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 두 사람은 자신을 보고 있던 전동하를 발견했다.전동하는 웃으며 앞에 있던 술잔을 들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축하해요."소은호와 한시연은 바로 알아차리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호는 술잔을 들어 술을 비워냈다.식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소찬식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고서야 소은해가 아쉬운 얼굴로 식사를 끝냈다.전동하는 집사까지 축 늘어진 모습을 보곤 자신의 기사에게 연락을 해 소찬식과 집사를 본가로 데려다줬다.한시연과 소은호는 전동하의 집으로 올라갔고 소은해는 거실의 소파에서 자기로 했다.소은정은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소찬식과 집사는 나이가 들어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한 침대에서 잠을 자야 편하다며 집으로 가길 원했다.모두가 잠 잘 곳을 찾았지만 전동하는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하는 걸까? 그는 그것이 조금 고민되었다.한시연과 소은호가 자신의 집에 있었기에 돌아가기에는 불편했다.하지만 소은정의 집에 남자니 소 씨 집안사람들이 알고 기분 나빠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전동하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소은정이 그를 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일단 쉬어요, 동하 씨 지금 몸으로 밤새우면 안 되니까."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하는 소은정을 본 전동하가 한숨을 쉬더니 결국 일어섰다."나는 손님방으로 갈게요.""확실해요?"소은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네, 무조건 그래야 해요."전동하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은정이 괜찮다해도 그녀의 가족 앞에서 그는 그녀를 존중하고 싶었다.소은정도 전동하를 강요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일찍 쉬어요."소은정도 술을 꽤 많이 마셨던 상태라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전동하가 있는 방 말고도 다른 방 하나가 더 있었지만 소은해가 소파에서 자고 있기도 했고 소은정도 정리하기 귀찮았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전동하가 자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눕는 느낌이 느껴졌다.......이튿날 아침.소은정은 시끄러운 벨소리 덕분
"그냥 너한테 말해주려고 전화했어, 너도 조심해, 저번처럼 당하지 말고. 내 결혼식엔 와야지."한유라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제야 웃었다."걱정하지 마, 절대 빠질 일 없으니까."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소은정은 더 이상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머리가 조금 아픈 것 같아 그녀는 세수를 하곤 해장국을 끓이러 갔다.하지만 거실은 조용했다.소파에서 자고 있어야 할 소은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서 잤었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소은정은 소은해가 아침 일찍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제법 눈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이 다시 손님방을 바라보니 그곳도 조용했다.아마도 전동하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했다.소은정이 해장국을 다 끓였을 때에도 전동하는 일어나지 않았다.결국 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문 앞으로 가 노크했지만 대답이 없었다.궁금함을 참지 못한 소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놀라 제자리에 얼어버렸다.왜 침대에 두 남자가 자고 있는 건지.전동하와 소은해가 아침햇살을 받으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이런 눈에 좋은 광경이라니.남자친구와 오빠가 아니었다면 소은정은 두 사람을 열렬하게 응원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녀의 웃음소리가 지나치게 컸던 탓인지 두 남자가 동시에 깨어났다.소은해가 짜증 난 얼굴로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를 들은 전동하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은정 씨, 형… 형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해는 닭살이 돋았다."전 대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소은정은 놀란 두 사람을 보며 박장대소했다."걱정하지 마, 두 사람 옷은 다 제대로 입고 있으니까."소은정이 말을 끝내곤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소은해와 전동하는 서로를 바라보다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남자랑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또 처음이네, 이게 밖으로 전해지면 내가 여자랑 잤다
전동하는 세수를 마치곤 집으로 가 옷을 바꿔 입고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메모지 한 장이 들려있었다."은호 형님은 먼저 갔나봐요, 이걸 미처 못 전해줬는데 이것 좀 대신 전해주실래요?"그가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소은해는 메모지를 받아 들곤 거기에 적힌 책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육아 가이드, 아이가 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합격한 부모가 되는가, 이게 다 뭐야?""저한테 도움 됬던 책 이름들이에요. 어떤 건 외국에서만 파는 책이라 다른 사람한테 부탁 해야 할 것 같지만, 여기에 적힌 건 국내에서도 파는 책이라 두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전동하는 경험이 풍부했다."오빠랑 새언니가 제일 필요한 거네."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만 소은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두 사람 이게 왜 필요한데?""두 분 아이 가지셨잖아요,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아이를 낳고 나서 병원에만 의지할 수 없으니까."소은해는 미처 전동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임신? 형수님이 임신을 했다고?"소은해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오빠 몰랐어?""몰랐지!"소은해가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그 누구도 소은해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은해는 조금 화가 났다."설마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던 거야?"소은정과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해는 갑자기 억울해졌다."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거야?"소은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마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어쩐지 형수님한테 술 권했을 때, 형이 날 아주 죽이려 하더라니."......소은해는 울적하게 소은정의 집을 떠났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대학교가 있었지만 소은정은 그 거리도 무리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동하가 괜찮다고 고집을 부려서 두 사람은
