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굉음이 울렸다. 육망성진의 정중앙에서 거대한 얼음 검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얼음 검은 길이가 사장 너비가 오척으로 사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극한의 한기를 띠고 있어 마치 지옥에서 뽑아낸 듯했다. 한기가 빠르게 퍼져나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 밖까지 뻗어갔고 지나가는 곳마다 만물이 얼어붙었다. 반유림과 고혼 같은 강자들도 한기에 침습 당하자 저도 모르게 전율했다. “이게 무슨 검법이지? 이런 건 처음 보는군!” 반유림이 눈을 크게 떴다. 한서의 얼음 검은 강기로 만든 게 아니라 진법으로 불러낸 것이라 위력이 백배는 더 강했다. 그 안에는 천지를 멸할 듯한 힘이 담겨있었다.이 검이 나가면 검선 백준도 막아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 검의 이름은 멸세라고 하지. 내가 극한의 땅에서 꼬박 8년을 보냈는데 바로 언젠가 너를 이기기 위해서였어. 이 검은 단 한 번의 공격만 가능하고 그 후엔 완전히 부서질 것이야.” “백준 내 이 일격을 받아낼 수 있겠나?”한서가 거대한 검 자루를 양손으로 잡자 검 안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에 그의 두 손이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일격은 이미 그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한 번 찌르면 성공하거나 목숨을 걸어야 했다. “받아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찔러봐야 알 수 있지 않겠나?” 백준이 담담히 말했다. “좋다. 그럼 이 멸세검의 위력을 한번 맛보거라.”한서가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강기를 남김없이 뿜어내어 멸세검에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양발로 세게 땅을 박차자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바위 지면에 구덩이가 생겼다. 한서는 거대한 멸세검을 밀며 백준을 향해 세차게 돌진했다.검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만물이 정적에 빠졌다. 화초와 나무는 물론 천지의 영기까지 모조리 얼어붙었다.공격의 표적이 된 백준은 멸세검이 접근하기도 전에 무형의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일은 오래간만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서의 이 일격은 자신이 진심을 보여야 할
폭발 직후 아수라장이 된 산 아래와는 달리 산 정상은 조용하였다. 폭발의 파장이 그치자 마치 강풍이 휘몰아친 것처럼 황지로 되어버린 진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하사는 폐허로 되었고 그 많던 초목도 전부 뿌리째로 사라졌다. 관전하던 반유림과 고혼조차 폭발의 여파에 100여 미터나 뒤로 물러났다. 그 시각 산 정상에서 백준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용작검이 그의 앞에서 이따금 금광을 뿜어냈다. 10여 미터밖에 푸른색의 추성검이 땅바닥에 꽂혀있었고 한서의 안색은 어두웠다. 엄지와 검지 사이가 찢어져 새빨간 피가 바위 우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팔은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한서, 네가 졌다.” 백준이 입을 열었다. “너의 검술은 대단하나 아쉽게도 조금 부족해.” “누가 졌다고 그래?” 한서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결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검법이 하나 남았어. 만약 이것도 막을 수 있다면 난 이후 검에서 손을 뗄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백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넌 아직 젊어. 기회가 넘치는데 왜 굳이 자기 자신한테 못되게 구는 거야?” “만약 천하의 일인자가 될 수 없다면 내 삶은 의미가 없어!” 한서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땅 위에 꽂혀있는 추성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찔렀다. 그가 공격하는 순간 그의 몸 표면에서 농후한 피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강대한 힘이 들어있는 피안개는 주위의 천지 영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였다. 순간 한서의 분위기가 돌변하였다. 속도와 힘도 눈에 띄게 강해졌고 강기의 두터움도 한층 더 높은 수준을 보였다. 마치 경계를 타파한 듯하였다. “세상에! 한서 이거 목숨을 걸었네!” 이 장면에 고혼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고혼! 준비해, 우리의 기회가 왔어!” 