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기가 가져온 건 용혈삼이 아니라 금괴였다.햇빛 아래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금괴는 보기에는 돈보다 더 좋아 보였다.“진우 씨, 이건 우리 안씨 가문의 마음이고 세리를 구해준 값이야.”송자현은 금괴를 가리키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엄마, 지금 이게 무슨 뜻이에요?”안세리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불만을 드러냈다.“우리 안씨 가문은 절대 남한테 신세 지지 않아. 진우 씨가 널 살려줬으니 당연히 거금으로 은혜를 갚아야지.”송자현의 표정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어머님, 전 돈 때문에 사람을 구한 게 아닙니다.”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왜? 적어서 싫어?”송자현은 두말없이 바로 손을 들고 분부했다.“안 집사, 가서 하나 더 가져와.”“네.”안중기는 대답을 마친 후 다시 나가려 했다.“엄마!”참다못한 안세리가 결국 폭발했다.“뭐든지 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명의님은 사람 목숨을 구하는 영약인 용혈삼이 필요하지, 이깟 금괴가 아니라고요.”“용혈삼?”송자현이 무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의 수집품인 거 몰라?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물이라고.”“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긴. 그래봤자 그냥 영약이잖아요.”안세리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그리고 명의님은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엄마 눈엔 내 목숨이 용혈삼보다도 귀하지 않다는 거예요?”“네 목숨이 귀하긴 하지만 용혈삼으로 바꿔도 아깝지 않을 정도는 아니야.”송자현이 차분하게 말했다.“의사가 사람을 구하는 건 다 돈 때문이야. 진우 씨가 네 목숨 구해줬고 돈을 주는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아무리 널 살려줬다고 해도 우리한테 귀한 물건까지 줄 수는 없어. 장사는 장사고 사사로운 감정을 섞어선 안 된다고. 알아?”“엄마, 어쩜 이렇게 매정할 수 있어요?”안세리는 화가 끓어올랐다. 어머니가 그녀의 목숨을 장사라고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어머님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근데 저
“빙심연과 금수옥입니다.”유진우가 약재 이름을 말했다. 안씨 가문의 세력이 송씨 가문보다 훨씬 강하기에 그들이 나선다면 그 두 영약을 구할 가능성도 있었다.“진우 씨, 요구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 그 두 가지 영약 모두 값어치가 어마어마한 영약이야. 고작 레시피 하나로 세 가지 영약을 바꾸겠다고?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송자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불만을 드러냈다.“어머님, 다른 건 몰라도 옥로고 레시피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안씨 가문에 세 가지 영약의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겁니다.”유진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래?”송자현은 유진우에게서 뭔가라도 알아내려는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두 눈을 전혀 피하지 않았고 켕기는 것도 없어 보였으며 오직 진실뿐이었다. 적어도 유진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증명되었다.“알았어. 그럼 한 번만 믿어볼게.”몇 초 고민하던 송자현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옥로고 레시피를 남기고 용혈삼은 가져가도록 해. 나머지 두 가지 최상품 영약은 지금 당장 줄 수 없으니까 시간을 좀 줘. 찾으면 보내줄게. 어때?”“좋습니다. 약속 꼭 지키시죠.”유진우는 흔쾌히 그녀와 약속했다.“안 집사, 가서 용혈삼 가져와. 그리고 종이와 펜도 가져오고.”송자현이 분부했다.“알겠습니다.”안중기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중기가 옥 상자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그는 옥 상자를 정자의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다음 종이와 펜을 꺼내 옆에 놓았다.유진우는 앞으로 다가가 옥 상자를 열어보았다. 안에 핏빛의 인삼이 들어있었다.손바닥 정도의 인삼이었는데 무척이나 싱싱했고 뿌리털은 머리카락처럼 촘촘했다. 숨을 살짝만 쉬어도 독특한 향이 났다.“역시 좋은 보물이군요.”유진우의 두 눈이 반짝였다. 용혈삼 안에 영기가 아주 풍부하게 숨겨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용혈삼은 여기 있으니까 레시피를 써봐.”송자현의 귀띔에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
