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모든 사림의 의심과 비난에 직면한 조윤지는 화를 내며 말했다.“경고하는데 다들 날 모함한다면 내가 당신들하고 끝까지 싸울 거야.”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문제에서 그녀는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조윤지. 이제 그런 장난은 그만둬. 네가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다 죽어야 해.”“맞아. 분명 네가 죄를 지었는데 왜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해?”조씨 가문 사람들은 더욱더 흥분했다.그들은 조윤지가 눈을 뜨고 거짓말을 할 정도로 뻔뻔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다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전체적인 상황으로는 배후의 주모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솔직하게 인정하면 조씨 가문은 전체는 그래도 화를 면할 수 있었다.하지만 조윤지는 죄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씨 가문 전체를 힘들게 하려고 했다.너무 흉악하고 악랄하기 그지없었다."조윤지 증거도 이미 충분히 있어. 더는 네 변명을 용납할 수 없으니까 빨리 죄를 인정해.”선우희재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그는 조윤지가 계속 인정하지 않으면 그들 선우 가문까지 힘들어질까 봐 두려웠다.“죄를 인정해. 그럼 너희 가족들은 모두 살 수 있을 거야.”선우 희재가 차갑게 말했다.“희재 오빠.”조윤지는 믿을 수 없는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선우희재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그녀의 죽음을 동조할 줄은 몰랐다.만약 선우희재까지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이대로 죽어야 하는 것일까?"조윤지 모든 사람들이 널 지목하고 있는데 계속 변명할 거야?”유진우는 천천히 다가가며 그녀를 죽여버릴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니 난 아니야. 난 그러지 않았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조윤지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변
비록 천륜을 어기는 비열한 선택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다.그녀는 지금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조윤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죄를 피하고자 자기 아버지에게 죄를 덮어씌워? 정말 짐승이 따로 없구나?’“맞아. 네 아버지가 널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은혜를 모르는 건 그렇다 해도 감히 아버지를 모함해? 너 정말 배은망덕하구나?”“이건 불효야. 넌 정말 불효자야.”그 순간 조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며 그녀에게 비난을 퍼부었다.조윤지의 불효막심한 행동은 모두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본인이 일으킨 문제를 아버지에게 덮어씌우다니 정말 조금의 인간성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닥쳐. 당신들은 다 입 다물어.”조윤지는 화를 내며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서는 다시 불쌍한 눈빛으로 바꿔 조군해를 바라보았다.“아빠가 날 어렸을 때부터 키워줬잖아. 아빠는 날 정말 많이 사랑해 줬잖아. 아빠도 내가 죽는 건 참을 수 없지? 그렇지? 아빠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난 아직 젊어. 난 아직 아름다운 인생이 남았고 미래가 남았는데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 아빠 얼른 죄를 인정해. 아빠가 계속 입을 열지 않으면 아빠 딸이 죽어.”조윤지는 말할수록 흥분했고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결국 마지막에는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그녀의 아름다웠던 얼굴은 이미 점점 일그러졌고 특히 완전히 미친 사람 같았다.“윤지야. 네 말이 맞아. 모두 내가 죄를 지었어. 내가 인정해.”다급해 보이는 딸을 보고 조군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눈빛에는 분노나 원망 같은 것은 없었고 단지 연민과 슬픔뿐이었다.물론 무력함도 섞여 있었다.이 순간 그는 자신의 원래 선택을 크게 후회했다.그는 권력을 위해 싸워서는 안 됐다. 셋째 남동생을 압박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지 말았어야 했고 선우 가문도 믿으면 안 됐었다.자신의 욕심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잘못
