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혜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네가 고용한 가정부들, 너무 별로야. 매일 시준이만 감싸고 도는데 그러다가 애 버릇 나빠져.”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래서 그 어린애를 보살필 사람도 없이 방치하라고요?”그는 어린 나이에 해외로 보내졌던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서 화가 치밀었다.이민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집에 고용인들 물갈이 좀 하고 내가 직접 애를 보살피겠다고.”박수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애 보는 거 쉬운 일 아니에요. 그런 일은 가정부들한테 맡기고 그냥 편히 쉬세요.”이민혜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내 손자 내가 돌보는데 뭐가 힘들어? 나한테 애를 맡기는 게 못미더워서 그래?”박수혁은 싸늘하게 그녀를 쳐다보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가정부들 잘하고 있어요. 시준이도 그 사람들이랑 많이 편해졌고요. 전문적인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전 전문가들을 믿어요.”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등을 돌렸다.기분이 확 나빠진 이민혜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냥 내가 못미더운 거지 전문가는 무슨. 너 아직도 소은정 그년 때문에 내가 미운 거지?”“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 그리고 예리가 네 가족이야. 집안을 좀 봐봐. 이제 누가 남았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다 비웃어. 넌 가문 이미지가 바닥에 처박히는 건 신경도 안 쓰이니?”박수혁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며 뒤돌아섰다.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에서 은은한 분노가 흘러나왔다.“가문 이미지요? 그거 다 당신들 때문에 추락한 거잖아요. 어머니가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실 처지는 아니죠.”이민혜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이게… 네 진심이니?”“전 거짓말 같은 거 잘 못해요. 어머니랑 예리가 남을 음해하려 하지 않았으면 우리 가문 아무 문제 없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떠나지도 않았을 거고요.”박수혁의 목소리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이민혜도 지지 않고 분노를 터뜨렸다.“그래서
남유주도 소은정을 기억하고 있었다.일부러 술 취한 척 비틀거리던 여자.소은정이 그녀를 알아보고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남유주의 뒤에서 술 취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귀뺨을 날렸다.소은정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조심해요!”남유주는 종이인형처럼 힘없이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화들짝 놀란 소은정은 떨어지는 남유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남유주의 어깨가 소은정과 부딪치면서 거대한 충격에 의해 둘은 같이 뒤로 쓰러졌다.돌발 상황이라 아무런 대비도 없었기에 소은정은 두 사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불길한 예감이 스치던 찰나, 누군가가 나타나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하지만 보호를 받지 못한 남유주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소은정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허리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는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박수혁이 보였다.그는 바로 손을 치웠다. 손끝에 아직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이 발단을 만들어낸 당사자를 노려보았다.클럽에서 놀던 사람들도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신나는 음악은 계속 흘러나왔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상황을 목격한 클럽 직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사장님!”그들은 남유주를 에워싸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소은정이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 박수혁이 다가가서 직원들에게 말했다.“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구급차를 호출했다.박수혁은 소은정을 돌아보았다. 아까 넘어지기 전에 하이힐 굽이 계단에 걸리는 바람에 한쪽은 맨발로 서 있었다.그가 한숨을 쉬며 신발을 챙기러 다가가는데 더 가까운 곳에 있던 직원이 하이힐을 주워 그녀에게 건넸다.“저희 사장님 잡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소은정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별말씀을요.”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녀는 못내 미안했다.사람들이 상황을 눈치채고 빨리 달려와줘서 다행이었다.박수혁이 다가와서 물었다.“
직원들이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룸으로 들어가기 전, 소은정은 직원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정말 사장님 남편인가요?”직원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러시는 거 한두 번이 아니에요. 시도 때도 없이 가게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고 가세요. 친구들이랑 가게에 와서 술을 마시고 계산을 안 하는 건 기본이고 폭력도 자주 휘둘러서 저희 사장님이 병원에 실려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죠.”“가정폭력은 범죄잖아요. 왜 신고를 안 했죠?”직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김하늘이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만해. 네가 궁금한 거 내가 답을 해줄 수 있어.”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따가 설명해 줄게. 그래도 오늘 박수혁 덕분에 위험한 상황을 면할 수 있었어. 그 사람도 여기로 부를까?”소은정이 말했다.“네 생일파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결국 김하늘은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 생각은 바로 포기했다.전동하가 겉보기에 매너 있고 부드러워 보여도 속은 쪼잔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굳이 그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웃으며 소은정에게 자리를 권했다.“됐어. 어차피 친한 사람들끼리만 모였는데 여기 데려와도 본인이 불편할 거야.”