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병원에 있는 동안 회사의 일을 처리하지 않았지만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박수혁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그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박수혁이 전동하를 한 눈 보더니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도 미소를 짓더니 대답하지 않았다."할 말 있으면 얼른 해, 우리 해야 할 일이 남았어."소은정이 박수혁을 재촉했다.소은정을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빛에 슬픔이 가득 찼다."나, 죽도록 밉지?"소은정은 침묵을 지키며 인정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았다.그 모습을 본 박수혁이 자신의 실망을 감추려 웃었다."하긴, 나였어도 내가 죽도록 미웠을 거야."박수혁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뗐다."너 잡혀가고 도혁이 나한테 연락해서 안진으로 인질을 맞바꾸자고 했어. 하지만 내가 갔을 때, 도혁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나를 이용해서 자기 돈세탁을 하고 날 군기상에 끌어들여서 내가 힘들게 일으켜 세운 모든 것들을 자기 세력으로 만들려고 했어. 하지만 너도 알잖아, 내 손에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있는지, 군대에서 퇴역하긴 했지만 암암리에 군부대를 도와주고 있었어. 아니면 네가 그때 섬에서 해적에게 협박당했을 때에도 그렇게 쉽게 군부대의 도움을 받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난 도혁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어."여전히 무표정한 소은정의 얼굴을 보니 박수혁은 심장이 더욱 아팠다."미안해, 나는 시간을 끌어서 다시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도혁은 박수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가 소은정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곤 인질을 직접 죽일 생각을 했다.이는 복수이기도 했고 벌이기도 했다.도혁은 박수혁에게 후회할 기회도 남겨주지 않았다.박수혁도 고충이 있었지만 이런 고충은 소은정의 목숨 앞에서, 그녀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박수혁은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다시는 똑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무조건 소은정을
전동하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빠뜨린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두 사람이 통화한 적이 있다면 소은정이 중요한 말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과연 그 말은 누구와 연관이 있는 말이었을까?"너 안 전해 줬잖아, 네가 다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너는 네가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도 않았던 거야, 그 말들이 내 유언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소은정이 말을 할수록 박수혁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녀의 질책은 생각보다 차갑고 무정했다.박수혁은 반박할 기회도 없었다.또다시 침묵이 흐르고 소은정이 벤치에 기대어 다시 차가운 말들을 내뱉었다."나는 너 때문에 그런 위험 속에 빠졌는데 너는 나를 구하지 않았어. 결국 네 이익이 더 중요했던 거야. 네가 몰랐다는 그런 소리는 하지 마, 납치범이 원하는걸 얻지 못하면 인질을 죽일 거라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더구나 나를 납치한 건 무기상이었잖아. 비즈니스 하는 사람끼리 알 거 다 알잖아, 그러니까 그런 황당한 설명 늘어놓지 마, 네 마음 편하자고 하는 말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그냥 위선적이고 역겹게 느껴지니까."소은정은 잔인하게 그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내고 그 속에 들어있는 추잡함을 들추어냈다.그녀는 갑자기 속이 시원했다. 소은정은 우세를 차지하고도 자신을 살려주지 않은 그런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이 남자를 얼마나 사랑했을지라도.소은정은 차가운 말들로 박수혁의 가장 취약한 곳을 난도질했다.박수혁은 순애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박수혁은 그 말들을 들으며 눈에 빛을 잃어갔다.그는 적어도 소은정이 겉으로 예의를 차릴 줄 알았다.그리고 소은정의 친구로서 그녀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에게 그 어떤 기회도 남겨주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의 기다림으로 소은정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지만 결국 마주한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차가웠다.자신을 향한 증오를 드러내는 소은정을 보며 그
전동하는 암암리에서 태한그룹을 대항하던 것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그 순간, 박수혁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전동하는 외투를 걸치곤 의미심장하게 박수혁을 바라봤다."박 대표님, 먼저 가보겠습니다."박수혁은 여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소은정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리고 전동하의 말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당신이 이겼어요."그는 심장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은정이 잘 보살펴 줘요."마지막 말은 중얼거림에 가까워졌지만 전동하는 들었다."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그의 사람을 다른 이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소은정은 차에 올라탄 뒤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윤이한은 조심스럽게 전동하를 보며 입 모양으로 물었다."화났어요?"하지만 전동하는 그저 그를 한 번 흘겨봤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소은정의 옆에 앉았다.차는 서서히 병원을 떠났고 그렇게 박수혁은 혼자 그곳에 남겨졌다.소은정은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더니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속 시원하네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네."