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9화 떼어낼 수 없는 물귀신 같은 존재

“나 전화 들어온다. 좋은 소식 들었으니까 오늘 저녁 잘 보내. 나 전화 받으러 간다.”

정아가 속사포로 내뱉고는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

사실 별로 좋아할 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배인호가 지금 마음이 바뀌어 서란을 매정하게 버렸다거나 이우범이 서란을 성공적으로 뺏었거나 하면 진짜 기뻐서 웃을 수도 있다.

심심해서 전화기를 좀 만지다가 잠에 들려 하는데 순간 울리는 벨 소리에 놀라 심장이 멎을 뻔했다.

확인해 보니 배인호였다.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지만 목소리에 졸림과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왔다.

“갑자기 왜 출국한 거야?”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배인호가 물었다.

‘정아는 도대체 누구한테 흘렸길래 벌써 배인호 귀에 들어간 거지?’

나는 잠시 멈칫하고는 말했다.

“출국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무슨 문제 있어요?”

“나한테 얘기라도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직 우리 이혼 전이야!”

배인호는 목소리는 거의 분노의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이혼 서류에 사인 안 해주니까 출국한 거예요. 전화해서 이런 얘기할 거면 서란이나 잘 보살펴 줘요. 손에 장애가 남았다니 잘 위로해줘야 하겠네요.”

내 말투가 묘하게 사람의 속을 긁고 있었다.

배인호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

“이혼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 이혼 서류 다시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내. 사인해 줄게.”

그의 목소리는 이미 평정을 되찾았다.

“진짜예요?”

나는 멍해서 되물었다.

“그래.”

배인호가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전에도 이혼해 주겠다고 해놓고는 이렇게 오래 끌었는데 이번에도 나를 속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뭐 시도는 언제든지 해볼 수 있으니까 괜찮다.

이튿날 출근 전 나는 예전에 저장해 두었던 이혼 서류 포맷을 프린트해서 사인하고는 제일 빠른 우편으로 한국에 보냈다.

그 뒤로 나는 조급하게 이혼 서류를 보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인호는 다시 나를 찾지는 않았고 나도 서약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