날카로운 칼날이 목을 베자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다음 순간 조군해는 턱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그는 얼굴에 해방감이 깃든 미소를 짓고 있었다.“아빠?”조윤지는 그대로 얼어붙어 아무 반응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군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피가 마침 그녀의 얼굴을 향해 튀었다.원래도 일그러졌던 그녀의 얼굴은 더욱 피투성이가 되어 악령처럼 보였다.“수장님.”“큰형.”조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서 비명을 질렀다.그들은 모두 조군해의 최측근들이었기에 서로를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어려움을 이겨내온 사이였다.지금 조군해가 죽었으니 조씨 가문은 앞으로 완전히 몰락할 것이다.“죽었어. 죽었어. 죄인이 죽었다.”정신을 조금 차린 조윤지는 안도감을 느끼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유진우 너 봤어? 우리 아빠는 이미 죽었어. 배후의 주모자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로 사죄했어. 아빠가 이미 대가를 치렀으니까 이 일은 여기까지 하는 게 어때?”아버지의 죽음이 그녀를 조금 슬프게 하긴 했지만 그 여파로 인해 그녀는 남은 인생 더 많은 기쁨을 느낄 것이다.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책임지기만 하면 자신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여기까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유진우의 차가운 얼굴은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그는 당연히 조군해가 딸을 대신해 목숨을 던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었다.하지만 그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모든 원한에는 주인이 있었고 뿌리를 뽑지 못하면 이후에 꼭 문제가 생길 것이다.“유진우 우리 아빠가 이미 죽었는데 넌 뭘 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조윤지는 슬픈 얼굴로 말했다.“네 아빠가 죽은 거지 네가 죽은 게 아니잖아. 넌 정말 네가 악행들을 저지르고 쏙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네가 너무 순진한 거야.”“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분명 우리 아빠가
“세자저하, 저희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조 씨네 사람들은 당황하여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그러나 유진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눈사태에는 무고한 눈송이가 없네. 신의를 저버리고 나쁜 놈의 앞잡이가 되어 조씨 가문을 사분오열하고 모든 업계가 불황을 겪어서 지금 집안이 망했는데 감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이건...”사람들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조씨 가문은 예전에 서울에서 가장 높은 명문을 자랑했는데 지금은 어느덧 뿔뿔이 흩어지고 몰락하고 있으니 그들은 확실히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애초에 조군해를 따라다니며 권력 다툼을 하지 않고 집안싸움이 없었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만일이라는 것이 없다.“당신들이 저지른 잘못은 상관하지 않겠다. 선미가 정신을 차린 후에 스스로 너희를 찾아 결판을 내리도록 하겠다.”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여봐라, 저들을 모두 가두고 엄중히 감시해라!”“예!”강린파 제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조씨 가문을 꽁꽁 묶고 모두 연행했다.“이제, 너희들 차례다.”조씨 가문을 해결하자 유진우는 갑자기 선우 가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말은 분명히 선처 없이 끝까지 청산하겠다는 것이다.“세자저하, 모든 일은 조씨 집안이 한 일이지 우리와 무관한 일입니다.”선우진성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었다.“지금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냐?”유진우가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처음부터 당신의 손자 선우희재가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었잖소. 그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간질을 하여 조씨 가문을 해치고 조씨 가문을 궁지에 몰아넣었지. 조씨 가문을 패가망신을 시켰지. 그 갖가지 악랄한 행동은 이미 나의 한계를 건드렸다.”“네?”선우진성이 멍하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세자저하, 무슨 오해가 있으신지요? 제 손자는 줄곧 공무를 지키고 법을 준수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은 좋은데 내가 왜 너랑 내기하겠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목숨은 이제 내 손에 달렸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와 내기하겠어?”선우희재는 이를 악물고, 결국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내 손에는 보물 그림이 있는데 이것은 내가 몇 년 동안 애써 찾아낸 결과이고 나는 그것으로 너와 싸울 것이다.”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았다면 그도 절대 이 비밀을 폭로하지 못했을 것이다.조씨 집안의 보물 지도는 모두 세 장으로 나뉘었는데 그는 우연히 그중 한 장을 얻었고 약간의 비화도 알게 되었다. 이것 때문에 그는 조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보물 지도를 탈취하기 위해 암암리에 계획을 세웠다.두 번째 지도를 손에 넣기도 전에 이렇게 큰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그는 지금 가지고 있는 보물지도 한 장으로만 싸울 수 있었다.“너도 보물 지도를 가지고 있었구나, 어쩐지 기운이 사라지지 않더라니.”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대로 판을 뒤집을 기회를 줄게. 