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이 손을 씻고, 부엌으로 가서 식사 준비를 했다.전동하가 무사히 돌아온 덕분에 다시 전과 같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새봄이와 준서는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새봄이와 준서는 샤워도 알아서 척척 잘했다.전동하는 이모님을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전동하의 다리를 힐끗 쳐다보던 이모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헀다.“대표님,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저한테 맡기고 들어가세 쉬세요.”전동하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님과 아이들 음식만 준비해 줘요. 저랑 은정 씨 음식은 제가 하려고요.”잠시 망설이던 이모님은 뭔가 깨달은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이 안 계서서 그동안 집이 얼마나 삭막했는지 몰라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는데도 뭔가 마음이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았다니까요. 게다가 사모님 말수도 부쩍 줄어들고 생기도 없으셔서,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아이들 앞에서 내색을 안 하려고 사모님이 얼마나 애쓰셨던지, 아이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사모님과 대표님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나 봐요. 아무튼 이렇게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이모님의 말에 전동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이 텁텁하게 막히는 것 같았다.소은정이 힘들어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고통을 모르는 척 넘겨버린 건 그였다. 두려움 뒤에 숨어버린 비겁한 자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건 소은정이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그러길 바래야죠.”아이들의 식사는 색과 풍미는 물론 맛까지 완벽하게 갖춘 요리였다.전동하와 소은정의 식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청경채와 생선이 들어간 국수는 소은정이 좋아하는 야식 메뉴였다.소은정이 음식 냄새를 맡고 눈을 떴다.온몸이 쑤시고 힘이 없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바람에 아침 식사도 거른 그녀는 송지학을 배웅해 줘야 했기에 점심도 건너뛰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전동하가 새봄이를 바닥에 앉히고 말했다."눈 감고 있으면 잠이 올 거야. 가서 오빠 책 읽어주는 거 듣고 있어봐, 아빠가 내일 학교에 데려다줄게.”순간 두 눈을 반짝이며 살포시 미소를 짓는 새봄이었다.아빠가 학교에 보내준다는 말을 듣고 아이는 마냥 행복해했다.화목하고 평화로운 이 광경이 어쩌면 환각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환각이 아니라는 걸 인지한 소은정이었다.너무나도 소중한 이 순간이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몰라 여전히 불안했다.전동하는 음식을 그녀의 앞으로 밀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조금이라도 먹어요.”순간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약간 고였다. 그토록 바라던 상황이었으나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에 그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전동하에게 자기 심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낮에 있었던 일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고, 술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녀는 의식의 흐름에 모든 걸 맡기고 싶었다.하지만 이렇게 그를 마주하고 있으니 자기가 섣부르게 행동을 한 것 같아 후회되었다.한입 먹은 소은정은 입맛이 없어 국물만 몇 숟가락 떠 마신 뒤 수저를 내려놓았다.반면, 전동하가 느긋하게 음식을 즐기며 식사를 이어갔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소은정은 전동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기를 향한 그녀의 뜨거운 시선에 전동하는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하기 시작했다.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던 소은정은 시선을 거두고 두 사람의 식기를 부엌으로 가져갔다.한참 뒤, 다시 자리에 앉은 소은정을 전동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조명 아래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다소 창백하고 침울했다."오후에 있었던 일, 기억나요?"‘오늘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잊겠어?’오후 내내 뒤척이다 보니 그녀는 몸이 뻐근했다. 소은정의 얼굴이 한껏 달아올라 입술을 깨물었다."술을 많이 마셨어요?"전동하가 낮은 목소리로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술은 마셨지만, 많이는 안 마셨어요."충동적으로 저지른
전동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절했다. 그래서 그들의 차량이 그녀를 쓰러트린 사실도 알지 못했다.그녀만 마음이 걸렸다.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요. 뭐든지 다 알려줄게요."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묻고 싶지 않아요. 얘기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짜증을 내며 방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성질이 나는지 그녀도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전동하에게 사라지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전동하는 지팡이를 짚고 그녀가 들어간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소은정은 이미 욕실로 들어간 뒤였다.누적되었던 피로를 풀기 위해 그녀는 반신욕을 했다.그녀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털썩 앉은 전동하는 책상 위에 놓인 잡지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던 그는 조용히 새봄이의 방으로 향했다.준서가 해준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재미없었던 탓인지 두 아이는 깊은 잠이 들었다. 한 명은 가로로, 다른 한 명은 세로로 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전동하는 따듯한 눈빛으로 사랑스러운 새봄이를 바라보았다. 불편하게 자는 문준서가 신경 쓰였던 그는 아이를 방으로 옮기기 위해 다가갔다.