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서울 동강 병원의 한 특수 병실.남궁보성이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에 가는 숨을 내쉬고 있었고 심장 박동도 느려졌으며 몸도 매우 차가웠다. 얼핏 보면 정말 죽은 사람 같았다.한 무리 교수와 전문가들이 병실 안에서 증상을 논하며 치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시간만 흐를 뿐 다들 속수무책이었고 치료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도란영, 남궁은설, 유연지, 한솔 일행은 옆에서 애만 태울 뿐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강 교수님, 제 남편 상태가 어떤가요? 치료할 수 있나요?”한 무리 의사들이 한참 동안 논의해도 결과가 없자 도란영이 참다못해 물었다.“어르신의 병 정말 이상합니다. 저희가 의서를 다 뒤졌는데도 이런 증상을 찾지 못했어요.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네요.”경력이 가장 많은 강상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런 불치병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네? 교수님들도 방법이 없다면 아무도 치료 못 한다는 소리예요?”도란영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전에 약신궁에도 연락했었다. 그런데 약신왕이 잠시 다른 곳에 간 바람에 당장은 돌아오기 힘들다고 했다. 약신궁에서 장로를 보내왔지만 장로도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었다.“아무래도 연경에 가서 명의를 모셔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거긴 명의들이 많아서 실력 있는 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강상민이 제안했다.“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연경에서 명의를 모셔올 때까지 버티겠는지도 모르겠어요.”도란영이 얼굴을 찌푸렸다.“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명의 모셔왔어요.”그때 남궁진혁이 갑자기 들어왔다. 그의 뒤로 의사 가운을 입은 한 대머리 중년 남자와 조력자 두 명이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조력자들은 커다란 약상자를 하나씩 메고 있었다.“여러분께 소개할게요. 이분은 금오국의 호시노 미치오 씨입니다. 유나가 말에 차여서 죽을 뻔했을 때 미치오 씨가 치료해줬거든요. 이분의 의술은
“용국의 의사들은 정말 형편없네요. 반나절이나 토론해도 아무런 치료 방법도 못 내놓고. 역시 미치오 씨밖에 없다니까요.”유연지가 감탄했다.“맞아요. 정말 쓸모없는 의사들이에요. 미치오 씨 반의반이라도 좀 따라가지.”남궁 가문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아부하기 시작했다.용국의 수많은 전문가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전부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호시노 미치오는 보자마자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차이라는 것이다.“미치오 씨, 치료 방법을 아신다면 지금 바로 치료해 주시죠.”도란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약 가져와.”호시노 미치오가 손을 흔들자 두 조력자가 약상자를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약상자를 열고 이리저리 뒤지다가 검은색 약병 하나를 꺼냈다.“이 약은 금옥탕이라는 건데 108가지 귀한 약재를 달여서 만든 거예요. 경맥을 뚫어주고 기혈을 고르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죠.”호시노 미치오가 자랑스럽게 말했다.“환자분께서 이 약을 복용하시면 3분 안에 깨어나실 겁니다.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요.”“얼만데요?”도란영이 떠보듯 물었다.“600억입니다.”호시노 미치오가 생각지도 못한 금액을 말했다.“600억이요?”그 소리에 용국의 의사들은 입을 쩍 벌렸다.‘차라리 빼앗지 그래? 약 한 병에 600억? 말도 안 돼.’“문제없어요. 우리 남편만 치료할 수 있다면 그 돈 드리죠.”도란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600억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그 정도 능력은 있었다. 남편의 목숨에 비하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네, 사모님께서 흔쾌히 동의하셨으니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호시노 미치오는 씩 웃어 보이더니 남궁보성을 일으켜 약 뚜껑을 열고 입에 넣으려 했다.“그 약 마시면 남궁보성 씨 3일을 넘기지 못할 겁니다.”그때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문 앞에서 들려왔다.“뭐야?”사람들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유진우가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남궁은설의 전화를 받자마자 유진우는 부리나케 서울로 달려
