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씨, 이 일은 제가 해명할게요.”금호가 침묵한 것도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진이 밤늦게 지사에 잠입한 것에 대해 문책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미안해하였다.“일부러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상처 치료 후에 데려오려고 했는데…….”“어쨌든 화가 나면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서 윤성수 그 자식을 데려오게 할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여봐라…….”금호의 매서운 음색이다. 사람을 잡아다가 칼로 무참히 베어버릴 기세였다.“…….”정말 일을 크게 만들고 싶었더라면 이진은 한밤에 루트를 데려와 금호에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죄를 묻기보다는 루트를 빨리 데리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 많았다.계속 이곳에 머무르면 더 빠져나가기 어렵고, 시간이 더 오래되면 그때는 아마 윤이건도 알게 될 것이다.이진은 이건가 자기를 위해 걱정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이진은 심호흡을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전 벌주라고 요구한 적 없습니다. 루트 상처 더 이상 끌면 안되니 루트를 데려가서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돌아가시려고요?”금호는 듣자마자 얼굴이 변했다. 그가 루트의 행방을 숨긴 다른 한 목적이 바로 이진을 며칠 더 머물게 하려는 것이었다.결국 지금 이진은 루트를 은밀히 찾았을 뿐만 아니라 돌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금호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차근차근 잘 유도했다.“이진 씨, 심정은 이해하지만 루트가 이곳에서 입은 상처이니 당연히 우리가 책임져야죠. 안심하세요, 루트가 우리 본영에서 최고의 치료를 받도록 할게요.”“루트는 저랑 함께 돌아가야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이진은 눈을 가볍게 치켜뜨고 금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부딪혔다. 분명 마음이 정해진 모양이다.“이진 씨!”금호의 인내심이 아무리 강해도 지금 이 순간은 이진의 철벽 같은 태도에 속이 불끈 타올랐다. 화가 난 금호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진 씨, 저와 먼저 약속했잖아요, 환자를 치료해 주겠다
“알아요?”이진이 눈썹을 찡그렸다. 루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 안에 분명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아니나 다를까 루트는 손바닥을 움켜쥐고 울분을 토해냈다.“대표님, 속지 마세요, 그 사람들 원래 저를 잡아갔을 때는 그냥 질문 정도였는데 저를 고문해라고 지시한 사람이 바로 그 보스예요! 통화할 때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루트가 악랄하게 이를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갑지 않았다.“제가 정말 싸움만 잘해도 바로 가서 다 때려부수고 싶은 마음입니다!”지금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이진이 그에게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양심이 불안할 것 같았다.그 생각에 루트는 이 일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내가 과격하게 그 대회에 참석하지만 않았서도…….”“월드시리즈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나쁜 마음을 먹은 놈들이죠.”이진은 루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루트와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손을 들어 루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나라를 위해 우승하는 거 자랑스러운 일이예요, 괜히 그 사람들 때문에 자기 초심까지 잃으실 필요 없고, 또 이번 경험으로 얻은 것이 분명 있을 거예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일단 푹 쉬고 있으세요.”“네.”루트는 이진이 불쾌할까 봐 가슴 가득 찬 말을 삼키고 그녀가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이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이진은 루트의 성격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루트는 절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그럼 그녀를 속이고 진실을 숨기는 사람은 금호뿐이다.일이 이렇게 되자 이진은 금호가 그의 형제들을 처벌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이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다.이진은 컴퓨터를 켜고 손끝을 탁탁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일련의 코드를 입력했다.예상대로 누군가 그녀의 정보를 추적하려고 하는 것을 발견했다.이진은 비아냥거리며
윤이건이 침묵하였다. 그윽한 눈동자는 이진의 달빛 같은 눈동자와 마주치고 마음이 저절로 부드러워졌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에게 돌아왔으니 다행이다.이진의 손을 잡고 윤이건은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마지막이야, 다음부터는 안 돼.”“네네.”이진은 말을 이어 대답하고 가까스로 윤이건의 입술을 물었다.두 손을 남자의 가슴에 대고 떠나려고 하는데 이건이가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아갔다.거실에 있는 두 사람 한창 뜨거울 때 별장 밖에서 도시락을 손에 든 이영 역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이진이 없으니 마침 정정당당하게 이건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문밖을 청소하는 하인을 무시한 채 거드름을 피우며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발을 들여놓는 순간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윤이건 대표님, 아버지 말로는 협력 프로젝트 때문에 계속 야근을 하셨다고 하던데, 그래서 돌아가자마자 대표님 취향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말이 떨어진 후 한참동안 대답은 없었다.이건이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이진의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이영의 눈에 들어왔다.윤이건은 이진 옆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이영을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오히려 이영의 방문에 불쾌한 것 같았다.이영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이진의 비꼬는 표정과 약간 붉어진 입술에 자극되어 손에 든 도시락을 움켜쥐며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언니, 돌아왔어? 나 요즘 대표님 밥을 챙겨주느라 가져왔는데, 언니가 돌아온 줄 알았다면 두 분 방해하지 않았을 텐데.”‘요즘? 그러니까 내가 없던 사이에 계속 왔단 말이야?’이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과 관련된 일은 나중에 물어봐도 되지만 이영은…….이영의 시늉을 보기 귀찮아서 이진은 비웃으며 무심코 손톱을 만지작거렸다.“방해인 줄 알면 그만 나갈래?”“언니…….”이영은 괴롭힘을 당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두 글자를 외쳤다. 눈에는 물안개가 가득했고,
