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빌딩을 나서자마자 유진우는 곧바로 몇몇 불온한 시선을 느꼈다.좌우를 살펴보니 적어도 두 개의 세력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은도가 말한 것이 맞았다. 미인도는 보물이긴 하지만 많은 문제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너무 똑똑해도 화를 입는다’는 말이 있듯이 보통사람이 만약 이런 보물을 가졌더라면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유진우는 보통사람이 아니었다.“내 물건을 노리다니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지 어디 한번 봐야겠군.”유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자연스럽게 한적한 골목으로 걸어갔다.그러자 두 개의 세력은 좌우로 나뉘어 조용히 따라갔다.약 10분 정도 걷다가 유진우는 미인도를 들고 인적이 드문 낡은 골목으로 들어갔다.“좋은 기회다! 빨리 따라가!”곧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칼을 들고 유진우를 따라 골목으로 뛰어들었다.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멍해졌다.그들은 그곳이 막다른 골목임을 알았고 방금 들어간 유진우는 신기하게도 사라지고 없었다.“무슨 일이야? 그 녀석 어디 갔어?”“이상하군, 분명히 들어오는 걸 봤는데... 왜 갑자기 없어졌지?”“젠장! 귀신이라도 본 건가?”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상적인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어?’“나를 찾고 있나?”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모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유진우는 어느새 골목 입구에 서 있었다.“당... 당신 분명 앞에 있었잖아? 어떻게 뒤로 갔지?”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놀라며 물었다.어느새 시각은 밤이 되어 달빛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유진우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반쪽 얼굴을 어둠 속에 감추고 있었다. 그의 온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이미 기괴한 분위기를 더 음산하게 만들었다.“참 오래도 따라오더군... 도대체 무엇을 원해?”유진우는 냉담하게 물었다.“역시 눈치챘군. 꽤나 대단한데.”앞장서던 검은 옷의 남자가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애송이, 쓸데
이로 보아 배후의 지시자는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거나 큰 세력이 없는 자였다.얼마 뒤 유진우가 옷을 털고 상자를 챙기려던 참에 갑자기 몇 대의 검은색 승합차가 골목 입구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강인한 체구를 가진 여러 명의 사내들이 무리 지어 내려왔다.이들은 모두 무기를 들고 있었고 유진우를 포위해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비켜!”이때 온몸이 근육질인 남자가 시가를 물고 거만하게 걸어왔다.남자의 얼굴에는 칼자국이 있었는지라 그 모양새가 매우 사나웠다.“너구나?”눈을 가늘게 뜨던 유진우는 한 번에 그 남자를 알아보았다. 바로 낮에 구세당에서 소란을 피웠던 장용이었다.“애송이! 우리 또 만났군!”배를 내민 장용은 시가를 돌리며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어깨에는 비단 코트를 걸친 채 거들먹거렸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지?”유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귀가 먹었냐? 애송이라고 불렀잖아!”장용은 눈을 크게 뜨며 사납게 말했다.그렇게 3분이 흐른 후.“형... 형님, 말로 해결하죠. 얼굴만은 때리지 말아 주세요.”장용은 코피를 흘리며 땅에 엎드려 있었고 이전의 오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이미 여러 명의 사내들이 쓰러져 있었다.이번에 확실히 하려고 그는 20~30명을 데리고 왔지만 3분도 안 되어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심지어 그는 유진우의 움직임조차 보지 못했다.눈앞이 잠시 어지러웠고 그 후에는 부하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졌다.분명히 그는 강적을 만난 것이었다.“장용, 솔직히 말해서 난 이전의 네 그 오만한 모습이 더 좋았어.”유진우는 그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형... 형님, 농담 마세요.”장용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방금은 제가 눈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많은 실례를 범했네요. 부디 형님께서 넓은 아량으로 저를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절대 무턱대고 나대지 않겠습니다!”“몇 마디로 빠져나가려 한다고? 그게 가능할 것 같나?”
