다.

하지만 소은정의 말을 들은 박수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제자리에 굳어 한곳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손을 꾹 말아 쥐었다.

소은정의 마음속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길게 지속되지 않았고 그녀는 금방 침착해졌다.

길게 아픈 것보다 짧게 아픈 것이 나았다.

이렇게 계속 얽히는 것보다 차라리 끊어내는 게 두 사람에게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그동안 박수혁을 만나면서 소은정은 감동보다는 왜 그때 박수혁이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그녀는 괴로워졌고 박수혁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박수혁의 눈빛 속에 담긴 고통스러움과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은정은 숨이 멎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까지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먼저 갈게.”

침묵을 지키던 소은정이 고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말을 마친 그녀가 일어서며 자리를 뜨려 했다.

“소은정…”

그때, 박수혁이 소은정을 불러 세우더니 창백해진 얼굴로 웃었다.

“네 거절 나는 안 받아들일 거야!”

박수혁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너 포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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