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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3화 서운함

한유라는 다가가서 상사의 신분으로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시준 씨가 술을 좀 많이 마셨네요. 돌아가서 푹 쉬어요.”

이시준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억지를 부렸다.

“저 더 마실 수 있어요. 실장님, 저랑 한잔만 더해요!”

한유라는 웃으며 말했다.

“이시준 씨, 다음에 또 마셔요. 혼자만 마시고 여자친구 너무 안 챙긴 거 아니에요?”

술 취한 이시준의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곁눈질로 옆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여자는 갑자기 그를 뿌리치더니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

“저희 사귀는 사이 아닙니다.”

이시준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어렵게 똑바로 선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유라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

“여자친구가 아닌데 이런 집회에 같이 나왔다고요? 이번 회식 가족만 데리고 오라고 말했는데. 이봐요, 아무리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너무 무시하면 안 돼요. 그쪽이 먼저 오고 싶다고 어필했으니까 이시준 씨가 당신을 데려왔겠죠.”

여자는 적의로 가득 찬 눈빛으로 한유라를 쏘아보았다.

한유라는 자기가 이겼다는 생각에 어깨가 올라갔다.

뒤돌아서려던 순간에 핸드폰이 울렸다.

심강열일 것이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시준 씨 집까지 좀 부탁할게요. 난 남편이 데리러 와서 어쩔 수 없네요. 우리 남편이 그렇게 집착이 심하거든요!”

말을 마친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도 안 하고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저 도착했는데요. 입구에 있어요.”

운전기사의 목소리였다.

한유라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심강열은 데리러 오지 않았다.

그들이 통화하는 소리를 옆에 있던 여자도 들었다.

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한유라를 바라보았다.

한유라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저녁내내 화를 참고 있었는데 심강열이 거기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이다.

차가 이미 도착했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대기했다.

한유라는 곧장 걸어가서 차에 올랐다.

운전기사는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눈치를 살피다가 멀지 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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