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한 다면, 경기가 시작된 게 아니라 끝난 것이다.승연이 특별히 병원까지 찾아온 것은, 바로 그녀와 이 일을 토론하기 위해서이다.“전 사부님이 왜 루트 씨를 곁에 남기신 건지 알 것 같아요. 루트 씨는 정말 보기 드문 인재예요. 제가 한동안 데리고 다녔는데, 그는 융통성이 매우 높고 인내력이 대단한 친구더라고요. 이번 시합에서도 제 예상을 깨뜨리고는, 세계 5위를 차지하게 되었어요.”승연은 마지막 말을 마치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세계 5위를 따낸 것은 나라를 위해 영예를 떨쳤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승연이 조금만 더 어렸다면 분명 루트를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좋은 순위를 받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도 불러일으켰다.승연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사부님, 경기가 끝난 날, 제가 무심코 루트 씨의 컴퓨터를 보게 되었는데, 여러 신비 조직들이 루트 씨를 스카우트하려는 것을 발견했어요.”그의 말을 들은 이진은 표정이 조금 바뀌더니, 컴퓨터를 덮고는 더 이상 업무에 몰두하지 않았다.“루트 씨가 동의하기라도 한 거야?”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루트가 어디에 가든지 결정권은 그의 손에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하진 않았으면 좋겠네.’“그건 아니에요.”승연은 그녀를 힐끗 보며 부인하고 나서 말을 이어갔다,“따지고 보면 루트 씨가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이에요.”시합이 끝난 지금이야말로, 루트는 해커라는 분야에 진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이처럼 신비롭고 위험이 가득한 세계 라면, 누구나 쉽게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이진이 가장 걱정했던 문제도 이것이다.하지만 루트가 조직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아직 늦진 않았다.만에 하나 루트가 정말 조직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루트를 바른길로 이끌어줄 것이다.이진은 곧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루트 씨를 잘 지켜봐.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알겠습니다.”승연도 이진과 같
‘내가 알고 있는 승연 씨라면 정말 그런 생각일지도 몰라.’이런 생각에 루트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그가 진정으로 동경하는 사람은 이진이었기에, 그가 이곳을 떠나 다른 조직에 참가할 리는 절대로 없었다.‘내 목표는 대표님의 제자가 되는 거야!’루트는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모든 제안들을 완곡하게 거절하고는, 컴퓨터를 닫으려고 했다.이때 새로운 메일이 튀어나왔는데, 메일을 보낸 사람의 코드명이 S였다.[루트 씨,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급히 거절하진 마세요.]‘가족, 친구?’루트는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기에 곧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루트는 메일을 보낸 후 컴퓨터 앞에 앉아 조용히 답장을 기다렸다.시간이 꽤나 지났지만 상대방은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루트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였다.그는 곧 대화창을 삭제하고는, 반복적으로 연습했던 해독 기술을 되새기며 깊이 잠들었다.이튿날 아침, 다급한 전화벨 소리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이불 속에서 몸을 내밀었다.택배가 왔다는 말을 듣게 된 루트는 정신이 오락가락했다.“무슨 택배인 거죠?”루트는 인터넷 쇼핑을 하는 습관이 없었기에, 그가 산 물건을 절대 아닐 것이다.“누가 보내온 거죠?”상대방은 입을 열지 않은 채 초인종을 누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루트는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급히 나가보았다.하지만 문밖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문 앞에는 작은 택배가 하나 놓여 있었고, 위에는 ‘S’라는 기호가 적혀 있었다.루트는 어제 일을 떠올리더니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그가 조심스럽게 택배를 연 순간,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는 두꺼운 자료 한 뭉치가 놓여 있었다.자료에는 최근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의 개인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그리고 그 자료 뭉치 사이에서 카드 한 장이 떨어졌다.위에는 작은 글자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어때요 루트 씨? 저희 초대를 받아들이실 거죠?
