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다.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금호는 눈을 감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말했지, 이진 씨 손님이라고, 너희들 감히 내 말을 거역해? 더 이상 여기에 남을 필요 없어. 여기 이 두 사람 손가락 자르고 내쫓아,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이대로 처리하면 돼!”“형님!”두 사람은 놀라고 두려웠다. 처량한 울음소리는 강제로 끌려가면서 점점 더 멀어졌다.이진은 마치 자기와 상관없는 것처럼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다.금호는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부하들 단속 잘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다만…….”잠시 후, 금호는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원래 일이 끝나면 이진 씨를 설득해서 우리 조직에 가입시키려 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더 이상 설득할 면목이 없네요, 물론 환자 완치되면 책임지고 안전하게 돌려보낼 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 술은 사죄의 마음으로 이진 씨에게 드리는 거니, 앞으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금호는 술잔을 들고 이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쾌활하게 먼저 마시고 잔을 비웠다.이진은 머뭇거리며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머릿속에는 온통 루트에 관한 일이다.금호의 약속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시도는 해봐야 했다.이 또한 그녀가 여기에 온 목적이기도 하다.이진이 술잔을 내려놓았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부탁 하나 있습니다. 그쪽과 관련된 일이예요.”“우리와 관련된 일이라고요?”금호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이 말하기를 기다렸다.이진도 금호의 태도를 보고 걱정이 많이 사라지고 솔직히 답했다.“제 남동생이 있는데 얼마 전 세계적인 해커 대회에서 5위 안에 든 적이 있거든요, 그걸로 그쪽 조직원들에게 스카우트돼 영입을 요청하려 했지만 동생은 그런 일을 할 마음이 없었다고 표명하자 이해는커녕 협박을 하더라고요.”“그래서 동생한테서 거절을 받고 그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이진은 눈을 들어 한 마
설사 금호의 보장이 있더라도, 이진은 여전히 시원치 않은 한 끼를 먹었다. 하필이면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가짐의 원칙도 있어, 사람을 구한 이상 결코 도중에 손을 떼서는 안 되었다.할 수 없이 금호가 말한 대로 빨리 루트를 무사히 데리고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그날 통화에서 지사 리더의 말투를 들으니, 그 사람 분명 목적을 달성하지 않고서 그만둘 캐릭터가 아니었다.시간이 더 지나가면 루트가 그 사람 손에 어떤 고통을 당할지 모른다.만약 루트가 그 사람에게 세뇌당한다면 그것이 더 끔찍했다.이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할 수 없이 정신을 차리고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이 모든 것이 금호에게 포착되었다.금호가 생각하기로 자신은 사리분별이 되는 사람이다. 게다가 성민이는 그가 아끼는 저격수이자 가장 충성스러운 심복이다. 이진이 이렇게 큰 도움을 주었는데 보답을 못한 채 부하들이 그녀의 동생을 잡아갔으니 정말 미안해서 이진을 대할 면목이 없었다.“이번 일은 제가 부하 단속 제대로 못한 탓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말았으면 합니다.”금호는 자세를 낮추고, 부하들이 건네준 차를 받아 직접 이진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반대편 의자에 앉아 주먹을 불끈 쥐며 오랜만에 독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지사를 다룰 여유가 없어 이것들이 점점 겁대가리를 잃은 모양입니다. 이진 씨 동생분을 위해서든, 우리 조직의 장래를 위해서든 이참에 한바탕 잘 다스려야겠습니다.”금호는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가리켰다.“너희 둘, 사람 데리고 지사로 내려가서 민우 도와 루트 데려와, 그리고 성우도 데려오고, 내가 직접 혼내겠어, 그리고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 중벌로 처벌하고! 감히 내 명을 거역한 자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똑똑히 지켜보라고 해!”역시 보스다운 처단이다. 몇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그이기 때문에 비록 최근 한가해졌더라도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사람은 여전히 지사 리더보다 몇 배는 많았다.하루도 안 돼 윤성우의 말을 듣고 루트를 강제로 국내에서 납치해
“이진 씨, 이 일은 제가 해명할게요.”금호가 침묵한 것도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진이 밤늦게 지사에 잠입한 것에 대해 문책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미안해하였다.“일부러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상처 치료 후에 데려오려고 했는데…….”“어쨌든 화가 나면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서 윤성수 그 자식을 데려오게 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여봐라…….”금호의 매서운 음색이다. 사람을 잡아다가 칼로 무참히 베어버릴 기세였다.“…….”정말 일을 크게 만들고 싶었더라면 이진은 한밤에 루트를 데려와 금호에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죄를 묻기보다는 루트를 빨리 데리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 많았다.계속 이곳에 머무르면 더 빠져나가기 어렵고, 시간이 더 오래되면 그때는 아마 윤이건도 알게 될 것이다.이진은 이건가 자기를 위해 걱정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이진은 심호흡을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전 벌주라고 요구한 적 없습니다. 루트 상처 더 이상 끌면 안되니 루트를 데려가서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돌아가시려고요?”금호는 듣자마자 얼굴이 변했다. 그가 루트의 행방을 숨긴 다른 한 목적이 바로 이진을 며칠 더 머물게 하려는 것이었다.결국 지금 이진은 루트를 은밀히 찾았을 뿐만 아니라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금호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차근차근 잘 유도했다.“이진 씨, 심정은 이해하지만 루트가 이곳에서 입은 상처이니 당연히 우리가 책임져야죠. 안심하세요, 루트가 우리 본영에서 최고의 치료를 받도록 할게요.”“루트는 저랑 함께 돌아가야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이진은 눈을 가볍게 치켜뜨고 금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부딪혔다. 분명 마음이 정해진 모양이다.“이진 씨!”금호의 인내심이 아무리 강해도 지금 이 순간은 이진의 철벽 같은 태도에 속이 불끈 타올랐다. 화가 난 금호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진 씨, 저와 먼저 약속했잖아요, 환자를 치료해 주겠다
