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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이우범과의 대화

정아를 말릴 사람은 없었다. 그저 그녀의 실없는 소리를 못 들은 척했다.

그러다가 정아와 같이 티브이를 보면서 수다를 떨었고 어쩌다 보니 또 서란 얘기가 나왔다. 어제 보낸 금액 이체 캡쳐와 오늘 배인호가 데려다준 일까지 나는 다 털어놓았다.

이를 들은 정아가 펄쩍 뛰면서 말했다.

“배인호는 지금 양다리 걸치고 싶은 거지? 지영아, 내 말 좀 들어. 자중하지 않는 남자는 버려야 해!”

“버리려고 준비하잖아.”

내가 과자를 입에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설 연휴 끝나면 진짜 출국하려고?”

정아가 나를 덥석 끌어안으며 말했다.

“엉엉엉... 나 너 못 보낼 거 같아.”

“안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틈만 나면 다시 들어와서 너희들이랑 우정을 돈독히 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나는 정아의 머리를 잡고 매끈매끈한 이마에 뽀뽀를 했다.

정아도 이내 생각을 정리했다. 돈만 있으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고 내가 보고 싶으면 내가 있는 쪽으로 오면 된다. 그리고 그 기회에 같이 여행도 할 수 있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다이닝룸에서 박정환이 우리를 불렀다.

“정아야, 지영아. 밥 먹자!”

정아가 대답하고는 절뚝거리는 나를 부축해 다이닝룸으로 향했다.

박정환의 요리 실력은 아주 훌륭했다. 5종류의 반찬에 찌개까지, 때깔이 죽여줬다. 더 낯 뜨거운 건 죄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라는 거였다.

그는 매너 있게 나와 정아에게 백반을 가져다주었고 찌개도 덜어주었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꽤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정아가 얍삽하게 나와 박정환을 엮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박정환과도 꽤 얘기가 잘 통했다.

하지만 정아는 역시 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식사할 동안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샌가 몰래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박정환이 나한테 반찬을 집어주고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인스타를 열어보지 않았으면 정아가 이런 요망한 짓을 한 줄 몰랐을 것이다.

“박정아!!”

젖 먹던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왜?”

정아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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