그 말을 들은 소은정과 전동하가 멈칫했다.전동하는 화가 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학생에게 화를 낼 수 없었기에 소은정의 손을 꼭 잡는 것으로 불만을 드러냈다."왜 헤어져야 하는데요?"소은정이 물었다."이 사람 전보다 더 허약해진 것 같은데, 곧 죽을 사람 같아요. 언니, 건강한 사람을 만나야 조금 더 오래 같이 살죠…"소은정은 그 말을 듣곤 웃었다."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 누구보다 오래 살 거니까.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요."신지연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이드 해줄까요? 내가 여기 잘 알거든요, 맛집이 어딘지도 다 알고."소은정이 거절하려던 찰나, 전동하가 먼저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몸이 불편해서 멀리 못 갈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신지연이 전동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잘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부실해서야."많이 불편해요? 조금 쉴까요? 아니면 병원으로 갈까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얼른 전동하에게 팔짱을 꼈다."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어디 들렀다 가죠."전동하가 웃으며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소은정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신지연과 인사를 한 그녀는 전동하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갔다.신지연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저었다. 여우 같은 남자 같으니라고.카페 안, 전동하는 창밖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조용한 분위기가 그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소은정은 그의 안색을 살폈고 정말 어딘가 불편하다고 믿었다."주문 도와드릴까요?""물이랑 커피 한 잔 주세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동하 씨, 정말 병원에 안 가봐도 돼요?"소은정이 그를 보며 물었다."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전동하는 자신의 친구들을 찾으러 떠나는 신지연을 보며 말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지연 씨가 끼는 게 싫었다면 그냥 말하면 되죠, 나도 거절할 생각이었어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얼굴을 붉혔다.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가면을 벗어던진 사람의 더러움을 모든 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랬기에 소은정은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이렇게 하죠, 납치된 여자랑 아이들을 돕는 기구를 하나 만들죠, 그 사람들을 도와서 집에 보내주고 안식처를 만들어주는거죠."전동하가 소은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 속에 빛이 반짝였다."정말요? 내가 도와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고 있었거든요. 도혁이 죽긴 했지만 납치된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정말 그럴 수 있으면 너무 좋죠."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이렇게 착한 사람도 있다니.전동하는 결국 남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분명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갈 것이 분명했지만 소은정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충분했다."조직을 하나 만들어서 그 사람들이 찾은 정보들을 전문인한테 제공하고 전문 인한테 맡기는 거 어때요? 그 정보들을 각 국의 대사관이랑 경찰들한테 알릴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일테고 그러면 더 도움이 될 거예요."소은정이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그럴수 있으면 너무 좋죠."생각이 있으면 행동하면 그만이었다.하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었기에 소은정은 소은호와 상의해 보고 준비할 생각이었다.소은호는 소은정보다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었다.소은정은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적지 않은 것을 먹은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은정아, 나 옷 더러워졌어, 옷 좀 가져다주면 안 돼?"그리고 그때, 한유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소은정은 전동하와 조금 떨어져 전화를 받았다."회사야? 여분의 옷 준비하지 않은 거야?"그러자 한유라가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밖에서 프로젝트 축하 파티하고 있는데 내 옷 다 더러워졌어, 속옷도.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 좀 그래서… 심강열은 아직 일하는 중이고."한유라가 억울하게 말했다.소은정은
소은정은 자신의 얼굴만으로도 초대장 없이 파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최성문은 뒤에서 옷을 들고 마치 방금 소은정과 쇼핑을 마친 듯한 모습으로 들어섰다.소은정이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심강열과 마주쳤다.심강열과 한유라가 이미 혼인신고를 했고 곧 결혼식을 올릴 걸 아는 소은정은 그가 전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사람들은 소은정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왔다."소 대표님, 여기에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소 대표님, 조금 일찍 오셨으면 바비큐 파티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소 대표님, 저랑 골프 한 번 치실래요?"......하지만 소은정은 웃으며 그들을 거절했다."제 친구를 찾으러 온 거라서, 다음에 시간되면 다시 만나죠."