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이한석을 바라보았다.정말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알면서 일부러 시비를 걸어도 이한석은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박수혁이 왜 매번 그에게 패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자신의 상사가 조금 안쓰러웠다.이한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작별인사를 고했다.“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전동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래요. 다리가 불편해서 마중은 못 나갑니다. 다음에 저한테 선물할 거면 제 사무실로 직접 보내달라고 전해주세요.”이한석은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그래도 선물을 무사히 전달했으니 임무는 완성이었다.한편, 소은정은 소은호의 사무실에 있다가 이한석이 나간 뒤에야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왔다.그녀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말했다.“이제 가죠?”전동하가 웃으며 물었다.“휴가 신청은 통과된 거죠?”소은정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은호는 힘들었던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기에 흔쾌히 휴가에 동의했다.전동하가 그녀에게 손짓하며 물었다.“이거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다가가서 물었다.“이게 뭐예요? 이렇게 큰 다이아가 어디서 났어요?”그녀는 보석을 집어들고 찬찬히 살피고는 다시 내려놓았다.“누가 선물했어요?”“이한석 씨가 다녀갔어요. 박 대표가 내가 돌아온 걸 축하한다면서 선물까지 보냈다네요?”소은정은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박수혁 이 자식은 또 무슨 생각으로 남자에게 보석을 선물했지?’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잘 보관해요. 나중에 그 집에 무슨 축하할 일이 생기면 다시 돌려보내죠.”전동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이 원한다면야.”두 사람은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우연준이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두분 잘 놀다 오세요!”전동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럼 수고하세요.”우연준은 요즘 안색이 많이 바뀐 소은정을 보고 못내 기뻤다.서
옆에 있던 젊은 레지던트가 웃음을 터뜨렸다.소은정은 아이를 안아들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됐어. 이제 그만. 다음에 또 아픈 척하고 등교를 거부하면 지혁 오빠랑 같이 사교육 받게 할 거야.”새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는 한숨을 쉬며 의사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애가 철이 없어서… 이럴 줄은 저도 몰랐네요.”의사는 이해한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어쨌거나 아이가 아픈 게 아니라 다행이네요.”말을 마친 의사는 그들을 문앞까지 배웅했다.새봄이는 소은정의 품에 안겨서도 시선은 잘생긴 레지던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긴 복도를 지나 입구에 도착하자 뒤에서 걷던 전동하가 담담히 말했다.“혼자서 걷게 이제 내려줘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이를 내려주었다.새봄이는 다가가서 아빠의 손을 잡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아빠, 나 저 오빠 너무 좋아.”“안 돼.”전동하는 싸늘하게 아이의 말을 끊었다가 너무 과했나 싶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는 허락 못해. 너무 늙었잖아.”비록 지금은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지만 새봄이에 비하면 늙었다는 표현도 과한 게 아니었다.그러니 이런 일은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그 짧은 시간에 전동하의 머리속에는 막장 드라마와도 같은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갑자기 마음이 아팠다.새봄이는 눈을 깜빡이며 그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아빠, 나 호빵 먹고 싶어.”아이는 작은 손가락으로 문앞에 있는 노상 매점을 가리켰다.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결국 새봄이는 자기 머리만한 호빵을 안고 차에 올랐다.전동하는 아이가 아무 일 없다는 걸 확인해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는 고개를 돌리고 소은정에게 물었다.“당신은 진작 알고 있었죠?”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내가 아까 사실을 말했어도 당신은 아마 안 믿었을 거예요.”전동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렇게 작정하고 아픈 척하는데 어떻게 안 믿냐고!그런데 그게 거짓말이었다니
전동하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 집사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장욱도 긴장을 풀고 화제를 돌렸다.“네. 지진이 난 후 재건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에서 일부 지원해 주기로 했고 생각보다 순조로워요. 매출도 꽤 괜찮은 편이고요.”식사는 그나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식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취기가 오른 장욱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전동하는 그 모습이 꼴보기 싫어 베란다로 바람 쐬러 나갔다.소은정은 미소 띤 얼굴로 장욱을 바라보았다.장욱은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여자들과 대화할 때도 화제가 끊이지 않았고 말은 많은데 짜증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는 술기운을 빌어 창문을 통해 몰래 전동하를 잠깐 훔쳐보고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은정에게 물었다.“은정 씨, 얼마 전에 이상한 소문 하나 들었는데 궁금하지 않아요?”“안 궁금해요.”“있잖아요. 며칠 전에 제 친구가 병원에서 박수혁 씨를 만났는데 거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요? 글쎄 헌혈을 하고 있었대요!”살짝 취한듯한 장욱은 뭐 재미난 소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절주절 떠들었다.“제가 아는 박수혁 대표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 피를 빨아먹으면 모를까 세상에 헌혈이라니요? 그래서 제 친구가 알아봤는데 헌혈의 대상자가 글쎄 여자래요. 그것도 유부녀….”소은정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지나 했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 그의 말을 끊었다.“장 대표님,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는 걸 보니 혹시 박 대표한테 관심 있어요?”그 말에 장욱이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이 요즘 상황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아서 말씀 전해드린 거죠. 은정 씨가 듣기 거북하다면 됐어요.”“그 사람이 잘살 건 못살 건 그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 쓸데없이 수다나 떨 거면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소은정이 싸늘한 어조로 대꾸했다.밖에서 돌아온 전동하가 웃으며 대