만약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면 오늘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지만 네가 지면 너희 가문 사람들은 모두 재수 없게 될 거야.”“그렇게 하지.”선우희재가 단번에 승낙했다.“희재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라.”선우정호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유진우는 천하를 뒤흔든 천재이고 세상에 둘도 없는 무도의 귀재인데 이런 사람과 무예를 겨루는 것은 죽음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가?“할아버지, 저는 이 판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출세할 수 없습니다.”선우희재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서경왕부의 실력으로는 백작부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로 제압할 수 있었다.유진우가 그들을 모두 블랙 프리즌에 보내도 아무도 감히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희재야, 네가 지면 정말 살길이 없어.”선우진성이 초조한 듯 말했다.큰 착오가 없는 한 서경왕부도 선우 가문 장군인 그를 쉽게 죽일 수는 없었다.하지만 링 결투라면
“좋아. 이건 네가 말한 거야.”선우희재가 화색하며 말했다. 지금이 판을 뒤집을 유일한 기회이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비켜라. 모두 멀리 서있어. 싸우는 데 방해하지 말고.”유천우는 시원시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흩어지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오랜만에 만났지만 그는 유진우에 대한 맹목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천재라는 칭호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그의 실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10년 전, 연경은 천재가 쏟아지고 요괴가 난무하여 누가 강하다 할 것 없이 모두가 쟁쟁했었다.그런데 그의 형이 갑자기 세상에 나와 혼자의 힘으로 모두를 직접 진압하였다 소위 말하던 천재들이 머리를 싸매고 사처로 도망 다녔다.연경 전체를 봐도 그와 대적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 이후로 유장혁의 이름은 천재들에게 악몽이 되었고 모두가 피하는 대상이 되었다.연경의 그 괴물들조차 고분고분 맞았는데 선우희재 같은 조무래기가 무슨 수로 그를 이기겠는가?그냥 그의 사냥감을 자처하는 것이었다.유천우의 고함에 사람들은 재빨리 사방으로 흩어져서 두 사람이 결투하도록 충분한 공간을 내줬다.이 전투는 선우 가문의 생사존망이 걸린 일이었다. 선우희재가 이기면 모두가 구원을 받을 수 있고, 지면 선우 가문 전체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희재야, 꼭 이겨라!”선우진성은 멀리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 마세요, 희재는 이미 무도 마스터입니다.”“맞아요. 천재가 아무리 대단해도 10년이나 지났으니 희재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거예요.”“희재 형은 하늘이 내린 귀재이고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강자이니 이번 대결은 반드시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선우 가문의 친족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쳤다.선우희재는 족장을 맡은 이후로 그들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그때, 중앙.선우희재와 유진우는 서로 마주 보고 있었고 둘의 눈빛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로웠다.동갑내기 천재들이 공공연히 대결하는 지금, 사람들은 기대와 궁금증에 가득
선우희재가 검을 휘두르자 그 속도와 힘에 걸맞은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그의 검이 스친 자리는 귀를 째는듯한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나 공기마저 갈라진 듯 했다.실로 믿기 어려운 힘이다.“이 속도에 이런 힘이라니. 역시 무도 마스터이십니다.”“이 검 앞에서 살아남을 놈은 없을 거다. 이거라면 유진우도 막아내지 못하겠지.”“희재가 그놈을 단칼에 해치울 거란 예감이 드는군.”선우희재의 엄청난 검을 본 선우 가문의 측근들은 이미 승리를 거머쥐기라도 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늘 수심에 차 있던 선우진성도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늘 자신의 손자가 걱정이었다. 어쩌면 정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 안될 것도 없어 보였다.심지어 여느 무도 마스터보다 훨씬 강하니 말이다.이 정도면 최고의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꿇어라!”선우희재의 외침에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유진우의 가슴팍을 겨냥했다.“흥.”하지만 유진우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향해 날아오는 검을 똑똑히 주시하더니 손가락을 뻗어 칼날을 낚아챘다.챙!검을 휘두르던 선우희재는 순간 멈칫했다. 모든 걸 깨부수며 기세 좋게 나아가던 그의 검이 한순간에 바위 앞 달걀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그는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었다.“뭐야?”눈을 부라리며 사태를 파악하던 선우희재는 순식간에 안색이 뒤바뀌고 말았다.그의 온 힘을 다한 공격이 고작 유진우의 두 손가락에 의해 막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유진우의 여유로운 눈빛과 기세는 선우희재를 단단히 옥죄어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있었다.“막... 막았다고? 그럴 리가!”“막은 정도가 아니라 빈손으로 저 무시무시한 검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어. 무서운 놈이로군.”“무도 마스터가 전력을 다해 한 공격인데 손가락으로 단숨에 제압하다니. 저놈은 괴물이야!”눈앞의 광경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모두 유진우와 선우희재 이 둘의 싸움은 양대산맥의 치열한 결전이 될 거
