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규환이 안에 금오란갑을 입음을 인제야 모든 이들이 발견하였다. 비록 그 금오란갑이 이미 망가졌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유진우의 치명적인 한방을 막아내 부규환의 목숨을 구했다. “콜록...”부규환은 피를 토하며 부들부들 일어섰다. 대라금강공을 수련하고 일반인을 초과하는 신체 능력에 금오란갑의 보호, 이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하였다면 그 누구든 방금 유진우의 공격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다. 지금 비록 목숨만은 건졌으나 크게 다친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계속 싸워나가면 승산이 없다. “죽어라!” 유진우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재차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움직이자마자 그는 다리가 후들거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칼로 땅을 지탱하여서야 겨우 온몸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방금 그 한 방이 온몸의 힘을 다 소진해 버렸다. 유씨 가문 밀법의 후유증이 지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지금의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도 없으니 추격할 힘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모습에 부규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유진우야, 유진우. 난 또 네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더니 겨우 이 정도야? 어때? 지금 일어서기도 힘들지?” 유진우는 이를 악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조금씩 일어섰다. “하하...유씨 가문 밀법이 강하긴 하지만 그 후유증 또한 어마어마하지. 내 예상이 맞다면 넌 지금 한계에 도달했어. 내가 손 쓰지 않아도 얼마 가지 않아 너 스스로 못 버티고 죽어버릴 거야.” 부규환이 음흉하게 웃었다. 비록 그도 큰 상처를 입었지만 유진우에 비하면 나은 축이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이미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로 도망칠 능력조차 없다는 거다. 산 정상의 싸움이 끝나면 그들이 나설 차례이다. “흥! 기뻐하긴 아직 일러! 나도 여기 있거든!” 황은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야, 센 척 그만해. 넌 상처도 입었고 독약도 다 써버렸잖아. 우린 여기에 몇만 개의 병마가 있는데 네가 강하다 한들 이들 중 몇을 죽일 수
쉬익검날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부규환의 목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모든 사람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였다. “억...”부규환의 몸은 잠시 떨리더니 마치 돌이라도 된 듯 제자리에 굳었다. 홍군림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의아함과 두려움으로 가득하였다. 그는 홍군림이 삽시에 자신을 공격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목이 베인 현재도 그는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린 한편인데 왜지? 서로 원한도 없거니와 서로 동맹을 맺은 사이인데 왜 홍군림이 나를 죽이는 거지? 혹시 몇 마디 재촉하였다고? 성깔이 이리도 더럽다고?’ 부규환이 생각했다. 퉁!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부규환의 머리가 그의 목에서부터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그의 눈에는 믿기 힘든 기색이 역력하였다.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은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진우의 손에서 겨우 살아남아 승리를 거머쥐어졌다고 여겼을 때 홍군림에 의해 목이 댕강 잘리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맞는 듯싶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부 대인님께서... 죽으셨어?” 단칼에 목이 잘린 부규환의 모습에 모두가 넋을 잃고 입을 떡 벌린 채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홍군림의 등장이 그들에게 희망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하였다. 경천 랭킹 제10위가 이렇게 단칼에 목숨을 잃다니 모두가 꿈을 꾸는듯한 허망함을 느꼈다. “어떻게 ... 어떻게 이런 일이?” 문관옥은 소름이 돋았고 두려움에 말조차 더듬었다. 부규환은 대내의 일인자이자 호룡각의 성원이다. 능력과 배경을 겸비한 인물이란 말이다. 그런데 홍군림이 두말없이 그의 머리를 베어버리다니 제 정신인 건가? “아저씨... 제가 제대로 본 거 맞겠죠? 저 사람이 부규환을 죽였어요?” 황은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손안의 독약을 땅에 떨굴 뻔하였다.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 둘은 같은 편이지 않나? 왜 갑자기 팀킬 하는 거지? 혹시나 둘 사이에 원한이 있는 건가?’