“알아요?”이진이 눈썹을 찡그렸다. 루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 안에 분명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아니나 다를까 루트는 손바닥을 움켜쥐고 울분을 토해냈다.“대표님, 속지 마세요, 그 사람들 원래 저를 잡아갔을 때는 그냥 질문 정도였는데 저를 고문해라고 지시한 사람이 바로 그 보스예요! 통화할 때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루트가 악랄하게 이를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갑지 않았다.“제가 정말 싸움만 잘해도 바로 가서 다 때려부수고 싶은 마음입니다!”지금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이진이 그에게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양심이 불안할 것 같았다.그 생각에 루트는 이 일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내가 과격하게 그 대회에 참석하지만 않았서도…….”“월드시리즈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나쁜 마음을 먹은 놈들이죠.”이진은 루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루트와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손을 들어 루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나라를 위해 우승하는 거 자랑스러운 일이예요, 괜히 그 사람들 때문에 자기 초심까지 잃으실 필요 없고, 또 이번 경험으로 얻은 것이 분명 있을 거예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일단 푹 쉬고 있으세요.”“네.”루트는 이진이 불쾌할까 봐 가슴 가득 찬 말을 삼키고 그녀가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이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이진은 루트의 성격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루트는 절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그럼 그녀를 속이고 진실을 숨기는 사람은 금호뿐이다.일이 이렇게 되자 이진은 금호가 그의 형제들을 처벌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이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다.이진은 컴퓨터를 켜고 손끝을 탁탁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일련의 코드를 입력했다.예상대로 누군가 그녀의 정보를 추적하려고 하는 것을 발견했다.이진은 비아냥거리며
윤이건이 침묵하였다. 그윽한 눈동자는 이진의 달빛 같은 눈동자와 마주치고 마음이 저절로 부드러워졌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에게 돌아왔으니 다행이다.이진의 손을 잡고 윤이건은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마지막이야, 다음부터는 안 돼.”“네네.”이진은 말을 이어 대답하고 가까스로 윤이건의 입술을 물었다.두 손을 남자의 가슴에 대고 떠나려고 하는데 이건이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아갔다.거실에 있는 두 사람 한창 뜨거울 때 별장 밖에서 도시락을 손에 든 이영 역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이진이 없으니 마침 정정당당하게 이건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문밖을 청소하는 하인을 무시한 채 거드름을 피우며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발을 들여놓는 순간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윤이건 대표님, 아버지 말로는 협력 프로젝트 때문에 계속 야근을 하셨다고 하던데, 그래서 돌아가자마자 대표님 취향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말이 떨어진 후 한참동안 대답은 없었다.이건이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이진의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이영의 눈에 들어왔다.윤이건은 이진 옆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이영을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오히려 이영의 방문에 불쾌한 것 같았다.이영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이진의 비꼬는 표정과 약간 붉어진 입술에 자극되어 손에 든 도시락을 움켜쥐며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언니, 돌아왔어? 나 요즘 대표님 밥을 챙겨주느라 가져왔는데, 언니가 돌아온 줄 알았다면 두 분 방해하지 않았을 텐데.”‘요즘? 그러니까 내가 없던 사이에 계속 왔단 말이야?’이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과 관련된 일은 나중에 물어봐도 되지만 이영은…….이영의 시늉을 보기 귀찮아서 이진은 비웃으며 무심코 손톱을 만지작거렸다.“방해인 줄 알면 그만 나갈래?”“언니…….”이영은 괴롭힘을 당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두 글자를 외쳤다. 눈에는 물안개가 가득했고,
이기태가 이진을 노려보았다. 말의 어조가 계속 심해지고 볼은 떨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지금 그 말 당신 딸에게나 얘기하시죠.”이진은 겉모습만 보고 쉽게 죄를 논하는 그의 사고 방식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입을 꼬이며 그저 웃어 보이기만 했다.“이영이가 주제 파악 못하고 내 남자 옆에서 얼씬거리면서 번번히 내 심기를 건드리는데 그게 내 잘못인가요?”이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름다운 눈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날 비난할 시간 있으며 자식 교육이나 잘 하시죠, 주제 파악이 무엇인지도 잘 가르쳐주고요.”“너!”이진이 아무렇지 않는 태도를 보일수록 이기태의 거센 분노를 더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이기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이 막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하필이면 윤이건 앞이라 말을 너무 과하게 하기도 어려웠다. 