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정말로 윤이한의 마음에 와 닿았다.소씨 집안 사람들은 물론 SC그룹, 하소그룹과 콜라보하는 사람들도 감히 소은정의 딸을 나무라지 못했다.더더욱 전동하가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귀염둥이를.박수혁은 참말로 주책바가지다.박수혁은 소은정과 아직 어찔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너무 일찍 “계부” 역할에 몰입했던 것이다.윤이한은 아가씨를 일찍 데려가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되었다.박수혁을 만난 것도 재수없는 일이었다.그러나 박수혁은 제니퍼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얼굴이 싸늘해졌다.“나를 가르치는 건가요?”“바로잡아 드리는 겁니다. 하물며 이렇게 영리하고 철이 든 아이한테 그러시면 안 되죠. 박 대표님 그러시면 애가 놀랍니다.”제니퍼는 새봄이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마치 진짜 친부녀인 것 같았다.이 장면은 박수혁의 마음을 깊게 찔렀다.박시준이라면 간이 콩알만 해서 감히 그의 곁에 다가가지 못하며 그 또한 안진의 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새봄이는 진심으로 자기 아이처럼 대했으며 앞으로도 새봄이한테 제일 좋은 것으로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새봄이는 그를 그렇게도 싫어했다.심지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보다 못하단 말인가?아니, 이 제니퍼가 사람을 속이는 수완이 있어서일 것이다.아까는 소은정을 속여 자신의 휠체어를 밀게 하더니 지금은 또 세 살도 안 된 아이를 속이고 있잖은가.속셈이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다!박수혁은 약간 그윽한 눈길로 불만스러운 듯이 제니퍼를 보면서 말했다.“별 생각을 다 한 같은데 참 오지랖이 넓군요. 나 다른 사람 가르침따위 같은 건 필요없거든요.”그리고는 안색을 가라앉히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새봄이를 바라보다가 바로 손을 내밀고 말했다.“자, 새봄아, 아저씨한테로 와. 아저씨는 낯선 사람 아니지, 아저씨랑 같이 놀러 가자!”남자의 어깨에 꿈쩍도 하지 않고 기대어 있던 새봄이가 연약한 목소리로 단호히 그를 거절했다.“싫어요, 난 아빠랑 있을래요!”
박수혁은 안색이 새파래지는데 얼음처럼 차갑다.소은해를 보는 눈빛마저도 어둡다.소씨 가문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게 새봄이와 소은정 뿐이 아니었다.다른 사람들도 그러했다!“설마 제가 말이라도 잘못한 건가요? 네, 이 일은 제쳐두고, 낯선 사람이 새봄이한테 상처를 줄까봐 그리했습니다. 설마 도와주지 말아야 했나요?”박수혁은 말투가 차갑다. 마음속으로 분노를 억제하고 있다.소은해는 눈살을 찌푸리며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는데 약간의 동정심이 스쳐지나갔다.지나치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고 그러다가 옆에 있는 윤이한을 힐끗 쳐다보았다.“옆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박 대표가 너무 지나치게 걱정한 건 아닌가?”윤이한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맞아요. 제가 줄곧 아가씨 옆을 지켰거든요. 아가씨가 사람을 잘못 보고, 이 분한테 억지로 매달렸고, 이 분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가씨를 달래서......”박수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윤이한을 힐끗 쳐다보았다.소은해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 새봄이가 제 발로 찾아왔다면 달래면 되지, 애를 울릴 필요는 없잖아. 우리집 강아지 우는 모습 보기 드문데!”“제가......”박수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박 대표의 호의는 알만한데, 하지만 위험이 없는데 일부러 위험을 조성하면 안 되지. 새봄이,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아이이고,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를 얕잡아봐서 되겠어?”앞으로 한 걸음 다가간 소은해가 박수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박 대표, 새봄이를 이용해서 내 동생이랑 잘해보려는 걸 내가 아는데, 충고하는데 방향 바꿔. 자네, 새봄이를 누가 키웠는지 몰라? 우리 매제가 직접 키웠단 말이야. 우리 매제, 새봄이가 애기때 머리카락 하나 빠져도 챙겨두면서 모았던 사람이야. 그러니까 새봄이, 눈을 감고서도 누가 잘해주는지 안다고!”박수혁의 얼굴빛이 말이 아니다. 가마솥 밑바닥처럼 까매졌다.까발리는 순간은 그가 긴장되었던 순간이었다.