단 한방 만에 하마터면 문관옥의 명줄을 끊어놓을 뻔하였다. “뭐?” 이 장면에 모든 사람이 다시 패닉에 빠졌다. 홍군림이 부규환을 죽인 것이 상대방이 반응하기 전에 공격해서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라 하면 방금은 진정한 압도적인 실력 차이다. 연경 4대 도련님 중 한 명이자 최강 군신으로 불리는 문관옥이 홍군림의 한 검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니. 둘의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검종의 제자 홍군림이야 말로 연경 4대 도련님 중 제일 센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이젠 그만 다 꺼져라.” 홍군림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곳곳에 울려 퍼졌다. 몇몇 통령들은 서로 쳐다보며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하나의 요녀도 상대하기에 벅찬데 홍군림까지 합세하니 그들의 승산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령이 떨어진 이상 이대로 물러선다면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안 꺼져? 그럼 죽어.” 더 크고 길고 날카로운 검빛이 순식간에 튕겨 나와 살기를 담고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삽시간에 붉은 피가 튕기며 비명이 울려 퍼졌다. 원래 사람들로 빼곡하던 곳은 반경 수백 미터의 무인지대로 되었다. 그곳에는 몸이 반으로 잘린 시체들이 가득하였고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간단해 보이는 검빛 하나만으로 천여 명의 사람을 죽이다니. 그 공포스러운 실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지게 하였다. “꺼져!” 홍군림이 소리쳤다. 공포스러운 기세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삽시간에 광풍이 일고 모래가 날려 모든 이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후퇴! 얼른 후퇴해!” 여덟 명의 통령들이 겁에 질려 각자의 병마를 지휘하며 허둥지둥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홍군림의 검빛의 기운이 너무도 공포스러워 만약 여기에 남아있다간 전부 다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돌아가서 벌을 받으니 여기서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낫다고 여겼다. 부규환이 죽은 뒤 나머지 몇만의 병사는 홍군림의 협박하에 급급히 도망쳤다. “고... 고마워
마치 유진우의 의문을 보아내기라도 한 듯 홍군림이 설명하였다. “이모는 당시 집안과 모순이 생긴 뒤 가출하여 집안과 인연을 끊었어요. 이모께서 돌아가신 뒤 저와 저의 엄마는 서경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이모부한테 신분을 밝혔어요.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이모부께서 이 사실을 형한테 알리지 않은 듯하네요.” “내가 집으로 안 돌아간 지도 어언 10년이 되어가.” 유진우의 안색이 복잡해 보였다. 엄마가 왜서 이제껏 친정으로 안 돌아가나 했더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는 이번 일이 끝나고 아직 살아있으면 돌아가서 엄마한테 제대로 제사를 지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검이 좋아 보이는데 저한테 줄 수 있어요?” 홍군림이 갑자기 물었다. “어?” 유진우는 당혹함을 숨기지 못했다. “안되나 보네요.” 홍군림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이후에 좋은 기회를 찾아서 제대로 겨뤄봐요. 형이 지면 저한테 검을 주고 이기면 제 검을 형한테 줄게요.”“...”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없다. 분명 조금 전까지 가족 상봉을 하더니 갑자기 대결을 하자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 비열하게 다친 사람과 대결하지 않아요. 언제 상처가 나으면 그때 같이 대결해요.” 홍군림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가 말할 때 창공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그가 검을 향한 사랑은 모든 것을 능가할 정도로 그는 검에 미쳤다. 그한테 최상품 보검은 절세미인이나 다름없었고 게다가 그가 검을 많이 소유할수록 그의 실력도 강해진다. 그래서 매번 그가 보검을 볼 때면 보검을 향한 열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전에 백준의 길을 막아섰던 것도 그의 용작검에 눈독을 들여서였다. 아쉽게도 이기지 못했지만 말이다. 펑!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진산의 산꼭대기에서 커다란 소리가 전해졌다. 굉음 이후 대량의 돌덩어리들이 산 정상에서 굴러떨어졌다. 군사들이 이미 후퇴하여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또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하였다. “응?” 소리를 듣고 세 사람은 이내 고개를 들어 올려