한순간에 기세가 확 오른 선우희재는 실력이 바로 두 배로 늘었다.“어? 목숨 좀 걸겠다?”유진우는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의외라는 듯 제스쳐를 취했다.선우희재가 단기간에 실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는 일종의 비약을 먹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대가는 당연히 잠재력과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서지 않는 한 선뜻 복용하지 않는다.“광혈단이다. 선우희재가 먹은 건 광혈단이야.”그때 군중 속에서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뭐? 광혈단? 그거 금지약물 아닌가?”“광혈단은 신체의 잠재력을 자극해 복용자의 실력을 배가시키지만 부작용이 심해 목숨을 반쯤 잃을 뿐 아니라 발광할 수도 있어.”“뭐? 그렇다면 선우희재는 지금 목숨을 걸었단 말이야? 광혈단까지 먹다니!”기세가 크게 변한 선우희재를 보고 뭇사람들은 손가락질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놀람과 동시에 그에 대한 기대도 조금 커졌다.“목숨을 걸고 승부를 걸다니 희재야, 이건 솥을 부수고 배를 가라앉히는 격이다.”선우진성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광혈단의 지원으로 희재의 실력이 두 배로 늘면 반드시 유진우를 이길 수 있을 거야.”“맞아! 유진우가 아무리 재주가 있다 해도 광혈단을 복용한 희재를 막을 수는 없어!”선우 가문의 종친들이 다시금 자신감과 희망을 되찾았다.광혈단은 금지약물이지만 확실히 파도를 일으키는 효능이 있다.그러나 유일한 폐단은 선우희재가 목숨을 반이나 잃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그 대가는 가족 전체의 안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유진우, 네가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넌 오늘 질 수밖에 없어.”선우희재는 붉은 두 눈을 하고 머리카락은 뿌리가 곧게 곤두서고 옷은 바람이 없어도 절로 날리고 있었으며 온몸에서는 미친 냄새가 진동했다.“그래? 그럼 어디 보자. 네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그러나 유진우는 여전히 안색 한번 바꾸지 않고 손을 들어 제스쳐를 취하고는 얼마든지 덤벼들 태세를 취했다.“유진우, 날 광혈단까지 먹게 만들다니. 넌 졌지만 여전히 영광
유태범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지난날 표기대장군이었던 유태범은 인품 논란은 많았지만,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유태범은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른 것이었다.그러니 유태범처럼 패기 있고 안목이 있는 사람조차 유진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조금 전에 그들은 유진우를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로 생각해 유천우를 지지했지만 지금 보니 그건 아니었다.먼저 전쟁의 신 조무진이 힘을 보탰고 이어서 표기대장군 유태범이 지지했으니, 이 두 사람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의 결정을 바꾸기에 충분했다.“셋째야, 왜 장혁을 선택하겠다는 건지 자세히 말해봐.”유만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제가 장혁을 선택한 이유는 조무진과 비슷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재능과 능력을 더 중시합니다.”유태범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호룡각을 어떻게 소탕했는지 모두 잘 알 거로 생각합니다. 전부 장혁이 작전을 짜고 계략을 펼쳤기에 교활하기 여지없던 채원진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호룡각의 숨겨진 보물까지 전부 찾아냈죠. 이건 그야말로 아주 큰 공이 아닙니까? 종합해 보면 장혁의 용기와 지략은 왕위를 계승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천우는 대장군이 되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왕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유태범의 말이 끝나자, 유만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한휘는 흥분하며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허튼소리! 이번 호룡각을 소탕한 것은 유진우 한 사람만의 공이 아니잖아요. 유천우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유천우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되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재능과 능력으로 따지면 유천우는 유진우보다 못 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젊고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선평 제후,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십니까? 저는 그냥 가족의 일원으로서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 모든 권한은 저의 형님한테
