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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8화 떠날 수 없어

회사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부장급 이상의 임원들은 이미 다들 한번씩 욕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사무실을 연 김하늘을 마주한 것도 소은해의 웃는 얼굴이 아닌 그가 던진 기획안이었다.

“다들 꺼져! 지금 이딴걸 기획안이라고!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회사 때려쳐!”

오늘도 소은해의 불호통에 당한 직원들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사무실을 나서고 김하늘은 움찔하며 옆으로 물러섰다.

잠시 후, 한참이 지나도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제야 소은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머릿속에 렉이라도 걸린 듯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소은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이게 누구야?”

그녀만 보면 항상 먼저 다가와서 안아주고 뽀뽀부터 해주던 남자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김하늘도 왠지 당황스러웠다.

어색한 얼굴로 코를 만지작거리며 다가간 김하늘이 디저트를 건넸다.

“본부장 달더니 워커홀릭이라도 된 거야?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열심히네?”

‘하, 내가 집에 안 들어간 건 알고 있었네?’

한집에 같이 사는 사이끼리 며칠째 외박한 걸 알아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김하늘이 먼저 알아주니 소은해의 꽁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넌 촬영 때문에 한달씩 집 비우기도 하잖아. 그래도 의외다? 내가 어디서 자든 말든 넌 모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윽, 하여튼 귀신 같네.’

정곡을 찔린 김하늘이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소은정이 그녀를 회사로 부르지 않았다면 아마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와이프인데 내가 너무 심했나?’

김하늘은 진심으로 자신의 행보를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드라마 몇 편은 거뜬히 나올 정도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결국 무사히 혼인신고까지 올린 부부가 되었다.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었지만 김하늘은 나름 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사랑이 식은 건 결코 아니었다.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사진들과 루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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