“미안해요, 명의님.”안씨 저택 대문, 안세리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용혈삼을 원래 명의님한테 그냥 주려고 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나타난 바람에 다 망쳐버렸어요.”“자책하지 말아요. 세리 씨 도움이 없었더라면 용혈삼을 구하지도 못했고 게다가 어머님과 거래도 하지 못했는걸요? 저한테는 가장 좋은 결과예요.”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버려진 레시피로 최상품 영약 세 가지를 바꿨기에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요?”안세리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럼요.”유진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하하, 역시 명의님은 제 스타일이에요. 명의님과 꼭 친구 해야겠어요.”안세리가 덧니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아직 식사 안 했죠? 맛있는 식당 아는데 가요. 같이 먹으러 가요.”그러고는 유진우를 차에 태웠다.“주인님, 주인님, 전화 왔습니다...”그때 휴대전화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안세리가 전화를 받자마자 누군가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조사하라고 했던 거 결과 나왔어요. 송씨 가문 도련님 며칠 전에 어떤 여자 연예인과 호텔에 간 거 맞더라고요. CCTV 확인해 보니까 두 사람 스킨십도 아주 서슴없이 하는 게 그런 관계가 맞는 것 같아요.”“나쁜 X끼!”그 소리를 들은 안세리가 노발대발하면서 하마터면 휴대전화까지 박살 낼 뻔했다. 예쁘장한 얼굴에 분노만 가득했다.“나쁜 놈, 입으로는 고치겠다고 하더니 그 여우 년을 또 만나? 날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네? 이번에 절대 가만 안 둬!”그러고는 숨기고 있던 칼을 꺼냈다. 칼자루를 벗기자 날카롭고 반짝이는 칼날이 드러났다.“송영명 그 자식 지금 어디 있어?”안세리가 휴대전화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 순간 얌전하던 소녀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무서운 호랑이로 변해버렸다.“아가씨, 도련님 지금 황성 클럽에서 친구들 만나고 있어요.”상대가 말했다.“기사님, 지금 당장 황성 클럽으로 가주세요.”안세리는 전화를 끊고 소리를 질렀다.운전기사는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송영명 같은 바람둥이는 절대 버릇을 고치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안세리가 일찍 발견하여 결혼까지 가지 않았지, 안 그러면 후회해도 늦었다.“당연히 버려야죠. 근데 화가 난단 말이에요!”안세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씩씩거렸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후회하게 만들 거고 날 잃은 게 평생의 가장 큰 손해라는 걸 똑똑히 알게 할 거예요.”“계획이 있어요?”유진우가 물었다.“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니까 전 다른 남자 만나서 차버릴 거예요!”안세리는 코를 훌쩍이면서 유진우를 빤히 쳐다보았다.“명의님, 앞으로 명의님은 제 남자 친구예요. 그 사람 앞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겁니다.”“네?”유진우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세리 씨,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 우리가 안 지 얼마나 됐다고요.”“금방 알았는데 뭐요? 제가 명의님이랑 어울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안세리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세리 씨, 난 약혼녀가 있어요.”유진우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눈앞의 안세리가 송영명에게 복수하기 위해 홧김에 이런 소리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약혼녀가 있으면 뭐요? 아직 결혼 안 했잖아요.”안세리는 유진우의 손을 잡고 억지를 부렸다.“몰라요. 아무튼 명의님은 거절하지 못해요. 적어도 오늘은 그 자식 화를 돋우게 저랑 연기라도 해요.”“도와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미리 말하는데 연기일 뿐이니 절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요.”유진우는 살짝 골치가 아팠다.“알았어요.”그러자 안세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벌써 송영명이 약이 바싹 오른 모습이 기대되었다....그 시각 황성 클럽 VIP 룸.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을 마시면서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리더는 당연히 송씨 가문 도련님 송영명이었다.송영명은 훤칠한 키에 얼굴도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패션 감각도 뛰어났고 헤어스타일도 깔끔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남자답고 품위가 넘쳤다. 그의 옆에 섹시한 몸매에 얼굴이 예쁜 여자