상대방은 이진의 신의 신분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이진에게 치료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하지만 메일 내용을 보았을 때, 그 거들먹거리는 말투는 루트가 받은 메일과 꽤나 비슷해 보였다.게다가 상대가 치료를 부탁한 것은 총상이었다.만약 그들이 정당한 조직이었다면, 이진에게 사적으로 연락하진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그들은 이진더러 비밀을 지키라고 당부하였다.지하 조직들 중에서 이렇게 대범한 태도를 보일 만한 놈들은 몇 명 없을 것이다.이 사람들은 아마 루트를 스카우트하려는 놈들과 같은 테러 조직일 것이다.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별장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안고 조사를 진행했다.이진의 컴퓨터 기술은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이진은 가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는데, 상대방이 자신만만하게 설치해 둔 방화벽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결과는 그녀가 처음 예상한 바와 같았다.이진에게 치료를 부탁한 것과, 루트를 위협한 것은 공교롭게도 같은 테러 조직이 벌인 짓이다.애초에 이진은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이진의 신분으로는 그들을 전혀 두려워할 리가 없었고, 괜히 이런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루트가 그들의 타깃이 된 이상, 이진은 모른 척 내버려 둘 수 없었다.이진이 치료를 동의한다면, 루트가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날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진은 메일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는 답장을 보냈다.상대방은 마치 하루 24시간 컴퓨터 앞을 지키는 것만 같았다.이진이 답장한지 불과 몇 초도 안되어 그들은 주소 하나를 보내왔다.상대방은 계획에 이변이 생기지 않게, 직접 이진을 데려갈 헬리콥터를 안배했다.전제는 이진이 먼저 약속한 장소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이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시원하게 동의했다.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이진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구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그러기에 이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유일하게 이진을 골치 아프게 한
이진은 어쩔 수 없이 목걸이를 걸고는, 메일로 약속했던 교외로 갈 수밖에 없었다.이진이 도착하자 헬리콥터 한 대가 아스팔트 위에 가로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알파벳 ‘S’가 적혀 있었다.이로 하여, 이진은 루트를 협박한 사람과 이진을 찾는 사람이, 같은 테러 조직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진은 가녀린 긴 다리를 쭉 뻗고 발걸음을 내디뎠다.“이진 씨.”헬리콥터 앞에 서 있던 중무장한 남자 몇 명은, 이진을 보자마자 앞으로 나가 그녀의 옆으로 손을 내밀었다.분명 이진의 트렁크를 검사해 보려는 거다.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리고는 시원시원하게 트렁크를 건넸다.안에는 이진이 사람을 구할 때 자주 뒤적거리던 서적만이 들어있었다.‘궁금해한다면 얼마든지 보여주지.’이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의 트렁크를 뒤적거리는 남자들을 지켜보았다.검사를 마친 놈들이 트렁크를 닫자, 이진은 무심한 듯 물었다.“제가 의사 신분으로 당신들과 함께 가는 이상, 저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말씀해 주셔야겠죠.”“죄송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도착하신 후에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놈들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이진을 헬리콥터로 모셨지만, 얼굴에는 전혀 이진을 존경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들이 단서를 제공해 주지 않자, 이진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는 바로 헬리콥터에 올랐다.이진은 헬리콥터에 오른 후, 아예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기만 했다.얼마 정도 지나자, 헬리콥터는 구름층을 뚫고 천천히 땅에 착륙했다.그들이 도착한 곳은 임시로 건설된 야영지 같았는데, 줄곧 몇 미터를 거리 두고 ‘S’가 그려진 깃발을 하나씩 세웠다.이진이 무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던 참에, 누군가가 이진의 두 팔을 붙잡았다.“이진 씨, 보스는 오직 당신 만을 안으로 들이겠다고 하셨어요.”이진은 무의식적으로 반격하려 했으나 놈이 이미 말을 마친 상태였다.그 말은 이진의 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곧이어 이진의 핸드폰은 물론 휴지마저도
쌍방이 눈을 마주치자 공기 중에 미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금호는 이진을 한번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 씨, 죄송합니다. 저희도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으로 당신을 초대하게 되었어요. 저희의 무모한 행동을 너무 탓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말을 꺼낸 금호의 얼굴에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이진 씨,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전 이진 씨의 실력으로는 절대 저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금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는데, 그 말은 마치 이진을 협박하는 것만 같았다.이진은 그들의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환자를 구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이진은 당연히 최선을 다해 환자를 구해야 할 것이다.만약 이진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이진은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여 환자의 상처를 자세히 훑어보았다.환자의 팔은 총에 맞았을 때부터 줄곧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아, 상처가 이미 곪아버리고 말았다.현재 상황으로서, 팔 전체를 지키려면 상처가 곪은 부분을 일일이 제거한 후, 치료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이 부분을 모두 제거해야 됩니다.”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잘라야 할 근육 부분을 그으며 말했다.“말도 안 돼!”모두 멍하니 이진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화를 내며 이진에게 달려들려고 했다.“성민이가 자기 팔을 얼마나 아끼는데, 이대로 팔을 잘라내는 건 성민이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당신이 의사라도 돼요?”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비꼬는 듯한 말투로 반문했다.“당신!”놈은 이진의 당당함에 말문이 막혀, 얼른 금호를 찾아 고자질했다.“형님, 저 여자는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돌팔이예요! 절대로 성민이를 저런 여자에게 맡길 수는 없어요. 차라리 제가 저 여자를 쏴 죽일게요!”“그만 떠들어대고 이만 물러서.”금호가 손을 들며 말하자, 놈은 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러고는 눈을 부릅뜨고 이진을 노려보더
이건이 모든 회의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할 때, 시간은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이건은 피곤한 마음에 미간을 문지르고는 이 비서가 건네온 외투를 받아 입었다.이건이 탄 엘리베이터가 1층 로비에 도착하였을 때, 그는 뜻밖의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이영?”이건은 발걸음을 멈추고 온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살펴보았다.이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이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이건 오빠.”이영은 이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기에, 수줍어하는 모습과 함께 다소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곧 YS그룹이 저희와 합작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마침 YS빌딩을 지나가던 찰나, 이건 오빠 사무실의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는, 이 일에 대해 물어보려고 찾아왔어요.”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표정을 보이기만 했다.이영은 이건의 눈을 마주보기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기에, 이건의 차가운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이건의 대답을 하지 않자, 이영은 입술을 깨물으며 물었다.“이건 오빠, 전 오빠한테 진심이에요. 사업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이건 오빠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모두 해낼 거예요!”이영은 이를 악물고는 독기를 품었다.이건이 혹시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까 봐, 이영은 이건에게 바짝 들이댔다.‘이영 씨는 정말 대담하시네.’이 비서는 소리 없이 감탄하며, 자신에게 불통이 튈까 봐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과연, 이건은 끔쩍도 하지 않고는 도리어 코웃음을 쳤다.“YS그룹은 절대로 당신들과 합작하지 않을 겁니다!”이기태가 이영에게 말해줬던 것처럼,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그들은 합작하기로 했었다.그런데 하필 이변이 생긴 것이다.‘이진이 당신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내가 고작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당신들과 합작할 것 같아?’게다가 YS그룹에는 그들 말고도 선택할 여지가 많았다.“합작하지 않는 다고요?”