반유림은 놀라워하는 대신 기쁨에 흥분하였다. 백준과 정면승부하여 그를 이기기는 너무나 힘들다. 그러기에 그들은 반드시 기습하는 수단으로 그한테 치명타를 주어야만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두 검날이 부딪친 순간 한서의 혈색 장검이 터지면서 피안개로 변하여 소실되었다. 인검합일에 이른 한서는 그와 동시에 튕겨 나갔다. 안색은 창백하였고 뜨거운 피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용작검도 10여 미터 바깥으로 튕겨 나가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바위에 꽂혔다. “좋은 기회다! 지금이야!” 용작검이 잠시 공제를 잃은 모습에 반유림의 눈이 번쩍였다. 그는 두말하지 않고 공격에 나섰다. 그는 얼른 활을 겨눈 뒤 온몸의 강기를 이용하여 기운이 일렁이는 검은 화살을 만들어내었다. 검은 화살은 광택이 일렁이었고 차가운 기운이 내뿜어져 나왔다. 그는 재빠르게 활을 겨눠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검은 빛으로 변화하여 순식간에 백준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이 화살은 빠르고 날쌔서 아무런 징조도 없었거니와 시기도 딱 알맞았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습이었다. “네가 이러고도 안 죽나 보자!” 반유림의 입가에는 음습한 미소가 어렸다. 백준의 어검술은 대단하나 한 가지 큰 약점이 있다. 바로 근전싸움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방금의 충격에 용작검이 잠깐 공제를 잃었다. 백준의 손에 아무런 무기도 없어 그의 전투력도 따라서 많이 줄어들었다. 반유림은 바로 그걸 노려서 한방에 백준을 무너뜨릴 생각이다! “스스스...”반유림이 기습을 하자 고혼도 손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는 검은 안개로 변하더니 땅 밑으로 스며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이미 백준의 뒤에 위치하였다. 검은 안개 속에서 날카로운 강철 발톱이 백준의 등을 할퀴였다. 소리 소문 없으나 살기로 충만하였다. “쉬익!” 검은 화살이 백준의 가슴에 꽂히려는 찰나 백준이 갑자기 두 손가락으로 그 화살을 가볍게 집었다. “윙!” 거대한 힘을 가진 검은 화살은 순식간에 그대로 멈추었다. 화살 뒤의 깃털은 요란하게 요동치었으나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손가락으로 검은 화살을 집은 동시에 백준은 몸을 돌려 고혼이 휘두르는 강철 발톱도 잡았다. 이 둘이 앞뒤로
“이원무?” 하늘에서 내려오는 붉은 창을 바라보고 백준은 곧이어 누구지 알아맞혔다. 창이 내리꽂히는 속도가 너무도 빨랐기에 백준은 용작검을 미처 소환하지 못하였다. 그는 검 대신 손가락으로 그 창을 막아 나섰다. “펑!”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백준의 손가락과 창이 맞닿으면서 공포의 에너지 파장이 일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곧이어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백준은 팔을 든 자세를 유지하였고 그의 손끝에는 검 모양의 금빛 파문이 생겼다. 그 금빛 파문은 붉은 창과 서로 저항하며 서로 부딪혀 금광과 홍광으로 이루어진 파문이 끊임없이 퍼져 나왔다. 이 시각 창의 끝부분에는 어느 순간 백발홍안의 노인이 나타났다. 차가운 기색의 노인은 창의 끝부분에 선 채 차가운 눈길로 백준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천하를 내려다보는 신 같았다. 그가 바로 호룡각의 각주이자 경천 랭킹 2위의 강자인 이원무이다! “이 각주?” 이원무를 본 반유림의 안색이 환해졌다! 용호산의 그 분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호룡각 각주 이원무는 그야말로 진정한 천하 제일인이다! 비록 같은 경천 랭킹중의 강자지만 이원무와 그들은 하늘과 땅 차이다. 백준조차 상대하지 못하는데 실력이 더 강한 이원무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다행인 것은 그들은 이원무와 같은 편이라는 것이다. 이원무가 이곳에 이르렀으니 형세가 뒤바뀌었다 볼 수 있다. 백준이 아무리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들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얼른 오길 잘했네, 하마터면 골치 아플 뻔했어!” 검은 안개 중에 숨어 있는 고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 늙은 괴물도 올 줄은 몰랐네.” 한서는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서 얼굴빛이 약간 굳어졌다. 입가의 붉은 피는 여전히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방금의 싸움을 통해 그는 자신이 백준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실감하였다. 이젠 이원무와 백준이 서로 우열을 가릴 차례이다. “이원무, 아무리 그래도 이름 있는 명인인데 기습하다니, 다른 사람들한테 웃음거리가 될