소은해는 마이크를 잡고 무아지경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노래를 다 부른 그는 준비한 꽃과 선물을 김하늘에게 건넸다.김하늘도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술을 좀 많이 마셨다.소은정이 한정판 티파니 팔찌를 선물하자 김하늘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취기가 오른 일행은 진실게임을 하기로 했다.회전판이 돌아가자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곳을 주시했다.김하늘이 걸리자 소은해가 큰소리로 말했다.“오른쪽 옆에 있는 사람한테 10초 키스하기!”김하늘의 오른쪽에는 소은해가 앉아 있었다.친구들이 불만을 토해냈다.“그건 아니지!”“노잼이야!”하지만 소은해는 그들의 발언을 깡그리 무시하고 김하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입술이 가까이 다가오자 김하늘이 얼굴을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전동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여기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예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해주었다.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같이 올걸 그랬어요.”“누가 거기서 사고 날 줄 알았겠어요? 그리고 별일 없었잖아요.”소은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으나 전동하는 죄책감을 얼굴에서 지우지 못했다.“그래도 옆에 있었어야 했는데.”“괜찮아요. 항상 붙어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난 놀러 나왔고 당신은 회사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일하는 사람을 부를 수는 없죠.”전동하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은 환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당신은 나를 너무 좋아해서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나 봐요!”그녀에게서 알싸한 알코올향이 났고 혀도 짧아져 있었다.간드러진 목소리가 그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익숙한 차량을 힐끗 보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따뜻한 톤의 가로등 불빛이 그들을 비추었다.차 안에서 누군가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이 길목에서 사라진 뒤에야 차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이제 그녀를 바라보는 것마저 사치가 되었다.한 사람을 잊는 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더 겪어야 할까?박수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배를 끌어안았다. 며칠 사이 회식을 전전하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위염이 재발한 것 같았다.오늘 밤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끼니도 챙겨 먹지 못했다.위가 텅 비어서 속이 쓰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왔다.하지만 참는 게 몸에 배어버린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갑작스럽게 발병한 위경련에 그는 정신이 아찔해졌다.통증이 천천히 가라앉자 그는 이미 땀범벅이 되었다.자정이 넘어 도시 전체가 조용해졌다.창밖을 바라보니 쓸쓸한 그의 마음을 위로라도 하려는 듯, 비가 내리고 있었다.그는 힘겹게 핸드폰을 찾아 이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20분 뒤, 이한석이 현장에
이한석은 박수혁의 가족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이민혜가 와봐야 짜증만 유발할 테니 차라리 안 부르는 게 나았다.박시준은 착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서 도움도 안 되고 박수혁에게는 투명인간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래서 가족에게 알려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이한석은 일단 잠을 자기로 하고 소파에 누웠다.그는 남유주가 병실에 있다는 걸 잠시 망각했다.다음날, 박수혁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낯선 환경을 둘러보던 그는 어젯밤 차 안에서 봤던 광경과 병원에 실려오던 장면이 떠올랐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돌리다가 옆 침대에 누운 낯익은 여자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음침한 표정으로 침대를 내려왔다. 하룻밤 푹 잤더니 통증은 많이 완화된 상태였다. 그는 바깥 소파에 잠든 이한석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가서 맞은편에 앉았다.이한석은 여전히 달게 자고 있었다.박수혁은 다가가서 커튼을 열었다. 환한 햇살이 방 안을 비추자 이한석이 드디어 눈을 번쩍 떴다.“대표님?”박수혁이 음침한 눈빛으로 안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지?”이한석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그게… 어제 입원 절차 마무리하고 계산하고 나오다가 만났어요. 그런데 그 남편이 밖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남유주 씨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이대로 보냈다가 인명사고라도 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대표님 병실로 데리고 들어왔죠.”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퇴원절차 마무리해. 지금 퇴원할 거야.”“대표님, 의사는 며칠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고 술도 마시지 말라고 했어요.”이한석은 주절주절 의사의 당부를 전했지만 박수혁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고 입을 다물었다.술을 안 마실 수는 없었다.태한그룹을 이끄는 박수혁 대표도 회식이나 미팅은 피해갈 수 없었다.나이든 꼰대들을 만날 때면 술은 필수였다.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짐을 싸서 회사로 돌아갔다.회사에 갈아입을
