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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구질구질한 방식

박수혁은 소은정을 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숨을 쉬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그는 얼른 눈길을 내리며 감정을 숨겼다. 그리고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 입을 떼었다.

"다른 뜻은 없어, 그냥 사과하고 싶어서. 둘이 만나는 게 싫으면 다른 사람 있어도 돼."

박수혁이 한 걸음 물러섰다.

박수혁은 이미 자신이 졌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전동하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전동하는 의외라는 듯 박수혁을 바라봤다. 그의 복잡한 안색을 보니 전동하는 기분이 좋아졌다.

적의 고통은 그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소은정은 달갑지 않았다.

박수혁과의 만남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속이 넓은 사람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신을 용서하라고 협박을 하는 건지.

그때, 옆에 있던 윤이한이 입을 뗐다.

"전 대표님, 소 대표님, 짐을 다 실었으니 이제 떠나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윤이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소은정이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박수혁이 빠르게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박수혁은 눈을 감았다 뜨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정아, 내가 이렇게 빌게. 그냥 내가 하는 말 좀 들어줘, 용서를 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앞으로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

박수혁은 그 말들을 하면서도 칼로 심장을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심장의 중요한 일부분을 도려내는 듯 모든 것이 아팠다.

"나는 듣고 싶은 말 없는데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야?"

소은정이 증오를 감추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온도도 없었다.

심지어 낯선 이를 대하는 것보다도 못했다.

박수혁은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 다시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정은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박수혁을 바라봤다.

"마지막이니까 할 말만 간단하게 해, 내 남자친구 옆에 있는 거 상관없지?"

방금 박수혁이 다른 사람이 있어도 된다고 했기에 남자친구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박수혁은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으로 소은정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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