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옷을 벗은 박수혁은 바지도 벗을까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행여나 팬티 차림의 박수혁을 보고 소은정이 질색히여 도망이라도 치면 큰일이 아닌가.윗옷을 벗은 박수혁은 거울에 자신의 몸매를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떡 벌어진 어깨, 곧게 뻗은 쇄골 탄탄한 가슴과 선명한 식스팩, 이 정도면 그 어떤 여자라도 흔들리겠지.이때 박수혁의 귓가에 다시 오한진의 말이 울려 퍼졌다.“대표님 그 좋은 몸매 가만히 두고만 계실 겁니까? 가지고 계신 조건은 충분히 이용하셔야죠. 그리고 그 몸매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샤워, 게다가 지금 대표님은 거동까지 불편하시니 최적의 기회라고 볼 수 있죠. 오늘 은정 대표님이 조금이라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절반은 성공하신 겁니다.”박수혁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똑똑똑.”왠지 모를 긴장감에 박수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어, 은정아. 나 안에 있으니까 들어와.”박수혁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박수혁, 너 천하의 박수혁이잖아. 떨지 마.“느끼하게 쳐다보지 마시고 눈은 감고 계세요. 은정 대표님이 마음껏 대표님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게요...”오한진의 말을 떠올리며 박수혁은 두 눈을 스르륵 담았다.문이 닫히고 곧 물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물 온도를 적당하게 맞추고 물이 다리에 튀지 않도록 담요까지 다리에 덮어주는 등 다정한 손길에 박수혁의 숨결이 가빠지기 시작했다.바디워시를 묻힌 샤워볼이 몸에 닿자 박수혁의 몸은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샤워볼로 등, 팔을 닦아내는 손길은 너무나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후덥지근한 욕실, 귓가에 들리는 건 두 사람의 숨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뿐이었다.그렇게 손길을 즐기던 박수혁은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평소라면 핀잔을 주든 불평을 하든 무슨 말이라도 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박수혁은 다시 오한진의 말을 떠올렸다.“아마 은정 대표님도 긴장하셔서 이런저런 핑계를
솔직히 최성문이 방금 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아마 샤워가 끝날 때까지 소은정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농락당한 것 같은 기분에 화가 치밀었지만 화를 풀 데가 없으니 더 가슴이 답답했다.반면 최성문은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박수혁의 질문에 대답했다.“아, 아가씨께서 대표님 샤워 시중을 들라고 분부하셨습니다. 마사지까지 해드리라고...”비록 경호원으로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오한진 그 돼지 같은 자식은 잠에 깊이 빠졌는지 아무리 차도 꿈쩍도 하지 않으니 그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금지옥엽 은정 아가씨가 이런 짓까지 하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휠체어를 잡은 박수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한편 최성문은 알아서 선택을 마쳤는지 샴푸 하나를 다시 세면대에 올려놓고 박수혁의 머리를 감기려 했다.최성문의 손길이 박수혁의 머리에 닿으려던 순간, 박수혁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당장 나가요!”정말 이대로 최성문에게 몸을 맡기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한편, 최성문은 의아하다는 듯 박수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뭐야? 방금 전까지 손길을 마음껏 즐기던 남자가 왜 갑자기 변덕이래?잠깐 망설이던 최성문이 물었다.“대표님, 마사지는 안 받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은정 아가씨가 분부한 일은 무슨 일이든 해내야 한다는 게 최성문의 신조였다.이런! 마사지는 개뿔!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최성문을 노려보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요.”그제야 최성문은 어깨를 으쓱하고 어깨를 나섰다. 두 번이나 말했는데도 싫다고 했으니 은정 아가씨도 이 일로 그를 나무랄 수 없을 테니까.최성문이 나가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박수혁은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한 뒤에야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있었다.오한진 이 자식... 최성문을 완전히 치워버릴 자신 있다며! 샤워만 하면 은정이랑 가까워질 수 있다며!겨우 이성을 되찾고 샤워 가운을 걸친 채 욕실을 나선 박수혁은 바로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소은정의 모습에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헐렁한 샤워 가운은 박수혁의 쇄골을 그대로
