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라는 소은정의 어깨를 툭툭 쳤다.“너가 싫으면 채태현을 괴롭혀. 박수혁 맘 편치 않게. 만약 너가 좋으면 채태현 좋아하면 되잖아. 그럼 박수혁 열받아 죽을걸. 아무리 봐도 네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야!”소은정은 픽 웃었다.“너희들 정말 내 베프네!”“당연하지!”김하늘과 성강희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성강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네 일이나 신경써!”소은정은 눈을 반짝이며 다가간다.“준희야, 혹시 아이디어 있어?”비즈니스 얘기라던가.성강희는 나른하게 웃고는 핸드폰을 봐라본다.“나한테 400키로의 감자가 있는데 아직 팔지 못했거든. 같이 팔아줄래?”소은정은 입을 다물었다.김하늘은 비꼬는 말투로 물어본다.“성준희가 좀 전에 나보고 외국패션쇼에서 자기를 도와 농산물 팔아달라고 했는데, 네가 보기엔 나한테 어울려?”성강희는 불만이 있는듯 김하늘을 봐라보며 말한다.“어울리지 않을건 또 뭐야. 패션계에 있는 사람들은 먹지도 않고 싸지도 않는다니......”소은정은 한숨을 내쉬고 홀로 앉아있었다. 자기 친구들에게 이미 진절머리가 난 모양이다.박수혁을 닮은 사람이 자기 곁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무시할수 없었다. 비록 박수혁 본인은 아니지만 소은정을 긴장하게 하는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숨 쉬는것마저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후유증인듯 싶다.소은정은 잠깐 앉았다가 밖에 나가 바람 쐬려고 하는데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문앞을 막고 서있었다.룸안의 사람들이 소은정의 낯빛이 살짝 변한걸 발견했다. 취기가 완전히 가신 김하늘은 소은정을 가로막고 서있었다.“뭐하는 사람들이에요?”“김대표님, 저희는 기자입니다. 방금 전해들은 소식인데 국내외 유명 모델들이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려 한다고 해서요. 여기서 미팅하시는데 진척상황이 있나요?”“그래요, 한국에서 일을 하려는 모델들은 누구누구 있어요?”“이 사람들 모두 계약하시나요?”“소은정대표님도 안에 계시나요? 이번 일에 소대표님도 참여하시나요?”“소은정씨 나와서 말씀해주세요.”“그
기자들은 아무런 수확없이 돌아갈 생각이 없다.소은정은 한숨을 크게 쉬고 문을 열었다. 얼굴에는 공손하면서도 예의있는 미소를 띄고 있다.“여러분, 해당 사안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예요. 오디션 프로를 계획하고 있는데 초청된 게스트들이 바로 국내외 유명한 모델들이에요. 아직 비밀단계에서 세부사항은 말할수 없는점 양해부탁드립니다.”김하늘은 한시름 놓았다. 소은정이 업계에서 몇년간 다져진 내공으로 이런 상황도 차분히 처리할수 있게되었다.기자들은 소은정이 입을 열자 벌떼처럼 몰려들었다.“소은정씨 룸안의 모델중 제일 눈길이 가는 분은 어느분인가요?”소은정은 담담하게 미소지었다.“모두요.”다들 소은정의 미움을 살수없다는점을 잘 알고있어 더이상 물어본다면 일자리를 잃을수도 있다.“그럼 신규 프로그램 기대할게요!”기자들이 물러나자 김하늘과 소은정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소은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김하늘과 눈을 마주친후 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알고 있었다.......모임이 끝난후.성강희와 한유라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한고비 넘겨 한시름 놓았다.그들은 소은정과 김하늘과 달리 자기만의 배경과 커리어가 없어 자신감이 부족했다.다들 헤어지자 한유라는 소은정의 팔을 감쌌다.“다음번엔 장소 바꿔. 이런 기자들 너무 싫어!”소은정은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아직도 덜 혼났지!”한유라는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를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김하늘은 사람을 불러서 한유라와 성강희를 집까지 데려다주게 하고 모델 매니저한테 일일이 전화돌려서 말 돌지 않게 주의를 줬다.그녀는 그날 제일 뜨고 싶어하는 사람을 꼭 찾을것이다.차가운 바람이 불자 마지막으로 밖에 나온 소은정은 옷을 여미며 차에 타려고 한다. 타기전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소은정씨......”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한 소은정은 놀란것도 잠시 바로 차분해졌다.“채태현?”이 얼굴을 보면 도저히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사실 박수혁을 보고있는거나