소은정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심강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소은정이 말하는 친구가 한유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파티 참석자 명에 없었던 소은정이 여기로 욌다는건 한유라한테 분명 뭔 일이 생겼다는 뜻인데, 게다가 경호원이 들고 있는 저 옷들… 한유라, 뭔 일 생겼으면서 남편인 날 부르지 않고 친구를 불렀다 이거지?’심강열과 눈을 마주친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고 최성문이 그 뒤를 따라갔다.심강열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뒤돌아봤을 때, 자신의 비서인 도지아가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대표님,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먼저 떠나시겠습니까?"조희찬은 그의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예전에 조희찬을 잠깐 도와줬던 여비서가 지금 심강열의 곁에 있었다.심강열은 일 처리도 깔끔하고 유연하게 모든 이를 대하는 여비서가 나름 나쁘지 않았다.그렇기에 이 파티 진행도 모두 그녀에게 맡겼다.역시나 도지아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하지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계속 들었기에 조희찬이 돌아오면 그녀를 다시 보낼 생각이었다."내 휴대폰은 어디 있죠?"심강열이 손을 내밀고 물었다.그 말을 들은 도지아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차에 있는 제 가
심강열은 한유라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도지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했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도지아는 꽤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유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진 못했던 것이다.회사 사람들 모두 한유라가 낙하산이며 심강열과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다.대표가 친히 비서에게 기획안 작성법부터 엑셀 사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회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게다가 조희찬의 태도도 상당히 묘했다.회사 직원들에게 항상 굳은 표정인데다 일적으로도 상당히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인 그가 한유라한테만큼은 한없이 친절해지는 모습에 직원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비록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한유라에 대한 소문은 이미 회사 전체에 퍼진 상태, 그런 그녀가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해 묻기 시작하니 그 모습이 예쁘게 보일 리가 없었다.그런 그녀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도지아는 며칠 전 엑셀 공식 실수를 빌미로 한유라를 된통 혼냈고 다른 직원들이 다들 그녀를 고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한유라도 더 이상 그녀에게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우린 당신이랑 근본부터가 달라. 부잣집 아가씨로 꽤 곱게 살았나 본데 열심히 살아온 우리 밥그릇까지 뺐으면... 진짜 가만히 안 있을 거야.’그렇게 눈치를 주었으면 대충 알아서 떨어져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예상을 깨고 한유라는 아예 심강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게다가 더 어이없었던 건 바쁜 와중에도 한유라에게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는 심강열의 태도였다.‘내가 대표님 곁으로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조 비서도 다른 부서로 옮기고 이제 드디어 내가 직접 대표님을 모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이때 심강열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유라 씨 어느 방에 있냐고 물었습니다.”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던 도지아가 움찔했다.“아... 그건 저도 잘...”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돌린 심강열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휴대폰 좀 가지고 와요.”
‘이렇게 큰 리조트에 직원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돼?’한유라가 어깨를 으쓱했다.“동료가 대신 직원한테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더라고. 그래서 일단 방으로 와서 샤워부터 했어. 지금 이 꼴을 다른 사람들한텐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너한테 전화한 거고.”한유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 옷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지만 소은정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갔다.잠시 후, 누군가 호텔 방문을 두드렸다.“최 팀장님이세요?”소은정이 물었다.“네, 접니다. 심 대표님께서 유라 아가씨를 만나고 싶으시다던데요.”최성문의 말에 소은정이 눈을 흘겼다.‘딱 봐도 심강열 때문에 유라가 왕따당하는 거네. 눈치없는 유라면 몰라도 내 눈은 못 속이지.’한유라가 팔자에도 없는 결혼도 모자라 회사에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에 소은정은 짜증이 치밀었다.“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썩 꺼지라고 하세요.”그녀의 말에 최성문도, 심강열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썩 꺼지라고 하십니다.”분명 심강열도 들었을 텐데 융통성 없는 최성문은 굳이 한번 더 전달함으로써 심강열을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살짝 당황하던 심강열이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은정 씨, 저 심강열입니다. 유라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정 안 되면 말이라도 전해 주세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가끔씩 한유라도 심통을 부릴 때가 많았지만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하룻밤 자고 나면 뒤끝은 없는 스타일이었다.‘그렇다면 이건... 은정 씨의 의견이라는 소린데...’심강열의 애원에도 피식 웃은 소은정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의 언짢음을 눈치챘는지 심강열도, 최성문도 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머리까지 말린 한유라가 한결 산뜻한 모습으로 나왔다.기분이 좋아졌는지 빙그르르 턴까지 돈 한유라가 물었다.“이 옷 완전 새거지? 택도 안 뗐던데? 네가 나보다 마르긴 한가 보다. 조금 작긴 한데... 뭐, 나쁘지 않네.”나쁘지 않다는 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