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말을 듣자 정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뺨이 붉어지더니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러기에 입을 다물고는 사진을 보며 즐거워했다.이진은 그녀를 보더니 더 이상 상대를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이진이 간단하게 샤워하고 나오자 정희는 소파에 앉아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심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이진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은 뒤 그녀에게 물었는데 이때 정희는 갑자기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이진아! 이제야 알 것 같아.”“네가 정신과에 가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야?”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정희의 맞은편에 앉아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번 일정에 왜 한시혁이 따라왔는지 알게 되었어.”“그건 이미 말했잖아, 모진호 구역이 한시혁의 것이라…….”“아니야! 절대로 그런 게 아니야!”정희는 손을 세게 흔들며 이진의 하던 말을 끊었다.“그건 다 겉으로 한 말이지! 이것들은 모두 보여주기 식인 거야!”“넌 말을 하기 전에 제대로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어.”이진은 정희의 말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녀는 일어나서 가운을 입고는 바로 큰 침대에 누워 긴장을 풀었다.“정말이야, 이진아!”정희는 이진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흥분된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연예계 쪽에 관심이 없어서 한시혁이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거야.”이진을 눈을 감고는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이것만큼은 그녀의 말이 맞았다.그녀는 스타나 아이돌에 대해 정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다만 한시혁이 이 길로 들어섰다는 것만 알뿐이다.“한시혁은 주로 노래 창작에 신경을 써왔기에 이번 현지 고찰에는 큰 관심이 없을 거야.”정희는 다리를 꼬며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계속 열심히 분석해왔다.“게다가 오늘 차에서 내린 후의 한시혁의 태도를 보았을 때 더 확실한 걸 발견했어!”이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천천히 눈을 뜨며 정희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진은 겨우 어르고 달래 정희를 본인의 방으로 돌려보냈다.이날 저녁 그들은 각자 방에서 잠을 푹 잤다.이튿날에 그들은 모진호에 가서 현지 고찰을 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그들은 모두 모진호 부근의 주민들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지난번에 설명하러 왔을 때는 단지 간단히 설명만 하고 떠났기에 이번에 정식으로 프로젝트를 실시하자면 반드시 주민들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임만만은 지난번에 이미 대충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기에 프로젝트에 관한 일들은 순리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이때 자기의 별장에 앉아있던 이기태는 미치기 직전이었다.지금 그는 GN 그룹에 들어갈 방법이 없기에 모든 소식은 이영이 돌아와서 그에게 전해주었다. 이진이 모진호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실시한다는 말을 듣자 이기태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이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지 서있기라도 했다간 그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을 거다.이씨 가문은 지금 파산 직전에 처해 있었기에 그는 모든 희망을 환청에 걸고 있었다.환청과 모진호는 완전히 대립된 프로젝트라 그는 자연히 이진의 일이 성사되기를 바라지 않았다.“아빠, 어떡해요…….”이영은 지금 상황에 쩔쩔매고 있는 데다가 이진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울적해 죽을 지경이었다.“절대로 이진의 일을 성사시켜서는 안돼. 절대로 허락 못해.”이기태는 이를 악물며 이 말을 꺼냈는데 그의 초췌한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그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이전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별한 지시는 없었지만 그저 이진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지 못하게 만들어라고 말했을 뿐이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전화를 건 이튿날에 모진호 프로젝트에는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날 아침, 이진과 임만만은 방에서 어제 얘기를 나눈 문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급하게 방문을 두드려왔는데 이진은 이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렸고, 임만만은 즉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문밖에는 모진호에
비록 그들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진은 여전히 그들 얼굴에서 들어나는 감정을 보았다.정말 몇몇 익숙한 얼굴이 아니였더라면 그녀는 어제와 다른 사람들인줄로 알았을 것이다.“무슨 일이야?”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이진은 무표정으로 걸어오는 한시혁을 보았다.이진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무슨 일인지는 나도 잘 몰라, 그냥 갑자기 철거하지 않겠대.”“왜? 어제까지는 말 없어잖아?”한시혁의 물음에 이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이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었다.두 사람 말을 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임만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저 사람들, 저 사람들이…….”임만만의 말을 듣고 이진은 급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철거팀과 마을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며 다투고 있었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모두 흥분하고 있는 이 사태가 계속 지속되면 반드시 사고 날 것이다.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은 바로 그쪽으로 향해 달려갔다.마침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한 마을 사람들의 큰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너희들과는 할 말이 없어! 