지난번 이건이 이진을 위해 스스럼없이 사람을 쫓아냈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남아있어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오늘은 이건과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여기에 온 것이다. “이영이가 아무리 못났더라도 최소한 나를 돕는데 넌 그저 날 화내게 할 뿐이잖아.”이기태는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이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이건 대표님,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들었었죠, 앞으로 GN그룹과 YS그룹 손을 잡으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 다 해결됩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죠?”이영이가 요즘 합작이라는 명목으로 자주 이건과 접촉하는데, 이 일은 이기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눈감아 줬다.이기태의 목적은 이건이 두 회사 합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것인데 이건에게는 전혀 먹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직접 사선 것이다.사실 이건도 속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GN그룹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따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진 때문에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기태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이진이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
이기태는 이제 와서 멍청한 척을 하는 것이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영의 손목을 덥석 잡고는, 이영에게 눈짓을 보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영아, 아빠 말 좀 들어. 이 일은 네 언니 말대로 네가 잘못한 거니까, 당장 언니한테 사과해.”이기태의 태도는 마치 이영에게 명령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영이 그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이영이 알아들었다 할지라도, 이건의 앞에서 이진에게 사과를 할 리가 없을 것이다.‘지금 상황만으로도 창피해 죽겠는데 나보고 사과하라고?’이영은 참다못해 이기태의 손을 뿌리쳤다.“사과할 거면 아빠가 가서 사과하든지 해! 난 절대로 사과 못 해!”“이영아!”이기태는 노발대발하며 옆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이건을 힐끗 쳐다보았다.이기태가 또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더 이상 지켜보기 싫었던 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이제 좀 그만하세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찾아오실 거예요? 이건 씨는 어차피 당신들과 합작할 의향이 없으니 이만 이영을 데리고 돌아가세요.”“이진.”이기태는 화가 나다 못해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하지만 이건의 차가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입술을 떨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진아, 우린 한 가족이잖아. 당연히 이번 프로젝트를 가족인 우리와 함께 합작하는 게 남 주는 것보다 낫잖아. 안 그래?”“이기태 씨는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나 봐요?”이진은 비꼬듯이 웃으며 이건의 튼튼한 허리를 두 손으로 꽉 껴안았다.그리고 고개를 가볍게 들고 느릿느릿 말했다.“제 남편은 밑지는 장사를 안 하거든요. 특히 당신들과 합작하는 소식이 외부에 전해지기라도 하면, 모두 제 남편의 안목을 의심하기만 할 뿐이에요!”이진이 이런 태도를 보이자, 이기태는 더 이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기태의 늙은 얼굴은 순식간에 노기로 붉게 달아올랐다.“내가 오늘 이 망할 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경호원!”이때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경호원을
두 사람은 전화 너머 연주회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했다.이진이 피아노 연주회를 여는 것에 동의하자마자, 투자자는 가장 먼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피아노 연주회 소식을 발표했다.이진의 열렬한 팬들은 이 소식을 알고는 바로 댓글들을 달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이 피아노 연주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한편 이영도 자신의 별장에서 이진의 소식을 주시하고 있었다.‘역시 하늘은 날 도와주고 있어!’이진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하던 참에,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이영은 차갑게 웃으며 복수를 개시하기 시작했다.한바탕 조작을 거친 후, 이진에 관한 악의적인 뉴스가 인스타그램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유명 음악가 이진, 그녀와‘스승’과의 은밀한 이야기]스승이라는 말에 중점을 두자, 많은 네티즌들이 이상한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마비시켰다.실시간 검색어 내용에는 이진에게 스승이 있다고 말하는 것 외에도, 이진이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믿고 스승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덧붙여졌다.더욱이, 이번 피아노 연주회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 개최되었는 말들도 돌고 돌아 퍼졌다.네티즌들은 이러한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진과 스승의 채팅 기록이라고 주장되는 사진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특히 이진의 피아노 연주회를 기대했던 팬들이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난 저 어린 나이에 단독 연주회를 연다는 것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너무 더러운 거 아니야? 고작 연주회를 열기 위해 이런 짓까지 벌이다니!][이런 사람은 제발 음악계에서 퇴출 당했으면 좋겠네.][맞아, 음악계에서 꺼져버려!]모두 비슷한 댓글들이 인스타그램의 게시글 밑에 달렸다.이영은 그제야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마음이 후련해졌다.‘이진, 네가 감히 이건 오빠를 믿고 날 무시해? 이번엔 반드시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어 줄게!’한편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던 이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