“백준 아저씨가 이겼으면 좋겠어요.” 황은아가 묵묵히 기도하였다. 이 시각 산꼭대기에서 용담적염창을 손에 든 이원무는 머릿결이 뻗기고 동공에는 붉은빛이 이글거렸다. 공포스러운 강기가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창마저 조금씩 휘어들고 끝부분이 미친 듯이 진동하였다. 한 손에 검을 들고 있는 백준도 온몸에 금빛이 진동하며 용작검과 혼연일체를 이뤘다. 그들 모두 전신의 힘을 짜내며 결투에 임했다. 이번 대결에서 실수하는 자가 바로 패자일 것을 이 둘 다 알고 있었다. 윙!창과 검이 끊임없이 맞부딪혀 강렬한 파장이 계속 일어났다. 현란한 광파에는 무도 마스터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강렬한 힘이 들어있다! 3분 정도의 힘겨루기 이후 이원무가 용담적염창으로 슬슬 밀어붙이기 시작하였다. 수행을 비교했을 때 이원무가 확실히 더 강하다. “백준! 넌 내 예상보다 강하지만 그렇다 한들 넌 여전히 내 상대가 안 돼!” 이원무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너의 강기가 소진되면서 넌 허약해질 거지만 너와 달리 난 대기운을 지니고 있어 용맥이 날 지켜주고 있지. 연경성 내에서 난 지하 용맥의 영기로 강기를 보충할 수 있어.” “난 강기가 소진될가 봐 두려워할 필요 없이 싸울수록 기운이 날 거야.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다! 설사 용호산의 장선기가 나와 싸운다 해도 날 이길 수 없을 거야!” 그는 호룡각 각주로 있으면서 수년간 폐관 수련하여 그의 몸과 용맥은 이미 공명을 이루었다. 설사 백 리 바깥에 있더라도 그는 용맥의 영기를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연경 내에서 그가 천하무적의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행만 비긴다면 확실히 난 너보다 못해. 하지만 네가 나보다 부족한 한 가지가 있어.” 백준이 차갑게 말했다.“뭔데?” 이원무가 물었다. “난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지만 넌 죽기를 두려워하지.” 말함과 동시에 백준이 두 눈을 감고 몸을 떨자 곧이어 기괴한 한 장면이 발생했다. 반투명한 허영이 그의 몸에서 서서히 벗겨져 나왔다. 백준과 닮은 그 허영
지금 이 순간 이원무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놀라웠고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때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운 생각은 두려움이었다.그는 백준이 어떻게 원신을 몸 밖으로 내보냈는지는 몰랐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술법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그것은 일종 실체와 강기 그리고 모든 방어를 무효화시켜 영혼에 직접 작용하는 기이한 술법이었다.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아주 무서운 술법이다.지금 천하에 이 술법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장선기뿐이었다.백준이 원신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동시에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그의 눈코 입과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피부는 여러 갈래로 찢어지기 시작했다.이 변화는 원신을 몸 밖으로 내보낸 후유증이었다.신선의 경지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이런 공격수단을 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운이 좋으면 원기가 크게 다치는 것으로 끝나고 손상이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이것이 바로 백준이 왜 마지막에서야 이 술법을 사용한 원인이었다.이 술법은 백준이 목숨을 걸고 시도해보는 필살기였다.“이원무, 너의 독단적인 행동이 백성에게 화를 입혔어! 오늘이 바로 너의 제삿날이 될 것이야.”백준이 몸 밖으로 내보낸 원신은 이원무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원신이 지나가는 곳마다 폭주하던 에너지파들이 금세 잠잠해졌다. 용작검과 용담적염창도 움직임을 멈추고 공중에 조용히 떠 있었다.주위에 있는 먼지 낙엽 그리고 바람까지 모두 멈춰버린 이 순간 시간마저 멎어버린 듯 했다.‘안돼! 하지 마! 하지 마!’이원무는 마음속에서 외치며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손과 발 그리고 몸뿐만 아니라 오관마저 제멋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는 백준의 원신이 서서히 다가와 그를 심연으로 끌어내려 가는 것을 눈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두려움이 신속하게 온몸에 퍼졌다.그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속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난생 느껴본 적이 없
운 좋게 목숨은 부지했지만 영혼이 크게 상한 뒤에 남은 고통이 이원무를 괴롭혔다.특히 죽음 앞에서 느낀 절망과 공포감이 영혼에 새겨진 것처럼 쉬이 가시지 않았다.“이 각주님, 괜찮으세요?”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반유림이 이원무 곁으로 쏜살같이 다가가서는 그의 안전을 지켜주었다.“나 아직 살아있는 거야?”이원무는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진 채 뭐라 중얼거렸다.그는 백준이 원신을 몸에서 내보낼 때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줄 알았는데 목숨을 건질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가 바로 선택받은 사람이야!’“이 각주님, 아까 제가 백준 그놈에게 화살을 쏘아서 각주님을 저승에서 구해왔습니다.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반유림이 이원무에게 공로를 알리기 시작했다.그 말을 들은 이원무는 백준을 바라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백준은 기력이 쇠약해져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런 백준을 발견한 이원무는 기분이 좋아 큰소리로 웃었다.“하하하. 좋아 좋아. 아주 잘했어. 오늘부터 너를 호용각의 장로로 임명하겠어.”