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짧게 대답한 소은정이 병실을 나서고 어느새 전동하, 마이크 두 부자만 남게 되었다.한편, 전동하의 말에 마이크 역시 죄책감이 밀려왔다.쪼르르 전동하 곁으로 다가간 마이크가 먼저 아빠의 손을 잡았다.“아빠, 얼른 나아서 우리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평소에 정크푸드를 먹는 걸 제한하긴 했지만 전동하는 그래도 아이들 입맛에 맞추어 나름 융통성있는 아버지였다.그런 아빠를 속였다는 생각에 방금 전 맛있게 먹은 햄버거가 속이 턱 걸린 듯했다.왠지 전동하의 신뢰를 져버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눈시울까지 붉히는 마이크의 모습에 전동하도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아빠가 자고 있을 때 마이크도 걱정 많이 했다면서?”전동하의 질문에 마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마이크, 아빠는 널 기르면서 최선을 다했어. 아빠가 못해 주는 부분은 수잔이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빠한테 진짜 가족은 마이크뿐이야.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것도 마이크고. 아빠한테 뭐 하고 싶은 말 없어?”평소 투닥거리는 게 일상이었던 부자 사이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들으니 눈에 고였던 눈물이 결국 또르르 흘러내렸다.한참을 망설이던 마이크가 결국 솔직하게 모든 걸 내뱉었다.“그게 오늘... 누나랑 패스트푸드 가게에 갔었어요. 누나는 잘못한 거 없어요. 내가 가고 싶다고 떼쓴 거거든요.”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전동하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았다.한편 마이크는 평소 혼날 때 벌을 받았던 것처럼 두 팔을 들었다.“아빠, 다신 거짓말 안 할게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에 전동하는 다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마이크는 착한 아이니까 약속은 꼭 지키겠지? 하지만...”전동하가 말꼬리를 늘어트리자 마이크 역시 급 긴장하기 시작했다.이에 전동하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나랑 예쁜 누나 무슨 사이인 거 알지?”전동하의 질문에 마이크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입술을 앙다물었다.하지만 전동하는 말을 이어갔다.“아빠
어찌나 속상했으면 어느새 눈시울까지 붉어진 마이크가 또 뭔가를 말하려던 그때, 전동하가 위압적인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여튼 명심해. 앞으론 누나 아니고 이모야. 뭐 언젠가는 더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대하고.”소은정과 결혼한 뒤의 아름다운 미래가 눈앞에 선한 듯 전동하의 눈동자에 행복이 가득 담겼다.하지만 마이크는 그의 말이 결코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었다.입술을 깨문 마이크가 불쌍한 눈으로 전동하를 올려다 보았다.“예쁜 누나는 동의했어요? 아빠랑 결혼해 준대요?”“그럼. 아빠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하잖아. 그러니까 결혼할 준비도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비록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한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거짓말은 안 했다며 전동하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마지막 결정타에 마이크는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커다란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오르려던 그때.전동하의 엄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남자는 그렇게 쉽게 우는 거 아니야. 울고 싶으면 몰래 울어.”‘은정 씨가 보면 속상해 할 테니까.’물론 양심상 마지막 말은 하지 않은 전동하였다.역시나 전동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도시락을 든 소은정이 병실로 들어왔다.“아저씨가 디저트도 만드셨네요. 마침 마이크도 있고 잘됐다.”소은정은 환하게 웃었지만 마이크는 별다른 대꾸없이 고개를 홱 숙였다.하지만 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소은정은 바로 전동하에게 도시락을 건넸다.도시락 가방 안에 든 그릇들을 스윽 훑어보던 전동하가 그 사이에서 디저트가 담긴 락앤락을 꺼내 소은정에게 건넸다.건네받은 소은정은 당연하게도 마이크에게로 향했다.그제야 이상한 점을 눈치챈 소은정이 마이크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평소엔 디저트라면 눈에 불을 켜던 애가 오늘은 왜 가만히 있지? 내가 없던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당황한 소은정이 무슨 일이냐고 묻던 그때 전동하가 옆에서 헛기침을 시작했다.“큼큼.”그 소리에 움찔하던 마이크가 도시락통을 받아들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고맙습니다. 예