“헛... 헛소리 지껄이지 마!”모든 게 까발려지자 호시노 미치오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두 눈은 동공 지진이었다. 금옥탕의 원가가 몇만 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의 명성과 의술이 더해지면 몇만 원짜리 약도 엄청난 값에 팔 수 있었다.“헛소리? 그럼 나랑 가서 약 성분 검사해볼래?”유진우가 계속하여 몰아붙였다.“내 생각이 맞다면 금옥탕에 흥분제 같은 것도 넣었을 거야. 응급 상황에서 효과는 있지만 되레 환자의 목숨을 해치는 거지. 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닥쳐! 난 금오국의 명의야. 너희들이 우러러보는 존재라고. 그런 날 모함해?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 사과해!”호시노 미치오가 노발대발했다.“사과? 넌 사과받을 자격도 없어.”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사과 안 하겠다 이거지? 그래, 그럼 치료 안 해. 죽든 말든 알아서 해!”호시노 미치오가 화를 내면서 약상자를 들고 떠나려 했다.“미치오 씨.”그 모습에 남궁진혁이 재빨리 잡으며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진정하세요. 저놈은 그냥 미친놈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상대하지 말아요. 지금은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죠.”“네, 미치오 씨. 사람 목숨이 달렸어요. 어르신 치료할 수 있는 분은 미치오 씨밖에 없어요.”사람들이 나서서 타일렀다.“유진우, 당장 입 다물어! 한 번만 더 헛소리 지껄였다간 확 내쫓을 거야.”남궁진혁이 고개를 돌리고 호통쳤다.“유진우, 무슨 배짱으로 미치오 씨께 대들어? 당장 사과해.”유연지도 큰소리로 말했다.“맞아. 당장 사과해!”한솔도 맞장구를 쳤다.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유진우를 성난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오자마자 의심부터 하고 모함한 것도 모라자 호시노 미치오를 억지로 내쫓을 뻔까지 했다.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난 사실만 말했는데 왜 사과해야 하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돈밖에 모르는 이런 의사는 병을 치료 못 하니까 그냥 가게 내버려 둬요. 이 병 내가 치료할게요.”“네까짓
입을 열려던 그때 도란영이 호통치며 가로챘다.“그만들 해! 지금 싸울 때가 아니야. 사람부터 구해야지!”“맞아요, 진우 오빠. 얼른 아빠 좀 구해주세요.”남궁은설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호시노 미치오의 명성이 대단하긴 했지만 유진우를 더 믿었다.“잠깐!”유진우가 치료를 시작하려는데 남궁진혁이 막아섰다.“사람 목숨이 달린 일에 네가 뭔데 나대? 이 병은 미치오 씨한테 맡겨야 해!”“내가 말했지? 저 사람은 치료 못 하고 오히려 환자만 더 해친다고.”유진우가 냉랭하게 대답했다.“미치오 씨마저 치료 못 한다면 넌 더 말할 것도 없지.”남궁진혁의 시선이 갑자기 도란영에게 향했다.“작은어머니께서 결정하세요. 미치오 씨를 믿으세요? 아니면 저 자식을 믿으세요?”“그게...”그의 말에 도란영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유진우의 의술을 그녀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는데 정말 대단했다. 딸의 희귀병도 유진우가 치료해 줬으니까.하지만 호시노 미치오는 명성이 자자한 명의고 의료계에 종사한 지 수십 년이다. 경험으로 보나 의술로 보나 유진우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안전하게 호시노 미치오를 선택했다.“엄마, 진우 오빠 실력 아시잖아요. 엄청 대단한 거. 진우 오빠한테 맡기면 문제없을 거예요.”남궁은설이 불쑥 말했다.“은설아, 아빠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떻게 이름도 없는 사람한테 맡겨? 혹시라도 잘못되면 누가 책임져?”남궁진혁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래, 은설아. 저놈은 딱 봐도 믿을 놈이 아니야. 미치오 씨가 더 실력 있어.”유연지도 나서서 설득했다.“미치오 씨의 의술이 뛰어나니까 무조건 고칠 수 있어. 그런데 유진우 저놈이라면 아버님 위험해질 거야.”한솔이 경고했다.사람들이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한마디씩 하자 남궁은설도 이젠 확신이 없어졌다. 가뜩이나 귀도 얇은데 옆에서 자꾸만 부추기니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사모님도 남편분이 괜찮길 바라시죠?”호시노 미치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도란영은 말을 잇지 못하
