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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아이만 요구하다

배인호는 오늘 유난히 말수가 적었다. 김미애와 나의 대화 내용은 그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데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분명히 그가 오늘 나한테 와서 빈이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아주머니, 전...”

나는 고민했다. 배인호를 거절할 수는 있었지만 김미애의 부탁을 바로 독하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인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강요하지 마세요.”

배인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투는 차가웠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았다.

“이 일은 이미 제가 말했어요. 지영이가 거절도 했고요.”

김미애도 그런 결과를 예상했겠지만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그래. 지영이한테 무리한 부탁이었어.”

“제가 얼마나 돌보면 될까요?”

나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배인호의 눈빛에 놀라움이 번쩍였다. 그는 머뭇거리며 내게 물었다.

“동의하는 거야?”

김미애는 기뻐하며 말했다.

“지영아, 우리도 서둘러 일을 처리할 거야. 민설아가 빈이의 부양권을 포기한 다면 바로 떠나게 할 거야. 그럼 모든 건 해결 될 테니.”

이것이 배씨 가문의 목적이었다. 민설아가 빈이의 부양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곳을 떠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빈이도 계속 민설아와 함께 있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세심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쁘게 변할 것이다.

“로아와 승현이는 어디에 있어? 너 시간 돼?”

배인호가 내게 물었다. 그가 두 아이를 돌보는 것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다.

“로아와 승현이는 내가 알아서 해요. 잠시 내 옆에 없을 거예요. 언제까지 제가 돌봐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빨리 일을 해결해 주세요.”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속으로는 마음이 약해진 자신을 탓했다. 나는 지난 생에 배인호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아무것도 빚지지 않고 이렇게 갚기만 하는 것일까. 어서 빨리 그 빚을 다 갚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이는 우리의 대화를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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