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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반전

배인호는 이 화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예의가 없다고 하기엔 전화를 받았고 예의 바르다고 하기엔 너무 대수롭지 않게 끊었다.

“이 씨 그룹의 어떤 프로젝트를 빼앗았는데요?”

내가 물었다.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넌 그냥 내 충고만 기억하면 돼. 아니면 우범이 손에 어떻게 죽을지 몰라.”

배인호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우범 손에 죽는다라, 말이 너무 심했다.

배인호는 얼굴을 굳히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말한 죽는다는 몸이 죽는다는 게 아니야. 너 바보야?”

“내가 언제 몸이 죽는다고 했어요?”

나도 약간 어이없었다. 난 그냥 이우범이 했던 일을 하나씩 떠올리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아직 전생의 이우범에 대한 필터가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게 아니라면 진흙 속에서 자라나는 연꽃과도 같은 인품에 대한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나도 그에게 경계심을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종래로 그의 인성이 좋지 못하다거나 나의 생명 안전을 위협할 거라고는 의심한 적이 없다.

하지만 더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우범은 어떤 때 마음이 차갑다 못해 모질었다.

자기 약혼 파티에서 서란을 해코지하려고 한 것도 그리고 도시아의 죽음에 대한 냉정함도 그 증표였다.

배인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랍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던져놓았다.

“봐봐.”

이 몇 글자를 뱉는 배인호는 분노에 차 있었지만 애써 꾹꾹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그 자료를 펼쳐보았다. 잠시 자료를 확인한 나는 놀라우면서도 곤혹스러웠고 약간은 아리송하기까지 했다. 자료는 당시 민설아가 강에 투신한 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치료를 했지만 실패했다는 내용이 적힌 자료였다.

더 아래로 내려가 보니 다른 결과도 있었다. 민설아가 상태가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에는 이우범의 사인도 있었다.

이우범은 그때 아마 레지던트였을 것이다. 5년제 대학이라 그때는 레지던트일 수밖에 없다. 민설아의 응급 처치에 참여해도 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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