전동하가 식사를 하는 사이 소은정은 그 옆에서 파일을 확인했다.그녀가 점점 건강을 회복하자 소은호는 망설임 없이 그 동안 밀린 일을 던져주었고 그 덕에 병원에서도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독서를 하는 전동하를 바라보던 소은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부럽다... 회사 걱정은 하나도 안 하는 것 같네.’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산책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떠올린 소은정은 전동하와 함께 정원 산책을 나섰다.워낙 아늑하게 꾸며진 곳이라 그 순간만큼은 병원이 아니라 경치 좋은 공원으로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전동하는 천천히 움직이고 소은정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몸을 흔들거렸다.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싱긋 웃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 근처의 꽃내음마저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듯했다.너무나 행복해서일까? 그 누구도 그들의 뒤편에서 풍겨오는 스산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정원 울타리 밖, 박수혁이 빛 한 줄기 없는 혼탁한 눈동자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칠 때마다 서로를 향해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지만 왠지 모르게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정말 마조히스트 성향을 가진 건지 아니면 이대로 물러나면 정말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인지 혹은 그 알량한 승부욕 때문에 자리를 지켰는지 박수혁 스스로도 헷갈릴 지경이었다.주먹을 꽉 쥔 채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눈으로 앞쪽을 주시하고 있는 박수혁은 혼자만 엄동설한의 설산에 버려진 듯한 기분이었다.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박수혁은 처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 실수는 이젠 돌이킬 수 없는 큰 간격을 만들어냈다.언젠가는 다시 그에게 돌아오게 될 거란 막연한 요행심리는 결국 완벽하게 부서졌다.이미 끝난 인연이었지만 어떻게든 다시 이어보기 위해 죽을둥 살둥 애를 썼지만...떠난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흘러간 물을 다시 거스를 수 없 듯이 이미 떠난 사람
조용히 박수혁의 뒤를 따르던 이한석이 다급하게 박수혁을 부축했다.하지만 두 눈을 꼭 감은 박수혁은 누가 봐도 정신을 잃은 상태.다급하게 구급차를 부른 이한석은 박수혁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코앞이 병원인데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했지만 소은정, 박수혁 두 사람이 같은 병원에 입원해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대표님께서도 이번 일로 크게 성장하시겠어.’솔직히 한 남자로서 이한석은 진심으로 그에게 이제 그만 소은정을 놓아주라고 조언하고 싶었으나 대표와 비서 사이로 엮인 이상 그런 말은 오지랖을 넘어 금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고구마 100개는 넘게 먹은 듯한 이 답답함을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병원.박수혁이 응급실로 이송되고 밖에서 잠깐 망설이던 이한석은 결국 강서진에게 연락을 돌렸다.20분 뒤, 강서진이 허겁지겁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박수혁은 이미 일반 병실로 옮겨진 뒤였다.그저 단순한 기절이라는 말에 강서진도 이한석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은정이 죽은 줄 알고 그 동안 물 한 모금, 밥 한 숟갈 제대로 먹지 못한 건 물론이고 매일 빈속에 술만 들이붓다 쓰러지듯 자는 게 일상이었으니 그토록 건강하던 남자의 몸도 결국 버텨내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듯한 자학행위도 박수혁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진 못했다.멀쩡히 살아있는 소은정을 발견한 순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밀려온 건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었다.‘미친 자식. 그깟 돈이 뭐라고... 뭐라고 그걸 망설였어...’혐오의 감정은 마치 벌레가 온몸을 타고 다니는 듯 소름끼치도록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병실 밖.한숨을 푹 내쉰 이한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 저희 대표님이랑 워낙 각별한 사이시니 제가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제발 저희 대표님 설득 좀 해주세요.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곁에서 보는 저도 이렇게 힘든데 본인은 오죽하겠어요.”박수혁이 말없이 출국한 날, 강서진은