두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40분 넘게 걸어서 겨우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했다.전동하는 피곤하지도 않은지 오는 내내 그녀에게 농을 걸었다.두 사람을 본 경비 직원이 마중을 나왔다.전동하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물었다.“목 안 말라요? 물 마실래요?”오면서 계속 말을 했더니 목이 말랐다.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전동하는 생수를 가지러 경비실로 들어갔다.소은정은 휠체어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풍경이 아주 좋았다. 주변에 다 조용한 사람들 뿐이라 시끄럽지도 않았다.멀리서 키가 크고 약간 마른 남자가 사모예드를 끌고 이쪽으로 다가왔다.강아지는 소은정을 보자 반가워서 펄쩍펄쩍 뛰었다.남자는 강아지에게 끌려 휘청거렸다.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딘가 낯이 익은 거로 보아 이곳에 사는 주민 같았다.남자도 소은정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은정 씨, 어디 불편해요?”소은정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부주의로 발을 좀 다쳤어요.”남자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누구랑 나왔어요? 돌봐줄 사람은 있어요?”그냥 걱정해서 물어본 것인데 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짓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네. 사촌오빠랑 같이 나왔어요.”하지만 곧바로 후회했다.여기서 사촌오빠가 왜 나와?이 남자가 전동하의 얼굴을 모를 리 없었다.그 순간, 경비실에서 생수를 챙겨 밖으로 나오던 전동하가 그들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한번 노려보고는 웃으며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은정이 사촌오빠입니다.”남자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 사람 소은정 남편이잖아? 왜 사촌오빠라고 한 거지?’며칠 전에 TV에 나와 인터뷰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사촌지간이라고?정말 재밌는 부부였다.전동하는 생수병을 그녀에게 건네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동생아, 이제 집에 갈까?”소은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소지혁은 가장 맏이로써 스스로 나서서 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해주었다.소찬식은 그 모습이 무척 흐뭇했다.한참 열심히 공부하던 새봄이는 그 자리에서 잠들어 버렸다.한편, 병원.남유주는 며칠간의 요양을 거쳐 이제 침대를 내려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용인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안색도 생기가 돌아왔다.그녀는 박수혁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박수혁은 의도적으로 그녀의 연락을 피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유주는 실망하지 않았다.그녀는 이한석에게 연락했고 이한석은 오후에 시간을 내서 그녀를 찾아왔다.“결정하셨나요?”그들이 진료비가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었다.남유주가 배상에 관한 얘기를 한마디도 안 꺼내고 있으니 혹시라도 나중에 뭔가 큰 거를 요구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남유주는 고개를 깨물며 말했다.“내일 찾아갈게요. 박 대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아닙니다. 당연한 거죠. 그럼 배상 문제는….”이한석이 말끝을 흐렸다.남유주는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했다.“알아서 하세요. 사실 내 몸에 난 상처 대부분이 남편한테 맞은 거고 당신들은 그저 운이 안 좋아서 나랑 마주친 것뿐이니까요.”이한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나중을 위해 여기 각서에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번 일로 나중에 우리 대표님을 귀찮게 안 한다는 각서요.”남유주는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이한석은 미리 준비했던 서류를 꺼냈다.남유주는 주저 없이 사인한 뒤, 말했다.“박 대표님한테 꼭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헌혈해 주셔서 감사하다고.”이한석은 흠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한 일을 한 거죠.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누구라도 그렇게 했었을 겁니다.”그는 각서를 챙겨 가방에 넣고 카드 한 장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이건 박 대표님 마음이니 받아두시죠.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거든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이민혜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네가 고용한 가정부들, 너무 별로야. 매일 시준이만 감싸고 도는데 그러다가 애 버릇 나빠져.”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래서 그 어린애를 보살필 사람도 없이 방치하라고요?”그는 어린 나이에 해외로 보내졌던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서 화가 치밀었다.이민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집에 고용인들 물갈이 좀 하고 내가 직접 애를 보살피겠다고.”박수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애 보는 거 쉬운 일 아니에요. 그런 일은 가정부들한테 맡기고 그냥 편히 쉬세요.”이민혜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내 손자 내가 돌보는데 뭐가 힘들어? 나한테 애를 맡기는 게 못미더워서 그래?”박수혁은 싸늘하게 그녀를 쳐다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가정부들 잘하고 있어요. 