그는 발끝으로 창의 손잡이를 차고는 뒤로 빠져 후퇴하였다. 용담적염창도 이 발힘에 의해 가로로 내려앉아 마침 공중의 용작검과 부딪혔다. “펑!” 폭발음과 함께 눈 부신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두 무기는 부딪힌 즉시 이내 각자 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 둘은 실력이 막상막하였다. “이원무, 넌 날 이길 기회를 날려 먹었어.” 용작검을 손에 든 백준의 기세는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만약 네가 계속 공격하였다면 내가 죽진 않더라도 크게 상했을 텐데. 아쉽게도 네가 겁을 먹었어. 혹시나 다칠지 아니면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워했지. 그러니 네가 모험하지 못하는 거야, 이게 바로 너의 제일 큰 약점이야.” 늙을수록 죽는 것을 두려워하다니. 폐관 수련한지 수년이 된 이원무는 강자의 마음을 잃은 지 오래라고 백준은 생각하였다. 천지를 뒤흔드는 수행이 있을지언정 그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니 말이다. “흥! 내가 널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인 것을. 내가 왜 굳이 모험해야 하지?” 이원무가 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내가 호룡각 각주의 실력을 제대로 시험해 보지!” 백준은 쓸데없는 말을 거두고 용작검을 손에 들고 먼저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필경 그는 고군분투하는 중이니 시간을 끌수록 그한테 불리해진다. 이원무도 모습을 드러냈으니 아마 호룡각의 다른 고수들도 지금 이곳으로 몰려오는 중일 것이다. 아직 포위되기 전에 얼른 싸움을 끝내야 한다. 크게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원무를 물리쳐야 한다! “큰소리치기는!” 검을 빼든 백준의 모습에 이원무도 창을 들고 맞섰다. 두 절세의 강자는 얼마 안 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원무의 창은 그 기세가 드높고 강렬하였다.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였고 무찌르고 가르는데도 능하여 그다음 동작이 예측 불가하였다! 공포스러운 실력에 절묘한 창법이 곁들어지니, 마치 신이 강림한 듯 그 기세가 대단하였다. 백준은 매서운 검법에 민첩함과 교묘함이 어우러졌다. 그는 싸울 때 우세와 열세를
“죽으려고!” 부규환의 득의양양한 모습에 유진우는 이를를 빠득빠득 갈며 온 얼굴이 충혈되었다. 이 시각 그는 더 이상 아무런 고려도 없이 온몸의 혈 자리를 열고 술법을 강제적으로 펼쳤다. 펑, 펑, 펑...폭발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몸 곳곳에 갑자기 한 개 한 개의 구멍이 생겨났다. 눈 깜짝할 새에 그는 온몸이 피로 흥건하였다. 유씨 가문 술법은 실력을 증진할 수 있으나 동시에 엄중한 부작용도 있다. 특히 체력 부진일 때 강제적으로 술법을 사용한다면 상처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까딱 잘못하면 몸이 폭발하여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유진우는 이미 죽을 각오를 한 것이다. “미친놈! 설마 죽어도 나랑 같이 죽겠단 거야?” 이 모습에 부규환의 낯빛이 변하고 득의양양하던 표정은 당혹감으로 가득하였다. 유씨 가문 술법은 목숨을 대가로 하는, 적을 죽일 수는 있지만 사용자도 크게 다치는 그런 술법이다. 죽을 각오를 하지 않은 이상 좀처럼 쓰려고 하지 않는 술법이다. 유진우가 이리 독한 줄 알았으면 방금 그한테 깐족대지 않는 것인데. 그저 시간을 끌기만 하여도 저절로 힘에 부쳐 죽었을 거다.“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랑 같이 죽겠다!” 유진우는 소름 끼치게 웃었고 그의 두 눈은 시뻘겋게 빛났다. 공포스러운 힘이 그의 몸 곳곳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윙!유진우가 들고 있던가 들고있던 창공검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강렬한 검기가 부규환을 보호하고 있는 금종을 끊임없이 공격하였다. 공격하는 힘의 크기는 점점 더 커졌고 공격의 기세도 점점 거세졌다. 쩍, 쩍, 쩍...단단하기 그지없던 금종은 창공검의 공격하에 갈라지면서 하나하나의 금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뭐?” 부규환의 동공이 순식간에 흔들리면서 곧이어 온몸의 강기를 이용하여 금종을 보강하였다. 유진우의 마지막 공격을 막지 못하면 죽지 않아도 크게 다칠 거란 것을 부규환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균열은 점점 많아졌고 부규환이 아무리 보강하거나 강기를 주입하여도 금종은 복원되
