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다음에 같이 한잔하지."소찬식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거 봐요, 은정이 집에 좋은 술이 많은데 우리 지금 같이 한잔해요."소은정의 집을 둘러본 소은해가 와인 두 병을 가져오며 말했다.하지만 소찬식과 소은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소은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억울하게 두 사람을 바라봤다."안 마실 거예요? 그럼 나 혼자 마실게요.""저기에 있는 술 오빠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오빠가 아빠한테서 가져온 술인데 정말 마실 거야?""너 딱 기다려!"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찬식이 파래진 얼굴로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소은해가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은정이가 말 안 하면 우리가 모를 줄 알고? 저번에 아빠랑 같이 술 마시다가 술 창고로 가서 술 찾으려다 못 찾았었는데 네가 여기에 숨겨뒀던 거였어?"소은해는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자 얼른 자리를 떠났다.소찬식은 전동하가 이곳에 없었다면 소은해를 걷어찼을 것이 분명했다."저희 집에 좋은 술이 있는데 이따 가져올게요, 저는 약을 먹어야 해서 같이 못마시니 회장님이랑 두 분께서 드시죠.""억지로 마시게 할 생각 없어, 가족들끼리 알아서 먹고 마실 테니 걱정말게. 그리고 자네만 괜찮다면 앞으로 은정이 따라서 저 두 놈을 형이라고 불러도 돼."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멈칫했지만 곧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찬식은 가족들 앞에서 전동하를 인정해줬다.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날 생각이라면 소 씨 집안사람들도 더 이상 반기를 들지 않겠다는 뜻과도 같았다.소은호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형.""자네가 은정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한 거 우리도 다 알고 있어, 미국 쪽도 그렇고, 자네 아버지가 우리 은정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소찬식이 한숨을 쉬며 말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은 소찬식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에 얼른 고개를 돌려 전동하의 얼굴을 살폈다.다행
"아가씨, 아가씨는 들어오지 마세요. 몸도 편치 않은데 나가서 밥 드실 준비나 하세요."주방으로 들어오는 소은정을 본 집사가 얼른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한시연의 옆으로 다가갔다. 한시연은 서투른 솜씨로 집사 아저씨를 도와주며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저 이미 다 나았어요, 아저씨께서 맛있는 요리를 많이 해준 덕분에 제가 더 빨리 나을 수 있었어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집사가 웃었다.한시연은 소은정을 보다 거실의 상황을 힐끔 봤다."전 대표님을 저기에 혼자 남겨두면 어떡해요? 아버님이랑 은호 씨가 난감하게 할지도 모르는데."한시연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못 그러죠, 동하 씨 제 사람이에요. 아빠랑 오빠가 동하 씨를 난감하게 하고 싶었다면 밥 먹고 가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전 대표님을 선택하기로 했나 봐요?""네, 저 사람이에요."또 그 누가 위급한 순간에 그녀를 살릴 수 있을까?집사는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한시연과 소은정은 한식과 양식이 뒤섞인 요리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알못인 그녀들은 발언권이 없었기에 그저 집사만 바라봤다.머지않아, 소은호가 주방으로 들어오자 주방이 순식간에 비좁아졌다."저기요, 집사 아저씨 실력 발휘하시는데 방해 그만하고 나가시죠?"한시연이 차가운 물에 채소를 씻고 있는 모습을 본 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곤 물기를 닦아줬다."차가운 물에 손 대지 말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듣는거야?"소은호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질책했다."괜찮아, 그렇게 차갑지도 않은데."그 모습을 보던 소은정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나도 차가운 물에 손 담그고 있었는데."늘 그녀를 아껴주던 소은호가 이것도 못 보고 자신의 앞에서 애정 과시를 하고 있다니.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호가 그녀를 흘겨봤다."너는 괜찮지만 네 새언니는 안돼."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왜?"그녀는 소은호의 마음에서 갑작스럽게 하락한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일 수 없
집사는 자신의 요리에 취해 방금 전의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아저씨, 너무 흥분하신 거 아니에요?"소은해가 웃으며 말했다."얼른 먹어보기나 해요."집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평소 곱게 자라온 이들었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소 씨 집안 남매는 전혀 다른 이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집사의 손에서 자라온 그들은 집사가 바쁠 때면 스스로 많은 것을 해야 했다.한시연이 일어서자 소은호와 소은정이 동시에 소리쳤다."앉아!""그냥 두세요!"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본 한시연은 어이가 없어졌다."제발 그러지 말아요!""안 돼."소은호가 말을 하며 주방 앞에 선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네가 해."소은해는 주방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했다고 생각했다.한시연의 임신 소식은 소은정을 기쁘고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제 곧 고모가 될 수 있었다. 머지않아 꼬맹이가 그녀를 고모라고 부를 것이다.소은정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주방을 나오자 전동하가 소찬식을 부축해 거실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두 사람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찬식의 눈에는 만족스러움으로 가득했다."아빠, 한잔 할래요?"소은정이 먼저 물었다."아니다, 동하 몸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우리끼리 마시는 건 말이 안 되지, 다음에 같이 마시자!"전동하가 목숨 걸고 소은정을 구한 일로 소찬식은 더 이상 반기를 들지 않기고 마음 먹었고, 딸을 끔찍이 여기고 더 이상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아빠로서 그의 진심을 엿보기엔 충분했다.마음을 완전히 연 소찬식은 더 이상 형식적인 전대표가 아닌 이름으로 다정하게 부르기 시작했다."그럼 내가 아빠랑 같이 마시면 되죠."소은정의 그런 모습을 본 전동하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전동하는 묻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아 결국 입을 다물었다.소찬식도 기분 좋은 소은정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마시고 싶어?""오빠도 마시고 싶대요.""그래요, 그럼. 은정이도 오랜만에
