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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화 비겁한 사람

‘분명 두 사람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왜 강서진은 다시 추하나와 재결합을 하고 난 은정이랑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하는 걸까...’

한때 강서진에게서 희망의 불꽃을 느끼기도 했었다. 질색팔색 하다가 결국 강서진과 재결합한 추하나처럼, 박우혁과 사귀다가 결국 강서진을 선택한 추하나처럼 이렇게 은근히 곁을 맴돌다 보면 전동하와 헤어지고 그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전동하와 소은정의 사이는 점점 더 돈독해져만 갔고 희망의 불꽃은 점점 빛을 잃어갔다.

대신 절망이라는 늪이 끝없이 박수혁의 다리를 잡아당겼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강서진이 겨우 입을 열었다.

“미워하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날 용서할 수 있겠어.”

강서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나도 비겁했어. 하나랑 박우혁 그 자식이 싸운 틈에 내가 비집고 들어간 거거든. 뭐, 운이 좋았지 뭐.”

아직도 그에게 냉랭하기만 한 추하나를 떠올리니 강서진의 마음은 더 갑갑해졌다.

“됐다. 이런 얘기 그만하자. 형,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마. 형이 그런다 해도 은정 씨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아. 그런 사람이잖아, 은정 씨는.”

진심어린 위로를 담아 박수혁의 어깨를 토닥인 강서진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위로를 하겠다고 들어간 강서진이 사색이 되어 나오자 이한식이 다급하게 다가갔다.

“강 대표님, 괜찮으시죠?”

‘지금 몸 상태로 강 대표님을 때리지도 못할 텐데... 도대체...’

이에 강서진이 손을 저었다.

“아, 괜찮아. 형 좀 부탁할게.’

말을 마친 강서진이 넋을 잃은 사람처럼 터덜터덜 병원을 나섰다.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나니 무슨 자격으로 박수혁을 위로하려고 했던 건가 싶어 부끄러워졌다.

추하나가 마음을 돌린 건 강서진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어서가 아니라 아이 때문이라는 걸 강서진도 알고 있었다.

술에 약을 타 부정당한 관계로 태어난 아이.

당연히 성폭행이었고 그때문에 구치소 신세까지 졌지만 빵빵한 집안 덕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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