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는 이 자리에 낄 생각이 없었다. 어찌 되었든 전동하를 정식으로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소찬식이 입을 열기도 했고 소은정도 열정적으로 의자를 빼내었으며 다들 개의치 않는 눈치였기에 거절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결국 그는 그들과 합석했다.식사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전동하도 처음처럼 긴장되지 않았다.소 씨 집안사람들은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곳이 있었다. 서로 비밀을 만들지 않고 부끄러운 일도 마음대로 농담 삼아 얘기할 수 있었다.화가 나면 화를 낼 수 있었고 기쁘면 기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서로를 계산하느라 조심스럽게 굴 필요가 없었다.이런 분위기는 그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집사도 술잔을 들고 소찬식과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술이 조금 들어가자 옛 기억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소은정도 소은호, 소은해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적지 않게 마셨다.소은호는 드문드문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한시연을 바라보며 다정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감출 수 없는 다정함은 평소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이었다.전동하는 그곳에 앉아 자신이 늘 원하던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이미 소은정의 가족들과 한 집안사람이 된것처럼 말이다.소은해는 연신 술을 마시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그리고 술잔을 들고 전동하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매부, 앞으로 한 가족이니까 잘 챙겨야 해… 끅…"그가 딸꾹질을 하며 말했고 전동하가 얼른 말했다."제가 은정 씨 잘 보살피겠습니다."하지만 소은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봤다."쟤는 지 앞가림 다 하는 애야. 그러니 매부는 매부만 잘 보살피면 돼요. 우리 동생 대단하다고, 겉으로는 착한 것 같지만, 쓰읍!"소은해가 고통을 느끼곤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소찬식이 그곳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창문으로 내던져 버릴라!""아빠, 그러시면 안 돼요, 아들 폭행했다고 신고할 거예요!""헛소리밖에 할 줄 모르는 주제에!
그리고 마침 두 사람은 자신을 보고 있던 전동하를 발견했다.전동하는 웃으며 앞에 있던 술잔을 들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축하해요."소은호와 한시연은 바로 알아차리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호는 술잔을 들어 술을 비워냈다.식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소찬식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고서야 소은해가 아쉬운 얼굴로 식사를 끝냈다.전동하는 집사까지 축 늘어진 모습을 보곤 자신의 기사에게 연락을 해 소찬식과 집사를 본가로 데려다줬다.한시연과 소은호는 전동하의 집으로 올라갔고 소은해는 거실의 소파에서 자기로 했다.소은정은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소찬식과 집사는 나이가 들어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한 침대에서 잠을 자야 편하다며 집으로 가길 원했다.모두가 잠 잘 곳을 찾았지만 전동하는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하는 걸까? 그는 그것이 조금 고민되었다.한시연과 소은호가 자신의 집에 있었기에 돌아가기에는 불편했다.하지만 소은정의 집에 남자니 소 씨 집안사람들이 알고 기분 나빠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전동하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소은정이 그를 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일단 쉬어요, 동하 씨 지금 몸으로 밤새우면 안 되니까."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하는 소은정을 본 전동하가 한숨을 쉬더니 결국 일어섰다."나는 손님방으로 갈게요.""확실해요?"소은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네, 무조건 그래야 해요."전동하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은정이 괜찮다해도 그녀의 가족 앞에서 그는 그녀를 존중하고 싶었다.소은정도 전동하를 강요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일찍 쉬어요."소은정도 술을 꽤 많이 마셨던 상태라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전동하가 있는 방 말고도 다른 방 하나가 더 있었지만 소은해가 소파에서 자고 있기도 했고 소은정도 정리하기 귀찮았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전동하가 자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눕는 느낌이 느껴졌다.......이튿날 아침.소은정은 시끄러운 벨소리 덕분
"그냥 너한테 말해주려고 전화했어, 너도 조심해, 저번처럼 당하지 말고. 내 결혼식엔 와야지."한유라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제야 웃었다."걱정하지 마, 절대 빠질 일 없으니까."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소은정은 더 이상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머리가 조금 아픈 것 같아 그녀는 세수를 하곤 해장국을 끓이러 갔다.하지만 거실은 조용했다.소파에서 자고 있어야 할 소은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서 잤었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소은정은 소은해가 아침 일찍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제법 눈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이 다시 손님방을 바라보니 그곳도 조용했다.아마도 전동하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했다.소은정이 해장국을 다 끓였을 때에도 전동하는 일어나지 않았다.결국 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문 앞으로 가 노크했지만 대답이 없었다.궁금함을 참지 못한 소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놀라 제자리에 얼어버렸다.왜 침대에 두 남자가 자고 있는 건지.전동하와 소은해가 아침햇살을 받으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이런 눈에 좋은 광경이라니.남자친구와 오빠가 아니었다면 소은정은 두 사람을 열렬하게 응원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녀의 웃음소리가 지나치게 컸던 탓인지 두 남자가 동시에 깨어났다.소은해가 짜증 난 얼굴로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를 들은 전동하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은정 씨, 형… 형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해는 닭살이 돋았다."전 대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소은정은 놀란 두 사람을 보며 박장대소했다."걱정하지 마, 두 사람 옷은 다 제대로 입고 있으니까."소은정이 말을 끝내곤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소은해와 전동하는 서로를 바라보다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남자랑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또 처음이네, 이게 밖으로 전해지면 내가 여자랑 잤다