윤이한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그곳을 바라봤다.아니나 다를까, 새봄이가 그토록 아끼던 다이아 머리핀이 보였다.“감사합니다. 우리 아가씨가 요즘 가장 아끼는 장신구네요.”그는 다급히 허리를 숙여 장신구를 집어들었다.이걸 잃어버리면 한달 월급으로 어림도 없다!제니퍼는 휠체어를 조종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윤이한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핀을 들고 일어서려던 순간, 그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망치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속이 하얘지고 어지러웠다.제니퍼가 조금 전에 날 뭐라고 불렀지?윤 비서님?하지만 윤이한은 결단코 이 사람을 예전에 만난 적 없었다. 박수혁이 저 사람을 제니퍼라고 소개한 뒤에야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그런데 저 사람은 어떻게 날 아는 거지?게다가 윤이한의 직책이 비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윤이한은 새봄이와 함께 요트에 오른 뒤로 노는 것에만 집중했고 다른 인사들과 접촉한 적도 없었다.이 사람 뭐지?윤이한은 묵묵히 입술을 깨물었다.다가가서 어떻게 된 건지 따지고 싶었지만 제니퍼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소은정에게서 연락이 왔다.방으로 일단 들르라는 지시였다.윤이한은 사색이 된 채로 머리핀을 들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문앞에 도착한 그는 숨을 고르고 노크를 했다.들어오라는 소은정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윤이한은 제니퍼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전동하가 살아 있는 걸까?새봄이가 제니퍼를 따르는 것도 본능적으로 혈육의 감정을 느껴서일까?하지만 살아 있었으면서 왜 집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았지?하지만 그가 전동하가 아니라면 윤이한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소은정은 새봄이를 품에 안고 놀아주고 있었고 소은해도 옆을 지키고 있었다.그 덕분에 새봄이도 기분이 훨씬 좋아 보였다.아이는 들어오는 윤이한을 보자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 말 진짜라니까? 아저씨한테 물어봐! 아저씨도 나랑 같이 있을 때 아빠랑 마주쳤어!”소은정은 놀란 표정으로 윤이한을 바라보
“뭐?”소은해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이 스위트룸에는 오빠 방 없다고. 집사한테 방 하나 비워달라고 해!”소은해는 못 말린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나 초대장도 없이 와서 위층 방 결제 못한다고. 아래층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어.그리고 난 널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밤에 누가 너 노리고 몰래 들어오면 어떡해?”소은정은 피식 웃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대꾸했다.“오빠는 날이 가면 갈수록 뻔뻔해지는구나?”소은해는 그녀를 곱지 않게 흘기고는 말했다.“그럼 어쩔 수 없지. 새봄이랑 같은 방 써야지 뭐. 걔 어차피 몸집도 작으니까 아기 침대 쓰라고 하고 내가 큰 침대 쓰면 돼!”말을 마친 그는 당장이라도 새봄이 방으로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그만해. 저기 작은방 오빠가 써. 요즘 새봄이 혼자 자는 훈련하고 있어. 오빠 때문에 애가 심란해지면 안 되잖아.”소은해는 그제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그는 만족스럽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2층 스위트룸 작은방은 뷰가 아주 기가 막혔다.게다가 아래층 객실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절대 소은정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소찬식의 밀명이 있었다.그는 소은정이 잠들 때까지 그녀의 옆에 찰싹 붙어서 잘 감시하라고 주의를 주었다.아버지의 명은 황명과 다름없지!한편, 밖으로 나온 윤이한은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그 남자.남자를 발견한 윤이한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가슴이 요동쳤다.한번 시작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복잡해졌다. 그는 새봄이가 사람을 착각해서 억지를 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윤이한은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전 대표님? 전 대표님 맞나요?”제니퍼는 굳은 표정으로 상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상
거대한 파도가 높게 치솟았다가 다시 사라졌다.소은정은 어쩐지 최근 들어 이 사람과 지나치게 자주 마주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한정된 공간이라서 그런 걸까?어쨌든 귀국하면 다시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사색 중인 제니퍼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그건 조금 실례되는 행동이라 생각되었다.둘이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그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느낀 적도 있지만 마음이 흔들리 정도도 아니었다.그녀가 다시 걸음을 돌리려는데 뒤돌아 있던 남자가 다시 몸을 돌렸다.소리가 들렸나?제니퍼는 여전히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마치 모두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그는 소은정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소은정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죄송해요. 갑판에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제니퍼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덤덤한 어투로 말했다.“저기 앉을래요?”소은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가가서 앉았다.마주쳤는데 그냥 가기에는 조금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바다를 마주보고 앉으니 파도소리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바다는 울부짖고 있었다.파도는 커다란 요트와 기세 싸움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거세게 출렁이고 있었다.난간과 가까운 곳에 작은 의자와 탁자가 있었고 제니퍼는 난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의자에 앉은 그녀는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과 지금의 이 파도소리가 조금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윤 비서한테 얘기 들었어요. 우리 딸이 사람을 잘못 보고 생떼를 썼다면서요? 애가 많이 어리니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제니퍼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아이가 참 사랑스러워서 불쾌함 같은 건 못 느꼈어요.”소은정은 그제야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은해의 말을 들어봤을 때 제니퍼라는 사람은 아이에게도 상냥하게 대했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만약 그녀가 그의 얼