윗쪽 책임자 나오라고 해!”“제가 책임자예요.”갑작스럽게 나선 이진의 모습에 모두들 동작을 멈췄다.마음속으로는 이진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 믿을 만한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든든해졌다.마을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 여인의 모습에 놀라하였다.그러나 주도자가 젊은 여자인 것을 알고 비웃으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어때요? 대표님? 요구는 이미 제기했구요. 결정권은 당신들이 손에 달려 있어요.”이진은 말하는 사람을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임만만의 손에서 서류를 받았다.“이건 심사와 허가를 마친 공식 개발서류입니다.여러분 똑똑히 보세요.”이진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말하는 한글자마다 기세가 넘쳤다.“여기 위에는 여러분들의 이사 사항도 명확히 적혀있습니다.”말하며 이진은 다시 서류를 임만만에게 주었고, 임만
아직 개발하지 땅이라 지면에는 작은 돌덩이들이 많았다.그리하여 다친 곳은 없지만 아픈 것은 정말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진의 얼굴색은 나빠졌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가서 임만만을 잡아당기려 하였다.하지만 누군가 넘어지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더욱 흥분해졌다.사람들 속에서 몇 사람이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와 철거팀들의 손에서 삽을 빼앗았다.“대표님!”철거팀 팀원들은 한순간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반응을 보일 때 이미 늦어졌다.이성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삽을 들고 이진을 향했다.“이진아!”놀란 정희는 소리치며 이진을 잡으려 하는데 한시혁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한시혁은 재빨리 이진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이진을 향한 그 삽은 그의 어깨에 떨어졌다.“아…….”어깨의 고통을 느낀 한시혁은 참지 못하고 신음하였다. 붉은 피는 흰 셔츠를 따라 흘러내려왔다.“한시혁!”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진은 믿지 못하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정희도 놀란 나머지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고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였다.통제를 잃은 마을 사람들이 목표 대상을 정희로 바꾼 것을 보고 이진은 급히 그녀를 잡아당겼다.“어때? 괜찮아?”임만만과 정희가 다친 곳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진은 급히 한시혁 어깨 상처를 살펴보았다.하지만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물어보는 것 뿐이다.친구들을 이런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 것에 대해 그녀는 아주 미안해 하였다.이때 한쪽에 서 있던 철거팀도 움직이지 시작하였다. 모두 임직원들이기에 번거로운 일들을 피하기 위해 싸우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회사 대표가 다칠 수 있는 상황에 더는 제자리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서로 눈을 마주친 후 모두 이진 쪽로 다가가 그들을 에워쌌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고 사람들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었다.잠깐 긴장을 놓은 순간 다시 싸우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수 없다.“어때요! 우리들의 말한 조건에 동의할건가요 말건가요!”“그래요! 빨리 대답하세요!”“동의 않
이진은 한시혁을 부축하고 임만만과 정희는 그들을 따라 이동하였다. 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 없이 움직였다. 다행이도 철커팀이 앞에 막아줘서 그들에게 이동할 공간을 주었다.대략 몇 미터 이동하니 차량을 주차한 주차장이 보였다.이진은 마음속으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차에 오르면 잠시는 안전하다.하지만 앞으로 이동하고나서 이진은 찌그러진 타이어를 보고 마음이 털컹하였다.“왜?”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정희가 물었다. 그녀는 걸으면서 뒤쪽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았기에 이진이가 발길을 멈추자 하마터면 그녀의 등에 부딪힐 뻔하였다.영문도 모른 채 질문하는 정희는 바로 얼굴을 흐리고 있는 이진을 보았다. 지금의 표정은 아까보다 너 나빴다.“차 바퀴가 펑크났어.”이진의 말을 듣고 임만만과 정희는 모두 멍해졌다. 한시혁도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 모든게 우연은 아니야, 마을 사람들이 생각도 갑자기 변한 것이 아니고.”이진의 눈은 약간 붉어지고 표정도 조금 흉악해졌다.두려움이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분노 때문이다. 그들이 꾸민 이 모든 일들에 크게 화가 났다.포위, 혼전, 그리고 펑크난 차 바퀴까지, 결국 그들을 이곳에 남기려고 하는 수작이다.‘이거 완전 여기에 남아라는 뜻이네.’혹은 살아있는 몸으로 이 모진호를 떠나지 말라는 듯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진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누군가 그녀를 죽이려고 하는 이상, 그녀는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것이다.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직면하여야 하였다.차가 없으면 걸어서 떠나야 하고, 걸어서 떠난 다면 몇 시간이 걸릴 것이다.그녀들은 견딜 수 있지만 한시혁은 힘들다. 또한 마을 사람들도 쉽게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몇 초 만에 뒤에서 갑자기 소란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로 도망가는거야! 일이 끝나기 전에 그 누구도 떠나지 못해!”중년 남성의 분노의 고함소리와 함께 금속물체가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왔다.말못할 스트레스와 공포