이기태가 이진을 노려보았다. 말의 어조가 계속 심해지고 볼은 떨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지금 그 말 당신 딸에게나 얘기하시죠.”이진은 겉모습만 보고 쉽게 죄를 논하는 그의 사고 방식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입을 꼬이며 그저 웃어 보이기만 했다.“이영이가 주제 파악 못하고 내 남자 옆에서 얼씬거리면서 번번히 내 심기를 건드리는데 그게 내 잘못인가요?”이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름다운 눈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날 비난할 시간 있으며 자식 교육이나 잘 하시죠, 주제 파악이 무엇인지도 잘 가르쳐주고요.”“너!”이진이 아무렇지 않는 태도를 보일수록 이기태의 거센 분노를 더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이기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이 막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하필이면 윤이건 앞이라 말을 너무 과하게 하기도 어려웠다. 지난번 이건이 이진을 위해 스스럼없이 사람을 쫓아냈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남아있어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오늘은 이건과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여기에 온 것이다. “이영이가 아무리 못났더라도 최소한 나를 돕는데 넌 그저 날 화내게 할 뿐이잖아.”이기태는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이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이건 대표님,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들었었죠, 앞으로 GN그룹과 YS그룹 손을 잡으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 다 해결됩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죠?”이영이가 요즘 합작이라는 명목으로 자주 이건과 접촉하는데, 이 일은 이기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눈감아 줬다.이기태의 목적은 이건이 두 회사 합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것인데 이건에게는 전혀 먹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직접 사선 것이다.사실 이건도 속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GN그룹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따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진 때문에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기태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이진이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
이기태는 이제 와서 멍청한 척을 하는 것이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영의 손목을 덥석 잡고는, 이영에게 눈짓을 보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영아, 아빠 말 좀 들어. 이 일은 네 언니 말대로 네가 잘못한 거니까, 당장 언니한테 사과해.”이기태의 태도는 마치 이영에게 명령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영이 그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이영이 알아들었다 할지라도, 이건의 앞에서 이진에게 사과를 할 리가 없을 것이다.‘지금 상황만으로도 창피해 죽겠는데 나보고 사과하라고?’이영은 참다못해 이기태의 손을 뿌리쳤다.“사과할 거면 아빠가 가서 사과하든지 해! 난 절대로 사과 못 해!”“이영아!”이기태는 노발대발하며 옆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이건을 힐끗 쳐다보았다.이기태가 또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더 이상 지켜보기 싫었던 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이제 좀 그만하세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찾아오실 거예요? 이건 씨는 어차피 당신들과 합작할 의향이 없으니 이만 이영을 데리고 돌아가세요.”“이진.”이기태는 화가 나다 못해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하지만 이건의 차가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입술을 떨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진아, 우린 한 가족이잖아. 당연히 이번 프로젝트를 가족인 우리와 함께 합작하는 게 남 주는 것보다 낫잖아. 안 그래?”“이기태 씨는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나 봐요?”이진은 비꼬듯이 웃으며 이건의 튼튼한 허리를 두 손으로 꽉 껴안았다.그리고 고개를 가볍게 들고 느릿느릿 말했다.“제 남편은 밑지는 장사를 안 하거든요. 특히 당신들과 합작하는 소식이 외부에 전해지기라도 하면, 모두 제 남편의 안목을 의심하기만 할 뿐이에요!”이진이 이런 태도를 보이자, 이기태는 더 이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기태의 늙은 얼굴은 순식간에 노기로 붉게 달아올랐다.“내가 오늘 이 망할 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경호원!”이때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경호원을
두 사람은 전화 너머 연주회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했다.이진이 피아노 연주회를 여는 것에 동의하자마자, 투자자는 가장 먼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피아노 연주회 소식을 발표했다.이진의 열렬한 팬들은 이 소식을 알고는 바로 댓글들을 달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이 피아노 연주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한편 이영도 자신의 별장에서 이진의 소식을 주시하고 있었다.‘역시 하늘은 날 도와주고 있어!’이진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생각하던 참에,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이영은 차갑게 웃으며 복수를 개시하기 시작했다.한바탕 조작을 거친 후, 이진에 관한 악의적인 뉴스가 인스타그램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유명 음악가 이진, 그녀와‘스승’과의 은밀한 이야기]스승이라는 말에 중점을 두자, 많은 네티즌들이 이상한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마비시켰다.