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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8화 어쩌라고?

문설아가 이렇게까지 이상준을 혐오하는 것은 단순히 그가 그녀를 배신해서가 아니었다.

만약 단순하게 바람을 피운 거라면 그녀는 이혼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포인트는 그 상대가 문상아라는 것이었다.

문설아는 남편보다 여동생이 훨씬 중요했다.

그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과 함께 그녀를 배신했고 그녀를 이리저리 갖고 놀았다.

어떤 변명으로도 그 둘의 죄를 씻어낼 수는 없었다.

문설아는 단 한마디도 믿고 싶지 않았고 가로등도 켜져 있지 않은, 칠흑같이 어두워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거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한 번만 말할게요. 내일 우린 이혼해요.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불륜으로 이혼소송 할 거예요. 당신이 자초한 일이니까 똑바로 행동해요.”

문설아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튼 지금 갑은 문설아인데 만약 그녀가 이 좋은 패를 놓친다면 그야말로 바보짓이었다.

이 남자에게 미련이 손톱만큼도 남아있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싸워본 적이 없었고 말다툼이 있어도 늘 이상준이 져줬다.

그들이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평범하고도 따스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그렇게까지 깊은 감정이 없을 뿐이었다.

그저 문설아가 빠져들어 갈 경지가 아니었을 뿐이었다.

문설아는 그의 손을 뿌리쳤고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그깟 감정을 위해 자존심을 포기하는 그런 일을 할 리 없었다.

사업에서 거듭 실패하는 건 견딜 수 있어도 이런 남자를 계속 옆에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상준은 녹초가 되어 문설아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봤고 따라 들어갈 용기조차 없었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약점을 콕콕 쑤셨기 때문이었다.

그까짓 하찮은 사랑의 감정도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제야 그는 후회라는 두 글자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에 띄게 줄어든 차들 속을 지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문상아였다.

그는 김빠진 콜라처럼 핸들에 파묻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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