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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우리 내기할까?

“내가 너더러 오라고 했어?”

하연이 분노에 휩싸여 던진 외투의 지퍼가 남준의 얼굴에 정확히 맞아서 떨어졌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신음을 흘렸고, 얼굴에는 금세 핏자국이 맺혔다.

하연은 순간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한 듯 손을 멈추며 말했다.

“너...”

남준은 손으로 상처를 문지르며 붉은 피가 묻은 손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갔고, 하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도 들어오기 힘든데, 저 녀석은 어떻게 이렇게 쉽게 들어왔겠어? 최하연, 너 가끔 너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거 알아?”

남준은 생각 없이 행동하는 여자를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하연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점점 더 짜증이 밀려왔다.

하연은 남준의 말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현의 정체를 묻지 않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의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번 발을 들이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너한테 듣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해.”

하연이 차갑게 대꾸하며 휴지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닦아.”

남준은 휴지를 받지 않았다.

“미안하기라도 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왜 갑자기 잘해주는 척이지? 휴지까지 주다니, 나한테 진심인 건가?”

하연은 자신이 했던 비슷한 말을 그가 되돌려준 것이 어이없었다.

그녀는 남준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휴지를 그의 품에 던져 넣었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즉, 알아서 닦으라는 뜻.

하연은 남준이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 보았다.

매운 향이 코를 찌르는 음식들이 가득했으나, 전혀 식욕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뚜껑을 덮어 버렸는데, 이현이 가져온 음식을 다 먹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대단하다, 너. 조사받는 신세가 되었는데도 다른 남자와 농담을 주고받을 여유가 있다니.”

남준은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하연을 비난했다.

그의 말에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또 말해야겠어? 난 그런 거 한 적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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