부규환이 안에 금오란갑을 입음을 인제야 모든 이들이 발견하였다. 비록 그 금오란갑이 이미 망가졌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유진우의 치명적인 한방을 막아내 부규환의 목숨을 구했다. “콜록...”부규환은 피를 토하며 부들부들 일어섰다. 대라금강공을 수련하고 일반인을 초과하는 신체 능력에 금오란갑의 보호, 이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하였다면 그 누구든 방금 유진우의 공격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다. 지금 비록 목숨만은 건졌으나 크게 다친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계속 싸워나가면 승산이 없다. “죽어라!” 유진우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재차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움직이자마자 그는 다리가 후들거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칼로 땅을 지탱하여서야 겨우 온몸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방금 그 한 방이 온몸의 힘을 다 소진해 버렸다. 유씨 가문 밀법의 후유증이 지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지금의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도 없으니 추격할 힘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모습에 부규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유진우야, 유진우. 난 또 네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더니 겨우 이 정도야? 어때? 지금 일어서기도 힘들지?” 유진우는 이를 악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조금씩 일어섰다. “하하...유씨 가문 밀법이 강하긴 하지만 그 후유증 또한 어마어마하지. 내 예상이 맞다면 넌 지금 한계에 도달했어. 내가 손 쓰지 않아도 얼마 가지 않아 너 스스로 못 버티고 죽어버릴 거야.” 부규환이 음흉하게 웃었다. 비록 그도 큰 상처를 입었지만 유진우에 비하면 나은 축이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이미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로 도망칠 능력조차 없다는 거다. 산 정상의 싸움이 끝나면 그들이 나설 차례이다. “흥! 기뻐하긴 아직 일러! 나도 여기 있거든!” 황은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야, 센 척 그만해. 넌 상처도 입었고 독약도 다 써버렸잖아. 우린 여기에 몇만 개의 병마가 있는데 네가 강하다 한들 이들 중 몇을 죽일 수
쉬익검날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부규환의 목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모든 사람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였다. “억...”부규환의 몸은 잠시 떨리더니 마치 돌이라도 된 듯 제자리에 굳었다. 홍군림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의아함과 두려움으로 가득하였다. 그는 홍군림이 삽시에 자신을 공격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목이 베인 현재도 그는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린 한편인데 왜지? 서로 원한도 없거니와 서로 동맹을 맺은 사이인데 왜 홍군림이 나를 죽이는 거지? 혹시 몇 마디 재촉하였다고? 성깔이 이리도 더럽다고?’ 부규환이 생각했다. 퉁!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부규환의 머리가 그의 목에서부터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그의 눈에는 믿기 힘든 기색이 역력하였다.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은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진우의 손에서 겨우 살아남아 승리를 거머쥐어졌다고 여겼을 때 홍군림에 의해 목이 댕강 잘리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맞는 듯싶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부 대인님께서... 죽으셨어?” 단칼에 목이 잘린 부규환의 모습에 모두가 넋을 잃고 입을 떡 벌린 채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홍군림의 등장이 그들에게 희망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하였다. 경천 랭킹 제10위가 이렇게 단칼에 목숨을 잃다니 모두가 꿈을 꾸는듯한 허망함을 느꼈다. “어떻게 ... 어떻게 이런 일이?” 문관옥은 소름이 돋았고 두려움에 말조차 더듬었다. 부규환은 대내의 일인자이자 호룡각의 성원이다. 능력과 배경을 겸비한 인물이란 말이다. 그런데 홍군림이 두말없이 그의 머리를 베어버리다니 제 정신인 건가? “아저씨... 제가 제대로 본 거 맞겠죠? 저 사람이 부규환을 죽였어요?” 황은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손안의 독약을 땅에 떨굴 뻔하였다.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 둘은 같은 편이지 않나? 왜 갑자기 팀킬 하는 거지? 혹시나 둘 사이에 원한이 있는 건가?’
