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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느끼해

솔직히 지금의 소은해는 촬영팀의 수고고 뭐고 그런 것 따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작품에서 최상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까지가 배우의 사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홍보는 너무 귀찮단 말이야... 그런데 하늘이랑 은정이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잠시 고민하던 소은해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여동생을 향해 진지하게 분부했다.

“하늘이 잘 지켜보고 있어. 옆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말고.”

소은정 역시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소은해는 마지막으로 김하늘의 손을 잡아준 뒤에야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나는 걸 확인한 한유라가 얼굴을 움켜쥐었다.

“은해 오빠 왜 저렇게 느끼해졌어? 나 막 소름 돋으려고 그래.”

그 모습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오빠 원래 저런 사람이야. 밖에서 안 그런 척 하는 거지 사실은 얼마나 자상하고 애교도 많은데. 그렇지, 하늘아?”

한유라와 소은정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김하늘을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소은정을 괜히 흘겨본 김하늘이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인정할 순 없었다.

소은정은 또각또각 걸어가 김하늘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소은해가 껍찔을 다 깎아놓은 사과를 조심스럽게 잘라 포크로 찍은 뒤 김하늘에게 건넸다.

“하늘아, 어쨌든 이미 일어난 일, 수습 방법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 이제 네가 억울하다는 것도 다 밝혀졌고 인터넷에 너에 관한 댓글도 거의 다 지워졌어.”

“고마워...”

창백한 얼굴의 김하늘이 미소를 지었다.

만약 소은정이 집안 세력까지 이용해 여론을 누르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한동안 사람들의 질타와 부정적인 시선속에서 살아가야 했을 것이라는 걸 김하늘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 자기 의지대로 뛰어내렸을 수도...

“하늘아, 그거 알아? 사건 터지고 바로 윤지섭 그 자식한테 갔는데 오빠가 그 자식을 이미 죽사발을 만들어 놨더라. 16층에서 던져버릴 생각이던데?”

목이 메어오는 느낌에 소은정이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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