“감사합니다. 각주님.”반유림은 그 말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며 감사 인사를 했다.“백준, 이렇게 될 줄 생각하지 못했지?”이원무는 백준을 아래 우로 훑어보며 기쁨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인정해줄게. 너는 확실히 강해. 아까 그 술법은 나도 막을 방법이 없었어. 하지만 내가 살아있다니 참 안타깝게 됐네.”백준은 입을 굳게 다물고 기침을 심하게 하며 휘청거렸다.“비겁한 놈들!”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한양은 굳어진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반유림의 기습공격만 아니었으면 이 결투의 승자는 백준이였다.이런 절세 강자들의 목숨을 건 싸움은 반드시 자신의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려야 마땅했다.역사에 남을 수도 있었던 싸움이었는데 반유림의 기습공격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으니 마지막에 호용각이 이겼다고 해도 그들은 머리를 쳐들 수 없었다.“백준, 더는 반항하지마. 어서
“어서 도망쳐!”온몸이 전기로 휩싸인 채 기운이 점점 강해지는 백준을 바라보며 이원무는 간이 콩알만 해져서 맞서 싸울 용기를 잃고 줄행랑을 놓았다.원신을 내보낸 것은 백준이 목숨을 걸고 비법으로 사용한 필살기였다.하지만 지금 백준은 진정한 강자가 되고 있다. 그는 지금 대 마스터로부터 신선의 경지에 발을 들이밀고 있다.신선의 경지에 이른다면 작은 공격이라도 천지를 파괴할만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이원무가 상처를 입지 않았고 용맥의 힘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신선의 경지와 맞서 싸울 수 없었다.지금 제일 좋은 방법은 멀리 피하는 것이다.이원무는 백준이 잠시나마 신선의 경지에 도착한 뒤 꼭 경지가 떨어지리라 믿고 있었다. 그리고 백준은 반드시 강제로 경지를 올린 대가를 치를 것이다.그때가 되면 백준은 아무런 반항도 할수 없게 된다.“감히 내 앞에서 경지를 뚫고 올라가려 하다니.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반유림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기습공격을 하던 때처럼 활에 온몸의 기운을 넣어 검을 색 화살을 만들어 냈다.그리고 백준의 가슴을 향해 활을 쏘았다.슛!검은 화살이 검은빛으로 변해 백준의 가슴에 박히는 순간 보라색 번개가 그의 몸속에서 빠져나왔다. 그 번개는 검은 화살을 순식간에 파괴해 버리고 반유림의 몸을 파고 들어갔다.펑!귀청을 찌르는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반유림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온몸이 시커멓게 타고 경맥이 끊어진 반유림은 산꼭대기에서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그는 생사 불명이었다.이 장면을 목격한 고혼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그는 한줄기 검은 안개로 변해 귀신에게 쫓기듯 허둥지둥 이곳을 떠났다.“생명의 대가로 하늘의 번개를 몸에 유인해 강제로 경지를 높이다니. 참 미친 사람이군요.”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놀라움이 가신 뒤에는 목숨을 바친 백준이 존경스러웠다.생명의 대가로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행위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성공하든 실패하든 그에
“대단하므로 호룡각이 망가지면 그 영향은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우리가 이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유진우가 말했다.“연경에 있으면서 4대 왕족인데 어떻게 제 몸만 사릴 수 있겠어? 이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됐어.”조무진은 고개를 저었다.호룡각이 그렇게나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무너진다면 세상은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강력한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각 세력과 군벌들은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세력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왕족인 조씨 가문은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결합이 이뤄질 것이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이 이뤄지는 거죠. 호룡각이 오랫동안 왕 노릇을 했는데 얼마나 많은 신하의 불만을 샀는지 몰라요. 명령을 듣지 않거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 생기면 뿌리를 뽑아버렸죠. 오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다 하늘의 뜻이에요!”조홍연이 쌀쌀하게 말했다.그해 자금성 변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중에는 유진우의 어머니 진소연도 포함되었다.조홍연에게 진소연은 아주 선량하고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평소에도 남을 돕는 것을 즐겨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모른다. 거지한테도 진소연은 예의를 갖추어 상대했다.그런데 이렇게 좋은 사람이 호룡각의 음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충신들도 있었다.이런 조직은 언제가 됐든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호룡각은 무너졌다고 해도 잔여세력이 꼭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여전히 무시하면 안 될 세력이지. 나는 계속해서 추적할 거야.”유진우가 엄숙하게 말했다.이원무가 죽었고 호룡각의 절반이나 되는 중요한 인물들이 백준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호룡각의 세력은 뿌리가 깊어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