누가 문제야?얼마나 평범하고 분발한 하루였던가!소은정이 눈을 뜨기도 전에 한유라의 재촉전화를 받았다.생각할 필요도 없지, 이 시간에 소은정에서 전화하는 건 절친 한유라밖에 없거든!받았더니 목이 잠겼고 나른하다.“여보세요?”한유라가 서둘러 입을 열며: “소은정, 큰일났어, 너 또 검색순위에 올랐어!”소은정이 눈을 뜨고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면서,“어젯밤에 전부 갔는 줄 알았는데 채태현은 왜 안 갔어? 너랑 인사도 하던데?그 사진을 모두 박수혁 인줄 알고 너희 재결합했다고 생각했는데, 박수혁 친구가 사진을 한 장 보내서 박수혁 아니라고 부인하니까 채태현인게 밝혀진 거지.”소은정은 가슴이 내려앉았다.그녀는 잘 알고 있다. 채태현이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소은정 과거의 감정을 고스란히 겪어내고 이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또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지!그리고 채태현의 얼굴은 모두의 목표가 될 게 분명하다. 짝퉁? 다크호스?그 다음은 격한 가십 거리가 되겠지, 소은정은 충분히 상상이 갔다.“이 일은 채태현이 사람을 시켜서 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워, 어떡하지 소은정, 미리 알았으면 같이 귀국 하는게 아니었는데!”한유라가 자책하는 말을 하는데 후회와 뉘우치는 기색이 느껴진다.“됐어, 넌 좋은 뜻으로 그런 걸 난 아니까, 내가 지금 도준호한테 연락해서 일을 무마시킬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할 테니까 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래도 노파심에서 한마디 하는데 어젯밤 다른 사람은 반드시 진정시켜야 해, 제일 좋은 방법은 진짜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는 거고.”요절이면 어때, 아무 상관없어.적어도 살았다는 흔적은 남겨야지.“그래, 나 그만 끊는다.”한유라는 소은정의 말을 이해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소은정은 인터넷을 한번 훑어보고 분위기가 대략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이해했다.‘박수혁이랑 정말 닮았어, 소은정이 짝퉁을 찾은 거네, 진짜 불쌍해!’‘그런데 전에 박수혁이 합치자고 애원한 거 너무 비굴했어
소은정을 배신하다전화를 끊고 소은정은 예전과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했다.박수혁의 집.오한진이 검색순위를 보고 놀라서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다.더욱이 박수혁 친구가 반박한 걸 보고 진짜 완전 끝장났구나 생각했다.이게 무슨 친구야 원수지!소은정님을 지킬 얼마나 좋은 기회냐고, 평소엔 바랄 수도 없는 기회인데!하지만 소은정님을 차에 태워 보낸 사람을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완전 진짜 박수혁인 줄 알았을 거야……오한진은 더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전전긍긍하며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박수혁은 보통 술기운을 빌어 릴렉스 하는 편인데, 문을 열자 어둡고 살벌한 눈으로 오한진을 노려보며: “말해!”오한진이 휴대폰을 꺼내, “박대표님, 대표님이 직접 보세요?”1분, 2분, 5분이 지나고 박수혁의 얼굴이 갈수록 엉망이 되어 갔다!진짜인 본인도 아직 자리를 제대로 못 잡았는데 짝퉁이 먼저 냉큼 부뚜막에 올라가?인터넷을 달군 건 전부 채태현을 동정하는 목소리야!동정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이건 연극하는 거라고!속이 쓰리기도 하고 화도 났다.다음 순간 휴대폰을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박살냈다.오한진은 가슴이 미어지듯 휴대폰의 잔해를 쳐다봤다. 이게 얼마짜린데!하지만 언감생심 그런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박대표님, 우리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박수혁은 눈이 시뻘게져서, “가서 검색순위 전부 내려버려, 한 줄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오한진은 ‘네’ 한마디하고 얼른 내려가 이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일은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다.박수혁은 방으로 돌아와 자기 휴대폰을 집어 들자 마침 강서진한테 전화가 왔다.“수혁이 형, 할 말이 있는데, 화내지 마 형!”“인터넷에 오지랖을 떤 놈 누구야?” 박수혁이 물었다.“알고 있었어?” 강서진은 속으로 ‘제길’하는 생각이 들었다.강서진은 박수혁의 소은정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다.그 친구가 ‘좋은 뜻’으로 박수혁 대신 결백을 밝혀줬다지만 이렇게 되면 소은정을
