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송씨 가문.송 어르신은 퇴원한 뒤 집에서 요양 중이었다. 전문 요양사가 그의 곁에서 상주하고 있었다.호화로운 거실에 송태수가 앉아 있었다. 그는 만반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지훈 씨는 절대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그랬지? 이젠 믿는 거야?"송유리는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열흘 동안 남지훈이 송태수에게 연락할 때마다 그녀는 곁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남지훈의 입에서 도움을 청하는 말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하지만 남지훈은 매번 그녀에게 실망감만 선사했다.남지훈은 매번 송태수에게 안부 인사를 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기에."쳇! 아빠, 애초에 이건 제가 질 수밖에 없는 내기였어요. 사람 마음을 어떻게 열흘 안에 다 파악할 수 있겠어요? 사람 마음마저 간파하려면 적어도 십 년은 걸린다고요!""하하!"송태수가 건치를 드러내며 웃었다."내가 네 속셈 모를 줄 알고? 내기를 번복하려는 심산인가 본데, 어림도 없다! 오늘부터 소한용과 그만 만나거라!""아빠!"송유리가 다급히 외쳤다."어떻게 이럴 수 있으세요? 이번 판은 무효예요! 다시 해요!""하하하!"송태수가 껄껄 웃었다. "무효라니? 이번 판은 네가 졌어! 됐다, 소란 그만 피우고 올라가. 난 지훈 씨랑 술 한잔하러 가야겠다!"송태수가 자리에서 일어설 채비를 하자 송유리는 조급해 났다.'한용 오빠랑 이렇게 헤어질 수 없어!'"흥! 아빠가 그렇게 믿는 그 사람 진짜 얼굴을 보여줄 수밖에 없겠네요!"그녀가 흥분하자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송기헌이 그녀를 진정시켰다."유리야, 진정 좀 해. 아버지는 경험이 풍부하셔, 우리보다 사람 보는 눈이 좋으시다고.""오빠도 아빠 편이네..."송유리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그들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남지훈이었다. 하지만 송태수는 그를 존중해 주고 있었다.게다가 송태수는 송유리와 송기헌에게까지 똑같은 존중을 요구했다.'억울해! 누구한테 이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지?'그날 오후,
"잘됐네."말을 마친 소연은 자신의 방으로 쑥 들어갔다.굳게 닫힌 그녀의 방 문을 바라보며 남지훈은 머리를 긁적였다.회사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아 소연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잖아.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대승 테크가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회사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이현수의 친구들과 남가현 그리고 누님까지 참석했다.송태수는 T 그룹에서 대승 테크의 제품과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한다는 뜻도 전했다.송태수와 남지훈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남가현이 중얼거렸다."내가 정우 씨한테 T 그룹에 너희 회사 좀 소개해 주라고 그렇게 부탁했었는데..."T 그룹의 관리팀 팀장인 그가 남지훈을 돕기 위해 조금만 마음을 써준다면 금방 해결됐을 거다.정우는 돕지 못한 게 아니라 돕지 않은 거였다."누나, 됐어. T 그룹은 대기업이잖아. 난 오히려 우리가 T 그룹의 요구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걸! 처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아무리 급해도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했다.한 방에 큰 성공을 노렸다간 크게 다친다는 걸 남지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누님이 나섰다. "나 인맥 넓은 거 알지? 전문적인 건 몰라도 인맥은 내가 끌어다 줄 수 있어. 이따가 네 명함부터 쭉 돌릴게. 날 봐서라도 너한테 찬밥은 주지 않을 거야."그녀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예전에 검은 돈을 만지던 사람들 대부분은 회사를 차렸다. 그녀 역시 그들과 어울렸고 이 구역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 되었다.간단하게 자리를 즐긴 그녀는 남지훈의 명함을 들고 자신의 지인들을 만나러 갔다.남가현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지훈아, 아까 그분은 누구야?"남지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김명덕 와이프야, 아 이젠 X 와이프겠지만."그의 말을 들은 남가현은 입을 떡 벌렸다."지훈아, 너도 이젠 결혼한 몸인데 다른 여자들과 거리 유지해야 하는 거 아니야?""누나, 걱정 마. 누님은 의리
