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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방향을 잡지 못한 배인호

배인호는 나를 데리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그는 집에 가서 설 연휴를 보내라며 하인들을 돌려보냈고 한 명도 남기지 않았다.

“집에 사람도 없는데 남겨서 뭐 해?”

배인호가 나를 소파에 내려주고는 몸을 숙였다. 신발을 벗겨 상처를 보려는 듯했다.

나는 그가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는 게 적응되지 않아 발을 움츠렸다.

“구급상자 가져다줘요. 이건 내가 할게요.”

나의 말에 배인호가 담담하게 답했다.

“네 몸 다 봤고 다 만져봤어. 고작 발목 좀 보는 게 뭐 어때서?”

나는 어이가 없어서 몇 초 정도 멍해 있다가 반박했다.

“누가 부끄러워서 그래요? 그냥 이렇게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왜 그렇게 생각해?”

배인호가 머리를 들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왜긴 왜겠어요?”

내가 대답했다.

“인호 씨 아까 서란 데려다주고 다시 나 찾으러 온 건데 너무 흘리고 다닌다는 생각 안 해요?”

그는 어제까지 세종시에 있다가 빨라도 오늘 아침 서울시에 돌아왔을 것이다. 서울시로 오자마자 서란을 찾아다녔고 흑기사처럼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것이다.

돌이켜보면 매년 설이 되면 내가 한참을 잔소리해서야 다시 서울시로 건너왔고 우리 집으로 설 인사를 하러 왔다.

그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훤히 보였다.

배인호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전에 내가 말했잖아. 서란 알아서 잘 처리하겠다고.”

“어떻게 처리한다는 거예요? 마땅한 곳 찾아서 숨겨 놓고 집에는 와이프 밖에서는 세컨드를 끼고 지낼 거예요? 아니면 서란이랑 정리하고 더는 연락 안 할 건가요?”

나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

배인호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는 아직 어떻게 할지 정리가 안된 상태다. 서란은 그에게 조금 다른 존재이고 나도 그에게 점점 다른 의미로 변해가고 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모른다.

“됐어요. 당신이랑 말하다가 화병 도질 거 같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절뚝 구급상자를 가지러 갔다.

하지만 배인호는 나를 안아 다시 소파에 앉히고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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