이한석의 뒤를 따라 들어온 강서진은 뭐 약이라도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굴이 심하게 상한 박수혁의 몰골을 발견하곤 감탄하 듯 한 마디 내뱉었다.“형...”그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든 박수혁이 뜬금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아까 꿈을 꿨어. 난 꿈에서도 은정이한테... 얼른 가서 헌혈하라고... 하고 있더라. 그래서 꿈속의 은정이를 향해 소리쳤어. 안 된다고 가지 말라고.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은정이는 끝까지 돌아보지 않더라.”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강하게 살아남은 남자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어 강서진의 가슴도 먹먹해졌다.말을 마친 박수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은정이한테 잘해 주고 싶었는데. 정말 진심으로 잘해 주고 싶었는데 왜 난 걔한테 상처만 주는 걸까?”“형...”한참을 망설이던 강서진이 결국 입을 열었다.“그만해. 은정 씨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일이잖아? 그쪽 집안에서 사적인 복수를 할 일도 없고. 그냥 예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거야. 어차피 달라진 건 없어.”안진이라는 귀찮은 존재를 떼어냈으니 어찌 보면 더 잘 된 일이 아닌가 싶었다.“뭐? 달라진 게 없어?”코웃음을 치는 박수혁의 코끝이 빨개졌다.‘달라진 게 없을 리가 없잖아. 나도... 은정이도 달라졌어. 예전엔 손만 뻗으면 다시 그 손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어.’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에 강서진은 그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어떤 위로의 말을 하면 저 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다가도 이렇게 평생 좌절감 속에서 사는 것도 지옥이 따로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형, 이제 인정할 때도 됐잖아. 은정 씨는 형한테 이미 지난 사랑이야. 이제 그만 놓아줘. 형을 위해서, 은정 씨를 위해서.”박수혁의 굳은 표정에도 강서진은 말을 이어갔다.“이제 은정 씨는 형 사과도 원하지 않아. 용서할 생각이 없으니까. 다시 상대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분명 두 사람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왜 강서진은 다시 추하나와 재결합을 하고 난 은정이랑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하는 걸까...’한때 강서진에게서 희망의 불꽃을 느끼기도 했었다. 질색팔색 하다가 결국 강서진과 재결합한 추하나처럼, 박우혁과 사귀다가 결국 강서진을 선택한 추하나처럼 이렇게 은근히 곁을 맴돌다 보면 전동하와 헤어지고 그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전동하와 소은정의 사이는 점점 더 돈독해져만 갔고 희망의 불꽃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대신 절망이라는 늪이 끝없이 박수혁의 다리를 잡아당겼다.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강서진이 겨우 입을 열었다.“미워하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날 용서할 수 있겠어.”강서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나도 비겁했어. 하나랑 박우혁 그 자식이 싸운 틈에 내가 비집고 들어간 거거든. 뭐, 운이 좋았지 뭐.”아직도 그에게 냉랭하기만 한 추하나를 떠올리니 강서진의 마음은 더 갑갑해졌다.“됐다. 이런 얘기 그만하자. 형,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마. 형이 그런다 해도 은정 씨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아. 그런 사람이잖아, 은정 씨는.”진심어린 위로를 담아 박수혁의 어깨를 토닥인 강서진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위로를 하겠다고 들어간 강서진이 사색이 되어 나오자 이한식이 다급하게 다가갔다.“강 대표님, 괜찮으시죠?”‘지금 몸 상태로 강 대표님을 때리지도 못할 텐데... 도대체...’이에 강서진이 손을 저었다.“아, 괜찮아. 형 좀 부탁할게.’말을 마친 강서진이 넋을 잃은 사람처럼 터덜터덜 병원을 나섰다.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나니 무슨 자격으로 박수혁을 위로하려고 했던 건가 싶어 부끄러워졌다.추하나가 마음을 돌린 건 강서진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어서가 아니라 아이 때문이라는 걸 강서진도 알고 있었다.술에 약을 타 부정당한 관계로 태어난 아이.당연히 성폭행이었고 그때문에 구치소 신세까지 졌지만 빵빵한 집안 덕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올 수
