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만은 옆에서 이 상황을 보고 몰래 웃었다.대표님의 연예계 진출,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같이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이진은 바로 거절해 버렸다.“미안해요. 그쪽에 관한 계획이 없구요. 연예계에 진출할 생각도 없어요.”말 한마디로 모든 가능성을 막아버렸다. 원희는 마음이 앓고 있었다.마치 무의식중에 아주 이쁜 옥을 보았는데 한 번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한시혁의 매니저로서 원희는 프로다웠다.얼른 화제를 돌리고 이진에게 방송 회피사항과 절차에 대해 얘기하였다.교대를 마치고 한시혁은 떠나려고 하였다.말하자면 그의 스케쥴도 아주 빡빡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을 짜냈다.이진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라면 그는 매니저를 보내도 되었지만 그가 직접 여기에 왔다.두 사람이 AMC 빌딩에서 나온 후 한시혁은 옆에 있는 원희를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 “어때? 아쉬움이 많아, 아님 슬픔이 많아?”“이 대표가 이렇게 이쁘다는 걸,왜 저에게 미리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까? 연예계 감인데, 아쉬워요.”다른 사람이 이진을 칭찬하는 것을 듣고 한시혁은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눈빛도 부드러워졌다.두 사람에 차에 오랐다.비서가 운전하고 원희와 한시혁은 뒤에 앉아 일얘기를 나누었다.“아 맞다. 시혁 오빠, 그떄 말한 유연서 말인데, 초보적인 계획이 나왔어요.”원래 연예인은 보통 매니저의 지시에 따르지만 한시혁은 다르다.한시혁은 그 어떤 회사의 소속 연예인도 아니기에 계약도 없었다.그는 자신의 주인이고 작업실 스태프들도 그가 고용한 사람이다.원희도 그들 중에 포함되어 한시혁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그러나 원희 입속에서 나온 유연서 이 이름에 윤이건 얼굴의 온기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평소 차가운 그로 돌아갔다.“말해봐.”한시혁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에 원희는 이미 적응이 된지라 바로 서류를 꺼내고 대략적인 내용을 한시혁에게 알렸다.“사실 유연서의 연예계 진출은 간단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빨
이어 원희는 음악 방송 감독팀과 모든 것을 소통한 다음 바로 이진에게 알렸다.이와 동시, 모든 일이 정해지고 제작진은 인터넷에서 홍보를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정규적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말하자면 특별히 이상한 것은 없었다.그러나 한시혁이 참석하고 또 그이 요청에 이진도 게스트로 나왔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만약 인기 있는 가수나 배우라면 네티즌들은 받아들이거나 알 수 있지만 일반인, 그것도 카메라 앞에서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은 자였다.“저 여자 뭐하는 사람이야?”“맞어! 스타도 아닌데 왜 우리 시혁 오빠랑 같이 나와!”“특별 게스트래! 시혁 오빠가 초대한 특별 게스트!”원래 한시혁이 참석하는 방송이라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그럼데 갑자기 나타난 게스트로 팬들이 난리난 것이다.심지어 이진이 한시혁의 여자친구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이번 방송에서 신분을 공개할 예정인가?이렇게 추측하고 인터넷의 댓글은 더 많았다.심지어 어린 팬들은 직접 제작팀 공식 계정 아래에 댓글을 달았는데 하나같이 말투가 고문식이였다.제작팀 공식 계정을 담당하는 팀원이 댓글 사태를 보고 머리아파 하였다.빨리 답하지 않으면 계정이 안티에 깔릴 추세였다.마지막 담당 팀원은 어덯게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 황급히 감독을 찾았다.“보스, 이거 장난 아니예요!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데요.”담당 팀원은 현재 울어버리고 싶을 심정이였고 감독을 보니 그 또한 표정이 어두워졌다.감독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더 컸다. 그런데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한시혁의 연예계에서의 신분으로 누가 감히 그의 사생활을 폭로할 수 있겠는가?’그의 심기를 건드려다가는 아에 방송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한시혁을 방송에 모신 것만 해도 힘든 일인데 방송 출연을 거부한다면 죽음으로 사죄할 수 밖에 없었다.인터넷의 들썩거림에 비해 이진 그쪽은 오히려 아무 문제 없었다.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에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응하지 않았다.심지어 무