문이 열린 순간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더니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유행에 어울리는 옷차림에 예쁘장한 얼굴의 안세리가 싸늘한 표정으로 들어왔고 그녀 뒤로 유진우가 성큼성큼 들어왔다.“세리야.”“세리 씨.”그녀를 본 사람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특히 송영명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빨간 스커트를 입은 여자의 허리춤을 안고 있던 손을 재빠르게 뺐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세리야, 여긴 어쩐 일로 왔어?”“왜? 너도 오는데 난 오면 안 돼?”안세리는 빨간 스커트 여자를 먼저 힐끗거린 후 송영명을 빤히 쳐다봤다. 오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마쳤지만 두 연놈이 딱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당연히 와도 되지. 근데 오기 전에 미리 말했더라면 내가 준비라도 했을 거 아니야.”송영명이 웃으며 말했다.“귀찮게 준비는 무슨. 그냥 뭐 하나 보러 왔어.”안세리는 긴장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빨간 스커트 여자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이분은 누구셔? 처음 보는 분인 것 같은데?”“아, 이 사람? 곽훈이 새로 만난 여자 친구야.”송영명은 말하면서 곽훈에게 눈치를 주었다. 곽훈은 잠깐 멈칫했다가 그의 뜻을 바로 알아듣고 웃으면서 상황을 수습했다.“맞아요, 형수님. 제가 소개할게요. 여긴 제 여자 친구 소가희예요. 연예계에서 일하고 있어요.”“안녕하세요.”소가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씨 가문 아가씨의 성격이 사납기로 유명했다. 이런 거물을 건드렸다간 그녀에게도 좋을 게 없었다.“곽훈 씨 여자 친구인데 왜 네 옆에 앉아있는 건데?”안세리가 물었다.“가희 씨 팬이라서 영화에 관한 거 물어보려고 그랬지.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네가 마침 들어온 거야.”송영명은 웃으면서 해명하다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세리야, 설마 나 의심하는 거야?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는데 나 진짜 개과천선했어. 다시는 너한테 미안한 짓 안 해.”“네가 뭘 하든 나랑 상관없어. 난 그저 분위기나
그리고 가장 화가 나는 건 안세리가 잠자리 파트너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이건 그야말로 도발이었다.“세리야, 네 남사친인데 왜 예전에 본 적이 없었지?”송영명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았다.“내가 친구를 사귀기 전에 일일이 네 허락을 맡아야 해?”안세리가 무관심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네 여성 친구들도 내가 만난 적이 없잖아.”“그건...”그녀의 말에 송영명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안세리가 일부러 그의 화를 돋우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형수님, 우리가 어쩌다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내가 술 한잔 올릴게요.”상황이 심상치 않자 곽훈이 웃으면서 상황을 수습했다.“난 술 안 마셔.”안세리가 차갑게 거절했다.“괜찮아요. 그럼 주스 마셔요. 형수님 마시고 싶은 거 마셔요.”곽훈이 멋쩍게 웃으면서 종업원을 불렀다. 잠시 후 종업원이 여러 가지 맛의 주스를 가져왔다.“진우 오빠, 자, 주스 마셔.”안세리는 빨간 주스 한잔을 유진우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직접 먹여주는 모습이 다정하기 그지없었다.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에 송영명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밖에서 다른 여자와 놀아도 여자에게 차이는 건 싫었다.어쨌거나 안세리는 그의 약혼녀인데 눈앞에서 다른 남자와 애정행각을 하는 건 그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었다.“X발,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 싶어?”송영명은 유진우를 잡아먹을 것처럼 살벌하게 째려보면서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 했다. 하지만 안세리가 옆에 있어 화를 낼 수가 없었다.“술만 마시면 재미없지.”그때 송영명이 문득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말했다.“곽훈이 너 장 선생님한테서 현술 배웠다고 하지 않았어? 엄청 신기하다고 들었는데 분위기도 띄울 겸 보여주는 건 어때?”전에 여자를 만나려고 곽훈은 거금을 들여 현술에 능한 선생님에게서 신기하고 희한한 기술을 배웠었다. 예를 들어 최면,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 등이었다.예전에 술집에서 어떤 순결을 잃지 않은 여자를 만났었는데 곽훈이 계속
