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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집착하는 영혼

나의 질문에 이우범은 살짝 놀랐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난 지영 씨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줄 알았어요.”

“난 모르겠는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눈앞에 있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요. 난 지영 씨와 함께하고 싶어요.”

이우범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요? 지금 배인호와 이런 상황이 된 게 단지 나 때문이에요? 오래전부터 배인호한테 불만이 많았던 건 아니고요?”

이우범의 어두워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어서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가 저지른 짓들을 생각하면 그에게 고마웠던 마음이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민설아가 강에 뛰어든 이후에 가짜 사망 신고서를 우범 씨가 만들어 준 거죠? 외국에 갈 있도록 도와준 것도 우범 씨잖아요?”

나의 말이 끝나자 이우범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병실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무거웠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이나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서로의 눈빛에서 뭔가를 읽으려는 듯했다.

배인호가 이미 조사를 마친 일이었고 이우범과도 사이가 틀어진 마당에 딱히 숨길 필요도 없었다. 내가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 일이다.

“누가 말하던가요?”

이우범은 내게 물었다. 말투에 불쾌함이 가득했다.

“누가 말했든지 우범 씨가 저지른 일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요. 아니에요?”

말할수록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 이우범이 나와 손을 잡은 것도 서란 때문만이 아니라 그때도 이미 배인호와 사이가 안 좋았을 것이다. 단지 아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이우범은 배인호가 말했다고 짐작했는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인호가 조사한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 일은 내가 한 게 맞아요. 하지만 인호를 해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그때 민설아는 이미 임신한 상태로 내게 애원했어요. 나도 마음이 약해져서 어쩔 수 없이 민설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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