소은정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독설가로 유명했다. 특히 그녀의 말에 대놓고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 박수혁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통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소은정은 박수혁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준 뒤돌아섰다.“잘 자.”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박수혁, 그딴 수작은 나한테 안 통해. 우리 두 사람이 다시 잘 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단호하게 돌아서는 소은정의 모습을 바라보는 박수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씁쓸한 미소를 짓는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의 하는 말 마디마디마다 그의 심장을 난도질했지만 억울하다 불쌍한 척을 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다.이 모든 게 그가 자초한 일이었으니까!......한편, 전동하와의 프로젝트도 슬슬 시작되기 시작했다. SC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거성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스마트 닥터 제품 디벨롭을 핵심 목표로 정했다.저번 제품이 출시된 후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까지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국내 AI 시장은 태한, SC그룹이 완전히 독점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다른 회사들에게 추월당하는 건 시간문제, 어떻게든 핵심 기술을 손아귀에 꼭 잡고 있는 게 중요했다. 소은정이 이번 프로젝트를 기존 제품 디벨롭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전동하의 막대한 자본이 흘러든다면 기술 개발 단계에서 제품 생산, 출시까지 더 빨리 진행될 게 분명, 물론 그 수익을 나누는 이가 하나 더 늘어나긴 했지만 멀리 보면 이쪽이 훨씬 더 이득이었다.모든 게 완벽하게 진행되는 그때, 소은정의 마음에 유일하게 거슬리는 건 바로 태한그룹이었다.태한그룹도 거성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니 이번 일도 박수혁이 끼어들 가능성이 많았지만...휴, 됐어.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원한 정도야 뭐.이른 아침, 소은정은 화이트톤의 슬림핏 원피스를 입고 거실에 나타났다. 원피스에 달린 진주 브로치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코디에 우아함을 불어넣어 주었다.소은정의 등장에 오한진이
우아한 몸놀림으로 스시를 집는 박수혁의 모습은 우아한 예술 행위 그 자체였다.“그렇게 해야 철이 빨리 들 것 같아서.”소은정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리자 박수혁이 말을 이어갔다.“운 좋게 재벌가에서 태어난 게 다면서 항상 다른 사람 하대하고. 그럼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 매장에서 직접 일해 보라고 했어. 갑질 같은 것도 당해보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그제야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뭐, 오빠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박예리는 성깔을 전혀 고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소은정은 빠르게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다.텅 빈 집 박수혁, 오한진 두 사람만 남자 오 집사가 두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다.“대표님, 어제 분위기 어떠셨습니까?”하, 이 자식 감히 그 사건을 입에 올려?어제 당했던 수모가 떠오르며 박수혁은 매섭게 오한진을 노려본 뒤 말없이 휠체어를 끌고 서재로 들어갔다.......SC그룹, 소은정은 출근 후 바로 전동하에게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메일로 보냈고 거성그룹 임춘식과도 바로 컨택을 시작해 계약서 세부사항은 거성그룹에서 작성하기로 결정을 내렸다.세 회사가 계약서 세부사항에 대해 상의를 나누는 장소는 거성그룹으로 정했다. 전동하가 거성그룹의 연구실 수준을 보고 싶다는 말도 장소를 정하는데 한몫했다.오후 미팅을 나서기 전 회사 사원 명단을 쭉 훑어보던 소은정은 이번 프로젝트에 그녀와 함께 할 직원을 한 명 골랐다.그녀의 눈에 든 건 바로 인턴사원 남종석, 수많은 엘리트 사원들 사이에서 그녀가 남종석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아직 인턴사원인 남종석은 별다른 백도 없었고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다 보니 순수하고 올곶은 면이 있었다. 적어도 그의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야심과 탐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온전히 그녀가 키워낸 사원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전동하와 소은정 일행은 거성그룹에 도착한 뒤로 바로 임춘식이 마련한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임춘식은 낯선 얼굴인 남종석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