“진우 오빠, 이 자식 절대 좋은 뜻이 아니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마.”안세리가 재빨리 말렸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나선 건 곽훈이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유진우라면 망신당할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유진우는 웃으면서 곽훈을 쳐다보았다.“곽훈 씨,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요?”“쉬워요. 진우 씨 피 한방울과 머리카락 몇 올만 주면 돼요. 그다음에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고요.”곽훈이 씩 웃었다.“알았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침을 꺼내 검지를 찔러 피 한 방울을 빈 컵에 떨구었다. 그러고는 머리카락을 뽑아 그 컵에 넣은 후 물었다.“이러면 돼요?”“네.”곽훈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면서 송영명에게 눈치를 주었다.송영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기대앉았다. 누가 봐도 재미난 구경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곽훈의 실력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사람을 통제하는 기술이 실로 대단했다. 걸리기만 한다면 완전히 쥐고 흔들 수 있었다.그는 유진우의 초라한 몰골을 벌써 기대했다.“여러분, 잠깐만요. 이 기술은 비밀이라 절대 밖에 노출되어서는 안 돼서요.”곽훈은 머리카락과 피가 담긴 컵을 들고 VIP 룸의 화장실로 들어갔다.“흥. 수작 좀 그만 부려!”안세리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하찮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런 이상한 것들을 절대 믿지 않았다. 왠지 그냥 사기꾼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수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5분 후, 곽훈이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고 손에 노란 부적을 들고 있었다. 부적에 이상한 부호들이 가득했는데 꽤 그럴듯해 보였다.“진우 씨, 눈을 감고 온몸에 힘을 풀고 편하게 있어요.”곽훈이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네.”유진우는 대답하고는 두 눈을 감고 힘을 풀었다.그 모습에 안세리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시작합
“세리야, 걱정하지 마.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거니까 뭘 어쩌진 않아.”송영명이 그녀를 위로했다.“흥. 그럼 다행이고.”안세리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결국 참기로 했다. 괜히 충동적으로 움직여 유진우를 해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곽훈 씨, 이 사람 지금 통제당한 거 맞죠?”한 여자가 물었다.“그럼요.”곽훈이 우쭐거리면서 웃었다.“지금은 그냥 산송장이에요. 아픔도 못 느끼고 기억도 없어서 내가 뭘 시키면 뭐든지 다 할 겁니다. 게다가 깨어나면 기억하지도 못해요.”“정말이에요? 그럼 자기 따귀를 때리라고 한번 해봐요.”여자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요.”곽훈이 씩 웃으면서 유진우에게 명령했다.“지금 당신 손으로 자기 뺨을 때려요.”“곽훈 씨, 당신!”안세리가 말리려던 그때 유진우가 손을 들더니 사람들의 경악한 눈빛 속에서 곽훈의 뺨을 힘껏 후려갈겼다.짝!힘이 어찌나 센지 곽훈은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비틀거렸고 코피가 흘러나왔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쩍 벌렸다.‘자기 뺨을 때리라고 하지 않았어? 왜 곽훈 씨 얼굴을 때린 거야?’곽훈은 따끔거리는 볼을 움켜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가 명령을 잘못 내린 건지, 아니면 유진우가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의심마저 들었다.“저기요. 내 말 잘 들어요. 자기 따귀를 때리라고요!”체면이 조금 깎인 곽훈이 목청을 높여 명령했다.짝!유진우는 또 한 번 곽훈을 뺨을 후려갈겼다. 이번에도 머리가 어지러웠고 이까지 다 빠졌다.가뜩이나 살집이 많던 얼굴이 퉁퉁 부었고 다섯 손가락 자국이 무척이나 선명했다.안세리뿐만 아니라 송영명, 그리고 재벌가 자제들 모두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고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고분고분 말 잘 들을 거라며? 왜 제멋대로인 건데?’“X발, 이게 귀먹었나?”곽훈은 코피를 닦으면서 더는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네 뺨을 때리라고! 날 때리는 게 아니라.”짝!미처 피할 새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