“이게 민씨 가문이 경영하는 곳이라고요?”정희는 가볍게 입을 열었는데 온통 의혹에 찬 말투였다.민시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긋거렸다.“민씨 가문은 정말 다루는 영역이 넓네요.”정희의 말에 민시우는 그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숙여 몰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알고 있는 정희라면 분명 그를 칭찬하려는 거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바탕 환호성이 들려왔는데 그중에는 엔진 소리도 들려왔다.“레이싱?”정희는 눈을 번쩍이며 이진의 팔을 잡고 있었는데 분명 엄청 흥분된 것이다.“네, 이 공원의 한쪽은 자동차 경주 도로라서 자주 시합이 있거든요. 혹시 관심 있어요?”‘이게 어디 관심 있는 정도야? 이 계집애가 하도 잡아당겨서 팔이 아파 죽겠구먼.’민시우는 정희가 흥분된 모습을 보자 눈엔 다정함이 가득했는데 몸을 뒤로 치우치며 말했다.“이따가 마침 시합이 하나 더 있는데 가볼래요?”이 말을 듣자마자 정희는 이진의 손을 붙잡고는 경기장을 향해 달려갔다.민시우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는데 정신을 차리자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 가득했다.그들은 걸어서 레이싱장에 도착했는데 그곳과 가까워질수록 함성 소리는 더 컸다.“도련님.”레이싱장의 관객석에 있던 관리인은 민시우가 여자 두 명을 데리고 오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앞으로 다가왔다.관리인은 얼른 그들을 데리고 VIP석으로 갔다.“이 시각은 어때요?”민시우는 조금 잘난 체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진은 피식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희는 그에게 엄지를 내밀었다.그들이 앉은 VIP석은 레이싱장과 가깝고 방해받지 않도록 만들어져 시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민시우가 경기를 보러 오자 관중석은 물론 선수들도 순식간에 환호성을 질렀다.물론 대부분은 여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민시우가 직접 현장에 나타나는 것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몇 분 지나지 않아 레이싱장의 한 선수가 VIP석을 향해 걸어왔다.이진은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몰래
아무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현장의 안내에 따라 그들은 관중석에서 경기장으로 걸어갔다.이진은 팔짱을 낀 채 재밌다는 표정으로 화가 잔뜩 난 정희를 바라보았다.사실 이진과 정희는 레이싱장에서 처음 알게 된 사이다. 그때 그녀들은 아직 어렸기에 한참 이런 자극적인 운동을 좋아했었다.그중 경기에서 한 선수가 그녀들의 차를 연달아 추월해 그대로 트랙을 빠져나갔다.가장 화가 난 것은 당시 심사위원들이 이 행위를 반칙으로 여기지 않고 그에게 우승을 줬다는 점이다.사실 이진은 우승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렇게 암암리에 손을 대는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그녀는 경기가 끝난 뒤 심사위원들을 찾아가 경기의 정당성을 따지려고 했다. 그녀가 심사위원석에 도착하자마자 정희가 팔짱을 낀 채 심사위원들과 싸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이진은 속으로 피식 웃고는 정희 따라 싸움에 끼어들어 결국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가장 재밌었던 것은 주최 측에서 그녀들에게 상응한 보상을 주겠다고 했는데 이 두 아가씨는 모두 손을 흔들었다.“그딴 거 필요 없어요.”그녀들은 이 말을 남기고는 경기장을 나섰고 그날 밤 그녀들은 함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는 친구가 되었다.그후부터 그녀들은 더 이상 그 경기장에 가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곳으로 바꿨다.두 사람의 수준은 거의 승부를 가리지 못할 정도였는데 기본적으로 1등과 2등은 그녀들이 싹쓸이해갔다.그 뒤로 그녀들은 레이싱의 전설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이 경기에 출전한 이상 남은 선수들은 3위를 다퉈야만 할 것이다.1등과 2등은 절대로 그들이 손 닿을 수 있는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민시우는 정희와 함께 놀러 나갔을 때 그녀가 레이싱을 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성적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다만 그녀들을 도발한 선수의 성적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경기장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무시한 채 민시우의