“이진 씨.”병실 밖을 지키고 있던 금호 부하 중 한 명이 이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했다.앞서 사람을 구해 달라고 할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이유를 알 수 없는 이진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사람을 구하느라 많이 고생했다고 우리 보스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합니다.”부하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고, 말이 끝나자마자 금호가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진 씨, 같이 가실까요?”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병실에서 칼을 빼들고 있던 금호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이진은 그녀가 병을 고친 짧은 몇 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고, 금호가 왜 태도를 바꾸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크게 별로 신경 써야 할 일은 아니다.지하 조직에서 금호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이진을 상대로 뭔가 노리는 것이 있지 않으면 이유 없이 그녀에게 예의를 차리는 아니다.이진은 무심코 입술을 꼬이며 조용히 말했다.“미안하지만 전 아무나 하고 밥 먹는 습관이 없어서, 무슨 용건이 있으면 그냥 말씀하세요.” “그러죠!”이진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 몰랐던 금호는 3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쾌활하게 웃었다.“역시 똑똑한 사람과 말이 잘 통하네요!”다음 순간 그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해졌다.“사실 제가 이진 씨가 마음에 들어 우리 조직에 초대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무슨 일로 금호 태도가 변했는가 했더니 그녀의 신분을 캐러 갔던 것이다.이진에게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웃겼다.“마음은 고맙지만 아쉽게도 제가 그런 야심이 없어서요.”“그 마음 제가 돌아가 씻고 하룻밤 푹 쉬는데 쓰면 알 될까요?”금호에게 다시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고, 이진은 얼른 말을 돌렸다.금호의 설득하려던 말도 그렇게 목에 걸리고 말았다.금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이진을 쳐다보았고, 이진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잃지 않자, 자신도 모르게 흥미가 더해졌다. 한참 후 그는 손을 흔들며 뒤쪽의 의사를 바라보았다.“이분이
금호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다.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금호는 눈을 감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말했지, 이진 씨 손님이라고, 너희들 감히 내 말을 거역해? 더 이상 여기에 남을 필요 없어. 여기 이 두 사람 손가락 자르고 내쫓아,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이대로 처리하면 돼!”“형님!”두 사람은 놀라고 두려웠다. 처량한 울음소리는 강제로 끌려가면서 점점 더 멀어졌다.이진은 마치 자기와 상관없는 것처럼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다.금호는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부하들 단속 잘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다만…….”잠시 후, 금호는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원래 일이 끝나면 이진 씨를 설득해서 우리 조직에 가입시키려 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더 이상 설득할 면목이 없네요, 물론 환자 완치되면 책임지고 안전하게 돌려보낼 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 술은 사죄의 마음으로 이진 씨에게 드리는 거니, 앞으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금호는 술잔을 들고 이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쾌활하게 먼저 마시고 잔을 비웠다.이진은 머뭇거리며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머릿속에는 온통 루트에 관한 일이다.금호의 약속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시도는 해봐야 했다.이 또한 그녀가 여기에 온 목적이기도 하다.이진이 술잔을 내려놓았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부탁 하나 있습니다. 그쪽과 관련된 일이예요.”“우리와 관련된 일이라고요?”금호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이 말하기를 기다렸다.이진도 금호의 태도를 보고 걱정이 많이 사라지고 솔직히 답했다.“제 남동생이 있는데 얼마 전 세계적인 해커 대회에서 5위 안에 든 적이 있거든요, 그걸로 그쪽 조직원들에게 스카우트돼 영입을 요청하려 했지만 동생은 그런 일을 할 마음이 없었다고 표명하자 이해는커녕 협박을 하더라고요.”“그래서 동생한테서 거절을 받고 그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이진은 눈을 들어 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