김명덕은 자신만만했다. 매년 그의 회사는 업무 실적이 수십억에 달했다. 그에 비해 대승 테크는 신생 회사에 백지상태였다.해당 업무를 다루는 회사는 특히 J 도시에서 영향력이 있는 회사가 신생 회사 하나쯤은 파산하게 만드는 게 일도 아니었다.그는 느긋하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네 전 남친이 투자한 그 돈들 곧 물거품이 될 거다.""오빠, 뭐 하려고?"이효진은 김명덕에게 몸을 기대며 물었다."오빠, 근데 우린 언제 결혼하는 거야? 같이 살 집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흠..."김명덕은 담배 연기를 후 뿜었다.'그 녀석한테 남은 건 이제 그 구멍가게만 한 회사가 전부일 거야.' 자기 말에 묵묵부답인 김명덕의 태도에 이효진은 초조해졌다.김명덕은 남지훈과 달랐다. 과한 요구를 해도 어떻게든 만족시켜 주기 위해 애쓰는 남지훈과 달랐다. 자존감이 낮은 남지훈은 자기 처지 때문에 그녀를 잃을까 봐 그녀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었다.하지만 김명덕은 그런 남지훈과 정반대였다. 경제가 여유로운 김명덕은 이효진의 기분에 맞춰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효진이 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순간에 버려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이효진도 최근 들어 김명덕이 자신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가는 걸 눈치챘다.T 그룹."기헌아, 회사 관련 부서에 가서 네트워크나 회사 시스템 관련해서 필요한 요구 사항이 있는지 알아보고 대략 필요한 금액도 정리해서 보고해!"송태수는 일의 효율을 중요시했다.남지훈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가 단호하게 거절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간접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잠시 뒤 송기헌은 관련 파일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회사의 컴퓨터 사양은 이미 오래되었고 5년 전부터 회사 측에 업그레이드 및 설비 개선을 요구했었어요.""그래?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하지!"송태수의 속셈을 알아차린 송기헌이 물었다."아버지, 대승 테크에 문의할까요?"송태수는
“그건 잘된 일이죠! 현재 우리 실력으로는 오더를 따올 수가 없어요. 하지만 두 대기업 그룹의 입찰에 참가할 수만 있어도 우리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두 그룹의 구체적인 수요를 알아보려면 이제부터 바빠지겠네요.”남지훈의 말에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기술 쪽으로는 지훈 씨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지훈 씨가 두 회사에 가서 소통해 보는 게 나을 거 같아요.”기술 방면으로는 확실히 남지훈이 이현수보다 실력이 강했기에 남지훈도 거절하지 않았으며 회사를 차리자마자 이런 좋은 기회가 생기자 남지훈도 기분이 좋았다.그는 병원에 가서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다가 마트에 들러 식자재를 구매한 뒤, 스카이팰리스로 돌아왔고 이내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식탁에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했다.“오늘 S 그룹에서 네트워크 개조 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회사도 입찰하라고 연락이 왔던데, 혹시 네가 추천한 거야?”소연이 식탁 앞에 앉자마자 남지훈이 그녀에게 물었고 소연은 고개를 들어 남지훈을 쳐다보며 되물었다.“나에게 그럴 실력이 있을 거 같아?”소연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대승 테크를 추천한 건 소연이 아니라 소한진이었으며 소연은 한 번도 남지훈의 회사를 특별하게 봐줄 생각은 없었다.“그럴 줄 알았어. S 그룹이 얼마나 큰 회사인데 관리팀 팀장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없겠지. 내일 S 그룹에 가서 너네 회사 현재 상황과 수요를 좀 알아보고 싶은데, 너에게 방해되는 건 아니지?”남지훈이 웃으며 말하자 소연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상관없어.”“그럼 내일 같이 갈까?”갑작스러운 남지훈의 제의에 소연은 살짝 흠칫했다.‘같이 가자고? 저 녀석이 지금 뭐 하려는 거지? 같이 갔다가 회사 직원들이 소 대표님이라고 부르기라도 하면 신분이 노출되는 거잖아?’“난… 난 내일 아침에 만날 고객이 있어서 회사에 좀 늦게 갈 거 같아.”소연이 입술을 깨문 채 대답하자 남지훈은 살짝 아쉬운 듯했다.“그래, 알겠어.”“난 회사에 조금 늦게 도착할 거니
곽 대리가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한 덕에 S 그룹의 현재 네트워크 상태가 자료에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30분 정도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남지훈이 입을 열었다.“설비가 예전 모델이긴 하네요. 현재 새로 나온 설비보다 레벨이 두 등급 정도 떨어져요. S 그룹에서 이런 설비들은 교체를 안 하고 있나요?”남지훈은 S 그룹이 큰 회사인 만큼 네트워크 안전에 대해 더욱 신경 쓸 줄 알았는데 기록된 자료로 보면 그건 아닌 듯했다.“지금까지 회사에서 이쪽 문제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쓴 적이 없어요. 