“진우 오빠,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누가 그런 거예요? 제가 가서 죽여버릴 거예요!”조홍연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고 유진우가 온몸에 피범벅인 것을 보고 심각해지더니 분노를 참지 못했다.예쁜 두 눈에는 살기가 넘실댔다.유진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얼른 병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오는 길에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쉽게 처치해버렸지만,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유진우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그 나라와 적이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은 이미 죽었어.”유진우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진우 오빠, 일단 누워서 쉬고 계세요.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게요.”조홍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홍연아,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네가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어.”유진우는 화제를 돌렸다.“무슨 일이요?”조홍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얼마 전에 그 칼부림 너희들도 봤지?”유진우가 물었다.“봤어요.”조홍연은 표정이 엄숙해졌다.“그 칼부림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을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저는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그건 백준 아저씨가 죽기 전에 날린 것이야.”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변이 없는 한 용국의 용맥은 이미 망가졌어. 황권의 머리 위에 있는 호룡각도 타격을 받았을 거야. 앞으로는 연경 전체가 혼란스럽고 불안해 질 거니까 너희 조씨 가문에서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해.”“뭐라고요? 백준 아저씨가 죽었다고요?”조홍연은 표정이 변했다.“누가 그런 거예요? 아저씨를 죽일 수 있는 사람 누구예요?”그녀는 유진우와 함께 검술을 훈련했고 예전에 백준의 가르침도 받았다. 그녀는 하늘 아래에 백준의 검술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여겼었다. 이렇게 대단한 강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인 데다가 서로에게 놓고 말해서 오랜만에 만난 강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마땅한 상대가 없다는 건 얼마나 지루할지 모른다.“진우 형,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해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홍군림은 이렇게 한마디를 남기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검종에서 내린 임무는 유진우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오히려 유진우를 구해주었다.돌아가면 그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아저씨, 상처는 괜찮으세요?”황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온통 시체로 뒤덮인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빨리 돌아가자.”비록 이원무는 죽었지만 호룡각은 아직 전멸하지 않았다. 만약 호룡각 고수들이 오게 되면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빨리 철수하기로 했다.그들은 차를 몰고 연경으로 향했다. 그때 앞쪽에서 대규모 병력이 나타났는데 다들 전투복을 갖춘 군사들이었다.그들은 유진우의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본 황은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독약을 꺼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 아직도 적이 남아 있다고요?”“아저씨, 차 안에 계세요.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황은아는 차에서 내려 독을 뿌리려 했다.“기다려 봐! 적이 아니라 우리 쪽 지원군이야.”유진우이 곧바로 말리며 말했다.“네? 지원군이요?”그 말을 들은 황은아가 멈칫했다.그때 맞은편 차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온몸에 피를 묻힌 조무진이 급히 뛰어오는 것이었다.“진우 형, 진우 형!”조무진이 급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유진우의 몸이 온통 피로 얼룩진 것을 보고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형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요? 빨리, 빨리 치료해 드려!”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피까지 토하는데 뭐가 괜찮다는