제왕빌딩, 2층 창가의 자리에서 은도는 와인잔을 흔들며 창밖의 고요한 밤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달빛과 별들이 비치며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아... 아가씨..."이때,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방금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가씨께서 주시하라고 하신 목표가 사라졌습니다.”“사라졌다고?”은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무슨 뜻이지?”“그 사람 실력이 뛰어납니다. 방금 맨손으로 수십 명을 쓰러뜨리고 나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경호원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오? 그렇다면 꽤 실력 있는 사람이군.”은도는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반짝였다.“그저 잘생긴 줄만 알았는데 진짜 실력이 있는 모양이군. 사람을 보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해. 정당한 사람이라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고.”“네!”명령을 받은 경호원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이렇게 흥미로운 사람은 오랜만이야.”은도는 미소를 지으며 와인잔을 들어 단숨에 한 잔을 비웠다.정말이지 자신이 큰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유진우는 호텔에서 나와 구세당으로 향했다.어젯밤 추적자들을 따돌린 후, 그는 구세당 근처의 호텔에서 묵었다.이번 연경에 온 첫 번째 목적은 사철수를 치료하는 것이었고 동시에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었다.그리고 그의 현재 실력과 천영 구슬의 도움으로 이제 진실을 파헤칠 자격이 충분해졌다.5분 후, 유진우는 구세당에 도착했다.오늘도 구세당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붐비고 있었다.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는데 다들 시장에 있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유진우는 이미 유공권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2층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유공권은 거실에서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유진우 씨, 오셨군요? 앉으세요.”유공권은 한 손으로 손짓하며 차 한 잔을 따랐다.“어젯밤 일은 정말
“사부님, 진우 씨, 여기 계셨군요."그때 유강청과 유성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흥! 또 공짜로 먹으려고 온 거군!”유성신은 입을 삐죽이며 그를 싫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어젯밤 일로 그녀는 여전히 유진우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특히 유진우와 은도가 공모한 장면이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진우 씨, 어젯밤에 강도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가요?”유강청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유강청 씨. 그냥 한낱 도둑들이었을 뿐이라 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말을 돌리며 물었다.“그런데 유강청 씨는 어떻게 제가 강도를 당한 걸 알았나요?”“네?”유강청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으며 말했다.“아, 제 정보망이 좀 여러 쪽으로 발달하여 있어서요, 남쪽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제 귀에 들어오거든요.”“그렇군요.”그 말에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누가 미인도를 노렸나 했는데... 인제 보니 유강청일 가능성이 높겠군.’하지만 그는 굳이 이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식적인 사람은 두고 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진우 씨, 보물이란 건 좋긴 하지만 때로는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진우 씨의 신분으로는 미인도를 감당하기 어려워요.”유강청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래요? 도련님의 말씀은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간단합니다. 빨리 팔아버리세요. 그래야 큰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유강청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저에게 미인도를 맡기세요. 제가 좋은 가격에 팔아드리겠습니다.”‘미인도를 손에 넣기만 하면 얼마에 팔든 내 마음대로니까. 이런 촌놈이 무슨 세상을 알겠어?’“경매요? 생각해보겠습니다.”유진우는 일부러 망설이는 척했다.“망설이지 마세요. 더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위험합니다. 전부 진우 씨를 위한 거예요!”유강청은 성급하게 말했다.이윽고 유진우가 막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핸드
한 시간 후, 용호다방.송충은 2층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다방 십여 개의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있었는데 평소 시끌벅적하던 분위기와 달리 오늘은 왠지 모르게 무거워 보였다. 손님들은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차를 마실 뿐 그 어떤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집사님, 그 자식 왔어요.”그때 뒤에 있던 장용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한 곳을 가리켰다.송충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유진우가 인파를 뚫고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어찌나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치는지 전혀 부담이 없어 보였다.“흥! 혼자 왔어?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송충이 코웃음을 치더니 찻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마셨다.쿵, 쿵, 쿵...곧이어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2층으로 올라온 유진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송충 일행을 보자마자 바로 테이블 앞에 털썩 앉았다.“집사님, 또 만났네요.”유진우는 웃으면서 자기 찻잔에 차를 따랐다.“진우 씨, 장용한테서 들었는데 나랑 사업 얘기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무슨 사업인데?”송충은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태도는 봐줄 만 했다.송씨 가문의 집사가 되었다는 건 절대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 어떤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당연히 옥로고의 레시피에 관한 일이죠.”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래?”송충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웃었다.“진우 씨 드디어 결정했구나. 그럼 말해봐, 얼마를 원하는지?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는 정도만 아니면 최대한 맞춰줄게.”“돈은 필요 없고 처방대로 약만 구해주면 됩니다.”유진우는 처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송충에게 건넸다.전부 귀한 약재들이었는데 총 스무 가지가 넘었다. 그중에는 빙심연, 용혈삼, 그리고 금수옥이 적혀있었다. 여러 가지 종류를 적은 건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기 위해서였다.송씨 가문은 의약 명가였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녀 기초가 탄탄했고 인맥과 세력이 전국 각
