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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임신

“배인호도 같이 온 거 같아.”

내가 한마디 보충했다.

정아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욕을 퍼부었다.

“당연하지. 아니면 하필 그런 날에 왜 차로 뛰어들었겠어? 배인호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겠지. 지금 네가 배인호랑 이혼하니까 국내에 있으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봐 외국으로 유학 온 거지. 스펙도 쌓을 겸 구설수도 피할 겸.”

“배인호가 같이 오다니, 참 그쪽도 찐사랑이다.”

민정이 감탄을 내뱉었다.

매일 회사 일이 바빠서 자리를 비울 수 없던 사람이 직접 서란과 같이 외국 유학 다 오고, 진짜 돈도 대줘 사랑도 내줘 모든 걸 서란에게 다 쏟아붓고 있었다.

정아가 ‘퉤’ 하고 가짜 침을 뱉으며 말했다.

“젠장, 서란은 골라도 하필이면 싱가포르야. 사람 보내서 너 뒷조사라도 한 거 아니야? 너 싱가포르에 온 거 알고 와서 엿 먹이려고?”

진짜 그런지는 모르지만, 서란의 능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싱가포르가 크지는 않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까지 쉽게 찾아낼 수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고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할 만한 곳은 더더욱 아니었다.

배인호가 내 위치를 알아냈다면 한번 믿어보긴 하겠지만 이혼한 마당에 나를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정아를 타일렀다.

“화내지 마. 맛있는 거 먹어야지.”

정아는 입으로는 대답했지만 별로 먹지 않았고 계속 전화를 붙들고 톡을 냅다 해댔다. 그러다 한참 후 씩씩거리며 말했다.

“배인호가 서란한테 싱가포르로 유학 가라고 건의한 거 맞대!”

“엥?”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정아의 말을 들으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왜?”

“그건 나야 모르지!”

정아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있었다.

“서란은 맨 처음에 프랑스로 가고 싶어 했는데 배인호가 이쪽으로 가라고 해서 이쪽으로 온 거래. 배인호 일부러 너 엿 먹이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배인호의 성격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방법으로 나를 역겹게 굴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서란은 그가 제일 사랑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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