설비는 고장 난 것만 교체했을 뿐 쓸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곽 대리가 난감한 얼굴로 대답하자 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였으며 S 그룹에서 이쪽 문제를 중요시하지 않았기에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다.“이 건물에 중앙 기계실이 있죠? S 그룹에서 데이터 안전과 저장에 수요가 있을 거 같은데 혹시 보여줄 수 있나요?”“그래요!”곽 대리를 따라 기계실에 들어선 남지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S 그룹의 기계실은 공간이 매우 협소할 뿐만 아니라 전선 배치도 엉망이었으며 대기업의 기계실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그뿐만 아니라 그나마 몇 개 있는 캐비닛도 많이 낡은 상태였다.“남 대표님, 문제가 심각한가요?”곽 대리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묻는 말에 남지훈이 고개를 저었다.“문제가 터지지 않으면 심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전선 하나라도 망가지게 되면 그 문제점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맞아요! 맞아요! 저번달에 전선 하나가 고장 났는데 그 문제점을 찾는 데 삼일 걸렸어요! 공유기를 교체할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점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저번에 보조 서버에도 문제가 생겨서 고치는 데 2주나 걸렸거든요! 안 그래도 저희 부서에 인원이 부족한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길까 봐 맨날 전전긍긍하고 있어요!”남지훈의 말에 곽 대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남지훈은 곽 대리의 말에서 S 그룹에 현존하는 문제점을 단번에 파악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소연이 입을 열었다.“회사가 언제 설립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 회사의 오너와 실력이 제일 중요하지. 내가 보기엔 너희 회사가 나중에 훨씬 바빠질 거 같은데 얼른 직원부터 더 채용하는 게 나을 거 같아.”“그게 무슨 말이야?”듣고 있던 남지훈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연을 보며 물었다. 두 기업 중 한 곳의 오더를 따내지 않는 이상, 현단계에서는 대승 테크에서 직원을 더 채용할 필요는 없기에 남지훈은 왠지 소연의 말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만 같았다.“오늘 내가 알아봤는데, S 그룹과 T 그룹에서 입찰 요청 공고를 보낸 회사들 중에서 실제 답사를 간 건 너희 회사가 유일하다고 들었어. 업무에서 태도가 제일 중요한 법인데 너희 회사가 업무를 대하는 태도로 봐서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지.”소연의 말에 남지훈이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남지훈은 프로젝트를 따내면 그때 가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생각이었다.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기에 남지훈은 업계에서 실력 있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었으며 나중에 혹시라도 일손이 부족하면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남지훈은 자신의 회사가 두 대기업의 오더를 따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난 티비를 좀 볼 거야. 서재는 요즘 들어갈 일이 없는데 너 엄청 바쁜 거 같으니까 며칠 동안 서재는 네가 사용해.”“그럼 고맙지.”소연의 말에 남지훈은 감사 인사를 한 뒤, 서재로 향했고 한참 동안 티비를 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던 소연은 서재를 지나면서 안을 힐끔 쳐다보았으며 남지훈은 여전히 방안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이렇게 널 도우면 3년 뒤에 이혼할 때 날 너무 많이 원망하진 않겠지…”소연이 한숨을 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튿날 아침, 남지훈은 밤새 만들어낸 방안을 두 대기업의 담당자에게 보내주었고 T 그룹 사무실에 앉아 남지훈이 보낸 방안을 쳐다보고 있던 송태수가 전문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