남유준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10대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할아버지였어요. 그렇게 소중한 가족이 꼭 이 남자와 결혼하라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 없었어요. 사실 이형욱은 돈 빼면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매너도 없고 인간성도 결여된 사람이죠.”“난 이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내가 이혼하면 혀 깨물고 자살한다고 하시더군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운명의 장난이었다.만약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사랑을 주지 않았더라면 협박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도망쳤을 것이다.아니, 처음부터 그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어릴 때 할아버지는 그녀를 극진하게 보살폈다.남유주는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였다.부모도 없는 그녀가 아프기라도 하면 할아버지는 밤잠을 설치며 그녀를 돌봤다.그녀는 그런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하지만 가세가 기울면서 서서히 불행이 찾아왔다.할아버지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임을 남유주에게 맡겼다.그리고 이형욱과 결혼하라고 강요했다.그녀는 식을 올리고 3개월 만에 도망쳤다.“경호원이 도주를 도왔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함께한 친구였거든요. 그 일로 그 경호원은 일자리를 잃었죠.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눈이 맞아 도망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륜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되었죠. 그러니 이형욱은 내가 얼마나 밉겠어요.”남유주가 담담히 말했다.햇살이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김하늘이 인상을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역시 남자들은 믿을 게 못 돼.”소은정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다 그런 건 아니에요. 내가 운이 없었죠. 두 분은 결혼하고 행복하잖아요.”그녀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두분 인터뷰 봤어요. 그분이 남편분이시죠? 그날 은정 씨 데리러 오신 분.”“그날 온 사람은 정신과 전담의였어요. 그분이 남편을 대신 불러
남유주는 통증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적응한 걸지도 모른다. 부상당한 부위를 건드리지 않으면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익숙한 번호였다.“저녁에 집에 한번 오거라.”할아버지의 연락이었다.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그녀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귀국한 뒤로 그녀는 한 번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미웠다.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하지만 가족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그녀의 그런 불만을 철없는 어리광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자신들이 그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실제로 그녀가 이혼만 하지 않으면 그녀는 할아버지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었다.남유주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시던 할아버지가 이형욱 같은 쓰레기와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가라고 강요하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그 때문에 그녀는 인생이 망했다.흐느끼는 소리에 박수혁이 잠에서 깼다.하지만 그녀 본인은 느끼지 못했다.울다 지친 그녀가 이불을 걷었을 때, 자신을 빤히 바라보든 칠흑 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남자는 울어서 빨개진 그녀의 눈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한참 지난 뒤, 그는 시선을 거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인간 감옥 보내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이 정도의 도움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왜일까?소은정을 닮은 두 눈이 계속 슬픔을 담고 있는 게 마음이 걸려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저버렸던 소은정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까?그는 그녀가 안쓰러웠고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소은정은 이미 보상이 필요 없었다.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보상해 주고 싶었다.이렇게 해서 편해질 수만 있다면.남유주의 눈에 생기가 잠시 돌아오나 싶더니 이내 어두워졌다.그녀는 힘없
고개를 들고 소은정을 바라본 남유주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곡을 불렀다.무대 아래에서 우렁찬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유주는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순간의 그녀는 생기가 넘쳤다.며칠 전에 병원에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굴던 그녀와는 확연히 달랐다.소은정도 2층에서 열렬히 박수를 쳤다.잠시 후, 룸에서 나온 전동하가 그녀를 불렀다.“은정 씨도 들어와서 인사할래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전동하의 고객사 임원이면 SC그룹과도 업무적으로 인연이 있기에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었다.노래를 끝마친 남유주는 무대를 내려와서 소은정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위층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룸으로 들어갔겠다고 생각해서 직원을 불러 물었다.“정말 예쁜 여자분이 어느 룸 들어가는지 봤어?”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맨 마지막 룸이요. 사장님, 아는 분이세요?”남유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직원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갸웃했다.아까 들어가신 분은 연세가 좀 있어 보였는데?남유주는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도 아시다시피 이거 엄청 위험한 일입니다. 소은정이 사고를 당하면 그 집 사람들은 나부터 의심할 거라고요. 그럼 난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야 해요.”“게다가 박수혁군이 소은정 씨한테 일편단심이라고 들었어요. 둘이 이혼은 했지만 박 대표가 소은정에게 어떤 태도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소은정 건드리면 나도 죽어요. 나도 살아야죠.”중년 남자의 야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유주는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멈춰섰다.잠시 후, 중년 여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 충분한 돈을 줘서 해외로 도피하게 해줄 테니까. 가족들도 잘 보살펴 줄게. 평생 어디 가서 이 많은 돈을 벌겠어? 이건 마지막 기회야.”“그 계집애 결혼한 뒤로도 계속 수혁이 앞에 알짱거리니까 수혁이가 내 말도 안 듣잖아. 엄마로서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