“아저씨? 아저씨? ”천천히 사라지는 백준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진우는 눈시울이 붉어진채 처량한 목소리로 백준을 불렀다.원래부터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던 그는 너무 슬픈나머지 웩하며 피를 토해내더니 그자리에 풀썩 쓰러졌다.의식이 모호해지며 한참동안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진실을 알아내고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또 한 명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나니 이젠 그도 자신이 한 일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복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헛되이 희생하지 않았을 텐데.“이는 검선이 선택한 길이에요. 그분은 아주 기쁘게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홍군림이 미세하게 떨리는 용작검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검선은 찬란한 일생을 지냈어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전히 빛을 발했죠. 혼자의 힘으로 이원무를 베고 호룡각을 멸망시켜 백성들을 구했으니 진정한 검선이고 세계최강이죠!”유진우는 자부심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사부님 백준에게도 눈길을 둔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백준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마음이 가슴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왔다.이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는 진정한 검선이다.“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저씨는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야.”바닥에 누워 있는 유진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만약 복수 때문에 더 많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그는 차라리 불효자가 되어 모든 이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남은 인생을 살 것이다.지금 이 순간에야 유진우는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손에 권력을 쥐고 있던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으셨다. 유진우는 아버지가 너무 나약해서 권력과 지위를 잃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버지가 권력과 지위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사부님, 어렵다 하더라도 저는 시도해볼 거예요!”이청성이 굳센 의지를 갖추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앓아누워계셨고 오빠들은 황위에 눈이 멀어 서로 싸우고 있었으니 지금 이 일을 맡을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용국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나서서 돌이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요. 가보세요. 공주님이 이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백발의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간곡하게 입을 열었다.“사부님, 부디 건강하세요. 시간이 있으면 찾아뵐게요.”이청성은 백발의 늙은이를 향해 예를 갖추고 그곳을 떠났다. 용맥이 사라진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미래가 어찌 돌아갈지는 모르겠구나. 신하로서 군주를 따라야 하니 이 늙은이도 이젠 떠날 시간이 다 됐구나.”백발의 늙은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힘들게 몸을 일으켜 향을 피우고 목욕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예배를 했다.모든 일을 끝마친 뒤 그는 자리로 돌아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얼마 뒤 바람이 일더니 허공에 매달려있던 장명등의 등불을 꺼버렸다.백발의 늙은이는 머리를 숙인 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진산 산꼭대기.온몸의 기운을 모아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른 백준은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늙은이로 변했다. 그의 몸은 언제든지 부서질 도자기처럼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장혁아...” 백준은 산기슭에 있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야. 너 키가 너무 많이 커서 아저씨가 못 알아볼 뻔 했어.”“아저씨...”눈시울이 붉어진 유진우는 백준을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그는 백준의 생명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였다. 백준이 강제로 신선의 경지에 오를 때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었다.“나 백준은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떳떳하게 살아왔어. 단지 네 어머니께 큰 빚을 졌지 뭐야. 네 어머니께서 나의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지금까지 갚지못했어. 오늘 내 목숨으로