살짝 언짢긴 해도 예의상 딱히 묻지 않았지만 소은정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눈치챈 전동하가 싱긋 미소 지었다.“마이크가 굳이 소 대표님한테 선물로 가져다주라더군요. 대표님께서 좋아하실 거라고. 뭐,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어깨를 으쓱한 뒤 전동하는 테이블에 꽃을 내려놓고 임춘식과 형식적인 안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참나, 이 자식... 국화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걸 믿은 내가 바보지...한편, 마이크가 고집을 부렸다는 말에 그제야 소은정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꼬맹이, 며칠 안 봤다고 벌써 보고 싶네.각 회사 직원들 사이에 인사도 끝나고 임춘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자, 그럼 가시죠.”회의실에 도착한 소은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박수혁이 직접 왔다고? 휠체어에 앉아있긴 했지만 그 날카로운 눈빛에 담긴 차가운 포스만은 여전했다.굳이 다친 다리를 끌고 여기까지 와야 했나 싶다가도 워낙 태한그룹에도 중요한 프로젝트니 직접 온 것이지 싶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늘은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 회의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40분 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중 전동하는 따로 소은정과 상의할 일이 있다며 소은정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의 눈동자에 살짝 질투가 서렸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임춘식이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왜요? 질투 나십니까?”“저 옆에 있는 비서는 뭡니까?”생각지 못한 질문에 항상 침착한 분위기의 임춘식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박수혁의 생각은 이러했다. 전동하는 아들도 있는 싱글 대디인데다 세상을 뜬 와이프를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으니 소은정과 잘 될 리가 없다고. 오히려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건 소은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새 수행비서였다.그는 임춘식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기 전 오한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대표님, 명심하세요. 절대 다른 남자들에게 기회를 주시면 안 됩니다. 물론 그 어떤 남자도 대표님과 비교할 수는 없겠
직급으로 제대로 눌러주려나 했는데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자 임춘식이 입을 삐죽거렸다.“소은정 대표가 공과 사를 구분 못 할 정도로 엉망인 대표는 아니니까요.”그런 임춘식을 쏘아보던 박수혁이 덤덤하게 말했다.조금이라도 잘난 구석이 있으면 바로 견제에 들어갔겠지만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듯한 어린애에게 소은정이 마음을 빼앗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한편, 임시 사무실로 돌아온 소은정과 전동하는 거의 모든 면에서 의견이 일치했고 덕분에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대화를 마치고 전동하는 볼일 때문에 호텔로 돌아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소은정은 그런 전동하를 배웅했다.“요즘 마이크가 안 보이네요. 저번 교통사고 때문에 많이 놀랐나 봐요?”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싱긋 웃엇다.“테러도 겪어본 애가 그런 사고에 겁을 먹을 리가요. 가정교사 몇 명 붙여줬는데 숙제가 조금... 많아서 공부 중입니다.”“아...”불쌍한 마이크. 여기나 저기나 부모들 등쌀에 애들만 죽어나가는구만.“얼굴 보고 싶으시면 호텔로 바로 가시죠. 마이크도 은정 누나 보고 싶다며 아주 매일 울고불고 난리입니다.”“네, 그럴게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때, 뒤편에서 박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퇴근하는 거야?”소은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 인간 왜 아직도 안 가고 여기 있어?전동하는 예의상 고개를 까닥해 보였고 박수혁도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동하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도 박수혁의 눈빛은 소은정에게만 향해 있었다.“얘기 다 나눴으면 더 할 일 없는 거 아닌가 해서. 같이 집 갈래?”저 인간이 정말. 여기가 어디라고. 뭐? 같이 집을 가? 사람들이 오해라도 하면 어쩌려고!이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전동하는 젠틀하게 소은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박수혁은 스스로 휠체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탈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뻔뻔한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나더러