전동하는 세수를 마치곤 집으로 가 옷을 바꿔 입고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메모지 한 장이 들려있었다."은호 형님은 먼저 갔나봐요, 이걸 미처 못 전해줬는데 이것 좀 대신 전해주실래요?"그가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소은해는 메모지를 받아 들곤 거기에 적힌 책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육아 가이드, 아이가 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합격한 부모가 되는가, 이게 다 뭐야?""저한테 도움 됬던 책 이름들이에요. 어떤 건 외국에서만 파는 책이라 다른 사람한테 부탁 해야 할 것 같지만, 여기에 적힌 건 국내에서도 파는 책이라 두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전동하는 경험이 풍부했다."오빠랑 새언니가 제일 필요한 거네."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만 소은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두 사람 이게 왜 필요한데?""두 분 아이 가지셨잖아요,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아이를 낳고 나서 병원에만 의지할 수 없으니까."소은해는 미처 전동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임신? 형수님이 임신을 했다고?"소은해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오빠 몰랐어?""몰랐지!"소은해가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그 누구도 소은해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은해는 조금 화가 났다."설마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던 거야?"소은정과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해는 갑자기 억울해졌다."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거야?"소은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마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어쩐지 형수님한테 술 권했을 때, 형이 날 아주 죽이려 하더라니."......소은해는 울적하게 소은정의 집을 떠났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대학교가 있었지만 소은정은 그 거리도 무리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동하가 괜찮다고 고집을 부려서 두 사람은
그 말을 들은 소은정과 전동하가 멈칫했다.전동하는 화가 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학생에게 화를 낼 수 없었기에 소은정의 손을 꼭 잡는 것으로 불만을 드러냈다."왜 헤어져야 하는데요?"소은정이 물었다."이 사람 전보다 더 허약해진 것 같은데, 곧 죽을 사람 같아요. 언니, 건강한 사람을 만나야 조금 더 오래 같이 살죠…"소은정은 그 말을 듣곤 웃었다."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 누구보다 오래 살 거니까.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요."신지연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이드 해줄까요? 내가 여기 잘 알거든요, 맛집이 어딘지도 다 알고."소은정이 거절하려던 찰나, 전동하가 먼저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몸이 불편해서 멀리 못 갈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신지연이 전동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잘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부실해서야."많이 불편해요? 조금 쉴까요? 아니면 병원으로 갈까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얼른 전동하에게 팔짱을 꼈다."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어디 들렀다 가죠."전동하가 웃으며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소은정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신지연과 인사를 한 그녀는 전동하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갔다.신지연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저었다. 여우 같은 남자 같으니라고.카페 안, 전동하는 창밖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조용한 분위기가 그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소은정은 그의 안색을 살폈고 정말 어딘가 불편하다고 믿었다."주문 도와드릴까요?""물이랑 커피 한 잔 주세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동하 씨, 정말 병원에 안 가봐도 돼요?"소은정이 그를 보며 물었다."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전동하는 자신의 친구들을 찾으러 떠나는 신지연을 보며 말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지연 씨가 끼는 게 싫었다면 그냥 말하면 되죠, 나도 거절할 생각이었어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얼굴을 붉혔다.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가면을 벗어던진 사람의 더러움을 모든 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랬기에 소은정은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이렇게 하죠, 납치된 여자랑 아이들을 돕는 기구를 하나 만들죠, 그 사람들을 도와서 집에 보내주고 안식처를 만들어주는거죠."전동하가 소은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 속에 빛이 반짝였다."정말요? 내가 도와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고 있었거든요. 도혁이 죽긴 했지만 납치된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정말 그럴 수 있으면 너무 좋죠."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이렇게 착한 사람도 있다니.전동하는 결국 남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분명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갈 것이 분명했지만 소은정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충분했다."