호용각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폐허로 변했다. 호용각은 용천산과 그 밑에 숨겨진 용맥과 함께 백준의 칼에 잘렸다.이 검법의 위력에 천하가 뒤흔들렸고 자금성까지 그로 인해 흔들렸다.같은 시각 친제감속.호리호리한 체격의 백발 늙은이가 거대한 나침판 위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뭐라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것 같았다.이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지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뒤이어 거대한 나침판이 어딘가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처럼 “팍”하고 산산조각이 났다.그 위에 앉아있던 백발의 늙은이는 몸을 움찔하더니 피를 토해냈다. 늙은이의 기력이 쇠약해 보이는 것이 크게 다친 것 같았다.“사부님, 무슨 일이에요?”마침 방안으로 들어오던 이청성이 이 장면을 보고 놀라 허겁지겁 달려가서는 늙은이를 부축해줬다.“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 없네요. 이건 운명입니다.”백발의 늙은이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기침을 해댔다.“사부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이청성이 물었다.“용맥이 잘려 사라져버렸어요.”백발의 늙은이가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제가 전에 점을 쳤던 것이 현실이 되었어요. 용국의 용맥이 누군가에 의해 잘린 뒤로부터 조정이 흔들리고 국운이 점차 약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세상이 변할 거에요.”“뭐라고 하셨어요? 용맥이 진짜로 잘렸단 말입니까?”이청성이 소스라치게 놀라 되물었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 나쁜 소식을 실제로 들어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용맥이 사라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가 뒤흔들릴 것입니다. 폐하께 소식을 건네 이른 시일 안에 준비를 마쳐 정세를 안정시키도록 하세요.”백발의 늙은이가 방법을 대줬다.“이 일은 제가 이미 아바마마께 전해드렸어요. 하지만 근래 아바마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방법이 없네요. 여러 오빠는 황위를 빼앗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거예요.”이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녀의 아버지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정사를 돌보는 바람에 건강이 점점 나빠져서 요즘에는 앓아누우셨다.그
영령전 제일 위층에 놓여있던 각주의 옥패가 두 조각으로 깨져있었다.그 옥패는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력으로 손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옥패의 주인이 사망한 뒤에야 옥패가 깨질 수 있었다.믿기지 않았지만 각주 이원무는 이미 사망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각주님! 각주님!”흰 수염의 장로는 바닥에 주저앉아 비통한 심정으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원무와 목숨을 나눈 사이였기 때문에 이원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누구냐!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은 자가 도대체 누구냐! 그가 누구든 꼭 각주님을 위해 복수를 할것이야! 호용각 모든 제자는 들어라! 지금 당장 진산으로 가서 각주님의 목숨을 빼앗아간 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잠깐의 침묵 뒤 호용각은 제자들의 열정으로 들끓었다. 호용각 모든 사람이 신속하게 한데 뭉쳐 출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쿠르릉!이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소름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호용각에 강림해서는 용천산을 뒤덮었다.“무슨 일이야?”영령전을 나온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오줌을 지릴뻔했다.멀리서부터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천지를 뒤흔드는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그 칼날은 길이가 천 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지나가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고 만물이 사라졌으며 공간이 뒤틀렸다.하늘과 태양이 칼날이 가려져 주위에 어둠이 깔렸다. 햇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검은 그림자가 산맥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이 완전히 가려져 주위에는 불길한 적막과 어둠밖에 남지 않았다.이 장면을 목격한 모든 사람은 큰 산에 깔리온 것처럼 몸이 무거워져 미동도 할수 없었고 호흡마저 멈춰버린 듯 했다.“이 검법의 이름은 참용이다. 오늘부터 만세가 태평하고 더는 천하에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구나.”