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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두 사람 간의 충돌

통화는 끝났지만, 나는 거실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몰래 밖으로 나갔고 단지 안에서 정처 없이 돌고 있었다. 단지 안은 설 연휴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고 몇몇 아이들은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는 불꽃놀이로 인한 매캐한 냄새가 풍겨왔고 설 분위기가 다분했다.

어느샌가 단지 대문 앞까지 걸어갔고 갈데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처럼 떠돌아다녔다.

순간 나의 시야에 배인호의 차가 들어왔다. 멀지 않은 십자가에 세워져 있었다.

‘여기는 왜 온 거지? 나 찾으러 온 건가?’

약간 불안해지는 나였다.

이내 이 생각은 착각이 되었다. 조수석 문이 내리고 서란이 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배인호도 운전석에서 내렸고 둘은 길가에 서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다시 차로 돌아갔고 이내 그 차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를 발견한 순간 배인호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고 차를 에둘러 내 앞으로 다가와 섰다. 얼굴은 여전히 잘생겼지만 서란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몰라도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설 잘 보내고 있어요?”

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물었다.

“응.”

배인호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설 연휴 지나고 언제 청담동으로 돌아올 거야?”

배인호의 등 뒤로 서란이 차창을 내리고 불안한 눈길로 나와 배인호를 보고 있었다.

이상했다. 서란은 아직 내가 설 연휴가 끝나고 출국한다는 소식을 알려주지 않은 건가?

하지만 이내 이해가 되었다. 지금의 배인호는 갈팡질팡한 태도인데 나의 출국 소식을 알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서란도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럴 바엔 내가 출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서란은 생각할 것이다. 이미 출국한 마당에 어떻게 더 신경을 쓸까.

나는 서란을 힐끔 보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상황 봐서요. 나 신경 쓰지 말고 서란이나 잘 챙겨요.”

설을 맞이해 둘이 사랑의 도피라도 온 건가 싶었다.

“란이는...”

배인호가 무의식중에 서란을 돌아보았다. 서란과 눈이 마주치자, 배인호는 부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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