“진우 오빠!”유진우가 떠나려 하자 당황한 남궁은설이 재빨리 쫓아가서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정말 미안해요. 나도 미치오 씨가 올 줄은 몰랐어요. 다 내 탓이에요. 그러니까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은설 씨, 나 화 안 났어요. 의사로서 나도 은설 씨 아버님 치료해 주고 싶어요. 하지만 날 믿지 않는데 어쩌겠어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여러 번이나 경고했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그도 별수가 없었다.“난 진우 오빠를 믿어요. 하지만...”남궁은설이 말을 잇지 못했다. 집안일은 부모님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 딸이라고 해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었다.“괜찮아요, 은설 씨. 먼저 병실로 돌아가요. 난 밖에서 커피나 마시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유진우는 웃으면서 남궁은설의 어깨를 토닥였다.“알았어요.”남궁은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꾸만 돌아보며 병실로 들어갔다. 괜한 걸음 하게 해서 얼마나 미안한지...“은설아, 저 자식 왜 신경 써? 그냥 가게 내버려 둬. 쟤가 뭐가 대단하다고. 보험이나 파는 놈을 이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어?”남궁은설이 들어오자 유연지가 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그러게 말이야. 미치오 씨가 있는데 저 자식이 함부로 하게 해서는 안 되지.”한솔이 밖을 힐끗거리며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미치오 씨, 이젠 아무도 방해 안 하니까 빨리 치료해 주시죠.”도란영이 다그치기 시작했다.“그래요. 당신들 성의를 봐서 한 번 더 도와줄게요.”호시노 미치오는 아량을 베푸는 척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검은색 약병을 꺼내 금옥탕을 남궁보성에게 먹였다. 그러고는 약상자에서 은침을 꺼내 남궁보성 몸의 혈 자리에 놓았다. 한꺼번에 침 열몇 개를 꽂고 나서야 멈췄다.“침을 맞으면 경맥을 뚫어주고 기혈을 고르게 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거기에 귀한 금옥탕까지 마셨으니 환자분 꼭 기사회생하실 겁니다.”호시노 미치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너무 잘됐네요.”도란영은 긴장감이 감도는 얼굴로 침대에 누워
사람들이 비아냥거리자 병실 안에 있는 교수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의술이 호시노 미치오보다 못하긴 하지만 그들도 여기서는 인재들이었다. 같은 나라 사람에게 무시당하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감히 건드릴 수 없어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못 들은 척하는 수밖에 없었다.“미치오 씨, 우리 남편 언제쯤 깨어날 수 있나요?”도란영이 떠보듯 물었다.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기에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조급해하지 말아요. 침을 뽑으면 깨어나실 겁니다.”호시노 미치오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재빨리 은침을 뽑았다. 은침을 다 뽑자 남궁보성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몇 초 후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에 핏빛이 스쳤다.“깨어났어요. 드디어 깨어났어요.”사람들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역시 미치오 씨입니다. 말씀대로 정말 깨어났네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남궁진혁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괜히 명의가 아니네요. 용국의 의사들보다 백배 더 뛰어나요.”유연지 등 몇몇도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맙습니다, 미치오 씨.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 집안의 은인입니다.”도란영이 기쁨에 겨운 얼굴로 말했다.“난 불치병을 전문으로 치료하거든요. 이런 병 나한테는 일도 아니에요.”호시노 미치오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 조력자가 건네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있는 남궁보성의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고 얼굴이 일그러졌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으악!”남궁보성이 갑자기 포효하듯 소리를 지르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모습은 흉악하기 그지없었고 핏줄도 다 튀어나와 무서운 악마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코와 입에서 검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미치오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우리 남편 조금 전까지 멀쩡했잖아요.”도란영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죽... 죽었어?”갑자기 숨을 거둔 호시노 미치오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궁보성이 갑자기 미쳐 날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것도 아무런 조짐도 없이 호시노 미치오의 숨통을 끊어버렸다.