둘만의 데이트같은 날 발생한 일로, 두 사건을 하나로 연결 지어 생각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그리고 다들 오랜 궁리 끝에 그 장학준이란 녀석이 사진을 올려 박수혁의 결백을 증명한 사람이란 걸 알아챘다.하지만 모두의 추측도 소용없이 태한 그룹이 중소기업을 합병해버렸고 각종 프로세스와 절차를 밟는 중으로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단지 업계에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수혁의 방식이 지나치게 모질고 매정하다고 느꼈다.박수혁의 일하는 스타일에 대해서도 원망의 말이 많다.고작 사진 한 장 올렸을 뿐인데 열 받았다고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 붙여?하지만 어쩔 수 있나, 누가 박수혁의 분노에 저항할 수가 있겠어?이번에 두드려 맞았으니, 정신 차렸겠지!일이 어렵사리 그래도 수습되어 가고 채태현이란 이름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가는데, 비록 사람들에게 남긴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멋대로 구는 독재자 대표 얼굴에 맞선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도준호도 자신의 가치를 십분 발휘해 남김없이 하얗게 불태웠다. 출연이 줄을 이었고 비는 시간엔 실시간 방송……거성그룹.프로그램 정기 회의는 상당히 중요해서 네 명이 모두 참석해야 한다.소은정이 도착했을 때,임춘식, 박수혁과 전동하가 모두 회의 석상에 모여 있었다.소은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의 눈빛이 차분한 것이, 마치 요 근래 소은정이 인기검색어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듯한 모습이었다.일부러든 아니든 박수혁과 전동하는 서로 양쪽에 떨어져 않고 옆으로 각각 한 자리씩 있다.임춘식이 의미심장하게 박수혁을 쳐다봤다.전동하는 온화하게 소은정대신 회의 자료를 가져와, “소은정씨, 축하 드려야 겠습니다. 박대표 다리가 벌써 다 나았다는 군요.”그 한마디에 박수혁이 용기를 끌어 모아 얘기하려던 마음이 완전히 수그러들며, 차가운 눈빛으로 전동하를 쳐다봤다.일부러 저러는 건가?“그래요 맞아……”“……”소은정은 소리 없이 입꼬리를 올리고, 냉담함이 가득한 비꼬는 눈빛으로,“그건 박대표를
임춘식은 더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그는 이 분위기 속의 은은한 초연이 어디에서 왔는지 완전히 이해했다.박수혁은 음산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전동하의 시선을 마주했고 오만하고 깊은 것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자기 능력을 모르는 사람이 있네요.”“박수혁 대표님도 없는데 제가 있어야 하나요?”이건 본격적인 교전인 셈이었다.전동하는 웃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박수혁은 비웃었고 그 웃음은 더욱 건방지고 독해졌지만 웃음 속에 한 가닥의 무력감이 배어 있었다.공기는 정말 추웠다.거성 그룹 건물 아래.소은정은 휴대폰을 들고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전화했고 느긋한 표정에 한 손으로는 외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창밖을 바라봤고 마치 득의양양한 모습이었다.전동하가 걸어오는 것을 본 소은정은 전화를 끊었다.“전동하 대표님, 볼 일 더 있으세요?”전동하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쳐다봤다.“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소은정 씨께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이죠.”두 번째다.거절하기 곤란하다.소은정은 멈칫하다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하지만 대접은 제가 해야 맞겠죠.”그녀가 방금 거절한 이유는 박수혁과 한 테이블에 앉아 있고 싶지 않아서였고, 지금은 그가 없으니 당연히 걱정할 게 없었다.두 사람은 같은 차에 올라탔고, 박수혁은 위에서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봤다.그의 몸을 감싼 한기는 점점 짙어졌다.박수혁은 마음속의 불쾌함을 전부 얼굴에 드러냈고, 가슴은 더욱 답답했다!임춘식은 기침 소리를 냈다.“서운해할 거 없어요. 같이 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는 그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그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당초 왜 그랬을까?개인 식당은 외부에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단골손님이었다.장소는 교외에 위치한 별장이었고 환경과 풍미 또한 좋았다.소은정도 한유라 그들과 몇 번 와 본 곳이었고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아마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그런