다리가 아픈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준서를 등에 업고 그의 방으로 향했다.아이를 방으로 옮긴 전동하는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안방으로 향했다.마침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소은정은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피로가 쌓여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그녀는 내일 자신의 상태를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었다.긴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의 두 볼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샤워하면서 충분히 진정했다고 여긴 그녀는 전동하를 보자마자 자기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전동하는 그녀가 다가오자 손에 든 잡지를 내려놓고 천천히 그녀의 뒤에 가서 수건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었다.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결이었다.소은정은 그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비키자 전동하가 그녀의 어깨를
소은정은 실눈을 뜨며 전동하를 째려보았다. 그를 뒤로 가볍게 밀쳐지자 뒤로 힘없이 밀려났다.투닥거리고 있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물컵을 그녀에게 건넸다."약부터 먹어요."순간 당황한 소은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뜬 소은정은 전동하를 바라보았다. 전동하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약병 몇 개를 들어서 보았다.소은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안 거예요?"전동하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처음 돌아왔을 때, 윤 비서한테 조사하라고 했거든요. 조우태 선생님이 당부하더라고요, 당신한테 약 잘 챙겨주라고."한숨을 뱉은 소은정이 덤덤하게 말했다."당신 때문에 약 먹는 거 아니에요. 당신, 나한테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 아니에요.""음."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내가 미안해요. 너무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요. 이젠 다 좋아질 거예요."자기를 안심시키는 전동하의 손길에 그녀는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오늘 그녀는 감정 기복이 너무 컸다.최후의 이성을 가까스로 움켜잡은 그녀는 전동하가 건네준 약을 받아들여 입 안에 넣고 물을 삼켰다.평소 그녀는 약이 보이면 먹고 까먹으면 안 먹었다.전동하가 돌아왔기에 그녀의 마음은 한결 안정감을 찾았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인구 중 절반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단지 우울증이 오게 된 계기와 증상이 다를 뿐이었다.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니까.소은정의 시선을 느낀 전동하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씻고 올게요."깔끔한 성격이었던 그는 부엌에서 혹시라도 냄새가 배었을까 봐 씻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소은정은 실망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못한 채 잡지를 들고 침대로 터덜터덜 걸어갔다.전동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몸이 불편하게 된 전동하는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생을 이곳저곳 떠돌면서 살 줄 알았다.다행히 다시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소은정은 잠에서 깨었다.그녀를 안고 있는 전동하의 팔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했다.모든 순간들이 그녀의 뇌리에 각인되었다.혹시나 이 모든 게 꿈일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전동하의 얼굴부터 확인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전동하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고 그녀는 강제로 그의 가슴팍에 엎드리게 되었다. 넘어지면서 그의 다리를 건드린 소은정이었다.순간 몸으로 전해진 고통에 전동하가 눈을 떴다.순간 잘못된 걸 감지한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이불 안을 들추어 보았다.하지만 전동하는 한 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가 나긋하게 말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예요?"소은정은 울상을 지었다."내가 다리 건드렸어요, 아프죠?""괜찮아요."그는 위로하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안함에 입을 꾹 닫은 소은정이었다.전동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일어나서 침대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조금 아팠어요. 발길질을 당한 것 같았어요. 금방 나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소은정은 두 눈을 깜빡이며 초조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요? 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병원 갈까요?"전동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해외에서 재활 기기를 갖고 왔어요. 부엌쪽에 있는 방에 있어요. 매일 재활 운동하면 아프지 않아요. 걷는 게 조금 불편할 뿐이지."의사는 그에게 평소에 될수록 도보를 하지말라고 했다. 하지만 전동하는 자기를 아무것도 못 하는 폐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로 보지 말아요. 깨지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단지.. 재활치료는 아주 오랜 기간 해야 하는 거니까....당신이 날 싫어할까 봐 걱정이에요."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라고 그 의미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다.그녀는 그제야 전동하가 신경 쓰는 게 어떤 건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귀국하고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은 이유를,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신분을 숨긴 이유는 전부