‘단 일격에 죽여버렸어. 어떻게 이런 일이... 큰 문제 아니라며?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침으로 해결할 수 있다더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젠장.’“으악!”남궁보성은 포효하면서 호시노 미치오의 시신을 확 던져버렸다.쿵!호시노 미치오의 시신이 벽에 부딪히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맥없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왔다.“미치오 씨!”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특히 유연지와 한솔 등 몇몇은 마치 친부모가 죽은 것처럼 슬퍼하며 가슴 아파했다.“얼른! 얼른 가서 작은아버지 붙들어!”남궁진혁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명을 내리자 부하들이 남궁보성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이미 미쳐 날뛰기 시작한 남궁보성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고 아주 폭주했다. 게다가 실력까지 강해서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누구든지 전부 날려버렸고 눈에 뵈는 게 없었다.“여보, 사람 다치게 하지 말아요!”“아빠, 정신 차리세요. 다 아빠 가족이라고요!”도란영과 남궁은설은 끊임없이 소리 지르며 남궁보성을 깨우려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되레 남궁보성의 주의만 끌게 되었다.“죽어! 다 죽어!”남궁보성은 소리를 지르면서 남궁은설을 덮치려 했다. 그의 두 손은 마치 칼처럼 날카로웠고 손가락 사이에 원기가 감돌아 쇠도 손쉽게 부러뜨릴 수 있었다. 일반 사람이 그 공격을 맞는다면 바로 즉사할 것이다.“여보, 안 돼요!”도란영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남궁은설에게 달려가며 몸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막으려 했다. 당장 누구 하나 죽어 나갈 것 같던 위기의 순간, 은침 한 개가 갑자기 날아왔다.슉!문밖에서 날아온 은침은 전광석화처럼 남궁보성의 목을 그대로 찔렀다. 남궁
“내가 안 왔더라면 당신들 다 위험했을 거예요.”유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은침 하나가 또 날아갔다. 조금 전까지 발버둥 치던 남궁보성은 그대로 굳어버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진우 씨, 살려줘서 고마워. 의술이 뛰어나잖아? 우리 남편 좀 도와줘.”도란영이 간곡하게 부탁했다.“미안하지만 난 지식이 얕아서 미치오보다 실력이 안 되니까 다른 의사 찾으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미치오 씨?”도란영은 구석에 내던져진 시신을 보며 난감해했다. 만약 호시노 미치오가 진짜로 치료할 수 있었더라면 목숨을 잃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진우 씨, 전에는 내가 정말 미안했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도란영이 먼저 사과를 건넸다. 유진우가 실력 있는 의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호시노 미치오에 비하면 명성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유진우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젠 호시노 미치오가 죽었으니 남궁보성을 살릴 사람은 유진우밖에 없었다.“진우 오빠, 아빠 지금 이성을 잃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남궁은설이 가여운 눈빛으로 말했다.“은설 씨를 봐서 한 번 더 도와줄게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을용 장군에게 신세 진 게 있어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고마워요, 진우 오빠.”남궁은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작은어머니, 정말 유진우한테 맡기려고요? 미치오 씨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저놈이 무슨 수로요?”그때 남궁진혁이 나서서 부채질하기 시작했다.“맞아요! 만약 저놈이 치료를 방해한다면 무슨 일이 있을지 누가 알아요.”유연지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난 저 자식이 되레 아버님의 병을 키울까 걱정이에요. 그럼 누가 책임져요?”한솔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이 지경이 된 이상 더 나빠질 게 뭐가 있겠어.”도란영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성을 잃은 남편을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험해질까 걱정이었다.“작은어머니, 그건 아니죠.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인데 작은아버지 목숨으로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어요.”남궁진혁이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