사람을 속이는 거짓말 앞에서 소은정은 몇 마디 말로 정신 못 차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전동하는 거리낌 없이 그녀의 눈빛을 맞이했다.“1년이 안 돼요. 하지만 당신을 안 후부터 매일 매일 혼자 당신을 좋아했어요. 은정 씨, 자기소개를 할게요. 전 전동하이고 3년 전에 배우자를 잃고 아들이 하나 있어요.”그는 눈을 떨어뜨리며 웃었고 눈빛 속에는 자조가 조금 섞여 있었다.“조건이 나쁜 것 같지만 전 돈이 많아요. 구체적인 액수는 저도 잘 모르고요. 만약 알고 싶으시다면 사람을 시켜 통계해볼게요.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어떤 사업들은 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그는 멈칫했고 낯빛은 진지해졌다. 부드러운 눈빛에는 빛이 났다.“마이크는 이미 세상을 떠난 동생의 아들이에요. 종교적 신념과 전통 때문에 나는 그의 어머니와 결혼해야만 상대 집안에서 그녀가 마이크를 낳는 걸 허락받을 수 있었어요.”소은정은 온몸이 굳었고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방금 그의 자조에 그녀는 좀 당황스러웠다.하지만 이 비밀은 그녀의 마음을 특별히 무겁게 만들었다.이 비밀, 아마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태연하게 말한다고?그녀는 마이크가 가슴 아팠고 유난히 기분이 복잡했다.전동하가 말했다.“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이게 저의 제일 큰 비밀이기 때문이에요. 부담 갖지 말아요. 마이크가 좀 철이 들고 나서 나중에 그들에게 알려주려고 했어요.”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렸고, 그녀가 전동하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았다.“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의 비밀을 탐구할 마음이 없습니다.”그녀는 알았지만 기뻐할 수가 없었다.전동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고, 성의가 충분했다.하지만 그녀는 어떤가?그녀는 감정을 시작하려는 열정이 전혀 없는 것 같다......전동하는 상냥하고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저에 대해 더 많이 알았으면 해서요. 저를 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소은
전동하의 미소는 살짝 굳었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박대표님이 말리라고 시킨 건가요?” 강서진은 바로 부인했다. “당연히 아니에요. 저희는 그저 당부드릴 뿐이에요. 여자가 널렸는데, 이혼하고 성격도 괴팍한 여자를 고를 이유가 없잖아요?” 강서진은 말이 끝나자 마자 뒤에서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그를 설득하기도 전에 소은정의 차가운 말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강서진씨, 남 욕 할 때는 좀 숨어서 하는 법은 모르나봐요?” 강서진은 놀라서 몸을 떨고 있었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 온 몸에 털들이 다 쭈뼛 설 것만 같았다. 그는 딱딱하게 고개를 돌렸다. “소… 소은정씨.”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이혼을 했다고? 성격이 괴팍하다고? 아니, 그건 다 사실이 아닐 테다. 소은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 입꼬리를 올렸다. “두 분이 저에 대해서 엄청 잘 아시나 봐요. 다른 사람한테까지 말하시고. 매체에다가 말하는 게 더 낫지 않으셨겠어요?” 강서진은 그대로 굳었다. 아니, 그는 간이 열개라도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이태성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옆에 서서 입을 열지 않았고 강서진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소은정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아도 하마터면 이 똑똑한 여자와 결혼할 뻔했던 게 아쉬운 점이었다. 강서진은 달랐다. 그의 나체 사진은 아직 소은정 손에 있었고,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그는 사람들을 볼 낯짝이 없었다. 그는 온몸을 벌벌 떨며 일어나 비열하게 웃었다. “장난이죠. 제가 어떻게 이런 소문을 바깥에 퍼트릴 수 있겠어요? 저는 그저 전 대표님에게 인사드리러 왔을 뿐이에요.” 소은정은 차갑게 그를 보며 그를 지나치고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강서진씨, 제가 만약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가게 되면 그쪽이 꼭 1위가 될 거예요.” 강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