조직을 하나 만들어서 그 사람들이 찾은 정보들을 전문인한테 제공하고 전문 인한테 맡기는 거 어때요? 그 정보들을 각 국의 대사관이랑 경찰들한테 알릴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일테고 그러면 더 도움이 될 거예요."소은정이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그럴수 있으면 너무 좋죠."생각이 있으면 행동하면 그만이었다.하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었기에 소은정은 소은호와 상의해 보고 준비할 생각이었다.소은호는 소은정보다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었다.소은정은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적지 않은 것을 먹은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은정아, 나 옷 더러워졌어, 옷 좀 가져다주면 안 돼?"그리고 그때, 한유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소은정은 전동하와 조금 떨어져 전화를 받았다."회사야? 여분의 옷 준비하지 않은 거야?"그러자 한유라가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밖에서 프로젝트 축하 파티하고 있는데 내 옷 다 더러워졌어, 속옷도.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 좀 그래서… 심강열은 아직 일하는 중이고."한유라가 억울하게 말했다.소은정은
소은정은 자신의 얼굴만으로도 초대장 없이 파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최성문은 뒤에서 옷을 들고 마치 방금 소은정과 쇼핑을 마친 듯한 모습으로 들어섰다.소은정이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심강열과 마주쳤다.심강열과 한유라가 이미 혼인신고를 했고 곧 결혼식을 올릴 걸 아는 소은정은 그가 전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사람들은 소은정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왔다."소 대표님, 여기에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소 대표님, 조금 일찍 오셨으면 바비큐 파티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소 대표님, 저랑 골프 한 번 치실래요?"......하지만 소은정은 웃으며 그들을 거절했다."제 친구를 찾으러 온 거라서, 다음에 시간되면 다시 만나죠."소은정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심강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소은정이 말하는 친구가 한유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파티 참석자 명에 없었던 소은정이 여기로 욌다는건 한유라한테 분명 뭔 일이 생겼다는 뜻인데, 게다가 경호원이 들고 있는 저 옷들… 한유라, 뭔 일 생겼으면서 남편인 날 부르지 않고 친구를 불렀다 이거지?’심강열과 눈을 마주친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고 최성문이 그 뒤를 따라갔다.심강열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뒤돌아봤을 때, 자신의 비서인 도지아가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대표님,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먼저 떠나시겠습니까?"조희찬은 그의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예전에 조희찬을 잠깐 도와줬던 여비서가 지금 심강열의 곁에 있었다.심강열은 일 처리도 깔끔하고 유연하게 모든 이를 대하는 여비서가 나름 나쁘지 않았다.그렇기에 이 파티 진행도 모두 그녀에게 맡겼다.역시나 도지아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하지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계속 들었기에 조희찬이 돌아오면 그녀를 다시 보낼 생각이었다."내 휴대폰은 어디 있죠?"심강열이 손을 내밀고 물었다.그 말을 들은 도지아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차에 있는 제 가
심강열은 한유라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도지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했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도지아는 꽤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유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진 못했던 것이다.회사 사람들 모두 한유라가 낙하산이며 심강열과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다.대표가 친히 비서에게 기획안 작성법부터 엑셀 사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회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게다가 조희찬의 태도도 상당히 묘했다.회사 직원들에게 항상 굳은 표정인데다 일적으로도 상당히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인 그가 한유라한테만큼은 한없이 친절해지는 모습에 직원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비록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한유라에 대한 소문은 이미 회사 전체에 퍼진 상태, 그런 그녀가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해 묻기 시작하니 그 모습이 예쁘게 보일 리가 없었다.그런 그녀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도지아는 며칠 전 엑셀 공식 실수를 빌미로 한유라를 된통 혼냈고 다른 직원들이 다들 그녀를 고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한유라도 더 이상 그녀에게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우린 당신이랑 근본부터가 달라. 부잣집 아가씨로 꽤 곱게 살았나 본데 열심히 살아온 우리 밥그릇까지 뺐으면... 진짜 가만히 안 있을 거야.’그렇게 눈치를 주었으면 대충 알아서 떨어져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예상을 깨고 한유라는 아예 심강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게다가 더 어이없었던 건 바쁜 와중에도 한유라에게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는 심강열의 태도였다.‘내가 대표님 곁으로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조 비서도 다른 부서로 옮기고 이제 드디어 내가 직접 대표님을 모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이때 심강열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유라 씨 어느 방에 있냐고 물었습니다.”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던 도지아가 움찔했다.“아... 그건 저도 잘...”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돌린 심강열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휴대폰 좀 가지고 와요.”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