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변화에 나는 기뻤고 심리적인 부담감도 많이 사라졌다.깨어보니 이미 화창한 오후였다. 오늘 엄마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셨다. 엄마가 일찍 불렀는지 집에는 벌써 아주머니가 한 분 더 오셔서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정아네 도우미는 오늘 나와 함께 서울시로 돌아가야 했다.“지영아, 무슨 일이 있던지 엄마하고 상의하는 거 잊지 말고.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 알겠지?”떠나기 전 엄마는 진지하게 내게 당부했다.“알겠어요. 엄마 나 대신 로아하고 승현이 잘 돌봐 주세요.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돌아올게요.”나는 흔들의자에 안에서 놀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이것이 아이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엄마는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당연하지, 걱정 하지 마.”나는 다가가서 로아를 안고 뽀뽀를 한 다음에 승현이에게 뽀뽀했다. 그제야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백미러로 보니 엄마는 승현이를 안고 문 앞에서 바를 지켜보고 계셨다. 엄마의 작은 몸을 보니 나는 그제야 엄마의 키가 많이 줄어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젊었을 때는 꽤 키가 크셨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키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맞는 것 같았다. 엄마도 이젠 나이가 드셨다. 그런데도 회사 일과 나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다.나는 조금 슬픈 기분이 들어 코가 시큰거렸다.서울로 돌아오니 깊은 밤이었다.정아는 이미 자고 있었지만 내가 돌아온 소리에 깨어나서 하품했다.“지영아, 저녁은 먹었어?”“먹었어. 너 어서 자!”나는 신발을 벗으며 대답했다.“그래, 너무 졸려서 먼저 잘게.”정아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굳이 방을 나와 내게 밥을 먹었는지 물었다. 정아가 나의 엄마도 아닌데 세심하게 나를 챙기는 모습에 나는 조금 감동했다. 사실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오늘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샤워를 마친 뒤 바로 잠에 들었다.로아와 승현이가 옆에 없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아이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인상 속에 배건호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인품은 서로 오랜 시간 지내면서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다. 배건호와 김미애는 항상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배건호에게 숨겨둔 자식이가 있다니. 그것도 배씨 집안에서 배인호와 함께 자랐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었다.“누가 너한테 알려준 거야?”내가 물었다.“있어 넌 모르는 친구야. 어떻게 해?”정아는 조금 난감해하며 말했다.“지영아, 배인호 어머니 전에 너한테 잘해주셨잖아. 너 그래도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병원에 입원하셨대.”“어느 병원인지 알아?”나는 물었다. 김미애에게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내가 가 봐야 했다.정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병원을 물어보았다.2분 뒤 정아는 병원 주소를 내게 보내주었다. 그녀는 나와 함께 가려고 했지만 세종시가 조금 멀었기에 아이들을 집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베이비시터가 있긴 했지만 하루 종일 집을 비우기엔 걱정이 되었다. 결국 나 혼자 떠났다.나는 차를 몰고 세종시로 달려갔다. 마음이 무거웠다. 동시에 배인호가 떠올랐다. 지금 그의 상황은 전에 나의 상황과 너무 비슷했다. 하지만 그때 배인호가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세종시로 가는 길에 전에 서란이 살던 집이 보였다. 절반 정도 지어져 있었지만 배씨 가문의 영향 때문인지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었다.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환생하기 전의 일을 생각해 보면 서란의 일부터 얘기해야 했다. 하지만 서란의 문제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처리하고 선택해야 할 더 복잡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뒤에서 날카로운 경적이 들려왔다. 너무 거친 운전에 백미러를 보니 배인호의 차였다.그러나 그는 정아의 차를 알아보지 못했기에 당연히 내가 차를 운전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설마 그도 어제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일까? 나는 먼지를 날리며 달려가는 배인호의 차를 보고 속도를 높여 따라갔다.저녁쯤 되었을 때 나
빈이는 계속 흐느끼며 울었다.“마미가 나한테 잘해줘요.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요. 할머니...”아이의 순진한 말을 듣고 나와 김미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엄마였기에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빈이는 지금 무엇이 맞고 틀린 지 구분하지 못했다. 민설아가 빈이를 키웠기에 빈이는 민설아에게 가장 많이 의지했다. 빈이의 마음속에서 자기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었다.“빈이야, 이제 크면 다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일단 말 들어.”김미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빈이를 다독였다.빈이는 또 배인호가 화를 낼까 봐 더 말썽을 피우지 않았다. 그저 한편에 앉아서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인호는 아마도 방금 자기가 너무 무섭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빈이에게 다가가서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장난감 사줄게. 뭐든지 사도 돼. 갈 거야?”유혹적인 조건에 빈이는 바로 기쁘게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이지 않고 배인호의 손을 잡았다. 아빠와 아들은 그렇게 병실을 나가 장난감을 사러 갔다.마침내 나와 김미애가 조용히 대화를 할 수 있었다.