"네, 알겠어요."계단을 오르던 그때, 또다시 들리는 문소리에 소은정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최성문과 박수혁이었다.이번에도 오한진은 오버스럽게 반가워하며 다가갔다.“박 대표님 오셨습니까? 오늘 몸은 불편하지 않으셨죠? 우리 대표님도 참, 아프시면 얼굴이 상할 만도 한데 여전히 멋지시다니까요. 이렇게 보면 은정 대표님과 정말 잘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박수혁을 집까지 모신 뒤 소은정의 뒤를 따르던 최성문이 흠칫 멈춰 서더니 고개를 돌렸다.“오 집사님, 다시 박수혁 대표님과 저희 아가씨를 엮으면 정말 가만히 안 있습니다.”하지만 오한진은 그런 그의 말에 겁을 먹기는커녕 잔뜩 감동한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매섭게 노려보기만 하던 그가 뭔가 리액션을 보였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였으니까.최성문의 말에 소은정도 웃음을 터트렸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관리했다. 딱 봐도 일이 자기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데... 아무리 밉다지만 생명의 은인한테 너무한 게 아닌가 죄책감이 들어서였다.“큼큼, 대표로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 중 하나니까요.”누가 봐도 어색하고 형식적인 칭찬이었지만 박수혁은 기분이 꽤나 좋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역시 은정이가 뭘 좀 알아.”겉치레뿐인 칭찬이라 해도 좋았다 이렇게 소은정이 그를 칭찬해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휴, 남자들도 참 단순해.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더니 진짜였구만?최성문도 방금 전 자신의 말이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대표님, 오늘도 샤워하실 겁니까?”말주변이 워낙 없는 그인지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순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진지한 최성문의 얼굴과 차갑게 가라앉은 박수혁의 표정을 본 순간, 어제 완벽했던 계획이 모두 실패했음을 눈치채고 바로 주방으로 도망쳤다.......잠시 후, 방으로 돌아온 소은정은 전동하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비즈니스 파티가 열리는
소은정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전동하 대표가 교통사고에 관한 단서를 알아냈대. 오늘 늦게 들어올 수도 있어.”“조심해.”박수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은정과 최성문이 집을 나서려던 그때 이때 오한진이 헐레벌떡 달려왔다.“저도 갈래요. 은정 대표님,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네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한진이 상처를 받을까 꾹 참는 오한진이었다.“제가 있는 한 아가씨는 안전하십니다.”최성문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더 안전하지 않겠어요?”오한진은 기대 섞인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뭐라고 말씀 좀 해보십시오!잠시 고민하던 박수혁이 결국 입을 열었다.“데리고 가. 혹시라도 위험하면 방패로라도 쓰게.”“그래.”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파티장, 최성문이 먼저 차에서 내려 소은정을 에스코트했다.고급 정장을 빼입은 전동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주위는 저희가 통제하고 있습니다.”생각지 못한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었다.전동하의 배려에 소은정이 싱긋 미소 지었다.소은정과 전동하가 파티장으로 들어가고 최성문은 두 사람과 살짝 거리를 둔 채 뒤를 따랐다. 이때 오한진이 바싹 붙으며 소곤댔다.“저분은 누구세요?”“모릅니다.”괜히 이름을 말했다간 더 귀찮게 달라붙을 것 같은 느낌에 최성문은 모른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오한진이 아니었다.“설마 은정 대표님한테 관심있는 거 아니에요? 좀 가까이 가봐요. 보디가드잖아요.”부드럽지만 포스있는 자태, 조각같은 이목구비, 딱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다 분위기가 묘하게 박수혁과 비슷했다.이러다 뺏기는 거 아니야?하지만 최성문은 오한진을 힐끗 바라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런, 내 말은 죽어도 안 듣는다 그거지? 어쩔 수 없지. 이 몸이 직접 나설 수밖에.한편, 전동하와 함께 파티장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은은한 음악, 럭셔리하지만 과하지 않은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