집사는 이 자리에 낄 생각이 없었다. 어찌 되었든 전동하를 정식으로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소찬식이 입을 열기도 했고 소은정도 열정적으로 의자를 빼내었으며 다들 개의치 않는 눈치였기에 거절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결국 그는 그들과 합석했다.식사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전동하도 처음처럼 긴장되지 않았다.소 씨 집안사람들은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곳이 있었다. 서로 비밀을 만들지 않고 부끄러운 일도 마음대로 농담 삼아 얘기할 수 있었다.화가 나면 화를 낼 수 있었고 기쁘면 기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서로를 계산하느라 조심스럽게 굴 필요가 없었다.이런 분위기는 그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집사도 술잔을 들고 소찬식과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술이 조금 들어가자 옛 기억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소은정도 소은호, 소은해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적지 않게 마셨다.소은호는 드문드문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한시연을 바라보며 다정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감출 수 없는 다정함은 평소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이었다.전동하는 그곳에 앉아 자신이 늘 원하던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이미 소은정의 가족들과 한 집안사람이 된것처럼 말이다.소은해는 연신 술을 마시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그리고 술잔을 들고 전동하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매부, 앞으로 한 가족이니까 잘 챙겨야 해… 끅…"그가 딸꾹질을 하며 말했고 전동하가 얼른 말했다."제가 은정 씨 잘 보살피겠습니다."하지만 소은해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봤다."쟤는 지 앞가림 다 하는 애야. 그러니 매부는 매부만 잘 보살피면 돼요. 우리 동생 대단하다고, 겉으로는 착한 것 같지만, 쓰읍!"소은해가 고통을 느끼곤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소찬식이 그곳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창문으로 내던져 버릴라!""아빠, 그러시면 안 돼요, 아들 폭행했다고 신고할 거예요!""헛소리밖에 할 줄 모르는 주제에!
그리고 마침 두 사람은 자신을 보고 있던 전동하를 발견했다.전동하는 웃으며 앞에 있던 술잔을 들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축하해요."소은호와 한시연은 바로 알아차리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호는 술잔을 들어 술을 비워냈다.식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소찬식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고서야 소은해가 아쉬운 얼굴로 식사를 끝냈다.전동하는 집사까지 축 늘어진 모습을 보곤 자신의 기사에게 연락을 해 소찬식과 집사를 본가로 데려다줬다.한시연과 소은호는 전동하의 집으로 올라갔고 소은해는 거실의 소파에서 자기로 했다.소은정은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소찬식과 집사는 나이가 들어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한 침대에서 잠을 자야 편하다며 집으로 가길 원했다.모두가 잠 잘 곳을 찾았지만 전동하는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하는 걸까? 그는 그것이 조금 고민되었다.한시연과 소은호가 자신의 집에 있었기에 돌아가기에는 불편했다.하지만 소은정의 집에 남자니 소 씨 집안사람들이 알고 기분 나빠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전동하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소은정이 그를 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일단 쉬어요, 동하 씨 지금 몸으로 밤새우면 안 되니까."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하는 소은정을 본 전동하가 한숨을 쉬더니 결국 일어섰다."나는 손님방으로 갈게요.""확실해요?"소은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네, 무조건 그래야 해요."전동하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은정이 괜찮다해도 그녀의 가족 앞에서 그는 그녀를 존중하고 싶었다.소은정도 전동하를 강요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일찍 쉬어요."소은정도 술을 꽤 많이 마셨던 상태라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전동하가 있는 방 말고도 다른 방 하나가 더 있었지만 소은해가 소파에서 자고 있기도 했고 소은정도 정리하기 귀찮았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전동하가 자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 눕는 느낌이 느껴졌다.......이튿날 아침.소은정은 시끄러운 벨소리 덕분