“집사님이 정말 레시피를 원하는 것 같으니까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몇 가지는 빼고 스무 가지로 할게요. 어때요?”유진우는 마음 아픈 척했다.“스무 가지도 안 돼.”송충이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몇 가지 줄 수 있는데요?”유진우가 한발 물러섰다.“한 가지.”송충이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웠다.“영약 한 가지만 줄 수 있어.”“한 가지요?”그러자 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집사님, 지금 장난해요? 흥정을 이렇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옥로고 레시피는 상등품 영약 가치 정도야. 이게 내 마지노선이라고.”송충은 인내심이 슬슬 바닥나기 시작했다. 만약 유진우가 돈을 요구했더라면 들어줬겠지만 터무니없는 걸 요구했다. 이건 그를 호구로 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집사님이 관심 없다면 됐어요. 다른 사람은 아마 관심 있을 겁니다.”더는 쓸데없는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던 유진우는 처방을 챙기고 일어서려 했다.“잠깐!”송충이 상을 탁 치면서 일어나 호통쳤다.“인마, 내가 가라고 했어?”“왜요? 나랑 차라도 마시게요?”유진우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마시긴 개뿔!”쨍그랑!분노한 송충이 찻잔을 바닥에 냅다 던졌다.그 순간 일이층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차를 마시는 척하던 그들은 테이블 밑에서 무기를 꺼내 유진우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그들에게 포위되었는데 족히 오륙십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물 샐 틈 없이 포위했다.“인마!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날 뭐로 보는 건데?”송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가식을 벗어던지고 흉악스럽게 말했다.“지금 너한텐 두 가지 선택이 있어. 고분고분 옥로고 레시피를 내놓든지, 아니면 얻어맞고 레시피를 내놓든지 하나 선택해.”“집사님, 아무리 거래가 성립되지 않았어도 인간의 도리는 저버리지 말았어야죠. 이렇게 대놓고 빼앗는 건 강도랑 다를 게 뭐예요?”유진우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레
“명의님, 어때요? 많이 놀랐어요?”안세리가 웃으며 말했다.“아까 길에서 낯이 익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명의님일 줄은 몰랐어요. 지난번에 하도 급하게 헤어져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밥 한 끼는 대접해야겠어요.”“이럴 필요 없어요. 별것도 아닌데요, 뭐.”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세리 씨, 이놈이랑... 아는 사이예요?”송충이 떠보듯 물었다.짝!안세리가 또 따귀를 날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이분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내 은인한테 손을 대? 널 확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요?”그녀의 말에 송충은 겁에 질린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다리에도 힘이 풀렸다.유진우가 기껏해야 의술이나 조금 알고 싸움이나 할 줄 아는 무명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뒤에 안씨 가문의 딸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정말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멍하니 서서 뭐 해? 얼른 명의님께 사과드려.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안세리가 두 눈을 부릅떴다.털썩!송충도 망설이지 않고 유진우 앞에 무릎을 꿇고 웃으며 말했다.“죄...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잠깐 정신이 어떻게 됐나 봐요. 부디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됐어, 됐어. 애들 데리고 얼른 꺼져.”안세리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네, 네. 지금 당장 꺼지겠습니다.”송충은 굽신거리면서 황급히 도망쳤다.“잠깐, 거기 서!”복도 입구까지 나왔는데 안세리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가서 송영명한테 전해. 내가 언젠가는 후회하게 만들겠다고.”송충은 여전히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한 후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도망쳤다.두 가문 모두 재벌이었지만 안씨 가문의 세력은 송씨 가문보다 훨씬 강했다. 송씨 가문 도련님마저 안세리를 보면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집사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명의님,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안세리는 고개를 돌려 다시 환하게 웃었다.“세리 씨가
“아가씨,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안중기가 쪼르르 달려와 웃으며 물었다.“우리 집에 용혈삼이라는 약이 있어?”안세리가 말했다.“있습니다. 지금 보물 창고에 있어요.”안중기가 솔직하게 말했다.“다행이네. 지금 당장 가져와.”안세리가 분부했다.“아가씨, 용혈삼으로 뭐 하시려고요?”안중기가 떠보듯 물었다.“그걸 내가 안 집사한테 말해야 해? 당연히 필요하니까 가져오라고 하지.”안세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사실 용혈삼은 어르신이 아끼시는 보물이라 어르신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안중기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일단 가져와. 내가 나중에 할아버지한테 얘기할 테니까.”안세리가 말했다.“그건... 좀 어렵습니다, 아가씨.”안중기가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이봐! 이젠 내 말도 귓등으로 듣겠다는 거야?”안세리가 두 눈을 부릅떴다.“가져오라고 하면 가져올 것이지, 뭔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얼른 가!”그러고는 안중기의 엉덩이를 발로 차버렸다.“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달리 방법이 없었던 안중기는 용혈삼을 가지러 갔다.“명의님, 잠깐 앉아 차를 마시면서 기다려요. 곧 가져올 겁니다.”안세리는 웃으면서 유진우를 정자로 안내하고는 차와 디저트를 대접했다.약 10분 후, 안중기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30대 정도의 여자였는데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몸매도 글래머한 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윤기 나고 반짝이는 검은 긴 머리를 뒤로 젖히니 더욱 귀티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얗고 긴 다리가 보일 듯 말 듯했다. 나이는 조금 있어도 우아한 멋은 여전했다.“세리야.”여자의 도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저트를 먹고 있던 안세리는 갑자기 움찔하더니 제 발 저린 듯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엄마... 여긴 어쩐 일이에요?”“내가 안 오면 집을 다 발칵 뒤집어놓을 셈이었어?”송자현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럴 리가요.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