“대단하므로 호룡각이 망가지면 그 영향은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우리가 이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유진우가 말했다.“연경에 있으면서 4대 왕족인데 어떻게 제 몸만 사릴 수 있겠어? 이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됐어.”조무진은 고개를 저었다.호룡각이 그렇게나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무너진다면 세상은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강력한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각 세력과 군벌들은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세력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왕족인 조씨 가문은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결합이 이뤄질 것이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이 이뤄지는 거죠. 호룡각이 오랫동안 왕 노릇을 했는데 얼마나 많은 신하의 불만을 샀는지 몰라요. 명령을 듣지 않거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 생기면 뿌리를 뽑아버렸죠. 오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다 하늘의 뜻이에요!”조홍연이 쌀쌀하게 말했다.그해 자금성 변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중에는 유진우의 어머니 진소연도 포함되었다.조홍연에게 진소연은 아주 선량하고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평소에도 남을 돕는 것을 즐겨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모른다. 거지한테도 진소연은 예의를 갖추어 상대했다.그런데 이렇게 좋은 사람이 호룡각의 음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충신들도 있었다.이런 조직은 언제가 됐든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호룡각은 무너졌다고 해도 잔여세력이 꼭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여전히 무시하면 안 될 세력이지. 나는 계속해서 추적할 거야.”유진우가 엄숙하게 말했다.이원무가 죽었고 호룡각의 절반이나 되는 중요한 인물들이 백준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호룡각의 세력은 뿌리가 깊어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
“진우 오빠,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누가 그런 거예요? 제가 가서 죽여버릴 거예요!”조홍연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고 유진우가 온몸에 피범벅인 것을 보고 심각해지더니 분노를 참지 못했다.예쁜 두 눈에는 살기가 넘실댔다.유진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얼른 병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오는 길에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쉽게 처치해버렸지만,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유진우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그 나라와 적이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은 이미 죽었어.”유진우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진우 오빠, 일단 누워서 쉬고 계세요.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게요.”조홍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홍연아,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네가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어.”유진우는 화제를 돌렸다.“무슨 일이요?”조홍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얼마 전에 그 칼부림 너희들도 봤지?”유진우가 물었다.“봤어요.”조홍연은 표정이 엄숙해졌다.“그 칼부림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을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저는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그건 백준 아저씨가 죽기 전에 날린 것이야.”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변이 없는 한 용국의 용맥은 이미 망가졌어. 황권의 머리 위에 있는 호룡각도 타격을 받았을 거야. 앞으로는 연경 전체가 혼란스럽고 불안해 질 거니까 너희 조씨 가문에서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해.”“뭐라고요? 백준 아저씨가 죽었다고요?”조홍연은 표정이 변했다.“누가 그런 거예요? 아저씨를 죽일 수 있는 사람 누구예요?”그녀는 유진우와 함께 검술을 훈련했고 예전에 백준의 가르침도 받았다. 그녀는 하늘 아래에 백준의 검술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여겼었다. 이렇게 대단한 강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인 데다가 서로에게 놓고 말해서 오랜만에 만난 강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마땅한 상대가 없다는 건 얼마나 지루할지 모른다.“진우 형,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해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홍군림은 이렇게 한마디를 남기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검종에서 내린 임무는 유진우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오히려 유진우를 구해주었다.돌아가면 그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아저씨, 상처는 괜찮으세요?”