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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정말 좋아해요

소은정의 말에 헤어에센스를 발라주던 전동하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의 하얀 목선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는 윤기가 흐르는 까만 머리카락의 향기에 마음이 한 번 떨렸고 봄바람처럼 다가와 샘물처럼 그의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그녀의 목소리에 두 번 가슴이 설레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이렇게 말해 준 건 소은정이 처음이었다.

분명 엄마가 실수로 떨어진 걸 봤으면서 직원은 전동하가 밀어버렸다고 증언했고 아버지도 분명 자기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진 거였으면서 전동하가 밀었다는 전기섭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그렇게 전동하는 존재 자체가 잘못인, 영원히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갑작스러운 비극에 다들 미워할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고라는 건 모두의 잘못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차라리 모든 걸 전동하에게 떠넘긴다면 알량한 죄책감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소은정의 말에 전동하는 과거의 끔찍했던 일들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뒤에서 소은정을 끌어안은 전동하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은정 씨,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해요...”

돌아앉은 소은정 역시 그를 안아주었다.

“네. 나도 알아요.”

잠시 후, 대충 감정을 추스르고 나니 소은정은 바로 허기가 느껴졌다.

주방에서 식빵을 두 장 꺼낸 소은정이 그 중 하나를 전동하에게 건넸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을 거 아니에요.”

싱긋 웃던 전동하가 일어서더니 빵을 빼앗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내가 요리해 줄게요.”

소은정이 흠칫하는 사이에 전동하는 이미 소매를 걷고 주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식탁 의자에 앉아 분주히 움직이는 전동하를 바라보던 소은정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걸렸다.

“요리하는 남자는 참 멋있단 말이야. 나도 요리 잘했으면 좋겠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웃던 전동하가 물었다.

“뭐 더 궁금한 건 없어요?”

소은정의 응원을 받으니 이제야 과거를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생긴 전동하였다.

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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