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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다들 나를 속이다

“이 일은 이미 결정했어. 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마.”

배인호가 내 말을 끊어버렸다. 말투는 민설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찼다. 내 마음도 같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병원 앞에 도착하자 배인호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호텔 가서 짐 정리하고 나한테로 와.”

“필요 없어요. 내가 남겠다고 한 건 아주머니 곁에서 얘기도 나누고 마음을 풀어주려고 그랬던 거예요. 며칠 뒤면 나도 다시 서울로 올라갈 거 같아요.”

나는 배인호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기서 얼마를 지내든 간에 내 쪽으로 와서 지내든지 아니면 우리 엄마 아빠한테로 가든지 해. 혼자 호텔에 있지 말고.”

배인호는 이 일에서만큼은 고집을 부렸다. 내가 호텔에서 지내는 걸 아주 싫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배인호가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쪽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때 이우범이 옆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 나와 배인호를 보고는 살짝 멈칫했지만 이내 표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우범이 나와 배인호 앞으로 오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나에게 물었다.

“호텔로 같이 갈까요?”

금방 나에게 거절당한 배인호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고 언짢은 표정으로 나와 이우범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내가 어디서 지내든 배인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먼저 들어가요.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

그래도 나는 이우범을 거절했다. 이 두 사람 중 그 누구와 있어도 이상했다.

“무슨 일이 더 남았는데요?”

하지만 이우범이 한마디 더 캐물었다.

이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일이라면 당연히 이 두 사람을 피하는 것이었다. 순간 내 뇌세포들은 전쟁터라도 나간 듯 앞다투어 완벽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

“전에 몸이 좀 안 좋다고 했잖아요. 조금 있다 검사 좀 받고 가려고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먼저들 가요.”

“어디가 불편한데?”

“어디가 불편한데요?”

배인호와 이우범은 똑같은 말을 똑같이 걱정하는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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