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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4화 이상한 귀국

박수혁이 눈을 돌려 소은호를 바라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표님, 협력 건은 급하지 않으니까 잘 생각해 봐요. 나쁠 거 하나 없을 거예요. 실험실 설립은 프로젝트의 성패뿐만 아니라 기술이 최종적으로 누구 손에 들어가는지에도 직결된 문제예요. 언젠가 특정 기업이나 제품의 부분적인 핵심 부분을 제재하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고개를 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박수혁은 말을 마친 뒤에야 이한석을 따라 그곳을 떠났다.

소은정과 소은호는 서로 눈을 맞췄다.

소은호는 그들이 떠난 방향을 힐끗 쳐다보더니 얼굴을 찡그렸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런 소은호를 보며 소은정이 입을 열었다.

“오빠, 이번 계약이 꽤 괜찮은 조건이라면 거부할 필요 없어. 그냥 비즈니스잖아. 태한그룹 사업에도 완전히 손을 뗀 게 아니잖아. 계속 진행해도 돼.”

어차피 소은정이 직접 나서야 할 사업도 아니고 그녀가 박수혁을 만날 일도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국내 업무가 이한석 손에 넘어간 이상 박수혁이 크게 상관은 안 할 것 같았고 국내에서 그를 마주칠 일이 없을 테니 별 영향도 없을 것 같았다.

소은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아무튼 고민해 보자. 자꾸만 박수혁이 이번에 귀국한 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은정도 눈썹을 꿈틀거릴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까 깨발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운전기사도 그 둘을 따라 묵언수행에 돌입했다.

박수혁의 차 안.

이한석은 뒷좌석에 앉았고 그 옆에는 참 오랜만에 만나는 박수혁이 앉아 있었다.

차안은 그의 전보다 더 차갑고 어두웠으며 알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한석은 오랜 시간 동안 그를 봐 왔지만, 그가 소은정을 끝까지 쫓던 그 몇 년을 제외하고는 그의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한석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오늘도 주무시던 곳에서 묵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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