박수혁을 만나 할 말을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녀는 조금 힘들기도 했다."박수혁이랑 통화했을 때, 무슨 말을 전해달라고 한 거예요?"전동하는 여전히 궁금했다.소은정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누가 더 중요할까?그는 몇 순위일까?겉으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사실 조금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소은정은 전동하가 이런 질문을 던질 줄 몰랐다."잊었어요…"소은정의 대답을 들은 전동하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나예요? 박 대표가 전하지 않은 사람이 나예요?"그는 모든 힘을 들여 소은정의 소식을 알아내려 애썼다.당연히 박수혁 쪽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박수혁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기는 무척 어려웠다.소은정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의 절망적인 기분을 그녀는 다시 느끼
"이미 충분히 말한 것 같은데 내가 뭐 더 말할 게 있다고.""저 혼자 말하면 재미없잖아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갑자기 그를 보며 물었다."여자친구 없죠?""당연하죠, 회사랑 대표님을 위해서 제 모든 청춘을 바칠거예요."윤이한이 얼른 충심을 드러냈다."휴가 3일 줄 테니까 여자친구 사귀어요."그 말을 들은 윤이한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정말요? 그런데 3일 안에 어떻게 여자친구를 만납니까? 너무 짧은거 아니에요?""그럼 사직서 써요.""3일이면 충분하죠, 제가 여자친구 만들어 올 테니까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전동하가 웃을 듯 말듯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지금부터 시작이에요."그 말을 들은 윤이한이 멈칫하더니 얼른 손에 든 물건을 던져두고 자신의 물건을 챙겨 그곳을 떠났다."안녕히 계세요, 대표님!"하지만 집을 나서고 나서야 윤이한은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쫓겨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전동하는 허전한 집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여전히 낯선 것이 불편했다.결국 옷을 바꾼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소은정의 집 도어락에 전동하의 지문이 등록되어 있었던 덕분에 그는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갔다.소은정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깨끗한 집안을 보니 소은해가 정기적으로 사람을 불러 청소를 한 듯했다.기대를 안고 왔던 전동하의 기분이 점차 가라앉았다. 소은정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방금 전화를 받고 나갔던 그녀는 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일까?전동하는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그는 소은정에게 그녀만의 공간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녀에게도 자신의 일이 있었기에 너무 깊게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그는 할 일을 찾다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만히 앉아 그녀를 기다릴 수 없었다.집안은 이미 충분히 깨끗했지만 이렇게 뭐라도 하고 있으니 그는 편안해졌다.주방에서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니 전동하는 다시 동남아에 있던 그 시간들이 생각났다.어느새 날은 어두워졌
"저도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은정 씨 명의로 집 하나 장만했어요, 저랑 아래위층이라 편리하기도 하고요."전동하가 말을 하며 앞치마를 풀었다.그 말을 들은 소은호와 소은해가 서로를 한 눈 바라봤다.전동하도 그 틈을 타 소은정을 한 눈 바라봤다.소은정의 가족들이 이곳으로 온 것이 그는 조금 놀라웠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소은정이 오늘 퇴원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그래서 자신이 계속 머무르는게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저는 이만 가볼게요."전동하는 자신이 소은정 가족들의 모임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는 아직 소은정 남자친구의 신분으로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때 소은정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다들 동하 씨를 보러 온 거예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조금 당황스러워졌다.소은정이 다시 소찬식의 옆에 다가가 앉더니 말했다."나는 여기 좋은데, 집이 너무 크면 적적하잖아요. 그리고 청소도 자주 해야 돼서 귀찮아요."그 말을 들은 소찬식이 소은정을 흘겨봤다."지금 이 집은 혼자 살기는 좋지만 둘이 살기에는 조금 좁잖아."전동하는 그 말을 듣고 나니 소찬식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의 본가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좁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그는 소은정이 그런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그때 가서 은정 씨가 살고 싶은 데서 살아도 되고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반박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고 나니 화가 풀렸다."봤죠, 동하 씨가 얼마나 다정한지."소은정이 웃으며 소찬식에게 말했다.하지만 소찬식은 그런 소은정을 흘겨봤다.전동하는 난감한 얼굴로 이마를 짚더니 다시 말했다."회장님이랑 두 형님께서 오시는 줄 알았다면 제가 미리 준비했을 텐데 실례가 많았네요."그것도 소은정의 집에서 그들이 준비해 온 식자재로 음식을 하고 있다니.늘 침착하던 전동하도 조금 긴장되었다.하