실시간 검색어 내용에는 이진에게 스승이 있다고 말하는 것 외에도, 이진이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믿고 스승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덧붙여졌다.더욱이, 이번 피아노 연주회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 개최되었는 말들도 돌고 돌아 퍼졌다.네티즌들은 이러한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진과 스승의 채팅 기록이라고 주장되는 사진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특히 이진의 피아노 연주회를 기대했던 팬들이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난 저 어린 나이에 단독 연주회를 연다는 것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너무 더러운 거 아니야? 고작 연주회를 열기 위해 이런 짓까지 벌이다니!][이런 사람은 제발 음악계에서 퇴출 당했으면 좋겠네.][맞아, 음악계에서 꺼져버려!]모두 비슷한 댓글들이 인스타그램의 게시글 밑에 달렸다.이영은 그제야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마음이 후련해졌다.‘이진, 네가 감히 이건 오빠를 믿고 날 무시해? 이번엔 반드시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어 줄게!’한편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던 이
이진은 이튿날이 되어서야 인터넷에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되었다.인터넷에는 이진의 사생활 문제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결국 투자자들은 협상을 거쳐 피아노 연주회 날짜를 미루기로 결정을 내렸다.“이진 씨, 소문을 만들어낸 사람이 아주 작정한 것 같아요. 지금 인스타그램을 열면 모두 이진 씨에 관한 이야기들이라, 빨리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네티즌들이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모두 믿게 될 거예요.”투자자는 이진의 팬이기에, 연주회가 연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게다가 이진이 절대로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그러나 여론이 계속해서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가고 있었기에, 투자자는 잠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컴퓨터를 열어 실시간 검색어를 살펴보았다.투자자가 말했듯이 인터넷에는 온통 이진을 퇴출시키려는 말들이 가득했다.마찬가지로 이진의 배후에 있는 스승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이진의 성품이 정말 나쁘더라도, 그녀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런 제자를 가르쳐낸 스승이라면 분명 훨씬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네티즌들은 추측을 하며 몇 개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모두 음악계에서 유명한 음악인들이다.이진은 익숙한 이름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한편 전화 너머의 투자자는 이진이 대답이 없자 머리가 아팠다.그는 한편으론 여론이 그만 악화되기를 바라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론 이진이 이번 사태로 연주회를 포기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투자자는 핸드폰을 꽉 쥐고 이진을 애써 설득했다.“이진 씨, 연주회는 뒤로 미루는 것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일이 해결되고 소문이 가라앉은 후, 제가.”“미루지 않으셔도 됩니다.”이진은 정신을 차리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최대한 빨리 알아볼 테니, 연주회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하죠.”‘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하지만.”투자자는
이진은 결국 전화를 걸려던 동작을 멈추었다.전화를 건 후 정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이영은 분명 자신이 한 짓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더욱이, 여론의 힘을 빌려 또다시 이진에 관한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다.이진은 결국 네티즌들이 궁금해하던 그녀의 스승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영이 벌인 짓들은 내가 하나하나 모두 밝혀낼 거야.’일단 가장 시급한 것은 여론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다.이진은 전화가 연결되기를 침착하게 기다렸다.전화 연결음은 수십 초 동안 울리더니 마침내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아이고, 우리 바쁘신 제자님이 어쩐 일로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 남편이랑 신혼 생활을 즐기느라 바쁠 텐데, 어쩌다가 이 늙은이가 생각난 거야?”이때 온화한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장난치는 듯한 말투와 음색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은 늙은 개구쟁이 같았다.이진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이진은 인터넷에서 발생한 일을 모조리 배서준에게 말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화를 건 목적도 말했다.“대략 누가 벌인 짓인지는 알고 있지만, 지금 바로 그녀를 폭로할 수는 없어요. 사부님, 이번 일은 사부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셔야 해결이 될 것 같아요.”이진의 말을 들은 배서준은 화가 나다 못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배서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이진이 말하는 것을 다 들은 후,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진아, 사부님이 당장 돌아갈 테니 걱정 마. 도대체 누가 이런 허튼소리를 한 건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배서준은 현재 유럽에서 즐겁게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그러나 지금 자신의 유일한 제자가 누명을 쓴 것도 모자라, 이런 황당한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고 있기에 배서준은 더 이상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없었다.배서준은 여행을 즐기는 것보다 당장 제자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다그쳤다.두 사람은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이진이 걱정된 배서준은 전화를 끊자마자,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여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