“괜찮아. 오늘은 가족 연회야.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식구와 마찬가지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걱정 말고 해봐.”유만수가 웃으며 말했다.“위왕 님께서 물어보셨으니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말씀 올리겠습니다.”조무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아 가슴에 올려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제 의견은 지극히 제 개인 생각일 뿐이니, 혹시 의견이 달라도 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아주십시오.”“전쟁의 신께서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당신은 나라의 기둥과 마찬가지인 사람이니 보는 눈이 분명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전쟁의 신께서는 누구를 지지하는 겁니까? 어서 말해보세요.”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용국의 전쟁의 신이자 왕족 조씨 가문의 후계자인 조문진의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모든 사람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여 있었다.“자, 그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조무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말했다.“종합적인 능력과 현명함을 바탕으로 한다면 저는 유진우가 서경의 왕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진우에게는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서경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토대가 없어 대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왕 님께서 저 자리에 오르실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 많은 세력이 위왕 님께 좋지 않은 눈총을 보냈었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위왕 님은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서경의 영토를 넓히며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여 지금의 지위와 영광을 얻었지요. 유진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개인 능력으로 보면 위왕 님보다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에서도 유진우 같은 사람은 더 없을 겁니다. 저는 유진우에게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그는 반드시 훌륭한 서경 왕이 되어 여러분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께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까
은성종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똑똑한 사람이라면 유천우의 지지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천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잘 알 텐데, 서경의 인재로서 어린 제갈량이라고 불리는 은성종이 왜 반대로 유진우를 지지하는지 모두 의아해했다.“회음 제후,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주한휘가 반박했다.“유진우의 무도 재능은 서경 전체를 놓고 보면 확실히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왕의 자리는 싸움을 잘한다고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학문과 무예를 골고루 겸비한 데다 지지자까지 많으며 무엇보다 전쟁에서 몇 년 동안 연마하여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합니다. 만약 유천우가 왕이 된다면 서경은 분명 더욱 빛날 것입니다!”유천우는 황제의 조카이자 주한휘의 미래 사위이고 양측은 이미 혼약까지 맺은 사이였다.그러니 주한휘는 유천우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자기 딸은 왕비가 되는 것이고 본인도 자연히 신분이 상승할 테니 무조건 유천우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선평 제후의 견해에 동의합니다.”흑용군 주장 한 명이 말했다.“유진우가 우수하다는 건 물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는 서경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서경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다르지요. 어릴 때부터 서경에서 자랐으니, 인맥도 넓고 군사 내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맞습니다. 유진우는 10년 동안 서경을 떠나 있었으니 그를 따르지 않을 자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을 지지합니다.”이때 일부 군사의 고급 장교들이 모두 유천우를 지지하기 시작했다.유진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그들한테 유진우는 서먹서먹했지만, 유천우는 달랐다.유천우가 예전에는 믿음직하지 못했던 건 맞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유천우의 성격상 왕이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