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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네가 결정해

“내일 한씨 가문 사건이 개정돼. 네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니, 출석할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왕아영은 한 손으로 홍연옥이 가져온 과일을 한 입 베어 물며 무심하게 말했다.

이현은 주인의 자리에 앉아 끓는 물을 찻주전자에 부었다. 이 찻주전자는 하연이 한때 그에게 선물했던 것이지만, 그는 공개석상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이모는 가실 거예요?”

“난 왕씨 가문의 가주니까, 당연히 가야지.”

“외할아버지는요?”

“네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셔서 더 이상의 충격을 견디기 힘드셔. 최하연이 이메일을 보냈을 때도 충격받아 뇌경색으로 입원하셨잖아. B시에 가서 재판에 참석하시라고 하지 말고, 그냥 두자.”

왕아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살짝 짜증 섞인 기색을 내비쳤다.

이현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놓인 잡지를 흘낏 보았다.

잡지에는 F국에서 일어난 일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고, 하연이 얼마나 상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왕아영은 그 모습을 보고 힐끗 웃으며 말했다.

“최하연이 왜 요즘은 우리에게 맞서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남자에게 차였더군. 그렇게 거만하더니 결국 별수 없더라?”

“그만하세요.”

이현은 낮은 목소리로 잔을 탁 내려놓았다.

왕아영은 깜짝 놀라며 곧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너, 나한테 무슨 태도야? 우리 집안이 그렇게 오랫동안 널 먹이고 입혀 줬는데, 우리가 너한테 부족하게 군 게 뭐 있니? 그리고 소울 칵테일인지 뭔지 하는 가게, 당장 문 닫아! 우리 왕씨 가문의 후계자가 사람들 앞에서 손님을 맞는다는 게 말이나 되니?”

이현은 꼼짝하지 않았다.

“제가 경찰로 일할 때는 이모도 지금의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왕아영은 공직자였던 ‘한명준’을 통해 공사와의 협력을 위한 뒷거래를 시도하려 했지만, 이현은 그때마다 단호히 거절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왕아영은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너, 그 경찰 얘기를 아직도 할 셈이야? 그때의 나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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