정희가 시합을 진심으로 대하자 이진도 어쩔 수 없이 레이싱복을 입었다.정희의 실력은 믿지만 레이싱 경기장에서는 가끔 외부인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방금 그 여자의 도발을 모두가 눈여겨보고 있어 만약 그들이 정말 암암리에서 방해라도 한다면 정희가 위험해질 거다.이때 문제가 하나 있었다.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반드시 조수석에 누군가가 함께해야 한다.그녀와 정희는 모두 방금 출전하기로 했기에 임시로 코디할 사람이 없었다.이때 정희의 조수석엔 민시우가 앉기로 했지만 이진은 조수석에 앉을 사람이 없었다.이진이 홀로 경기장으로 내려가자 정희와 민시우는 즉시 차에서 내렸다.“네가 혼자 시합하는 건 절대로 허락 못해.”정희의 말투는 매우 단호했고 반면 민시우의 말투는 많이 부드러웠다.“이진 씨, 이러시면 안 돼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제가 죽을 지도 몰라요.”“그럼 어떡해?”이진은 두 사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이진은 오랜만에 이 옷을 입자 조금 흥분이 되었다. 한동안 레이싱을 하지 않아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는데 그녀를 말리자 이진은 조금 화가 났다.그들이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을 때 민시우가 갑자기 손뼉을 쳤는데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현장의 사람들은 정희가 감히 민시우에게 이런 태도로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민시우는 정희의 말에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피식 웃고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이진을 보고 말했다.“윤이건 보고 오라고 하는 건 어때요? 그 자식도 레이싱을 좋아해요.”이 말을 듣자 이진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잠시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윤이건에게 전화를 한 후 대충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윤이건은 바로 승낙했다.전화를 끊은 이진은 핸드폰을 보더니 어처구니가 없었다.‘엄청 흥분된 말투네. 이런 모습을 보면 누가 YS 그룹의 대표라고 믿겠어?’경기가 시작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이진은 얼른 차 한 대를 골랐고 정희도 자기
정희는 내기를 싫어하는 데다가 내기 조건은 더욱 별로라고 생각했다.“이게 무슨 내기예요? 자신이 한 말이 황당하다고 생각되진 않으세요?”“전 재밌다고 생각하는 데요? 전 괜찮으니 저로 내기해요.”정희는 민시우가 동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데다가 그가 이렇게 빨리 대답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민시우 씨, 왜 동의하신 거죠? 당신이 동의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옆에 서 있던 여자는 정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무리 민시우와 잘 아는 사이라고 해도 이렇게 말할 배짱은 없었다.이때 그녀는 더 질투되었고 심지어 부러웠다.다시 민시우를 보자 그는 그저 미소를 지은 채 다정한 눈빛으로 정희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럼 조금 바꾸는 게 어때요? 그냥 여자친구가 아니라 임시 여자친구로요.”이 말을 듣자 정희는 폭발하고 말았다.“정말 점점 더 터무니가 없네요. 그럼 일시적인 여자친구라면 그 시효가 얼마나 되는지 말해보세요.”민시우도 잠깐 정신이 나가 꺼낸 말이라 어떻게 결정 내릴지는 생각하지 않았다.혹시라도 정희가 이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그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옆에 있던 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눈엔 마치 정희와 민시우가 사랑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이 여자 지금 날 무시하기라도 하는 거야?’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홧김에 이 두 사람의 중간으로 끼어들었다.“정희 씨라고 하셨죠? 시합에 내기가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그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정희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뭔 놈의 향수 냄새가 이렇게 심해? 경기를 참가하러 온 게 아니라 쇼케이스를 참가하러 온 건가 봐.’그러나 그 여자는 정희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고는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더니 방금처럼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정희 씨께서 두려워하시는