황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온통 시체로 뒤덮인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빨리 돌아가자.”비록 이원무는 죽었지만 호룡각은 아직 전멸하지 않았다. 만약 호룡각 고수들이 오게 되면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빨리 철수하기로 했다.그들은 차를 몰고 연경으로 향했다. 그때 앞쪽에서 대규모 병력이 나타났는데 다들 전투복을 갖춘 군사들이었다.그들은 유진우의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본 황은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독약을 꺼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 아직도 적이 남아 있다고요?”“아저씨, 차 안에 계세요.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황은아는 차에서 내려 독을 뿌리려 했다.“기다려 봐! 적이 아니라 우리 쪽 지원군이야.”유진우이 곧바로 말리며 말했다.“네? 지원군이요?”그 말을 들은 황은아가 멈칫했다.그때 맞은편 차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온몸에 피를 묻힌 조무진이 급히 뛰어오는 것이었다.“진우 형, 진우 형!”조무진이 급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유진우의 몸이 온통 피로 얼룩진 것을 보고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형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요? 빨리, 빨리 치료해 드려!”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피까지 토하는데 뭐가 괜찮다는
“아저씨? 아저씨? ”천천히 사라지는 백준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진우는 눈시울이 붉어진채 처량한 목소리로 백준을 불렀다.원래부터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던 그는 너무 슬픈나머지 웩하며 피를 토해내더니 그자리에 풀썩 쓰러졌다.의식이 모호해지며 한참동안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진실을 알아내고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또 한 명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나니 이젠 그도 자신이 한 일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복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헛되이 희생하지 않았을 텐데.“이는 검선이 선택한 길이에요. 그분은 아주 기쁘게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홍군림이 미세하게 떨리는 용작검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검선은 찬란한 일생을 지냈어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전히 빛을 발했죠. 혼자의 힘으로 이원무를 베고 호룡각을 멸망시켜 백성들을 구했으니 진정한 검선이고 세계최강이죠!”유진우는 자부심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사부님 백준에게도 눈길을 둔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백준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마음이 가슴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왔다.이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는 진정한 검선이다.“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저씨는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야.”바닥에 누워 있는 유진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만약 복수 때문에 더 많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그는 차라리 불효자가 되어 모든 이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남은 인생을 살 것이다.지금 이 순간에야 유진우는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손에 권력을 쥐고 있던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으셨다. 유진우는 아버지가 너무 나약해서 권력과 지위를 잃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버지가 권력과 지위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사부님, 어렵다 하더라도 저는 시도해볼 거예요!”이청성이 굳센 의지를 갖추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앓아누워계셨고 오빠들은 황위에 눈이 멀어 서로 싸우고 있었으니 지금 이 일을 맡을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용국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나서서 돌이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요. 가보세요. 공주님이 이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백발의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간곡하게 입을 열었다.“사부님, 부디 건강하세요. 시간이 있으면 찾아뵐게요.”이청성은 백발의 늙은이를 향해 예를 갖추고 그곳을 떠났다. 용맥이 사라진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미래가 어찌 돌아갈지는 모르겠구나. 신하로서 군주를 따라야 하니 이 늙은이도 이젠 떠날 시간이 다 됐구나.”백발의 늙은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힘들게 몸을 일으켜 향을 피우고 목욕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예배를 했다.모든 일을 끝마친 뒤 그는 자리로 돌아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얼마 뒤 바람이 일더니 허공에 매달려있던 장명등의 등불을 꺼버렸다.백발의 늙은이는 머리를 숙인 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진산 산꼭대기.