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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6화 원치 않은 이혼

이상준네 집은 서양식 양옥으로 된 단독주택으로 정원이 예쁘고 으리으리했다.

이상준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꿇어 앉아있었고 며칠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됐다.

예전에 풍겼던 고귀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의 부모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 소파에 앉아있었고 이상준의 아버지가 별안간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사돈집에 가서 겨우 설득했는데 또 이런 짓을 벌이다니! 왜 이렇게 뻔뻔해? 바깥사돈이 나한테 사진을 보여줄 때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 줄 알아? 몰래 여자 만난 건 그렇다 쳐! 화장실 앞에서 그딴 짓을 해? 설아 보는 앞에서? 이 애비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작정한 거냐? 이게 이혼하기 싫다는 사람 태도야?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이상준의 아버지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어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힘겨운 듯 가슴을 감싸고 안간힘을 썼다.

그가 그 낯부끄러운 사진을 봤을 때는 혈압이 수직 상승할 정도였다.

사진 속 여자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은 뚜렷하게 보였다!

변명하고 싶어도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상준의 어머니는 너무 화가 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준은 눈을 질끈 감더니 무릎을 꿇었다.

그는 몹시 어두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그 여자가 나한테 일을 부탁했고 옷은 그 여자가 벗은 거라고요! 전 손도 안 댔어요!”

이상준의 어머니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안 피하고 옷 벗는 걸 보고 있었단 말이냐?”

이상준은 억울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여자가 술을 많이 마셔서 내가 그대로 자리를 뜨면 그 여자가 쫓아 나올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러면 더 이상한 그림이 되니까요.”

이상준의 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귀신을 속여라 아주? 지어내도 말이 되게 지어야지. 내가 다 부끄럽다!”

이상준의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됐어. 그만 해. 어차피 이혼해야 할 판이야. 잘못한 쪽은 우리 쪽이야. 그쪽에서 네 약점을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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