윤이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진은 한동안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한편 정희는 윤이건이 민시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 이진한테 다가갔다.“이진아, 윤 대표님께서 오늘 왜 이렇게 이상하신 거야? 어디 아프신 거 아니야?”“나야말로 알고 싶네.”사실 지난번 유연서의 일이 발생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 서먹했다.윤이건은 설명하려 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고, 이진은 개의치 않으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들은 서로 어색한 채 지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윤이건이 방금 그녀를 지지하자 이진도 감동되었다.‘설마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려고 이렇게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한 거야?’“너랑 윤 대표님은 도대체 무슨 사이야? 내가 봤을 때 윤 대표님은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시합 준비나 해. 언제부터 이런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았어?”정희의 맑은 눈을 보자 이진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이진은 그녀의 손을 툭 치고는 바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상황이 재미없게 끝나버리자 정희는 입을 오므리며 차에 올랐다.반면 윤이건과 민시우는 온통 신이 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선수 여러분, 그리고 조수석에 타시는 분들 경기가 곧 시작될 예정이니 모두 차에 오르시길 바랍니다.”심판의 말과 동시에 모두 차에 타 준비를 시작했다.이진은 재빨리 안전모를 쓰고 안전벨트를 맸는데 이때 옆에서 우물쭈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왜요?”고개를 돌리자 이미 능숙하게 안전벨트를 맨 윤이건이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생각난 건데 네 기술이 어떤지 아직 안 물어본 것 같아서…….”윤이건의 말을 듣자 이진은 방금 이 남자가 내기를 할 때 자신만만하던 모습이 생각났다.‘판돈 다 건 와중에 이제야 생각난 거야? 정말 웃기는 사람이야.’“왜요? 후회돼요?”이진은 말을 하며 헬멧을 쓰고는 윤이건을 향해 눈썹을 찡긋거렸다.윤이건은 레이싱복을 입은 이진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이진의 모습을 보자 그는 가슴이 떨려왔고 기분이 들끓기
정희와 이진의 팀워크는 엄청난 연습으로 만들어진 것이다.그녀들은 눈빛 하나, 심지어 차의 작은 움직임 하나로도 서로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다.이진과 정희는 레이싱의 전설이었다. 비록 그 여자의 기술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저 일반 사람들보다 조금 출중한 정도였다.이때 이진과 정희의 차는 그저 한 사람가량의 거리만 사이 두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여자는 너무 당황스러워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핸들을 꽉 잡고 있던 손과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현재의 상황으론 중간에서 그녀들을 추월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하지만 양쪽에서 추월하다가 살짝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바로 경기장 밖으로 날아갈 것이다.“허, 내가 가만있을 것 같아?”여자는 콧방귀를 뀌더니 옆에 앉은 사람에게 눈짓을 했다.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곧 무전기를 꺼내 뒤에 있는 차량들에게 연락했다.이번 시합에 참여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모두 그녀가 시합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참여한 거였는데 물론 그들도 그녀를 도우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이번의 요구는 매우 간단했다. 다른 차들이 이진과 정희의 차를 들이박는 것이다.뒤에 있던 선수들은 연락을 받자 모두 음흉한 미소를 지었는데 이 일에 참여한다면 분명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에 그들은 두 번째 바퀴를 돌 때 엑셀을 밟아 앞선 두 차량을 향해 달렸다.“정말 무식해.”정희는 백미러를 힐끗 쳐다보더니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들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두 번째 바퀴가 막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정희의 차량을 둘러쌌다.이진은 이번 시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데다가 따지고 보면 그저 정희와 함께 놀기 위해 참여한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이기는 것보다 정희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윤이건은 손잡이를 잡고 고개를 돌렸는데 이진은 매우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그는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만약 지금 말을 한다면 분명 헛소리만 했을 것이다.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