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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못생겼어

전인그룹의 해명은 마치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망언(물론 루머로 밝혀졌지만)과 견줄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전인그룹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일낙천장, 급기야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서의 브리핑을 듣던 전동하가 보고서를 책상에 휙 던져버렸다.

“난 분명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돈을 다시 뱉어만 냈어도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진 않았을 거예요. 그저 돈이라면 독이 들었는지 의심도 안 하고 먹어치우기 바쁜 멍청한 운영진들 탓이죠.”

이에 비서 역시 미소를 지었다.

“전인그룹은 지금 벌레가 득실득실한 고목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진작 썩어빠진 상태죠. 임원들도 뒷돈이나 받고 일하는 부패한자들뿐이니 이번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무너졌을 겁니다. 이 정도 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걸 보면 지금 회사 내부도 아마 엉망진창일 겁니다. 오히려 어떻게 지금까지 멀쩡하게 회사가 돌아갔는지 의아할 정도예요.”

비록 함정을 판 건 전동하였지만 구덩이 안에 있는 미끼를 보고 달려들지 않았다면 덫에 걸릴 일도 없었을 터. 전 회장은 모든 게 전동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자본의 독에 빠진 운영진들의 탐욕으로 벌어진 사태였다.

시간을 확인하던 전동하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쯤이면 전 회장도 회사에 도착했을 겁니다. 아버지는 전기섭 그 멍청이와는 달라요. 뭔가 대책을 취해도 취할 테니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그의 말에 잠깐 망설이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게... 전 회장이 돌아왔다고 해도 이 상황을 수습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전동하가 눈썹을 치켜세우고 비서가 말을 이어갔다.

“전에 전인그룹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라고 하셨죠. 며칠 동안은 별일 없었습니다만 오늘 아침 전인그룹 부대표가 한국 쪽과 컨택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왠지 이상해 전인그룹 지분 상황을 다시 조사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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