"그래, 다음에 같이 한잔하지."소찬식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거 봐요, 은정이 집에 좋은 술이 많은데 우리 지금 같이 한잔해요."소은정의 집을 둘러본 소은해가 와인 두 병을 가져오며 말했다.하지만 소찬식과 소은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소은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억울하게 두 사람을 바라봤다."안 마실 거예요? 그럼 나 혼자 마실게요.""저기에 있는 술 오빠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오빠가 아빠한테서 가져온 술인데 정말 마실 거야?""너 딱 기다려!"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찬식이 파래진 얼굴로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소은해가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은정이가 말 안 하면 우리가 모를 줄 알고? 저번에 아빠랑 같이 술 마시다가 술 창고로 가서 술 찾으려다 못 찾았었는데 네가 여기에 숨겨뒀던 거였어?"소은해는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자 얼른 자리를 떠났다.소찬식은 전동하가 이곳에 없었다면 소은해를 걷어찼을 것이 분명했다."저희 집에 좋은 술이 있는데 이따 가져올게요, 저는 약을 먹어야 해서 같이 못마시니 회장님이랑 두 분께서 드시죠.""억지로 마시게 할 생각 없어, 가족들끼리 알아서 먹고 마실 테니 걱정말게. 그리고 자네만 괜찮다면 앞으로 은정이 따라서 저 두 놈을 형이라고 불러도 돼."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멈칫했지만 곧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찬식은 가족들 앞에서 전동하를 인정해줬다.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날 생각이라면 소 씨 집안사람들도 더 이상 반기를 들지 않겠다는 뜻과도 같았다.소은호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형.""자네가 은정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한 거 우리도 다 알고 있어, 미국 쪽도 그렇고, 자네 아버지가 우리 은정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소찬식이 한숨을 쉬며 말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소은정은 소찬식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에 얼른 고개를 돌려 전동하의 얼굴을 살폈다.다행
"아가씨, 아가씨는 들어오지 마세요. 몸도 편치 않은데 나가서 밥 드실 준비나 하세요."주방으로 들어오는 소은정을 본 집사가 얼른 말했다.하지만 소은정은 한시연의 옆으로 다가갔다. 한시연은 서투른 솜씨로 집사 아저씨를 도와주며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저 이미 다 나았어요, 아저씨께서 맛있는 요리를 많이 해준 덕분에 제가 더 빨리 나을 수 있었어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집사가 웃었다.한시연은 소은정을 보다 거실의 상황을 힐끔 봤다."전 대표님을 저기에 혼자 남겨두면 어떡해요? 아버님이랑 은호 씨가 난감하게 할지도 모르는데."한시연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못 그러죠, 동하 씨 제 사람이에요. 아빠랑 오빠가 동하 씨를 난감하게 하고 싶었다면 밥 먹고 가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전 대표님을 선택하기로 했나 봐요?""네, 저 사람이에요."또 그 누가 위급한 순간에 그녀를 살릴 수 있을까?집사는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한시연과 소은정은 한식과 양식이 뒤섞인 요리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알못인 그녀들은 발언권이 없었기에 그저 집사만 바라봤다.머지않아, 소은호가 주방으로 들어오자 주방이 순식간에 비좁아졌다."저기요, 집사 아저씨 실력 발휘하시는데 방해 그만하고 나가시죠?"한시연이 차가운 물에 채소를 씻고 있는 모습을 본 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곤 물기를 닦아줬다."차가운 물에 손 대지 말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듣는거야?"소은호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질책했다."괜찮아, 그렇게 차갑지도 않은데."그 모습을 보던 소은정이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나도 차가운 물에 손 담그고 있었는데."늘 그녀를 아껴주던 소은호가 이것도 못 보고 자신의 앞에서 애정 과시를 하고 있다니.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호가 그녀를 흘겨봤다."너는 괜찮지만 네 새언니는 안돼."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왜?"그녀는 소은호의 마음에서 갑작스럽게 하락한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일 수 없
집사는 자신의 요리에 취해 방금 전의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아저씨, 너무 흥분하신 거 아니에요?"소은해가 웃으며 말했다."얼른 먹어보기나 해요."집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평소 곱게 자라온 이들었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소 씨 집안 남매는 전혀 다른 이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집사의 손에서 자라온 그들은 집사가 바쁠 때면 스스로 많은 것을 해야 했다.한시연이 일어서자 소은호와 소은정이 동시에 소리쳤다."앉아!""그냥 두세요!"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본 한시연은 어이가 없어졌다."제발 그러지 말아요!""안 돼."소은호가 말을 하며 주방 앞에 선 소은해를 보며 말했다."네가 해."소은해는 주방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했다고 생각했다.한시연의 임신 소식은 소은정을 기쁘고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제 곧 고모가 될 수 있었다. 머지않아 꼬맹이가 그녀를 고모라고 부를 것이다.소은정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주방을 나오자 전동하가 소찬식을 부축해 거실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두 사람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찬식의 눈에는 만족스러움으로 가득했다."아빠, 한잔 할래요?"소은정이 먼저 물었다."아니다, 동하 몸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우리끼리 마시는 건 말이 안 되지, 다음에 같이 마시자!"전동하가 목숨 걸고 소은정을 구한 일로 소찬식은 더 이상 반기를 들지 않기고 마음 먹었고, 딸을 끔찍이 여기고 더 이상 상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아빠로서 그의 진심을 엿보기엔 충분했다.마음을 완전히 연 소찬식은 더 이상 형식적인 전대표가 아닌 이름으로 다정하게 부르기 시작했다."그럼 내가 아빠랑 같이 마시면 되죠."소은정의 그런 모습을 본 전동하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전동하는 묻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아 결국 입을 다물었다.소찬식도 기분 좋은 소은정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마시고 싶어?""오빠도 마시고 싶대요.""그래요, 그럼. 은정이도 오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