온몸의 기운을 모아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른 백준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늙은이로 변했다. 그의 몸은 언제든지 부서질 도자기처럼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장혁아...” 백준은 산기슭에 있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야. 너 키가 너무 많이 커서 아저씨가 못 알아볼 뻔 했어.”“아저씨...”눈시울이 붉어진 유진우는 백준을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그는 백준의 생명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였다. 백준이 강제로 신선의 경지에 오를 때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었다.“나 백준은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떳떳하게 살아왔어. 단지 네 어머니께 큰 빚을 졌지 뭐야. 네 어머니께서 나의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지금까지 갚지못했어. 오늘 내 목숨으로
호용각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로 변했다. 호용각은 용천산과 그 밑에 숨겨진 용맥과 함께 백준의 칼에 잘렸다.이 검법의 위력에 천하가 뒤흔들렸고 자금성까지 그로 인해 흔들렸다.같은 시각 친제감속.호리호리한 체격의 백발 늙은이가 거대한 나침판 위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뭐라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것 같았다.이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뒤이어 거대한 나침판이 어딘가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처럼 “팍”하고 산산조각이 났다.그 위에 앉아있던 백발의 늙은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피를 토해냈다. 늙은이의 기력이 쇠약해 보이는 것이 크게 다친 것 같았다.“사부님, 무슨 일이에요?”마침 방안으로 들어오던 이청성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 허겁지겁 달려가서는 늙은이를 부축해줬다.“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 없네요. 이건 운명입니다.”백발의 늙은이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기침을 해댔다.“사부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이청성이 물었다.“용맥이 잘려 사라져버렸어요.”백발의 늙은이가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제가 전에 점을 쳤던 것이 현실이 되었어요. 용국의 용맥이 누군가에 의해 잘린 뒤로부터 조정이 흔들리고 국운이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세상이 변할 거에요.”“뭐라고 하셨어요? 용맥이 진짜로 잘렸단 말입니까?”이청성이 소스라치게 놀라 되물었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 나쁜 소식을 실제로 들어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용맥이 사라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가 뒤흔들릴 것입니다. 폐하께 소식을 건네 이른 시일 안에 준비를 마쳐 정세를 안정시키도록 하세요.”백발의 늙은이가 방법을 대줬다.“이 일은 제가 이미 아바마마께 전해드렸어요. 하지만 근래 아바마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방법이 없네요. 여러 오빠는 황위를 빼앗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거예요.”이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녀의 아버지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정사를 돌보는 바람에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요즘에는 앓아누우셨다.그
영령전 제일 위층에 놓여있던 각주의 옥패가 두 조각으로 깨져있었다.그 옥패는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력으로 손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옥패의 주인이 사망한 뒤에야 옥패가 깨질 수 있었다.믿기지 않았지만 각주 이원무는 이미 사망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각주님! 각주님!”흰 수염의 장로는 바닥에 주저앉아 비통한 심정으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원무와 목숨을 나눈 사이였기 때문에 이원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누구냐!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은 자가 도대체 누구냐! 그가 누구든 꼭 각주님을 위해 복수를 할것이야! 호용각 모든 제자는 들어라! 지금 당장 진산으로 가서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아간 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잠깐의 침묵 뒤 호용각은 제자들의 열정으로 들끓었다. 호용각 모든 사람이 신속하게 한데 뭉쳐 출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쿠르릉!이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소름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호용각에 강림해서는 용천산을 뒤덮었다.“무슨 일이야?”영령전을 나온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오줌을 지릴뻔했다.멀리서부터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천지를 뒤흔드는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그 칼날은 길이가 천 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지나가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고 만물이 사라졌으며 공간이 뒤틀렸다.하늘과 태양이 칼날이 가려져 주위에 어둠이 깔렸다. 