“아주머니, 도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나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지영아, 너도 우지훈을 아니? 그 애 아버지가 전에 우리 집안 기사였어. 내가 인호 아버지와 결혼했을 때 우지훈의 부모는 이미 결혼한 뒤 우지훈을 임신한 상태였어.”김미애는 내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자세히 말했다. 이것들을 얘기하고 나면 그녀의 마음도 한결 후련해질 것이다.나는 옆에서 듣고 있었다. 사실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더 있다면 한 비취가 있었는데 그것은 배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었다. 보통 다음 세대 며느리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배건호의 세대에서 그 비취가 보이지 않았다.배건호도 화를 냈고 김미애도 별로 따지지 않았다.“그 비취가 내 손에 있었다면 너한테 넘겨줬을 거야.”김미애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쉬었다.나는 침묵했다. 나는 그 비
배인호는 오늘 유난히 말수가 적었다. 김미애와 나의 대화 내용은 그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데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분명히 그가 오늘 나한테 와서 빈이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했었다.“아주머니, 전...”나는 고민했다. 배인호를 거절할 수는 있었지만 김미애의 부탁을 바로 독하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배인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강요하지 마세요.”배인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투는 차가웠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았다.“이 일은 이미 제가 말했어요. 지영이가 거절도 했고요.”김미애도 그런 결과를 예상했겠지만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래그래. 지영이한테 무리한 부탁이었어.”“제가 얼마나 돌보면 될까요?”나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배인호의 눈빛에 놀라움이 번쩍였다. 그는 머뭇거리며 내게 물었다.“동의하는 거야?”김미애는 기뻐하며 말했다.“지영아, 우리도 서둘러 일을 처리할 거야. 민설아가 빈이의 부양권을 포기한 다면 바로 떠나게 할 거야. 그럼 모든 건 해결 될 테니.”이것이 배씨 가문의 목적이었다. 민설아가 빈이의 부양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곳을 떠나도록 하는 것이었다.빈이도 계속 민설아와 함께 있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세심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쁘게 변할 것이다.“로아와 승현이는 어디에 있어? 너 시간 돼?”배인호가 내게 물었다. 그가 두 아이를 돌보는 것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다. “로아와 승현이는 내가 알아서 해요. 잠시 내 옆에 없을 거예요. 언제까지 제가 돌봐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빨리 일을 해결해 주세요.”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속으로는 마음이 약해진 자신을 탓했다. 나는 지난 생에 배인호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아무것도 빚지지 않고 이렇게 갚기만 하는 것일까. 어서 빨리 그 빚을 다 갚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빈이는 우리의 대화를 듣
민설아는 로아와 승현이의 진짜 아빠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분명 내가 왜 배인호와 함께 그녀의 아이를 뺏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빈이를 보내면 나의 두 아이가 배씨 가문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 같아서 그러는 것 같았다.“아이를 뺏는 걸 도와준 적 없어요. 민설아 씨, 당신이 빈이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요?”내가 물었다.“지영 씨도 엄마잖아요. 그런데 엄마의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해요? 난 지금까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느라 애썼어요. 이 세상에서 빈이를 가장 사랑하는 건 나뿐이라고요. 빈이도 날 제일 사랑하고요. 난 배인호는 포기해도 내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요.”민설아는 단호한 말투로 망설임 없이 말했다.배인호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내가 말했지. 아이는 못 준다고. 원하는 돈이나 얘기해. 얼마면 돼?”그는 돈으로 민설아와 빈이의 모자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민설아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때 우지훈이 입을 열었다.“배인호 너 너무 냉혈한인 거 아니야? 한 엄마와 아들의 감정을 돈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넌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우지훈은 마치 자기가 성모마리아라도 된 것처럼 말했다. 그 자신도 배씨 가문에 들어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을 것이다. 이로 인해 배씨 가문의 평화가 깨졌다. 그의 성모 마리아 같은 생각이라면 꾹 참고 배씨 가문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맞았다.“얼마야, 얘기해.”배인호는 우지훈의 말을 무시했다. 현재 그와 우지훈의 관계는 이미 최악이었다. 거의 원수에 가까웠다.“난 돈 필요 없어요. 빈이만 있으면 돼요.”민설아는 다시 한번 말했다.“배인호 씨, 난 당신을 떠나고도 어렵게 살지 않았어요. 나도 벌 만큼 벌어요. 만약 돈을 위해서라면 돌아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나도 당신 부모님이 날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내가 왜 돈 때문에 이런 수모를 당하겠어요? 난 단지 아이의 아버지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당신을 찾아온 거예요. 아이에게 완전한 가