소은정은 어쩐지 이 사람 앞에서는 털어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족들에게도 하소연한 적 없던 말이었다.낯선 사람과 바다를 마주하고 같이 앉아 있어서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걸까?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라서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그녀의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일까?어쨌든 앞으로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이었다.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해버리자.제니퍼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반응을 보였다.“어디가 닮았나요? 외모요?”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요. 외모는 전혀 다른데 분위기가 많이 닮았어요.”그녀 역시 곤혹스러웠다. 왜 외모는 다른데 전동하 느낌이 나는 걸까?제니퍼는 긴장을 풀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듣고 보니 참 신기하네요. 기회만 된다면 그분 한번 직접 뵙고 싶어요.”소은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가슴은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아마 그럴 기회는 없을 거예요.”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제니퍼는 즉각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전동하의 부재가 소은정에게 어떤 상처였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제니퍼 본인이 이렇게 힘든데 소은정이라고 편할까?그는 이를 악물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그래요? 왜죠?”스스로 말하고도 정말 잔인한 질문이었다.소은정은 부드럽고 애잔한 목소리로 잔인한 현실을 이야기했다.“운이 좋으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테고 운이 나빴으면 이세상 사람이 아니겠죠.”그 얘기가 끝나자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바닷바람이 차가웠다.두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에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제니퍼는 날카로운 것에 심장을 찔린 느낌이었다.고통스럽고 잔인한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그는 지금 매일 밤낮을 그리워하던 이와 마주하고 있다.하지만 자신의 진짜 신분을 이 사람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완벽한 여자였고 더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었다.그녀의 옆을 지키는 사람은 평판과 인품이 훌륭하고
소은정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씁쓸하게 대답했다.“그래요. 나쁜 생각을 품으면 안 되죠. 가족들이 슬퍼할 테니까요. 아무리 아파도 남편을 잃었다고 그 사람 뒤를 따라갈 수는 없겠죠.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겠죠.”깊은 슬픔이 담긴 애잔한 목소리가 바람 타고 사라졌다.그녀의 매 한마디가 그의 가슴에 들어와서 깊게 박혔다.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심장에서 저릿한 통증이 전해졌지만 여자는 여전히 단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그는 살면서 세 번째로 무기력감을 느꼈다.첫 번째는 그의 출생이었다. 가족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무기력감.그리고 두 번째는 지진이 났을 당시였다. 산기슭에서 추락할 때, 자연의 재앙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세 번째가 지금이었다.거센 파도소리가 그의 복잡한 마음을 대변하듯이 거칠게 휘몰아쳤다.아무도 그의 마음 속의 비명을 듣지 못했다.그는 울고 싶었고 저주스러운 운명이 한탄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억지로 생각을 가다듬었다.나는 제시퍼다.나는 전동하가 아니다.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는 방관자일 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는 않으리라.그는 단 한마디 위로도 꺼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은 애달프게 울고 있었지만.다행히 슬픔에 잠긴 소은정은 그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읽지는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소은해가 걸어온 화상통화였다.소은정은 바로 통화를 수락했다.“엄마, 자고 깼는데 엄마가 없어서 놀랐어. 언제 와?”새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애교스럽게 말했다.옆에 있던 소은해가 기죽은 표정으로 말했다.“새봄이가 우유를 마시기 싫다잖아. 네가 준 거 아니면 안 먹겠다고.”소은정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딸을 바라보았다.조금 전 짓던 표정과는 완전히 상반된 표정이었다.“새봄이 착하지. 우유 마셔야 키가 쑥쑥 클 수 있어. 그래야 몬스터 때려잡지.”새봄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
소은정은 그에게 진솔함과 인자함, 그리고 선량함을 가르쳤다.여기 도착했을 때 매력적인 제안에 흔들린 적도 있었다.하지만 소은정과 박수혁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두 사람이 같이 떠나던 뒷모습을 목격했을 때,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그 두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이득을 챙기려는 그의 비열한 행복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두 사람 사이에서 도태된 느낌까지 들었다.박수혁의 항상 당당한 모습에 그는 질투를 느꼈다.정작 소은정은 그런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하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암흑 같은 자신의 처지와 밝고 빛나는 박수혁을 비교했다.그랬다.소은정 옆에는 차라리 저런 사람이 어울린다. 이기심 때문에 그녀를 계속 잡고 있을 수는 없다.그는 태생이 이기적인 사람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어둠의 자식이다. 그는 어두운 곳에서 태어났고 그런 환경을 보고 자랐다.그래서 그는 그곳을 떠났고 자신의 탐욕과 이기심을 감춘 채, 소은정에게 다가갔었다.그는 자신이 소은정이나 박수혁과 다르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제니퍼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눈이 건조하고 뻑뻑해서 자꾸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스친 곳에 얼룩이 졌지만 위층으로 올라가 세수를 할 수도 없었다.약물이 없다면 금방 들켜버릴 것이다.“성 대표, 전에도 말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러다가 국제 경찰의 주의를 끌어 중단될 수도 있어요.”성세는 피식 웃고는 자랑스럽게 말했다.“이미 퇴로는 확보한 상황입니다. 새로운 신분도 준비했고 벌어들인 돈은 차명계좌에 입금될 겁니다. 이 프로젝트로 큰돈을 땡기고 경찰들이 움직이기 전에 발을 빼면 됩니다. 게다가 단기 프로젝트도 아니고 10년이나 걸리는 프로젝트예요. 이 프로젝트로 인간 사회가 변화할 수도 있어요. 좋은 일 아닌가요?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거금을 들여 우리 제품을 구매할 겁니다.”성세는 앞으로 다가가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