햇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검은 그림자가 산맥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이 완전히 가려져 주위에는 불길한 적막과 어둠밖에 남지 않았다.이 장면을 목격한 모든 사람은 큰 산에 깔리온 것처럼 몸이 무거워져 미동도 할수 없었고 호흡마저 멈춰버린 듯 했다.“이 검법의 이름은 참용이다. 오늘부터 만세가 태평하고 더는 천하에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구나.”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원무는 황량한 교외에서 목숨을 잃었다.들개들이 그의 시체에서 풍겨 나온 피 냄새를 맡고 찾아와서 시체를 먹어버렸다.경천 랭킹 2위인 강자 호용각의 각주가 들개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하며 시신조차 남기지 못할 줄이야!같은 시각 호용각안에서는 긴급회의가 한창이었다. 제단사부터 장로와 집사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각주 이원무가 출관한 뒤로 두 시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이토록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원무가 이번에 맞설 상대는 검선 백준이였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모두 절세 강자였기 때문에 실력이 막상막하였다. 만약 1대1로 싸운다면 이원무가 이길 확률이 더 높았지만 서경광부에서 다른 꼼수를 쓸 수도 있었으니 승부를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어때? 각주님 소식이 있어?”흰 수염의 장로가 말을 하며 황급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넓은 회의실 안은 이미 이삼십 명이 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이 사람들은 모두 호용각의 고위 핵심 간부들이어서 조정의 대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황실의 혈족들은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고 그들이야말로 용국의 지배자였다.“이미 사람들을 파견해서 각주님을 찾고 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어떤 집사가 대답했다.“어떻게 된 일이야! 각주님을 혼자 위험에 빠져있게 하다니. 각주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네놈들이 책임질 것이냐?”흰 수염의 장로가 호통을 쳤다.“황 장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각주님은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용맥을 지니고 있잖아요. 장선기 그 괴물만 아니라면 각주님은 무사하실 거예요.”“만약 서경왕부의 삼대 고수들이 함께 나타난다면 각주님이 위험해지실 거야.”흰 수염의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호용각이 서경왕부를 지금까지 봐주고 있는 원인은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50만 흑용군때문이였고 다른 하나는 서경왕부의 삼대 고수가 걱정되서였다.검선, 술광, 인도.이 세 사람은 모두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세 사람이 함께 뭉친다면 그들을 대적할만한 자가 없었기에 더욱 근심되었다.“황
슉!검을 휘두르는 순간 보라색 칼날이 나타나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연경 쪽으로 날아갔다.보라색 칼날은 원래 석 자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날아가면 갈수록 커졌다.몇 초 만에 칼날의 길이는 십여 미터 정도로 커졌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계속 커지고 있었다.칼날이 지나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었고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하늘에 모여있던 먹구름이 칼날에 베여 두 동강이 났고 베인 자리는 거울처럼 매끈해서 오랫동안 닫히지 않았다.보라색 칼날은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점점 커졌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천지개벽을 하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백준이 검을 휘두를 때 이원무는 이미 심리 밖으로 피신해 있었다.경천 랭킹 2위인 강자가 지금 당황해서 땀범벅이 된 채 줄행랑을 놓고 있었다.“미친놈. 미친놈.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신선의 경지에 오르려 하다니. 난 너랑 더 놀아줄 생각이 없어.”이원무는 욕바가지를 퍼부으면서 쏜살같이 호용각으로 향했다. 그곳은 용맥의 보호와 포메이션이 있었기에 돌아가서 법진을 연다면 백준이 그 아무리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수를 쓰지 못할 것이다.그곳에 있는 포메이션은 이원무가 장선기를 막기 위해 반평생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낸 것이었는데 오늘 미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슉하는 소리가 뒤로부터 들려왔다.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이원무가 뒤를 돌아보고는 귀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미터정도 길이의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파죽지세로 모든 것을 베어가며 다가오고 있었다.칼날이 닿는 곳에 있는 산과 돌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이리저리 튕겨나갔고 풀과 나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제일 중요한 것은 칼날이 이원무의 뒤를 바싹 쫓고 있었기에 도망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눈을 커다랗게 뜬 이원무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칼날이 코앞까지 다가온 위기의 순간 이원무는 용담적염창을 들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두꺼운 붉은색 장벽을 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