모든 것이 이미 정해졌다면 그가 한 모든 것도 아무 소용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불쌍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속일 필요도 없다.박수혁은 눈을 감았다. 적어도 소은정이 아직 살아있으니 그는 누구보다 기뻐해야 했다.하지만 이한석은 그의 말을 듣곤 한순간 얼어버리고 말았다.그리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무는 박수혁의 모습을 보곤 알아서 물러나 음식을 준비하러 갔다.박수혁은 나무껍질을 씹듯 밥을 먹었다. 이한석은 강서진의 말이 소용이 있다고 생각해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을 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박수혁은 샤워를 마치더니 옷을 바꾸곤 멀끔한 모습으로 나왔다.이한석은 그런 그를 보니 불안해졌다."박 대표님…"박수혁은 담담하게 이한석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찾아가 볼 거야."박수혁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마지막이라고 하더라도 몰래 만나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전동하는 내일 퇴원하기 전, 마지막 검사를 하고 있었다.소은정은 내일 그와 함께 퇴원할 생각으로 그곳에 남았다. 하지만 한유라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짐들을 챙겨 들고 소은정을 찾으러 왔다.다행히 그들이 있는 층에 다른 환자가 없었기에 그들은 제멋대로 할 수 있었다.소은해는 그들 사이에 끼어 김하늘이 자신과 데이트를 하지 않고 소은정과 한유라의 드레스를 골라주는 일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죄다 하얀색뿐인 드레스는 그의 눈에 고르고 말 것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이거 어때?"한유라가 들뜬 얼굴로 드레스를 바꿔 입곤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물었다.드레스는 모두 최신 디자인이었다. 그중 두 벌은 한유라가 주문 제작한 것이었기에 그녀는 모두 마음에 쏙 들어 신중하게 고를 생각이었다."등 다 내놓겠다고?"소은정이 자리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한유라는 등이 예쁘기도 했고 그녀는 자신의 우세를 발휘할 줄도 알았다."당연하지."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그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안은 괴이한 침묵이 흘렀다.그중 제일 빠르게 정신을 차린 소은해가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무슨 그런 뻔뻔한 놈이 다 있어? 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하더니 지금 어디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우리가 찾아가지 않은 걸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지금 감히 찾아오겠다고 말하는 거야?"소은해가 화를 내며 일어서더니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일단 나부터 좀 만나자."그런 소은해의 모습을 본 소은정과 김하늘이 얼른 그를 막았다."오빠, 진정해, 박수혁 소란 피우러 온 거 아닐 거야. 우리 은정이한테 사과하러 온 걸 거야."김하늘이 소은해의 허리를 안고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소은해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사과를 하러 왔든 말든 여기까지 친히 왔으니 내가 가서 만나줘야지, 사과하러 왔다고 해서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오빠, 그런 놈한테 손댈 필요 없어, 앞으로 모르는 척하면 그만이야."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곤 다시 우연준을 바라봤다."안 만난다고 전해줘요.""이 비서님이 박 대표님께서 이미 도착하셨다고 했습니다, 만나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라고도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소은해는 더욱 화가 났다, 이는 소은정을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소은정도 방금전과는 달리 눈빛이 차가워졌다."은정아, 그냥 미리 퇴원하는 건 어때?"김하늘이 물었다.피하는 게 가장 선택이었다.하지만 우연준은 소은정을 힐끔 보더니 다시 말했다."소 대표님, 박 대표님께서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나러 오는 거라고 하셨습니다."만나는 것과 마지막 만남은 분명 달랐다."왜? 이제 죽는대?"소은해가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그럴 필요 없다고 해요."우연준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말했다.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난 사이였기에 이렇게 정중하게 이별할 필요가 없었다.얼마나 애틋한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소은정은 박수혁에게 맞춰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