"그냥 너한테 말해주려고 전화했어, 너도 조심해, 저번처럼 당하지 말고. 내 결혼식엔 와야지."한유라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그제야 웃었다."걱정하지 마, 절대 빠질 일 없으니까."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소은정은 더 이상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어제 술을 마셔서인지 머리가 조금 아픈 것 같아 그녀는 세수를 하곤 해장국을 끓이러 갔다.하지만 거실은 조용했다.소파에서 자고 있어야 할 소은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서 잤었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소은정은 소은해가 아침 일찍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제법 눈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이 다시 손님방을 바라보니 그곳도 조용했다.아마도 전동하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했다.소은정이 해장국을 다 끓였을 때에도 전동하는 일어나지 않았다.결국 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문 앞으로 가 노크했지만 대답이 없었다.궁금함을 참지 못한 소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놀라 제자리에 얼어버렸다.왜 침대에 두 남자가 자고 있는 건지.전동하와 소은해가 아침햇살을 받으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이런 눈에 좋은 광경이라니.남자친구와 오빠가 아니었다면 소은정은 두 사람을 열렬하게 응원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녀의 웃음소리가 지나치게 컸던 탓인지 두 남자가 동시에 깨어났다.소은해가 짜증 난 얼굴로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를 들은 전동하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은정 씨, 형… 형이 왜 여기 있는 거예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해는 닭살이 돋았다."전 대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소은정은 놀란 두 사람을 보며 박장대소했다."걱정하지 마, 두 사람 옷은 다 제대로 입고 있으니까."소은정이 말을 끝내곤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소은해와 전동하는 서로를 바라보다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남자랑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또 처음이네, 이게 밖으로 전해지면 내가 여자랑 잤다
전동하는 세수를 마치곤 집으로 가 옷을 바꿔 입고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메모지 한 장이 들려있었다."은호 형님은 먼저 갔나봐요, 이걸 미처 못 전해줬는데 이것 좀 대신 전해주실래요?"그가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소은해는 메모지를 받아 들곤 거기에 적힌 책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육아 가이드, 아이가 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합격한 부모가 되는가, 이게 다 뭐야?""저한테 도움 됬던 책 이름들이에요. 어떤 건 외국에서만 파는 책이라 다른 사람한테 부탁 해야 할 것 같지만, 여기에 적힌 건 국내에서도 파는 책이라 두 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전동하는 경험이 풍부했다."오빠랑 새언니가 제일 필요한 거네."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만 소은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두 사람 이게 왜 필요한데?""두 분 아이 가지셨잖아요, 지금부터 준비해야죠, 아이를 낳고 나서 병원에만 의지할 수 없으니까."소은해는 미처 전동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임신? 형수님이 임신을 했다고?"소은해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오빠 몰랐어?""몰랐지!"소은해가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그 누구도 소은해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은해는 조금 화가 났다."설마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던 거야?"소은정과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해는 갑자기 억울해졌다."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거야?"소은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마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어쩐지 형수님한테 술 권했을 때, 형이 날 아주 죽이려 하더라니."......소은해는 울적하게 소은정의 집을 떠났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대학교가 있었지만 소은정은 그 거리도 무리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동하가 괜찮다고 고집을 부려서 두 사람은
그 말을 들은 소은정과 전동하가 멈칫했다.전동하는 화가 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학생에게 화를 낼 수 없었기에 소은정의 손을 꼭 잡는 것으로 불만을 드러냈다."왜 헤어져야 하는데요?"소은정이 물었다."이 사람 전보다 더 허약해진 것 같은데, 곧 죽을 사람 같아요. 언니, 건강한 사람을 만나야 조금 더 오래 같이 살죠…"소은정은 그 말을 듣곤 웃었다."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 누구보다 오래 살 거니까.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요."신지연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이드 해줄까요? 내가 여기 잘 알거든요, 맛집이 어딘지도 다 알고."소은정이 거절하려던 찰나, 전동하가 먼저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몸이 불편해서 멀리 못 갈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신지연이 전동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잘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부실해서야."많이 불편해요? 조금 쉴까요? 아니면 병원으로 갈까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얼른 전동하에게 팔짱을 꼈다."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어디 들렀다 가죠."전동하가 웃으며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소은정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신지연과 인사를 한 그녀는 전동하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갔다.신지연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저었다. 여우 같은 남자 같으니라고.카페 안, 전동하는 창밖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조용한 분위기가 그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소은정은 그의 안색을 살폈고 정말 어딘가 불편하다고 믿었다."주문 도와드릴까요?""물이랑 커피 한 잔 주세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동하 씨, 정말 병원에 안 가봐도 돼요?"소은정이 그를 보며 물었다."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전동하는 자신의 친구들을 찾으러 떠나는 신지연을 보며 말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지연 씨가 끼는 게 싫었다면 그냥 말하면 되죠, 나도 거절할 생각이었어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얼굴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