시준이도 그 사람들이랑 많이 편해졌고요. 전문적인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전 전문가들을 믿어요.”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기분이 확 나빠진 이민혜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냥 내가 못미더운 거지 전문가는 무슨. 너 아직도 소은정 그년 때문에 내가 미운 거지?”“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 그리고 예리가 네 가족이야. 집안을 좀 봐봐. 이제 누가 남았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다 비웃어. 넌 가문 이미지가 바닥에 처박히는 건 신경도 안 쓰이니?”박수혁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며 뒤돌아섰다.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에서 은은한 분노가 흘러나왔다.“가문 이미지요? 그거 다 당신들 때문에 추락한 거잖아요. 어머니가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실 처지는 아니죠.”이민혜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이게… 네 진심이니?”“전 거짓말 같은 거 잘 못해요. 어머니랑 예리가 남을 음해하려 하지 않았으면 우리 가문 아무 문제 없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떠나지도 않았을 거고요.”박수혁의 목소리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이민혜도 지지 않고 분노를 터뜨렸다.“그래서
남유주도 소은정을 기억하고 있었다.일부러 술 취한 척 비틀거리던 여자.소은정이 그녀를 알아보고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남유주의 뒤에서 술 취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귀뺨을 날렸다.소은정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조심해요!”남유주는 종이인형처럼 힘없이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화들짝 놀란 소은정은 떨어지는 남유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남유주의 어깨가 소은정과 부딪치면서 거대한 충격에 의해 둘은 같이 뒤로 쓰러졌다.돌발 상황이라 아무런 대비도 없었기에 소은정은 두 사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불길한 예감이 스치던 찰나, 누군가가 나타나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하지만 보호를 받지 못한 남유주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소은정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허리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는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박수혁이 보였다.그는 바로 손을 치웠다. 손끝에 아직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이 발단을 만들어낸 당사자를 노려보았다.클럽에서 놀던 사람들도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신나는 음악은 계속 흘러나왔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상황을 목격한 클럽 직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사장님!”그들은 남유주를 에워싸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소은정이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 박수혁이 다가가서 직원들에게 말했다.“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구급차를 호출했다.박수혁은 소은정을 돌아보았다. 아까 넘어지기 전에 하이힐 굽이 계단에 걸리는 바람에 한쪽은 맨발로 서 있었다.그가 한숨을 쉬며 신발을 챙기러 다가가는데 더 가까운 곳에 있던 직원이 하이힐을 주워 그녀에게 건넸다.“저희 사장님 잡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소은정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별말씀을요.”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녀는 못내 미안했다.사람들이 상황을 눈치채고 빨리 달려와줘서 다행이었다.박수혁이 다가와서 물었다.“
직원들이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룸으로 들어가기 전, 소은정은 직원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정말 사장님 남편인가요?”직원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러시는 거 한두 번이 아니에요. 시도 때도 없이 가게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고 가세요. 친구들이랑 가게에 와서 술을 마시고 계산을 안 하는 건 기본이고 폭력도 자주 휘둘러서 저희 사장님이 병원에 실려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죠.”“가정폭력은 범죄잖아요. 왜 신고를 안 했죠?”직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김하늘이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만해. 네가 궁금한 거 내가 답을 해줄 수 있어.”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따가 설명해 줄게. 그래도 오늘 박수혁 덕분에 위험한 상황을 면할 수 있었어. 그 사람도 여기로 부를까?”소은정이 말했다.“네 생일파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결국 김하늘은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 생각은 바로 포기했다.전동하가 겉보기에 매너 있고 부드러워 보여도 속은 쪼잔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굳이 그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웃으며 소은정에게 자리를 권했다.“됐어. 어차피 친한 사람들끼리만 모였는데 여기 데려와도 본인이 불편할 거야.”소은해는 마이크를 잡고 무아지경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노래를 다 부른 그는 준비한 꽃과 선물을 김하늘에게 건넸다.김하늘도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술을 좀 많이 마셨다.소은정이 한정판 티파니 팔찌를 선물하자 김하늘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취기가 오른 일행은 진실게임을 하기로 했다.회전판이 돌아가자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곳을 주시했다.김하늘이 걸리자 소은해가 큰소리로 말했다.“오른쪽 옆에 있는 사람한테 10초 키스하기!”김하늘의 오른쪽에는 소은해가 앉아 있었다.친구들이 불만을 토해냈다.“그건 아니지!”“노잼이야!”하지만 소은해는 그들의 발언을 깡그리 무시하고 김하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입술이 가까이 다가오자 김하늘이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