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원무는 황량한 교외에서 목숨을 잃었다.들개들이 그의 시체에서 풍겨 나온 피 냄새를 맡고 찾아와서 시체를 먹어버렸다.경천 랭킹 2위인 강자 호용각의 각주가 들개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하며 시신조차 남기지 못할 줄이야!같은 시각 호용각안에서는 긴급회의가 한창이었다. 제단사부터 장로와 집사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각주 이원무가 출관한 뒤로 두 시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평범한 상황이라면 이토록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원무가 이번에 맞설 상대는 검선 백준이였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모두 절세 강자였기 때문에 실력이 막상막하였다. 만약 1대1로 싸운다면 이원무가 이길 확률이 더 높았지만 서경광부에서 다른 꼼수를 쓸 수도 있었으니 승부를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어때? 각주님 소식이 있어?”흰 수염의 장로가 말을 하며 황급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넓은 회의실 안은 이미 이삼십 명이 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이 사람들은 모두 호용각의 고위 핵심 간부들이어서 조정의 대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황실의 혈족들은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고 그들이야말로 용국의 지배자였다.“이미 사람들을 파견해서 각주님을 찾고 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어떤 집사가 대답했다.“어떻게 된 일이야! 각주님을 혼자 위험에 빠져있게 하다니. 각주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네놈들이 책임질 것이냐?”흰 수염의 장로가 호통을 쳤다.“황 장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각주님은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용맥을 지니고 있잖아요. 장선기 그 괴물만 아니라면 각주님은 무사하실 거예요.”“만약 서경왕부의 삼대 고수들이 함께 나타난다면 각주님이 위험해지실 거야.”흰 수염의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호용각이 서경왕부를 지금까지 봐주고 있는 원인은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50만 흑용군때문이였고 다른 하나는 서경왕부의 삼대 고수가 걱정되서였다.검선, 술광, 인도.이 세 사람은 모두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세 사람이 함께 뭉친다면 그들을 대적할만한 자가 없었기에 더욱 근심되었다.“황
슉!검을 휘두르는 순간 보라색 칼날이 나타나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연경 쪽으로 날아갔다.보라색 칼날은 원래 석 자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날아가면 갈수록 커졌다.몇 초 만에 칼날의 길이는 십여 미터 정도로 커졌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계속 커지고 있었다.칼날이 지나는 곳마다 천지가 울부짖었고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하늘에 모여있던 먹구름이 칼날에 베여 두 동강이 났고 베인 자리는 거울처럼 매끈해서 오랫동안 닫히지 않았다.보라색 칼날은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점점 커졌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천지개벽을 하는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백준이 검을 휘두를 때 이원무는 이미 심리 밖으로 피신해 있었다.경천 랭킹 2위인 강자가 지금 당황해서 땀범벅이 된 채 줄행랑을 놓고 있었다.“미친놈. 미친놈.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신선의 경지에 오르려 하다니. 난 너랑 더 놀아줄 생각이 없어.”이원무는 욕바가지를 퍼부으면서 쏜살같이 호용각으로 향했다. 그곳은 용맥의 보호와 포메이션이 있었기에 돌아가서 법진을 연다면 백준이 그 아무리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수를 쓰지 못할 것이다.그곳에 있는 포메이션은 이원무가 장선기를 막기 위해 반평생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낸 것이었는데 오늘 미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슉하는 소리가 뒤로부터 들려왔다.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이원무가 뒤를 돌아보고는 귀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미터정도 길이의 거대한 보라색 칼날이 파죽지세로 모든 것을 베어가며 다가오고 있었다.칼날이 닿는 곳에 있는 산과 돌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이리저리 튕겨나갔고 풀과 나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제일 중요한 것은 칼날이 이원무의 뒤를 바싹 쫓고 있었기에 도망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눈을 커다랗게 뜬 이원무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칼날이 코앞까지 다가온 위기의 순간 이원무는 용담적염창을 들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두꺼운 붉은색 장벽을 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