빈이는 손을 올려 자기 코를 만지더니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왜 그래?”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을 때 민설아는 바로 빈이를 데리고 내렸다. 티슈를 꺼내 지혈하려고 했다. 그런 다음 책임을 나와 배인호에게 물었다.“두 사람 빈이한테 무슨 짓 했어요?”“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병원에 있는데 바로 빈이 검사부터 시켜요.”나는 누명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빈이는 다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코피를 흘렸다. 확실히 이상했다. 자세히 검사해 볼 필요가 있었다.“필요 없어요. 내가 의사예요.”민설아는 차갑게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만약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다른 사람도 해결하기 힘들어요. 인호 씨 어서 병실을 잡아줘요.”그녀는 돌아서서 배인호에게 명령했다.배인호는 이때 민설아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빈이의 건강이 걱정되어 잠시 개인감정은 접어두고 빈이를 챙겼다.“알겠어.”배인호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바로 병실을 잡았다.민설아가 필요로 한 의료 장비와 약품은 모두 병원에서 제공했다.오늘 나는 병원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지금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저 병원에서 기다렸다. 이우범은 나의 옆에 와서 앉았다.나와 이우범은 얼굴을 보지 못한 며칠 사이에 왠지 모를 서먹함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는 이미 몇 번이고 나를 함정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나를 다치지 않기 위해 그랬다는 핑계를 댔지만 거부감이 들었다.“먼저 돌아가 봐.”배인호는 병실에서 나오더니 내게 말했다.“주소는 너도 알지?”“괜찮아요. 조금 있다가 호텔 잡을 거예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배인호 부모님 집으로 갔다가 배건호라도 만나게 된다면 더 어색할 것 같았다.“바로 내가 지내던 곳으로 가. 주소와 비밀번호는 보내줄게.”배인호는 호텔에 가서 자겠다는 나의 말을 무시했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핸드폰을 보니 부모님 집이 아니었다. 아마도 세종시에 있는 그의 부동산인 듯했다. 주소와 비밀번호를 모두
“지영아, 인호 어머니는 좀 어떠니? 어떻게 갑자기... 설마 그 일들이 다 사실이야?”엄마는 갑자기 내게 그 일에 대해 물었다.엄마도 아빠에게서 들었지만 자세한 상황은 모르는 것 같았다.나는 이쪽에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제야 엄마는 내가 세종시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엄마가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별말씀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하셨다.“전에 얼마나 너한테 잘해주셨니. 우리 사이도 좋았었고. 다 배인호 그 나쁜 놈이 잘 못한 거지. 네가 김미애를 만나러 가는 거는 옳은 일이야. 안 그러면 너무 정 없어 보여요.”“엄마 나 안 혼내요?”나는 의심하며 물었다.“이게 뭐 혼낼 일이니? 배인호와 어쩔 수 없이 다시 부딪히겠지만 거리를 지켜. 다시 얽히는 건 안 돼. 엄마하고 아빠가 바라는 건 그거 딱 하나야.”엄마는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엄마의 태도에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대화를 나누다가 로아와 승현이가 잠에 들자 엄마는 통화를 끊었다.밤에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계속 엄습했다. 새벽 4시쯤, 안 그래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배인호의 전화였다.설마 이 새벽에 잠을 안 자는 것일까? 나는 겨우 잠에서 깬 다음 갈라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 어디야?”배인호는 바로 물었다.“호텔이에요.”내가 대답했다.“왜 내가 보낸 주소로 가지 않았어?”배인호는 의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이우범하고 같이 있어?”나는 당연히 이우범과 같이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같은 호텔에 묵었다.나는 아직 잠이 덜 깨 정신이 없어서 천천히 대답했다.“아니요.”“왜 5초 동안이나 고민하다가 대답하는 거야? 허지영!”배인호는 갑자기 거칠하게 화를 내며 말했다.“너 어디 있어? 찾아갈게.”내가 어떻게 배인호가 지금 이 시간에 나를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바로 거절했다.“안 돼요. 지금이 몇 신데, 인호 씨는
“알겠어.”이우범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나는 궁금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지금 그와 민설아의 관계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에게 섣불리 말하지 않을 것이다.병원에 도착한 뒤 나와 이우범은 각자 갈 길을 갔다. 그는 빈이를 만나러 갔고 나는 바로 김미애의 병실로 향했다.김미애는 빈이의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았다. 오늘 기분이 그래도 평온해 보였다. 내가 온 것을 보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지영아, 왔니?”“아주머니, 점심은 드셨어요?”마침 점심시간이라 물었다.“먹었어. 너는? 점심도 안 먹고 온 건 아니지?”김미애는 따뜻하게 내게 물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침 뭔가를 먹고 싶었는데 누군가 음식을 가져왔다.배인호는 아주 넉넉하게 음식을 보냈다.김미애가 물었다.“인호는요? 왜 같이 안 왔어요?”“사모님, 대표님은 오후에 회의가 있으십니다.”비서는 아주 정중하게 대답했다.“그래요, 알겠어요.”김미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식을 가져다준 비서가 떠난 뒤 김미애는 내게 말했다.“지영아, 어제 민설아가 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웠다는데 그게 사실이니? 인호가 지금 민설아하고 같이 있는 거야?”김미애는 속으로 배인호가 민설아를 포기하고 아이만 지키겠다고 한 이유가 자기의 반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배인호가 다시 민설아와 엮일까 봐 걱정했다.”예전의 서란처럼 말이다.이 일은 절대로 김미래를 속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병원 의사나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네, 맞아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걱정하지 마세요. 인호 씨 생각 바꾸지 않을 거예요.”“인호는 아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야. 아이 때문에라도 설마...”김미애의 얼굴에 의심이 깊어졌다. 빈이가 돌아온 뒤 그들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와 동시에 또 많은 골칫거리도 있었다.나는 김미애에게 빈이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마음의 병이기에 때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