전동하는 레스토랑 직원에게 연락해 셰프에게 식사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소은정은 몇 차례 이곳에 왔었다. 모두 혼자 온 것이긴 하지만.전동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소은정은 여전히 어색했다.둘 사이의 진전이 너무 빨랐던 탓에 그녀는 전동하의 행동에 매번 깜짝 놀랐다.레스토랑 직원들이 자연스레 그들을 맞이했다."사장님, 예약하신 자리 준비되었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전동하는 그들에게 소은정을 소개했다."여긴 제 아내예요.""사모님, 안녕하세요."직원들은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곧 레스토랑 전체에 그녀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유일한 VIP 회원님이 사장님의 부인이셨네요!""그 단골이죠? 예쁘신 분?""둘이 화해했나 봐요!""최나영이 중간에서 훼방을 놓은 줄 알았다니까요!"...이번 방문은 기존의 방문과 달랐다.소은정은 가족들과 함께 온 것이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최나영이 보이지 않아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역시 한 번 뱉은 말은 잘 지킨다니까.'그녀는 전동하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전동하는 남녀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을 정확히 알고 잘 지켰다.서로의 마지노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고 마지노선을 지키지 않을 시 따르는 책임에 대해도 잘 알고 있었다.새봄이와 준서는 분수대 앞에 쪼그려 앉아 물고기를 구경하고 있었다.소은정은 혹시나 미끄러질 아이들이 걱정되어 자리로 데려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전동하가 그녀를 제지하며 따뜻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주위에 미끄럼 방지 카펫을 깔아둬서 넘어지지 않을 거예요."자세히 바라보니 분수대는 지난번과 달랐다. 소은정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했다."조심해서 놀아."새봄이와 준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물고기한테 시선을 돌렸다.전동하는 그녀를 데리고 레스토랑의 2층을 올라갔다.입맛이 별로 없었던 그녀는 전동하가 쉬었던 곳에 오히려 더 관심을 가졌다.전동하는 그녀를 데리고 자기가 지냈던 방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아빠를 가장 좋아하는 새봄이는 전동하의 단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새봄이는 전동하의 무한한 열등감을 보지 못했다.아이들은 우르르 전동하를 에워쌌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전동하는 입꼬리를 올리기 위해 애썼다.때마침 교실 안으로 선생님이 들어왔다.전동하는 새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담듬은뒤 교실을 나왔다.그는 교실 밖에서 십분 동안 새봄이를 지켜보았다.결국 소은정의 재촉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아쉬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다."금방 가요."소은정은 교문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걸어 나오는 전동하를 발견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전동하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새봄이가 있는 교실 쪽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조그마한 우리 딸이 벌써 학교를 다니니까 마음이 아프네요."그의 말에 소은정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이크는 새봄이보다 더 어릴 때부터 학교 다녔잖아요."전동하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마이크는 남자애고 독립성을 키우기 가장 좋은 환경이 학교니까 일찍 학교를 다닌 거지만 새봄이는 다르잖아요. 내 딸은 평생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데!"새봄이가 원한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하늘의 별과 달을 따줄 기세였다.어린 나이에 벌써 사람들의 유언비어에 노출되고 그걸 견뎌내야 할 아이를 생각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새봄이를 평생 자기 손 아귀에 두고 아무도 새봄이한테 상처를 주지 못하게 지키고 싶었다.소은정은 지나치게 새봄이를 사랑하는 그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무라지 않았다.그녀도 새봄이를 학교에 보낼 때면 마음이 아파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하지만 새봄이는 한 번도 울거나 투정을 부리지 않았고 선생님도 새봄이가 학교생활을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그래서 소은정은 새봄이의 학교생활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바라보았다."회사 일은 다 정리했어요. 어디 갈까요?"전동하는 그녀와 떨어질 생각
소은호는 병원에서 한시연을 돌보고 있었다.둘째라 익숙해질 법도 한데 가족들은 전혀 마음을 놓지 않았다.소찬식은 가정부 몇 명을 병원에서 그녀를 돌보게 했지만 사실 그건 과한 처사였다.사실 한시연의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소은호가 케어하고 있었다.며칠간 줄곧 병원에 출근하다 싶이 한 그는 퇴원 날이 다가오자 곧바로 한시연을 집으로 데려갔다.소찬식이 손자를 데리고 본가로 오라고 하자 소은호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어쩔 수없이 소찬식 혼자 집에 있었다.소은정이 갑자기 저녁에 집에서 가족 파티를 하자는 말을 들은 소찬식은 기쁜 마음에 껄껄 웃었다.그는 얼른 소은해와 김하늘에게 연락했다.소은정은 전동하에게 선물까지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전동하는 고개를 저으며 예의를 차리려 했다.그는 윤이한에게 은행의 금고에 가 골동품 몇 점과 그림을 준비하게 했다.그녀의 집에 처음 인사하러 갔던 날보다 더 성대하게 준비했다.전동하는 눈썹을 찌푸리고 윤이한에게 분부했다. 전동하의 통화가 끝나자 옆에서 지켜보던 소은정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을 보면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그리고 이 많은 물건들 다 들고 가봤자 얼마나 귀한 건지 알아보지도 못해요. 며칠 동안 걸어두다가 이내 창고에 넣을 거예요."전화를 끊은 전동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괜찮아요. 가족이잖아요. 은행에 보관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터라 아버님한테 맡기는 게 차라리 좋을 것 같아요.그리고 가족들을 오랫동안 마음고생시켰잖아요. 당신은 쉽게 용서해 줬지만 아버님은 당신 딸이 걱정되어 마음이 불편하실 거예요.만약에 내 딸이 그런 남자가 좋다고 하면 틀림없이 그놈 호되게 때려줬을 거예요."할 말이 없었던 소은정은 먼 산을 바라보았다.전동하를 만난 게 너무 기뻤던 나머지 다른 사람들 감정까지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소찬식이 그 정도로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가족들 전부 한마음일 것이다.윤이한이 준비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