“너 지금 어디 있어? 신호가 나쁜 거야?”전화 저편에서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윤이건이 조급하게 물었다.윤이건은 원래 한시혁에게 보란 듯이 이진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하였는데 실패하였다. “어때! 돈은 가져왔어?”마을 사람들은 이진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전화 그쪽 사람이 계속 말하는 줄로 알고 조급해하였다.결국 이렇게 소리치고 나니 전화 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이건도 이 소리를 듣고 뭔가 사고난 것을 의식하였다.“이진아!”윤이건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그의 마음속에는 근심과 두려움으로 가득하다.이때 이진은 핸드폰이 켜진 대로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네, 제 동료가 일부 현금을 가지고 온다네요. 근데 여기가 어딘지 잘 몰라서…….”이진의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았다.그래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현재위치를 알렸다.“윤 대표님, 들으셨죠. 지금 차 보내주세요!”이진은 명령식으로 말했다. 저편의 윤이건 손바닥에는 지금 땀이 가득하다.“그리고, 이쪽 토지 상황이 많이 안 좋으니 시공할 사람도 같이 불러주세요.”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녀의 등에는 땀방울이 고였다.윤이건이 자신의 듯을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아, 철거팀도 같이 있어요. 여기 외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으니 물을 가져오세요.”이 말을 들은 윤이건은 갑자기 일어나 비서에게 철거지 그쪽에 사람을 보내 지원하라고 명하였다.그도 급히 차에 올라 이진이가 말하는 곳으로 향했다.이때 이진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빵울이 촘촘히 맺혔다.이진은 마을 사람들을 향해 웃음며 핸드폰을 만졌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회사 사람이 곧 도착할 겁니다.”마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지만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대치는 지속되었다.그렇게 5분 지나 차량 몇 대가 왔다.이 상황을 보고 이진의 마음은 아까보다 더 세게 떨렸
한시혁의 상처 처리가 거의 다 되가자 이진은 또 임만만과 정희에게 물었다.“너희들은 어때? 다친 곳은 없어?”그녀들이 나란히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이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 좌석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였다.“어디가?”이진을 지켜보던 한시혁의 그녀의 손목을 잡고 걱정되는 듯 물었다.그러나 현 상황으로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일을 해결야지, 걱정하지마, 밖에 사람있잖아.”이진은 한시혁 손에서 벗어나 차에서 재빠르게 내렸다.“이 대표님.”아까 그 남자가 이진이가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인사를 했다.이번 일로 이진은 윤이건을 다시 보게 되었다.그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을 뿐더러 일처리도 신속하게 하였다. 더우기 어디에서든지 그의 세력을 찾아볼 수 있다.“얘기 좀 할게요. 걱정마세요.”이진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천천히 사람들 앞쪽으로 걸어갔다.이 상황을 본 윤이건의 부하들은 다시 긴장해졌다.모든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생각이다. ‘이 분이 다치면 절대 안 되.’아까 그 남자도 이진 뒤를 따르며 감히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이진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아까보다 정서가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다.정신을 차렸는지, 아니면 이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모르나 결과만 좋으면 되었다.“여러분, 제가 어제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비록 어렵지만 이진은 가능한 평화로운 말투로 얘기했다.“제가 여러분들을 책임지겠다고 한 그 약속 반드시 지킬 겁니다!”이진의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도 마음이 움직였다. 원래 강제로 이득을 보려했는데 지금 상황이 바뀌고 얻은 것이 없는 그들도 핑계가 필요했다.그리고 사람을 다치게 한 일, 만약 이진이가 책임을 묻는다면 그 누구도 빠질 수 없다.이진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분별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의 발전과 계획, 마음속으로 저울질하였다.“이렇게 하시죠. 여러분들의 이주비는 제가 한 푼 빠짐
마을 사람들은 이진의 결정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그들이 한 짓은 정말 악질적이다.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며 어쩔줄 몰라 하였다.뭘 말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바로 떠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좀 웃기는 상황이다.이진도 이 상황이 좀 웃겨 보였다.분명히 착한 사람들인데 이기태가 인성의 약점을 잡아 키웠다.이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차 경적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이진은 차를 보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지금은 웬지 차 안의 그 남자가 보고 싶다. 이건 그녀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이다.차는 결국 이진 앞에서 멈추고 윤이건은 비서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윤이건을 본 순간 한시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경호원도 그를 보고 전원 모두가 바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이 상황을 본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어쨌든 아까 이성을 잃지 않고 크게 싸우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아니면 지금쯤 경찰서가 아닌 병원일 것이다.“어때, 다친 데는 없어?”윤이건은 지금 다른 사람을 고려할 마음도 없다. 차에서 내린 후 바로 이진 앞에 달려갔다.이진의 두 팔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또 아래에서 위로 몇 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윤이건의 이런 모습이 웃겨 이진은 웃어버리지만 마음은 훈훈했다.“괜찮아요. 아무일 없으니 걱정마세요. 그리고 제 말을 알아듣고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이진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윤이건만 들을 수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예전 같으면 윤이건은 까불며 장난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아까 전화속에서 이진이가 한 말, 그녀가 다친 줄로 이해한 윤이건은 심장이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지금 멀쩡하게 눈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다.그리하여 주위 시선을 그냥 무시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이진을 품에 안았다. 윤이건의 심정을 이해한 이진은 감동과 감격에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이 포옹도 그녀에게 다소 안전감을 주었다. 이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