한편, 명덕 테크 회사에서.김명덕은 T 그룹으로부터 이번 입찰에서 명덕 테크의 역할은 입찰 참가일 뿐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런 암묵적인 룰은 김명덕도 많이 겪어봤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T 그룹의 프로젝트는 애초부터 따낼 거라는 기대조차 없었지만 S 그룹의 프로젝트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김명덕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하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가자. 나랑 내려가서 한용 도련님을 반겨야지!”김명덕이 이효진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와보니 소한용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두 사람을 보자 소한용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김팔 씨, 무슨 일로 날 찾은 거예요?”소한용이 김명덕을 부르는 호칭을 듣자 이효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지만 혹시라도 김명덕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한용 도련님, 제가 어제 좋은 차를 구해 놨는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사무실에 올라가서 차 한잔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할까요?”김명덕이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말하자 소한용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는 김명덕이 뭔가 부탁할 일이 있다는 걸 이미 짐작했기에 덤덤하게 말했다.“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차를 마셔요? 할 말 있으면 빨리해요. 저 바빠요.”소한용의 말에 김명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한용 도련님,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S 그룹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개조 프로젝트 문제로 이렇게 도련님을 뵙자고 했습니다.”“그래요? 저희 S 그룹의 이 프로젝트를 따내고 싶은 거예요?”소한용이 실눈을 뜬 채, 김명덕에게 묻자 김명덕이 재빨리 대답했다.“맞습니다!”김명덕은 소한용의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칼 같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괜히 둘러서 얘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를 하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김명덕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자 소한용도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웃으며 말했다.“갑자기 당신의 차에 관심이 생기네요!”소한용의 말에 김명덕은 이 일이
김명덕의 명덕 테크는 S 그룹에서도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고 나중에 김명덕이 대승 테크에서 프로젝트와 오더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소한용은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했다.“이 일은 제가 회사에 얘기를 잘 해볼게요. 나중에 입찰에 참가하시면 돼요.”소한용은 차를 쭉 들이킨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를 지켜보던 김명덕도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한용 도련님, 살펴 가십시오! 그리고 저녁 시간을 비워 두시면 제가 아주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됐어요. 대접은 필요 없습니다. 이번 S 그룹의 입찰만 잘 준비해 주세요.”소한용이 손을 흔들며 거절하자 김명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한용을 1층까지 바래다주었고 그의 모습이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김명덕이 고개를 돌려 잔뜩 설렌 얼굴로 말했다.“이제 우리 명덕 테크가 J 시에서 업계 최고가 될 수 있겠어!”“축하해요, 명덕 오빠!”이효진이 얼른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자 김명덕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네 전 남자친구 그놈은 회사 하나 차렸다고 감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거 같은데, 그놈은 절대 안 되지!”“그럼요!”이효진이 재빨리 호응했지만 정작 마음은 김명덕에게 있지 않았으며 김명덕이 회사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녀가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명덕 오빠,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어제 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하나 발견했거든요. 우리 회사도 이제 큰돈을 벌게 될 텐데, 가방 정도는 사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이효진은 타이밍을 엿보다가 김명덕에게서 돈을 받고 싶은 것이었고 이 순간, 기분이 너무 좋은 김명덕은 통쾌하게 대답했다.“하하하,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얼마가 필요해? 지금 당장 입금할게!”“안 비싸요. 딱 200만 원이에요.”이효진이 몸을 배배 꼬면서 얘기하자 김명덕은 왠지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이효진에게 200만 원을 입금했다.“얼른 사고 돌아와!”입금된 것을 확인한 이효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